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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쪽끼리 하나되어 /23년7월3일(월)

by 강민수

리스본으로 가자고요. 포르투갈 리스본~~

공항 가는 기차를 타기 위해 짐을 마무리하고 나섰다.

정확히 7시 50분에 출발하여 8시 30분에 공항역에 도착을 했다.

그동안 쓰고 남은 모로코 돈을 유로화로 재환전하고 체크인을 하러 항공사 카운터로 갔다.

짐은 큰 캐리어 하나 값만 한국에서 지불했는데 어찌하다 보니 기내용 캐리어도 위탁화물로 처리되고 말았다.

공짜로~~

모로코의 출국은 간단하게 진행되었으며 배낭 속의 물도 무사통과다.

그런데 11시 15분 출발하기로 된 포르투갈 비행기가 거의 2시간을 연착해 버린다.

공짜 짐 하나 실어줬다고 좋아라 했는데 또 다른 복병이 숨어 있을 줄이야...

후속 일정이 없어 마음 편하게 기다리기로 했다.

면세점을 구경하던 중 웬일로 벼리가 와인을 한 병 사라고 하였다.

이게 웬 행운인가 싶어 얼른 계산을 하고 배낭 속에 넣었다.

배낭은 벼리의 비상식량인 견과류들로 무거웠지만 오랜만에 만날 와인과의 즐거운 시간을 생각하니 배낭이 무겁게 느껴지지가 않는다.

비행기는 대서양 상공을 40분 정도 지나고 20분 정도를 포르투갈 대륙의 해안선을 날아가고 있었다.

바로 밑에 보이는 대서양을 몇 년 전에 미국에서 스페인으로 크루즈로 항해한 일이 생각났다.

15일간 탔던 그때를 잊을 수가 없다.

유럽대륙과 아프리카 대륙이 마주 보고 있는 지브롤터해협을 지나면서 느낀 감동은 지금도 벅차게 나의 가슴을 고동치게 한다.

무사 착륙을 축하하는 박수가 쏟아졌다.

리스본에 도착 후 대중교통 2일 자유이용권(비바비아젬)을 구매하여 모레 갈 파티마의 열차 편을 알아보려고 오리엔탈역으로 갔다.

4층으로 된 역은 넓고 복잡하여 방향감각이 사라질 정도로 헷갈렸다.

그러나 옛날에 한번 왔던 곳이라 낯설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파티마 열차를 타기 위하여 유레일패스 사용방법에 대하여 물어보려고 매표소에 갔다.

남의 휴대폰을 한참을 주물럭거리더니 자기는 잘 모르겠다고 고객지원실로 가서 물어보라고 한다.

고객지원실로 가니 50대쯤이나 보이는 아주머니가 안경을 코끝에 걸치고 앉아 있다.

이 아주머니도 이래저래 시도해 보더니 모르겠다며 나 보고 유레일패스 본부에 연락해서 알아보라고 하는 게 아닌가..

살짝 열이 올랐다.

자기들이 모르는 모바일 패스 사용법을 손님, 아니 외국인이 어떻게 알 수가 있겠는가?

좀 알아봐 달라고 하니 안 된다고 한다.

'참아야 하느니라.'

싸울 수도 없고 일단은 후퇴다.

냉정하게 해결방법을 알아보자고 생각하고 사무실을 나왔다.

'일단은 숙소로 가자. 이단은 나중에...'

숙소는 역전 바로 앞에 있는데 가는 길이 이상하다.

차로 가면 삥 둘러서 가게 되고 걸어가면 바로 코 앞인데 계단이 많았다.

무거운 캐리어 두 개와 배낭을 지고 계단을 힘차게 올랐다.

단번에 계단 끝에 올라서서는 한숨을 몰아쉬었다.

'한숨을 내쉬면 안 좋다고 했는데...'

호스트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숙소 앞에서 기다렸다.

외관을 보니 누런 빛에 낡고 허름했다.

약간 실망의 눈빛 교환.

'더러러러~또이~'

'내부도 지저분하면 어떡하지.

이틀이나 묵어야 하는 곳인데...'

잠시 뒤 네팔인이라며 소개하는 젊은 남자와 애기가 우리를 반겨 주었다.

따라 가자네.

여기가 아닌 어디로?

서있던 곳 맞은편이 숙소다.

반전.

'띠로리~~'

하얀색의 벽에 작은 대문과 조그마한 마당이 딸려있다.

아담하고 깔끔한 집이다.

깨끗하고 조용하며 아늑하기까지 하다.

이런 숙소면 내 집같이 며칠을 보내도 좋을 것 같다.

짐을 대충 내려놓고 휴대폰을 충전하려고 충전기를 찾으니 없다.

아무리 찾아도....

카사블랑카에서 안 가져온 것 같다.

"이 일을 어떡하니. 큰일 났다."

'내 폰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선이 없다면...'

순간 앞이 캄캄했다.

찾으러 갈 수도 보내달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어디로 가야 충전기를 살 수 있을지 머리가 복잡해진다.

'있을 때 잘해야지'라는 말이 생각났다.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

뭐든지 제 역할이 있고 중요하다는 걸 알면서 예사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것을 가지고 아쉬움 없이 살았는지 집을 떠나오니 실감 난다.

순간 생각이 번뜩.

벼리의 휴대폰 충전기 선이 있잖아.

얼른 꺼내 끼우니 맞았다.

'어휴, 살았다.'

내 폰에 벼리의 충전기 선이 함께 해야 한다.

반쪽끼리 하나 됨의 힘을 믿어보자.

마음 맞춰 여행하는 해리와 벼리처럼..

다음부터 더 조심하라는 가르침으로 받아들이고 동네 한 바퀴 출동이다.

처음 오는 곳에서 주변을 둘러보는 발걸음은 가볍고 재밌다.

모퉁이를 돌아 길을 건너 내려가니 예상치 못한 전자제품 가게가 보였다.

"아니? 휴대폰 가게가?"

찾으려 해도 힘들 텐데 우리 앞에 있다니...'

믿기지 않았다.

휴대폰 충전기 가격이 약 7천 원이라고 했다.

보일 때 만일을 대비해서 사둬야 할까?

'티끌 모아 태산'이듯이 작은 것도 모이면 큰 덩이가 되어 무거우니 참자.

다행히 벼리의 박살 난 휴대폰 충전기가 내 휴대폰에 맞으니 사지 않기로 했다.

조금 아래에 있는 마트에 들어갔다.

작은 마트에는 있을 것이 다 있다.

과일, 채소, 견과류, 콩류, 생땅콩, 갖가지 곡식들과 가루들이 갖춰져 다른 마트와 차별화된 느낌이다.

마치 재래시장에 온 것 같다.

파스타면, 맥주, 토마토, 마늘, 양파, 당근, 복숭아 등을 사서 계산대에 줄을 섰다.

계산대 위의 조그마한 저울에서 무게를 바로 달아서 계산을 해주는 것도 다르다.

숙소로 돌아왔다.

이대로 눌러앉을 것인가?

아니면 다시 시내로 가서 리스본의 향기를 맡을 것인가?

귀로에 섰다.

낮에 이루지 못한 유레일패스의 예약건 때문에 유레일패스 앱을 이리저리 조작하던 중 결국은 내가 사용법을 알아낸 것 아닌가~~!!

고민 끝.

당연히 시내로 가서 모레 갈 파티마 열차 예약을 마무리해야겠다고 생각하고 바로 길을 나섰다.

오리엔탈역의 매표소 직원에게 당당히 유레일패스 앱을 조작하여 표를 보여주니 나에게 엄지 척을 내 보이며 좋아한다.

자기들도 못한 모바일 패스를 내가 해결했다는 대단함에 대한 표시인 것 같다.

역에 근무하는 직원들이 주로 나이가 들어 모바일 앱으로 하는 것에는 좀 익숙지 않은 것 같았다.

열차 표를 예매하고 그대로 숙소로 가기에는 아깝다.

조금 늦었지만 옛날에 애들과 같이 방문한 적이 있는 리스본의 상징 발견기념탑에 가 보기로 했다.

포르투갈의 탐험가 바스코 다 가마가 유럽과 인도 간의 직항로를 발견한 것을 해양왕 엔리케의 사후 500년을 기념하여 1960년에 세운 탑이다.

바스코 다 가마는 포르투갈에서는 영웅이지만 개방을 거부한 인도나 아랍의 입장에서는 잔혹하고 탐욕스러운 해적이며 약탈자로 인식되고 있다.

전쟁으로 승리의 기쁨을 노래하면 패배의 눈물이 있다.

동전에 양면이 있듯이 좋은 것이 있으면 나쁜 것이 따르는 법.

하나의 태양아래에도 빛과 그림자가 있게 마련이다.

인간의 이면을 바라보았다.

기념탑 옆에 있는 벨렝탑으로 가기로 했다.

바로 옆에 있는 벨렝탑은 가까워 보이나 걸으면 제법 걸린다.

지하철 타고 갈 생각이 앞서니 멀어 보인다.

다른 때 같으면 걷는 것도 아닌데...

'그래도 가야 하느니라.'

우리 가족이 함께했던 추억의 장소니까.

벨렝탑에 도착하여 애들과 올랐던 곳, 걸었던 길, 쉬었던 장소를 따라다녔다.

과거로 돌아가 같이 있었던 어린 딸들의 뛰어노는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리는 것 같다.

엄청 젊어진 기분이다.

그때를 회상하며 기쁨에 젖어 있는 줄도 모르고 곤히 잠들어 있을 예쁜 딸들을 생각해 본다.

동이 틀 무렵이니 일어날 시간이 되었구나.

해가 뜨면 사진을 빨리 보내야겠다.

저 멀리 다리 아래를 지나는 유람선과 보트, 요트들이 유유자적 떠 다닌다.

점점 어두워지니 야간 불빛이 반짝이며 예쁜 그림을 한 둘 그리기 시작한다.

눈은 빛을 따라다니며 순간순간에 머물며 우리들의 발목을 잡으려 한다.

'안 되지, 잡히면 일어난다.'

좋은 것도 적당히 여기서 끝내야겠다.

왔던 길을 거꾸로 돌아가려면 지하철을 몇 번 갈아타야 한다.

오늘은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우버택시로 편하게 숙소까지 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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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사블랑카공항 가는 열차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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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의 아침잠 하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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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앞 미녀의 사고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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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코 잔돈으로 상품구매 성공기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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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본 가는 비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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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내 입장하는 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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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서양과 유럽대륙이 눈 앞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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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본 지하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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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본 지역열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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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본 테주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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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본 테주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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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견기념탑을 배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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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렝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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