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멋진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따지고 보면 틀린 말은 아니었다.

by 비버랩 Beaver Lab

아침이 밝고, 면접 시간이 9시 반이었던 나는 일찍 일어나 나갈 준비를 했다. 아침잠이 많은 편은 아니었기에 준비하는 데 별 무리는 없었다. 항상 미리미리 약속 시간보다 일찍 도착하라 누누이 언급했던 아버지의 말씀을 마음에 새기며 면접 장소인 사무실에 도착했다. 사무실에 처음 들어오고 든 생각은 사무실이 뭔가 여기저기 사람의 손길이 많이 닿은 아늑한 곳인 것 같다였다. 아무튼, '이력서 실수 만회'라는 중대한 과업을 이뤄야 하는 내겐 오랜 감상을 하는 것이 불가능했기에 다시 앞으로의 면접에 집중했다.

여러 질문을 받고 대답하다 보니, 생각하느라 뇌와 입이 따로 놀기 시작했다. 면접 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생각을 하고 대답하는 건 좋지만, 생각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애간장이 타는 것은 본인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즈음에 한 질문이 들어왔다.


"초년생 님은 10년 뒤엔 어떤 사람이 되고 싶나요?"

"멋진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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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망했다. 미처 뇌를 거치지 못한, 아주 1차원적인 대답이었다. 식은땀이 흘렀다. 뒤늦게 이런저런 이유가 있다 수습을 하며 애써 스스로 다독였다. 잘했어, 수습 실력이 상당히 훌륭했어. 겉으로 티가 났는지 안 났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름 놀란 마음을 홀로 진정시키고 있었다. 이력서에 다른 회사 이름을 적으셨네요.라는 말이 들리기 전까지는 말이다.

누가 내 머릿속에 표백제를 넣고 한 바퀴 돌렸는지, 머리가 하얘져서 뭐라 대답했는지도 기억이 안 났다. 그렇게 면접은 생각보다 빠르게 마무리됐다. 휴대폰 시계를 보니 30분 정도 지나있었다. 집에 돌아가면서 지나간 면접을 상기해 봤다. 결론은 이랬다. 다음엔 제발 이력서 꼼꼼히 체크하자… 면접을 볼 미래의 나를 위해서…. 그리고 며칠 뒤, 문자가 왔다.


'축하합니다,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내가 받은 건 면접을 합격했다는 문자였다. 다행히 취업 준비 상태로 돌아갈 명목이 사라졌다. 그렇게 면접 때 뵈었던 대표님, 실장님과 한 차례씩 통화를 마친 뒤 입사가 결정됐다. 입사는 2월 초. 취업이 되었다는 사실에 불안과 안도가 한 번에 몰려왔다. 한편으로는 운이 좋았다고 생각했다…라고 생각한 것이 무색하게, 입사를 앞두고 지독한 감기가 찾아왔다. 면접을 보러 다니던 시즌은 한겨울이었는데, 복장을 생각해서 코트를 입고 다닌 것이 문제였다.


하필 감기는 또 독해서 기침을 하루종일 달고 살았다. 입사했는데 처음부터 면전에 기침을 분사하면 어떡하지? 바이러스 다 옮기고 다니는 거 아니야? 아뿔싸, 진짜 민폐겠다. 어떡하지, 이대로 출근을 하는 게 정말 괜찮나? 수차례 고민을 하다가 결국 결심했다. 실장님께 연락을 드리기로 말이다.


'실장님, 제가 지독한 감기에 걸려 출근을 늦추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어떻게 문자를 보낼지 내용을 고치고 또 고쳐서 보냈다. 다행히도 실장님은 이러한 내 사정을 이해해 주셨고 입사를 2주 정도 미루게 되었다. 이제 남은 건 몸보신이었다. 잘 먹고, 잘 자며 (심지어 잘 싸며) 컨디션을 회복했다. 그러다 보니 시간이 그렇게 빠르게 가더라. 그렇게 첫 출근일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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