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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포르투의 밤 /23년 7월 7일(금

by 강민수

1917년 파티마 성모발현 또는 파티마 예언이라고 한다.

파티마를 떠나기 전 다시 대성당으로 가 보기로 했다.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것 같은 파티마 성모발현 성당이라 이틀 머물면서 몇 번 방문했다.

올 때마다 느낌이 달랐고 스쳐지나 것들이 눈에 다시 들어왔다.

이른 아침인데도 단체관광객과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성모님의 은혜를 많이 받고 갔으면 하는 마음이다.

파티마의 날씨는 낮에 해가 있으면 조금 덥고 해가 지면 쌀쌀하다.

어젯밤에는 겨울 잠바, 지금은 반팔이다.

여름인데 일교차가 너무 심하다.

12시 15분 포르투갈 포르투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하여 짐을 싸고 숙소 체크인을 했다.

시간이 되니 정확하게 버스는 파티마를 출발하여 북쪽에 있는 포르투를 향하여 달렸다.

버스는 좌석 간 거리가 넓어 편안했다.

간식은 입에 넣고 지나가는 풍경은 눈에 넣고..

입도 눈도 즐거운 시간이다.

고속도로를 한참 달린 버스는 2시간여 후에 포르투에 도착을 했다.

버스정류장은 지하철과 기차역으로 연결되어 이용자의 편의성이 높은 것 같다.

하루 자유패스권을 사서 예약한 호텔로 가기 위하여 지하철을 탔다.

그런데 여기 지하철 역사의 풍경은 좀 이상하게 비친다.

사람들이 스스로 매표기에 승차권을 스캔하고 아무런 차단기도 없는 역사를 통하여 지하철을 타고 다닌다.

이 나라 사람들의 높은 자율성과 신뢰성으로 이렇게 자유스러운 지하철의 승하차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다.

우리나라도 이런 문화가 정착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짐을 방에 두자 마자 바로 지하철을 타고 모레 타고 갈 스페인 마드리드 기차에 대하여 확인하러 갔다.

유레일패스를 보여주고 그냥 다먼 된다는 창구 여직원의 무덤덤한 안내를 받았다.

어쨌든 확인을 했으니...

지하철 노선상 제일 멀리 있는 고대 수로의 현장을 찾아갔다.

가는 지하철 안에서 벼리는 옆자리에 앉은 콜롬비아 아줌마와 그동안 공부한 스페인어를 학습하기에 여념이 없다.

아무것도 모르는 것보다 한마디라도 알아듣고 할 수 있어서 재밌단다.

아줌마가 싱긋이 웃는다.

수로가 있는 역에서 내렸는데 아담하고 깔끔한 시골 같다.

수로는 군데군데 끊겼는데 몇 년 전까지 시내의 어느 수도원으로 물이 보내졌다고 했다.

인상 좋은 할아버지의 설명을 듣고 예쁜 집에서 나오는 미소 고운 아주머니와 사진을 찍었다.

바람이 산들거리는 날씨와 이 동네의 향기에 반한 벼리는 빙글빙글 돌며 좋아한다.

우리들만 이 시골에 살고 있는 착각이 들 정도다.

영화의 한 장면 같다.

"에나?"

"에나."

근처 마트에 들러 와인도 한 병 샀다.

포르투가 와인으로 유명한 곳이라고 한다.

시내를 벗어난 시골스런 마을 역시 지하철을 타고 내리는 곳에 아무런 승차장 같은 시설이 없다.

그냥 길에서 자동차 타고 내리듯이 지하철을 이용하고 있다.

무료승차가 제일 많은 나라가 포르투갈이라더니 실감 난다

이런 운영방식은 처음 봤고 신기할 정도다.

저녁이 되자 이곳도 쌀쌀하다.

겨울이 오는 것처럼...

돌아오는 길에 뷔페식당이 있어 식사를 했다.

휴식을 취했으니 슬슬 야간투어나 해볼까?

이 시간이 밤 10시 무렵....

한참을 걸어 내려가니 골목마다 아름다운 포르투의 야경이 빛난다.

강변에 이른 강가에 레스토랑이 즐비하였다.

루이스 1세 다리라는 아치형 철교와 세하두 필라르라는 수도원이 함께 연출하는 야경은 포르투의 밤을 한껏 뽐내고 있었다.

이리 찍고 저리 찍고 요리 저리 바라보는 와중에 주변은 흥겨운 음악과 사람들의 들뜬 목소리가 귀에 익숙하다.

사람 사는 맛이 강물 따라 흘러간다.

철교 밑에 있는 다리의 인도길을 따라 강을 건너서 강바람을 쐬고 숙소로 돌아가려고 버스를 탔는데 숙소와 반대방향으로 달린다.

자정이 넘은 야밤에 숙소와 점점 멀어지는 버스는 우리를 긴장케 했다.

매트로 역이 있으면 내리려고 구글맵을 봐도 보이지 않는다.

외진 시골길을 달리는데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버스에 몸이 묶였다.

반대방향 버스를 타야 할 것 같아 눈이 빠지게 보고 있는데 지나가는 버스가 한 대도 없다.

앞의 아줌마와 총각에게 시간, 되돌아가는 버스를 물으니 새벽 1시까지 다닌다고 했다.

이 버스가 다시 포르투 시내로 돌아가는 마지막 버스라고 했다.

"휴, 십 년 감수."

한시름 놓았다.

종점에 다다르자 기사가 내리라고 했다.

다시 시내로 간다고 하니 계속 있어도 된다고 하시네.

고마운 기사아저씨다.

버스비를 한 번 더 내라고 하지 않았다.

그러나 원데이 티켓을 카드기에 터치했다.

"띵"

"티켓 안녕?"

새벽 12시가 넘었는데 버스는 우리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태평스럽기만 하다.

이윽고 버스가 출발하여 시내로 돌아오니 새벽 1시가 되었다.

비는 부슬부슬 내리다 마다를 반복하고 타국의 밤길이 우리를 가슴 조이게 했다.

"이게 무슨 일이람? 남의 나라에서 새벽에 숙소를 찾아가다니.."

도착하니 새벽 1시가 훨씬 넘었다.

중동지역이었으면 무슨 일이 생길지 알 수 없는 시간이다.

거기에선 늦은 밤에 안 나가겠지?

유럽지역이 아주 평화스럽고 우리에게는 더 다정스러운 도시들인 것 같다.

별 탈없이 잘 돌아올 수 있어 다행이었다.

내일 아침은 늦게 일어나야지.

하이파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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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마 버스터미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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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에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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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 지하철 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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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안에서 콜롬비아 아줌마랑 지도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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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년전 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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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 와인 설명중인 현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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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시골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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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 시내의 노천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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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교와 수도원의 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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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버스 안에서 대기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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