첫 만남
나의 동동 곰은 스물다섯에 만났다
그 만남은 우연한 대화에서 시작된 거 같다
평소에 나는 곰같이 키도 크고 덩치도 산처럼 큰
나를 보호해 줄꺼같은 사람이 나의 이상형이라고
늘 말해왔었다
초록 풋사과 같은 이십 대의 덜 익은 열정은
밀당에도 능숙하지 못했고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으로 하루하루 삶에 우연하지도 못했으며, 자존감이 꽤나 높지도 않은 나 자신을 다그치며 꾸역꾸역 살아나가던 매일이었다
그 당시 눈이 나쁘던 여동생은 안양에 있던 큰 안경점에 안경과 렌즈를 사러 다녔었다
거기에서 곰 같은 남자직원을 봤다며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눈이 나빴다
엄마가 임신했을 때 집중호우로 집에 물난리가 나는 바람에
피부가려움병이 생겼고, 쌍둥이를 임신했다는 사실을 몰랐던 엄마는 독한 피부과약을 드셨다. 그래서 첫째 딸이 눈이 나빠진 거라고, 자책하시며
엄마가슴속에 큰딸은 늘 안따까움과 미안한 딸이 되었다
내 어릴 적사진에는 유치원 때부터 안경을 껴서
한쪽눈을 거즈로 가리거나 큰 안경이 얼굴을 온통 가린
자그마한 여자아이가 있었다
엄마는 유명하다는 큰 안과에 데리고 다니면서 큰딸을
고치기 위해 맘고생을 많이 하셨다
지금이나 그때나 내 한쪽눈은 시력검사판에 희미한 깜장하양색깔만 인식할 정도이다
그렇지만 내 기억 속에 안과는, 엄마의 애달팠던 마음보다 진료를 보고 내려 오던 길고 긴 계단에서 엄마가 사준
그 당시엔 빨간 상자에 담긴 꼬깔꼰의 고소함으로 기억된다
몇 주 뒤, 안양에 쇼핑을 하러 갔을 때 동생에게 들었던 이야기가 스쳐 지나가서 별생각 없이 안경점을 찾아갔다
별생각 없었다고는 하지만 내 마음속 어딘가에 작은 궁금증이 있었으리라.
안양에 있는 큰 시장옆에 자리한 오래된 국제안경점은
커다란 통유리창으로 되어있어 6월의 햇살을 한 줌 한 줌 끌어모으며 프리즘 같은 모습으로 빛나고 있었고
거기서 수박줄무늬 정장을 입은 키가 큰 커다란 곰같은 직원이 분주하게 일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