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농장 앞에 내놓고 파는 토마토를 사서 아주머니에게 드리려고 했는데 거스름돈이 없다고 해서 못 샀다.
태양이 얼굴을 쏙 내미는 일출을 보며
아주머니의 호의에 보답하려는 선물을 만지작거렸다.
작은 선물이지만 3개월 정도 가방 속에서 같이 다녔던 소중한 물건이고 우리의 마음이 담겨 있다.
공항으로 가기 위해 8시에 우리를 데리러 오게 되어 있었다.
7시 30분이 되니 벤츠차가 숙소로 미끄러지며 들어왔다.
"아주머니 차가 벌써 도착했어요."
"나가서 맞이해요."
차가 막힐 수 있다며 조금 일찍 출발하자는 아주머니는 오렌지를 드시고 계셨다.
아침 식사도 안 하고 오신 것 같았다.
우리들 몫의 호텔 식사를 같이 하자고 하니 흔쾌히 식당으로 오셨다.
어제 주방장과 반갑게 인사하고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더니 오늘도 만나자마자 시끌벅적이다.
어떻게 아시는 분인지 물었더니 초등학교 동창이란다.
이메일 알려주려고 지나던 길에 호텔에 들렀다가 우연히 만났으니 서로 놀랐고 반가웠단다.
졸업 후 첫 만남이니 얘기가 많고 반가울 수밖에..
말이 필요 없이 친구 식사를 따로 준비해 줬고 빵도 더 구워서 내놓았다.
동창 백이 좋긴 좋다.
같이 아침 식사를 할 수 있어서 마음이 편했다.
차에 오르기 전에 기념사진 한 장을 찍어 달라고 주방장에게 부탁하며 셋이서 다정하게 웃었다.
팔찌를 손목에 채우는 벼리의 깜짝 선물에 놀라며
"오~~ 뷰티플."이라고 하신다.
다른 선물을 건네며 다음에 한국에 오면 꼭 연락하라며 차에 올랐다.
예기치 않은 선물에 좋아하는 아주머니는 감동을 받은 듯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기분 좋게 받으니 고마울 따름이다.
약 30분이 소요되었는데 크게 막히는 구간은 없어서 다행이었다.
공항에 도착한 우리는 몇 년간 함께했던 지인처럼 벼리와 부둥켜안고 이별의 인사를 했다.
공항에 들어서니 새로 신축한 건물이라 서너 군데 가게들만 열려 있고 대부분은 비어 있었다.
깔끔하고 깨끗했으나 휑하니 썰렁했다.
사람들이 많지 않아서 짐을 부치고 바로 공항검색대 및 출국심사대를 통과하고 탑승대기소로 갔다.
일찍 도착했으니 공항 안의 가게들을 둘러보면 좋겠다던 벼리는 볼거리가 없다며 실망스러운 얼굴이다.
2시간 여를 인터넷을 하면서 기다렸다.
"청소하는 저 사람 봐요."
우리 눈에는 너무 깨끗해 보이는데 먼지 한 톨도 남겨놓지 않으려는 듯 구석구석을 열심히 닦는 모습을 벼리와 한참 쳐다보고 있었다.
사부작사부작 소리 없이 우리 의자 주변에서 걸레로 꼼꼼하게 닦고 있는 여인이다.
그러고 보니 우리 곁에 고마운 손길들이 얼마나 많이 숨어 있는지 모른다.
그분들의 노고가 있으니 세상이 아름답게 유지되지 않을까?
우리는 그런 분들 덕분에 많은 혜택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
깨끗함과 편리함을....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오늘따라 새삼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이런 생각을 하는 중에 벼리 의자 뒤쪽까지 와서 닦고 있었다.
벼리가 몸을 돌려 여인의 귀에 대고 작은 소리로 조심스레 속삭이고 있었다.
곱게 접은 짐바브웨 지폐 두장을 아무도 모르게 살짝 보이며
"혹시 이 돈 필요하시면 가지세요."
"땡큐 땡큐."
여인의 얼굴에는 고마운 눈빛으로 가득 찼다.
다른 나라로 이동할 때 사용했던 그 나라의 잔돈은 공항의 화폐함에 넣거나 거리의 악단에게 기부를 한다.
짐바브웨 공항에는 화폐함이 없어 이 돈을 어떻게 할까 생각을 했었다.
자존심이 상할까 조심스러워 망설이다 용기를 냈는데 땡큐 라며 받으니 벼리가 더 기분이 좋고 고마워하는 것 같았다.
돈을 건네고는 벼리는 얼른 얼굴을 돌렸다.
이천 원 정도의 적은 돈이지만 벼리의 마음만은 크고 아름답다.
탑승시간 조금 후 우리 이름이 나와서 가보니 빨리 타라는 것이다.
아프리카 비행기는 손님만 다 타면 정해진 출발 시간보다 빨리 이륙한다.
일반버스도 출발시간이 따로 없고 손님만 다 타면 떠난다는데 비숫한 것 같다.
탑승을 해서 앉아 있으니 그저께 우리와 같은 숙소를 사용한 홍콩인 남자가 보였다.
"어, 같은 비행기에 탔네요."
"하이, 반가워요. 이것도 인연입니다."
악수를 하고 이메일을 주고받았다.
비즈니스차 왔다가 나이로비를 경유하여 홍콩으로 간다고 했다.
기내식도 괜찮았고 위스키 맛도 좋았다.
3시간을 날아서 케냐 나이로비 공항에 도착했다.
케나는 짐바브웨 보다 1시간이 빨리 간다.
입구로 나오니 어젯밤에 예약한 공항택시까지 안내하는 아가씨가 기다리고 있었다.
유심도 새로 사서 끼우고 돈도 바꿨고 택시 예약까지 했으니 케냐의 출발은 완벽했다.
케냐 여행은 어쩐지 마음이 든든하고 희망찼다.
공항에서 시내까지 1달러에 가는 시티호파버스가 진짜 있는지 궁금한 벼리가 직원들에게 물으니 2km 더 가야 있다고 했다.
그 버스를 타면 호주머니에 있는 것도 빼가고 물건들을 뺏아서 달아단다고 위험하니 타지 말라고 조언해 주었다.
택시가 예약되어 있는데 버스에 대해 왜 묻는지 알 수가 없다.
"쓸데없는 것은 신경 쓰지 말지요."
"케냐버스는 어떤지? 들은 정보가 맞는지 알아야 하잖아요."
벼리는 궁금한 것도 참 많다.
처음 예약을 해서 잘 모르지만 공항택시는 우버보다 많이 기다리게 했다.
느림보 택시가 도착하더니 짐을 실어줬다.
케냐에 입국할 때 다른 나라와 달리 제일 먼저 들었던 말.
"웰컴 투 케냐" 다.
기사도 똑같은 말을 하는 것을 보니 케냐에서 많이 들을 것 같은 인사말이다.
짐바브웨에서는 "헬로 하와유" 이듯이...
시내를 가로지르며 기사는 친절히 안내를 했다.
여기는 "나이로비국립공원, 저기는 다운타운..." 등 설명을 하연서 "굿"이라고 한다.
가는 나라마다 자기 나라가 좋다는 얘기를 하며 강한 자부심을 나타냈다.
대한민국은 "베리 굿"이라며 우리나라 자랑을 늘어놓았다.
그런 자부심들이 있어 자기들 사는 곳에 정들고 발 붙이며 살아갈 수 있겠지?
택시기사는 호텔 앞에 내려주며 케냐에서 좋은 여행이 되라며 돌아갔다.
호텔로 들어와 짐을 내려놓고 주변 동네 산책을 나갔다.
같은 흑인인데 짐바브웨 사람들과는 다른 인상들이다.
눈이 휘번득거리며 눈알이 왔다 갔다 한다.
아이들도 우리 옆에 달라붙어 "기브 미 마니"를 천역 덕스럽게 말하는 게 예사다.
찔러보기 하는 식으로 내뱉고는 아니면 말고라고 하듯이 쌩 돌아선다.
퇴근 시간의 교통량과 사람들이 뒤섞인 복잡한 거리엔 검은 매연이 코를 찔러 매캐했다.
차에서 내뿜는 매연은 대지의 낮은 곳을 스쳐지나 긴 곡선을 그리더니 하늘로 날아가며 꼬리를 물고 계속 이어진다.
차의 시꺼먼 뒤꽁무니마다 마구 내뱉으니 가까이 가지 않는 게 상책이다.
우리를 반기는 반갑지 않은 손님이다.
재래시장과 현대식 마트가 공존하는 장소에 가니 현지인들이 여기서 저녁을 먹는지 많이 앉아 있었다.
상인과 현지인 손님과 식사를 하는 사람들이 오라고 손짓을 해서 가까이 갔다.
석쇠에 고기 굽는 냄새와 뿌연 연기가 코를 자극하며 시장 안에 가득한데 이들은 맛있나 보다.
술잔도 돌아가고 즐거운 분위기에 입이 오물거리니 더할 나위 없이 좋아 보였다.
함께한 사람과 음식과 술이 있으니 하루의 피곤함이 목구멍을 타고 미끄러져 내려가는 것 같았다.
재래시장을 둘러보니 채소와 과일이 저렴했다.
특히 망고가 으뜸이고 아보카도는 버금이다.
마트 입구에는 경비가 총을 메고 떡 버티고 있었다.
'마트에 웬 경비?'
가방검사를 하고 들어갈 수 있었는데
큰 테러 폭발사고가 몇 차례 있었던 사건으로 경비가 삼엄했다.
마트 안에서도 사고가 났단다.
여기에서 하루만 자니 저녁에 먹을 과일만 사서 호텔로 가는 길이다.
봉고 같은 낡은 버스에 사람들이 짐짝처럼 들어가 이동하는 모습을 보니 우리나라가 참 좋은 나라라는 생각이 들었다.
케냐 버스는 움막, 우리나라 버스는 궁궐에 비유하면 될까?
내가 태어난 1960년대에도 저런 버스를 본 적이 없다.
지저분하기 이를 데 없고 의자는 찢어지고 부서지고...
조금 큰 버스도 많이 보였는데 깨끗한 편이었고 요금은 조금 비싸다고 했다.
정류장은 있지만 손만 들면 태워준다.
탈 마음도 없고 생각도 하기 싫을 정도의 작은 버스에는 절대 타고 싶지 않다고 벼리가 말했다.
케냐에서는 우버택시로 이동하는 게 답이다.
제일 안전하고 신경 쓸 필요도 없으며 비용도 싸다.
호텔 앞 주차장에는 한국방송공사(KBS)와 대한항공(KAL)의 마크를 단 차가 보여서 우습기도 반갑기도 했다.
나이로비에서의 첫째 날은 호텔에서, 내일부터는 아파트에서 14일간 지낸다.
아파트가 우리 집 같은 분위기고 요리도 하고 세탁을 할 수 있는 점이 호텔보다 좋은 점이다.
벼리는 장기여행이 힘든지 자꾸 집 생각이 난다며 한국을 그리워한다.
하라레 숙소 출발 전에
케냐항공 기내식
케냐 나이로비공항
공항에서 숙소로
케냐 시내 모습
시장통
한국방송공사 케냐지사(?)
대한항공 케냐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