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형 인간인데 여행 중에는 올빼미로 바뀌고 있다.
일어나니 해가 쑥 올라와 있네.
포르투의 야경을 떠올리며 기지개를 켜며 쭉쭉~
호텔 조식을 즐겼는데 오늘은 많이 당기지 않아 적당히 먹었다.
늦게 일어나자마자 식당으로 와서일까?
"왕성한 식욕이 어디로 갔어요?"
벼리가 걱정스레 말한다.
사실 렌터카보다 유레일패스가 신경 쓸 게 너무 많다.
예약하고, 확인하고, 시간 맞추고, 나라마다 시스템이 다르고...
나름 긴장하고 있었나 보다.
좀 더 차분히 여유를 가져보자.
' 포르투에도 리스본처럼 전차가 다니겠지?'
전차를 타고 시내의 주요 관광지를 둘러보려고 노선을 확인하니 전차박물관에서 출발한다.
'이상하다.'
분명히 전차 길이 보이는데 박물관에서 출발한다고 하지???
지나가는 경찰에게 물어보니 전차박물관까지 버스를 타고 가야 한다고 했다.
내린 곳은 아니나 다를까 말 그대로 박물관이다.
전차는 관광용으로 두 코스만 간단히 운행하고 있었고 리스본처럼 시내교통수단이 아니었다.
돌아서는데 멀리서 오고 있는 전차가 보여 반가웠다.
"와, 온다. 저걸 타고 가보자."
타려고 하니 우리가 가진 일일패스권으로는 못 탄다고 했다.
"안 태워주면 안 타면 되지. 그게 뭐라고~"
"패스 패스, 우린 다른 데 간다. 잘 가라."
어젯밤에 보았던 야경으로 빛났던 루이스 1세 다리의 위에 올라 포르투 시내를 내려다보면 되지.
다리를 걸어가니 한 무리의 사람들이 앞서 가고 있었다.
유명한 관광지를 모를 때는 많은 사람들이 걷거나 모인 장소에 가면 틀림없이 명소다.
상인들도 자리 잡고 사람들도 시끌 시끌하다.
"여기다."
아래로 내려다보니 정말 아름다운 도시가 우리에게 나타났다.
"와우! 멋지다."
그림 같은 예쁜 집들이 강 저편에 옹기종기 모여있었다.
강을 중심으로 도시 전체의 모습이 자연과 함께 어울리는 한 쌍의 이다.
그 조화로움이 빼어났다.
저 모습을 다시 만들어 내라면 가능할까?
그간 짐을 끌며 다녔던 피로를 확 날려주는 듯했다.
미소들이 다리 위에 여기저기 걸렸다.
하얀 옷을 입은 단체 여자애들이 난간에 조르르 붙어 서서 여러 포즈로 사진을 찍기에 바빴다.
도시 풍경만큼이나 예쁘다.
신선한 바람과 싱그러움과 우리의 마음이 한 데 모여 난간 위에서 또르르, 다리 위에서 떼구루루 굴러간다.
한참을 넋이 빠진 채로 경치를 즐기다가 바로 위쪽에 있는 세하두 필라르 수도원 광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어젯밤 야경으로 우리를 황홀경에 빠지게 했던 곳이다.
오르막길에 들어서니 은은한 음악소리가 들렸다.
전자 첼로 연주자가 연주를 하고 있었는데 열정적이다.
음악에 빨려들 듯 다가가 벤치에 앉았다.
첼로 선율의 울림이 가슴으로 밀려든다.
광장 전경의 아름다움은 배가 되었다.
벼리!!! 이런 분위기에서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다.
갑자기 일어서더니 연주자 앞으로 걸어 나가서 동전 한 닢을 넣고 돌아선다.
그러더니 바로 춤사위로 이어졌다.
종종걸음으로 '나폴 나폴, 사뿐사뿐' 왔다 갔다...
평소보다 좀 얌전한 춤?
음악과 광장의 전경과 벼리의 춤.
삼박자가 어우러져 영화의 한 장면을 찍고 있다.
수도원 광장에서의 첼로 음악소리와 벼리의 춤은 재미있고 즐거웠다.
한낮의 추억을 남긴 수도원 광장에서 돌아서려는데 음악이 자꾸 잡아당긴다.
"더 듣고 싶다. 전자 첼로 소리가 이렇게 울림이 클 줄이야."
천천히 멀어져 가는 음악소리를 들으며 지하철을 탔다.
볼량시장으로 가는 건 즐거움 중의 하나다.
맛있는 먹거리가 가득한 시장은 깨끗하게 단장되어 현대식 건물의 면모를 갖추고 있었다.
가게마다 주로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 중심이 대부분이고 과일, 채소, 생선은 몇 안 된다.
사람들 마다 한 손에는 와인잔, 다른 손에는 한 접시의 음식을 들고 자리를 찾는다.
와인과 함께 점심을 먹는 모습이 매우 평화스럽게 보였다.
우리도 끼여서 샐러드와 과일을 먹으며 시장 분위기를 맛보았다.
버스를 타고 시내를 구경하기도 하고
걸으면서 곳곳의 성당과 고풍스러운 건물들을 둘러보았다.
마지막으로 조앤롤링이 “해리포터”시리즈의 영감을 받았다고 해서 유명해진 렐루서점으로 갔다.
예약을 해야 하며 입장료는 5유로다.
책을 구입하면 입장료만큼 할인된다.
서점 안은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어 책을 파는 서점인지 관광지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였다.
몸을 요리 저리 돌려가며 비집고 다녀야 했다.
책 보러 온 사람 반, 사진 찍으러 온 사람 반
“해리포터”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보니 서점도 덩달아 유명세를 탔다.
나선형 붉은색 계단으로 빙빙 돌아 2층까지 올라갈 수 있다.
레드카펫을 밟는 기분이 들 정도로 우아하고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1869년에 설립되었는데 내부는 좁으나 오목조목 설계된 목조구조가 한층 돋보였다.
아름다운 붉은 색상과 곡선의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해리포드 초기 집필 원서를 보관한 곳도 있었다.
큰 딸이 좋아하는 해리포터 책을 사고 싶었는데 가져갈 수 없어 아쉽다.
여러 책들을 펼쳤다 접었다 하며 만지작 거리기만 했다.
어린 왕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등 작고 귀여운 책들이 꽉 찼고 가지런히 정리되어 눈이 즐거웠다.
책을 좋아하는 벼리는 사고 싶은 게 많단다.
'그림의 떡'이다.
렐루서점의 매력에 빠져 갈 생각을 않는 벼리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니 가자고 한다.
하루종일 있어도 지겹지 않겠다고 했다.
세계에서 제일 아름다운 서점.
해리포트 책이 풍부한 서점.
이 둘을 보기 위한 관광객이 줄을 선다.
눈과 마음에 책을 가득 싣고 독서한 보람처럼 만족스럽게 서점을 나왔다.
머릿속을 맴도는 책들과 도시의 건물들이 아름다운 파노라마로 이어지며 오늘의 남은 여정을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