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바브웨 하라레의 여 사장님/23년 9월 3일(일)

by 강민수


교회에서 만난 아주머니는 여 사장님이다.

어제 잘못된 아주머니의 이메일을 바르게 적어달라고 전화 연락을 직원에게 부탁했다.

지금 교회에 있으니 조금 뒤에 우리가 있는 숙소로 오겠다고 하였다.

오신다고 하니 미안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반가웠다.

외출 준비를 하고 있으니 우리 방 앞까지 아주머니가 오셨다.

"하이, 하와유?"

"파인 땡큐앤유?"

중학교 때 처음 배운 영어 인사말로 반갑게 만났다.

벼리는 중학교 때 영어를 제대로 배우면 어느 정도의 말은 통할 것 같다고 했다.

손짓 발짓이 조금 가미되면 금상첨화.

벼리는 바디랭귀지가 더 많지만...

하고 싶은 말을 내뱉을 수 없어서 답답하고 흑인들의 영어 실력보다 못해 자존심이 팍팍 상한다고 했다.

기회가 되면 어학연수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이번 여행을 통해서 간절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나도 잘하지 못하니 어학연수를 가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점이 서로 통하니 발전적이고 바람직한 방향인 것 같다.

잘못된 이메일만 알아내려고 했는데 여기까지 찾아오셨다.

"오늘 계획이 뭐예요?"

"특별한 건 없는데 사파리공원에 가 보려고 합니다."

말이 끝나자 선뜻 거기까지 태워 주겠다고 했다.

우리의 사정을 아무것도 모르고 계시는데 아주머니는 뭔가 도움을 주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사장 아주머니는 화통하고 통도 크고 의리와 책임감도 있었다.

무엇보다 사람의 마음을 읽을 줄 아는 분 같았다.

차를 타고 가면서 이야기 꽃을 피웠다.

어제 만나서 다하지 못한 이야기와 감사의 인사를 전달하고 싶었는데 메일주소가 정확하지 못해 못 보냈다는 얘기와 남아공에서 도난당한 사실을 주저리주저리 말했다.

"어머나 타국에서 그런 일을 당하셨군요. 많이 놀랐겠네요."

"예. 그땐 그랬죠. 지금은 조금 나아졌습니다."

우리의 처지를 알고 난 아주머니는 벼리에게 가방을 주겠다고 자기 집으로 가자며 차를 돌렸다.

조금 떨어져 있는 아주머니 집은 주택들만 있는 조용한 곳이었다.

집안에 큰 나무들도 있고 정원이 넓었으며 일하는 사람들도 보였다.

"부스럭부스럭, 바스락바스락" 낙엽을 밟으며 정원을 걸어 집안 거실로 안내되었다.

들어가면서 남편을 만나 인사를 했고

거실의 사진을 보며 가족관계도 알았다.

물과 과일을 내놓고 가방이 찾으러 내실로 들어가셨다.

잠시 후 고급 핸드백을 하나 들고 나왔다.

"아니 아니 핸드백은 아니에요. 아주머니가 사용하지 않는 천가방이면 됩니다."

손을 절래 절래 흔들며 사양해도 막무가내로 가지라고 했다.

"나는 많으니 괜찮아요. 이것을 메고 다니세요."

벼리는 편하게 옷가지와 소품 정도 넣으면 되는 가벼운 천가방이면 된다며 안 받으려 했다.

핸드백을 두고 들어가더니 이번에는 캐리어 가방 하나를 가지고 나왔다.

"이것도 필요하지 않나요?"

"캐리어 가방은 있어요. 고마워요."

간단한 네모가방 하나면 된다고 하니 조금 튼튼한 부직포 쇼핑백 세 개를 가지고 나왔다.

다 가지란다.

한 개면 충분하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하면서 가방을 받았다.

가려고 생각했던 사파리 공원까지 태워주고 데리러 오겠다는데 아주머니 집과 좀 멀었다.

미안해서 아주머니 집에서 가까운 보타니컬공원에 가겠다니 내려 주면서 오후 5시에 데리러 오겠다고 했다.

여기에서 만나기로 하고 헤어졌다.

공원을 한 바퀴 돌고 나니 1시간 정도밖에 안 걸렸다.

명칭은 국립이라는데 전혀 관리가 안 되고 있었다,

그러나 벼리가 보고 싶어 하던 바오바브 나무 한그루가 멋지게 우뚝 서 있는 것을 발견하고 무척 좋아했다.

별로 볼거리가 없는 공원에서 생각지도 않은 바오바브나무를 나무를 만났으니 얼마나 기뻐하는지...

만져도 보고 쓰다듬어도 보고 한아름 끌어안으며 뱅글뱅글 돌았다.

바오바브나무가 시멘트 바닥처럼 단단했다.

나무에 이름표가 붙어 있고 사람들의 손글씨를 새긴 곳이 몇 군데 있었다.

사람은 태어나서 이름을 남겨라고 하지만 나무에 상처를 주면서 이름을 알리고 싶은 걸까?

얄미운 사람들이라고 해야겠다.

기념사진을 찍고 지나는 길에 거대한 개미집을 보고 벼리는 신기해했다.

만날 시간이 한참이나 남아서 시내까지 걸어서 갔다 오자고 의견이 모아졌다.

20분 정도를 걸어가니 우리 눈앞에 예사롭지 않은 집과 삼엄하다고 느낄 정도의 경비들이 보였다.

경비에게 물어보기 위하여 길을 건너 다가갔다.

책임자쯤으로 보이는 건장한 한 사람이 나타나 이곳은 오면 안 되는 곳이라며 우리의 접근을 막았다.

"저 집은 누구의 집이냐?

대통령의 집이라고 했다.

"가까이 오면 총을 쏘니 저리 가라."

'오매, 무서워.'

다시 건너편으로 가자마자 요란한 사이렌 소리와 함께 여러 대의 차량 행렬과 경찰차가 그 집으로 줄지어 들어가고 있었다.

아마도 대통령의 경호차량 같았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다.

고막이 찢어질 듯한 소리와 쏜살같이 달려드는 여러 대의 차량이 혼을 빼 가는 것 같았다.

이 길을 지나가는 사람은 우리 밖에 없는 용감한 대한민국 사람이다.

저쪽 벽 끝에도 총을 든 군인 두 명이 날카로운 눈초리로 경비를 서고 있었다.

바로 앞에 있는 골프장 정문에 가서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니 대통령 행렬이 방금 들어갔다고 했다.

조금 전 시끄럽게 지나가던 차 안에서 내다보는 경호의 눈길은 매서운 겨울바람처럼 살벌하여 오싹거리게 했다.

"이곳에서 탈출하자."

"고 고 고"

빠른 걸음으로 가니 길 끝 모퉁이에 군인 두 명이 총을 들고 왔다 갔다 했다.

대통령궁과 떨어졌다고 조금 느슨한 분위기로 보여 인사를 하니 하얀 이를 드러내며 답례했다.

건너가서 시내 가는 길을 물으니 친절히 알려주는 청년은 20세 전후로 아주 앳된 군인이었다.

"나중에 또 봐요. 바이"

짐바브웨의 도로 중앙선의 좁은 틈에 상인들이 차량을 향해 물건을 팔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간혹 볼 수 있는 가벼운 뻥튀기나 군밤장수와 비슷하다.

엄청나게 큰 화분을 어깨에 짊어지고 왔다 갔다 하거나 큰 복슬이 동물인형을 둘러메거나 선글라스와 생필품을 넓은 나무판에 엮어서 등 뒤에 붙이고 다닌다.

도로 가운데에서 무거운 무게에 짓눌리며 매연을 마시는 삶의 현장이 처절하게 드러나는 장면이다.

상인들이 가여워 보였는데 힘차게 걸어 다니고 있으니 조금 위안이 되었다.

하나라도 팔려고 외치며 차를 따라다니는 상인들을 바로 볼 수가 없어 곁눈질을 하며 시내로 향했다.

인도변 길바닥에 주저앉거나 풀밭에 드러누운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한 나라의 수도 번화가의 이 광경이 믿기지 않았다.

그러나 사람들의 모습은 저마다 구김이 없었다.

인사성은 왜 그리 밝은지...

같이 인사하며 웃을 수 있는 그들은 타고난 천성인지 국민성인지 알 수 없으나 마음은 편할 것 같았다.

큰 비닐봉지에 물건을 담아가는 모습은 근처에 마트가 있다는 것을 알리는 신호다.

물어가니 쇼핑몰 안에 대형 마트 두 곳이 약 50미터의 거리를 두고 마주 보고 있었다.

그 사이에 작은 마트가 끼어 있으니 어쩌나...

고래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는데 작은 마트가 어떻게 견뎌낼까?

우리의 우려와는 무관하게 손님들이 있었다.

피자, 햄버거, 치킨, 아이스크림 등을 파는 가게들도 있었다.

피자 한판을 시켜서 점심으로 먹고 내쇼날갤러리가 있는 곳으로 찾아가는

이 길이 하라레의 중심가인 것 같았다.

제법 높은 건물들도 밀집해 있고 사람과 차들이 많았다.

갤러리는 20분이면 문이 닫혀 바깥의 작품들만 감상했다.

퇴근 시간이 가까워지니 정류장 근처에 사람들이 버스를 타려고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별다른 정류장 표시가 안 보였는데 버스가 서면 달려가거나 사람들이 많이 있는 곳에 버스가 선다.

우리로선 정류장을 도저히 알 수 없는데 현지인들은 훤한가 보다.

기다리는 사람의 줄은 300미터도 넘는 것 같고 버스를 타려고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서 있는 것을 처음 봤다.

우리나라 봉고차 같은 크기의 버스가 대부분이고 큰 버스는 눈에 띄지 않았다.

차는 너무 낡고 지저분했고 더 탈 수도 없이 꽉 찼는데 사람들을 마구 집어넣었다.

길가에서 차를 잡는 광경이 명물이라고 표현하면 과할까?

인도 한쪽에 작은 리어카에 물건을 실어 놓았거나 바닥에서 물건을 파는 상인이 먼지와 매연을 뒤집어쓰고 곳곳에 앉아 있었다.

애절한 눈빛을 보내며 세월 속에 앉은 여인네들은 언제 보금자리에서 편한 휴식을 맞을지 엉덩이는 바닥을 무겁게 눌렀다.

동네의 노점에서 팔던 아이스크림과 불량과자들을 맛있게 먹었던 어린 시절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서서히 잊혀간 우리들의 옛 모습은 사라진 지 오래되었는데 여기는 한참 진행 중이었다.

대통령궁 앞을 지나 보타니컬가든 약속 장소에 30분 일찍 도착했다.

가던 중 갓 수확한 채소를 내다 팔고 있는 농장 앞으로 발길을 되돌렸다.

아주머니의 고마움에 조금이라도 보답하고 싶다고 벼리가 말했다.

"뭘 사드리면 좋을까요?"

"당신 마음이니 사 드리고 싶은 걸로 해요."

토마토, 고추, 호박, 양파?...

이것저것 고르더니 싱싱한 토마토를 한 바구니 샀다.

5달러를 드리니 이리저리 살피고 있다.

"돈에 구멍이 나고 지저분해서 이 돈은 안 된다."

"방금 피자 가게에서 거스럼돈으로 받은 거다."

"거스럼돈으로 내 줄 달러가 없다."

"다른 곳에서 바꿔서 주면 되잖아."

결국 돈이 더럽다는 이유인지 시치미를 뚝 떼며 바꿀 때도 없고 내줄 돈도 없다고 했다.

숯이 검댕이를 나무란다더니...

토마토를 부으며 뒤따르는 벼리는 아주머니께 마음을 전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며 안타까워했다.

"치사하게 굴고 있네."

"잘 먹고 잘 살아라. 흥"

토마토를 사려고 실랑이를 벌이던 그사이에 아주머니가 벌써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반갑게 만났고 숙소까지 태워줬으며 내일 아침에 만나자고 했다.

짐바브웨의 하라레에서 현지인을 만나 도움을 받으니 감사한 마음이 참 많이 들었다.

호텔에서 벼리는 생각에 잠겼다.

토마토 대신 무엇으로 보답할까?

캐리어를 주섬주섬 열더니 뭔가를 꺼냈다.

가방 속에서 늘 따리 다니던 기념품이다.

그리스에서 샀던 벼리 식탁보와 이집트의 팔찌와 금속 파라오 자석 등 있는 것을 총동원하여 정성스럽게 포장을 하며 흐뭇해했다.

내일 여 사장님께 드리려는 기쁜 마음을 안고 꿈나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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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라레숙소의 아침 모습.. 모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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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에서 픽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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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 전달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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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오바브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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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집 부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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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행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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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여행 갔다 온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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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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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셔널 갤러리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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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라레 시내 건물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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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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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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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의 흰 개미집.. 징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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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 안의 흰 개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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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점상과 협상 중인 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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