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의 나이로비의 태양은 찬란하다.
파랗고 맑은 하늘에 새하얀 구름은 몽실몽실 피어 둥둥 떠 다닌다.
도로의 검은 매연은 코 주위를 맴돌다 어디로 사라지는지 신기할 정도로 공기는 깨끗하다.
나무가 우거진 산과 초원이 넓어 정화되는가 보다.
오늘은 에어비앤비로 예약한 아파트로 이사 가는 날이다.
호텔에서 제공하는 아침은 룸서비스로 편안하게 먹고 체크아웃을 하니 지배인이 같이 사진을 한 장 찍자고 했다.
출발하려는데 오랜 친구처럼 붙잡고 얘기를 하며 이메일과 한국 전화번호도 알려 달라고 했다.
호의로 받아들이고 우버택시를 탔다.
20분 정도의 거리에 있는 아파트에 도착하니 입구부터 출입자 확인을 하고 경비를 철저히 했다.
신원 확인 후 정문이 열리자 우버택시가 통과하여 현관입구까지 들어가 정차를 했다.
정문에 내려줄 수도 있는데 현관 입구에 내려주는 우버택시가 참 고마웠다.
짐을 내리고 현관을 들어가려니 경비원이 또 출입 확인을 한다.
이메일로 온 아파트 예약 정보를 보여주니 같이 짐을 끌어주며 16층 아파트 관리인에게 안내해 주었다.
우리나라의 관리사무소 같은 곳이 16층에 있었는데 여러 명이 근무 중이었다.
예약내용을 보여 주니 아직 청소가 끝나지 않았으니 기다려 달라고 했다.
기다리는 동안 장을 보기로 하고 짐을 아파트 관리인에게 맡기고 마트로 향했다.
시간도 있고 구경삼아 두 군데의 마트를 가 보았는데 그중에서 숙소와 가까운 마트가 더 크고 좋았다.
삼겹살 생각도 나고 매콤한 두루치기를 해서 먹으면 좋을 것 같아 돼지고기를 처음 사기로 했다.
쌀, 여러 가지 과일과 채소, 돼지고기, 스파게티면, 밀가루, 빵, 맥주 등의 식자재와 몇 가지 요리도 포장했다.
"웬 밀가루냐고요?"
"밀가루로 뭐 할까요?"
"반죽을 해서 수제비도 끓여 먹고 쿠키를 만들어 보려고요."
거기다 매콤한 두루치기에 시원한 맥주 한잔이라...
"와 맛있겠다."
머릿속은 각종 음식과 요리로 맛있게 먹는 생각으로 가득 찼다.
아파트로 돌아오니 짐을 청소가 끝난 우리 방으로 옮겨 놓았다.
베란다도 있고 침실과 거실이 따로 있어 우리 집 같은 분위기였는데 문제는 주방 싱크대가 좁아 요리하기에 불편할 것 같았다.
우리 집에서 사는 맛을 보기 위해 보름동안 맛있는 요리를 하며 편히 지내려고 아파트를 구했는데...
다른 시설은 좋아서 만족인데 주방이 결정적으로 결함이었다.
"재료는 잔뜩 샀는데 어떡하나? 싱크대가 좁아서..."
"주방이 좁으면 곤란하지요."
도마를 놓을 공간이 부족하여 요리를 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여기서 1박만 하고 숙소를 옮기자며 에어비앤비에 취소 요청을 했다.
다른 아파트를 알아봐야 할 것 같았다.
마트에서 사 온 음식을 접시에 담으니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한 요리처럼 먹음직스러웠다.
맛있게 먹고 나니 벼리가 동네 한 바퀴 하자고 한다.
좀 쉬었으면 했는데 벼리가 걷는 걸 좋아하니 나가기로 했다.
막 나가려고 하는데 숙소 관계자가 바삐 달려왔다.
"왜 옮기려고 그러세요?"
"부엌의 싱크대가 좁아 요리하기가 불편합니다."
듣고는 같은 가격으로 이 방보다 더 큰 방을 이틀 뒤에 주겠다고 한다.
그런데 그 방은 베란다가 없다고 해서 있는 방을 달라고 하니 내일 볼 수 있고 돈을 조금 더 지불해야 한다고 했다.
방을 보고 마음에 들면 한국에서 카드가 오는 대로 드리겠다고 했다.
내일 아침에 베란다 있는 큰 방을 보기로 하고 협상을 마쳤다.
아파트 경비들이 참 친절했다.
웃으며 인사를 하거나 손을 잡으며 좋아했다.
육중한 대문이 스르르 열려 밖을 나오니 오고 가는 사람들이 참 많았다.
이 지역은 밤에 걸어도 안전하다고 하니 마음이 놓였다.
그래도 방심은 금물이다.
한번 당했으니 두 번은 용납할 수 없다.
마음의 끈을 단단히 조이며 마트 반대방향으로 걸어가니 나이로비 의과대학이 나왔다.
선진국들의 교육환경과는 비교할 수는 없지만 나름 케냐에서는 괜찮은 대학처럼 보였다.
대학의 이곳저곳을 보고 학교 내 식당까지 가 보았다.
세끼 다 식사를 한다는데 저녁에 식사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고 식탁만 덩그러니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북적이면 현지음식을 맛볼까도 했는데 그런 분위기와 어울리지도 않고 생뚱맞기만 했다.
저녁 메뉴가 네 가지 있었는데 한 메뉴당 가격이 200원이었다.
벼리가 또 나섰다.
주방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식사를 하고 있는데 먹고 있는 게 맛있게 보인다며 입맛을 다시더니 들어갔다.
주방 안이 어두컴컴하고 침침했다.
"이 음식이 뭐예요?"
"우갈리"
"무엇으로 만들었어요?"
"옥수수 가루"
우갈리는 아프리카 현지인들이 주식으로 먹는 전통음식으로 옥수수가루에 물을 부어가며 저으면서 만든다고 했다.
눌거나 타기 때문에 계속 저어줘야 하며 물 조절을 잘해야 한단다.
주방에서 식사를 하시던 분들도 웬 동양인이 들어와서 이것저것을 물어보니 웃으며 신이 났다.
"와 맛있겠다. 먹어 봐도 됩니까?"
한 꼬집 떼어서 시식을 시도하였다.
덩달아 계속해서 더 먹으라며 분위기를 부추겼다.
나에게 학식이라며 한 끼를 먹어보라고 하는데 절대 그렇게는 못한다고 도망을 쳤다.
벼리는 한 덩이의 우갈리를 받아 들고 맛있게 먹으며 나왔다.
"와, 이런 맛이라니..."
자연의 맛이라며 벼리가 엄청 맛있다고 좋아했다.
휴대폰을 방에 두고 와서 사진을 찍을 수가 없어서 아쉬웠지만 눈에 담으려고 학교 내외부 구석구석을 다녔다.
어느새 어둠이 내려앉으며 하나 둘 불빛이 반짝였다.
번화가와 멀지 않은 작은 시내 같은 이곳은 차와 사람들이 빽빽하여 거리에 물결을 이루었다.
우리나라를 걷듯이 현지인의 행렬에 끼어 되돌아오는 길은 무섭지가 않았다.
자기 갈 길을 향해 가고 있으니 안전한 곳이라는 말이 실감이 났다.
케냐의 밤거리는 활기찼다.
오는 길에 보이는 병원에 들어가니 깔끔했고 시스템은 잘 모르겠으나 진료를 기다리고 있었다.
건강의 중요성을 생각하며 병원을 나섰다.
아파트 바로 옆에 있는 카페 겸 레스토랑의 노란 불빛의 아늑함에 이끌려 들어가니 분위기가 괜찮은 편이었다.
피자와 샐러드 그리고 과일주스가 먹음직스러워 보여 며칠 뒤에 오겠다며 나오니 주위가 온통 깜깜했다.
집에 올라와 베란다에서 걸어왔던 길을 바라보니 이 아파트의 장점답게 야경이 너무 멋있었다.
또 언제 보리. 이 밤의 풍경을...
갑작스러운 사진요청에 어정쩡
나이로비 시내모습
마트
점심 확보
나이로비의 야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