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마드리드로 가는 날이다.
우버택시로 포르투 역으로 가니 어디선가 색소폰 소리가 들리며 그 음악이 싱그러운 아침을 열고 있다.
오늘의 일정은 열차를 세 번을 갈아 타야 최종 목적지인 마드리드에 도착한다.
유레일패스는 일종의 탑승권이고 구간에 따라 좌석예약을 해야만 한다.
첫 구간과 두 번째 구간은 예약이 필요 없어 역무원에게 티켓을 받아서 무난하게 탔고 플랫폼에 내렸다.
세 번째 구간의 마드리드행은 기차 안에서 예약비를 내도 되니 그냥 타라고 해서 플랫폼에 기다렸다.
그러나 시간이 조금 있어서 벼리와 짐은 플랫폼에 두고 예약비를 내고 표를 받기 위하여 출입구를 나갔다.
이것이 긁어 부스럼이 될 줄이야...
시키는 대로 가만히 있다가 탔으면 되는 것이었는데...
역내 티켓오피스에 찾아가니 오늘 마드리드 가는 기차는 자리가 없어서 모레라야 갈 수 있다고 한다.
'이게 뭔 소리!!!'
내가 유레일패스를 모바일로 구매한 관계로 완벽한 사용법을 잘 몰라서 포르투갈에서 황당한 일이 있었다.
예약비 영수증을 버려서 기차 안에서 다시 냈던 일 말이다.
그냥 서 있다가 기차를 탈까 생각하다가 미리 내는 게 좋을 것 같아 사무실에 갔더니만 좌석이 없다는 말을 듣다니...
눈앞이 캄캄했다.
뒤의 다른 일정들이 뒤죽박죽 엉망진창이 될 일을 생각하니 어처구니가 없었다.
기차 출발시간은 20분 남았는데 좌석이 없어서 마드리드를 못 간다니!!!
아무리 사정 이야길 해도 도통 들으려 하지 않는다.
그러면 나도 배 째라다.~~
내 짐과 부인이 플랫폼에 있으니 나는 무조건 가야겠다.
티켓 출입구로 들어서니 직원들이 앞을 막고 가는 나를 저지한다.
이러는 사이 시간은 흘러 기차 도착 시간이 되었다.
내가 도둑질하는 것도 아니고 외국인이 패스 사용법을 잘 몰라서 일어나는 일이니 나중에 문제가 생겨도 큰일이 아닐 것이라 생각하고 저지선을 뚫고 열차 플랫폼으로 달렸다.
잡으러 쫓아오지 않은 것만이라도 다행이다.
만일 따라왔다면 또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 모르겠다.
기차가 올 때까지 엘리베이터 뒤에 보이지 않게 섰다.
잠시 후 나를 찾으려고 플랫폼까지 직원들이 오고 있었다.
그때 출발할 기차가 막 도착했다.
기차에 오르는 사람들 틈에 끼여서 얼른 가방 두 개를 양손에 들고 무조건 탑승했다.
벼리도 따라 올랐다.
기차 바깥쪽 타려는 많은 사람들 속에서 두 명의 직원이 나를 찾으려고 두리번거렸다.
출발 때까지 만이라도 직원들 눈에 띄지 않으려고 화물칸 쪽에 짐을 밀어 넣으면서 허리를 굽혀 몸을 살짝 숨겼다.
'빨리 출발해라. 기차야. 왜 이리 더디냐.'
아까 저지하던 출입구에서 오랫동안 직원과 얘기하는 것과 달려오는 나를 멀리서 지켜본 벼리는 자세한 건 모르지만 대충 눈치를 챈 것 같았다.
냉큼 올라탄 벼리는 기차 창문으로 직원의 동태를 살피며 얘기한다.
"직원이 입구까지 왔다. 바로 우리 문 앞. 보입니다. 머리 더 숙이슈. 올라오려고 한다. 이쪽으로 빨리 피해야 된다. 어 안 올라오네."
어떤 승무원이 막아서며 뭔가에 대해 얘기를 하고 있다.
'유레일 패스가 있고 잘 몰라서 그런 것 같으니 봐주자고 한 건지??'
돌려보내는 것 같았다.
잠시 뒤 기차는 움직이고 승무원이 다가와 우리의 사정을 아는지 맨 앞 칸에 가서 앉으라고 했다.
어떠한 것도 묻지 않고 안내만 했다.
'우리와 인연이 있는 분일까?'
인상도 좋아 보였다.
'고마운 승무원을 만나서 마드리드까지 가는구나.'
타국에서 이런 분을 만나면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기차는 탔지만 6시간 동안 가시방석에 앉은 것처럼 힘들었다.
'내 돈 주고 내가 기차 타는데 이런 일을 겪다니...'
문의도 하고 확인해서 탔는데 도착할 때 또 달리 적용되는 일관성 없는 시스템이 정신없게 만든다.
예약시스템에 대하여 거의 알고 있다고는 생각하지만 혹시 실수할까 봐 미리 확인을 한다.
마드리드행도 그랬었다.
친절히 안내를 해 주는 사람도 있고 불친절한 사람도 있다.
성격이니 할 수 없지만 정확하게 알려줘야 하지 않나?
특히 좌석이 없어 못 간다는 기차는 빈자리가 제법 많이 보였다.
이건 무슨 제도인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를 일이다.
내가 이 문제에 대하여 도착역에 문의하러 가려고 하니 벼리가 그냥 조용히 가자고 한다.
마드리드로 가는 기차 내에서 유레일패스 회사에 이메일을 보내고 예약방법 등에 대하여 문의하여 흘러가는 시스템을 더 알게 되었다.
앞으로 한 달 가까이 기차를 타야 하는데 아직 완전히 이해를 못 한 건 부딪히면서 해결해 보기로 했다.
마드리드에 도착해서 역을 빠져나오니 더운 열기의 공기가 훅 밀려든다.
스페인에 있는 동안 더위와 싸워야 하나?
포르투갈의 날씨와 딴판으로 여자들의 옷차림은 노출이 심한 것 같다.
그런데 더 세련된 느낌이다.
지하철을 타고 에어비앤비 숙소에 도착했다.
먼저 예약시스템에 다시 들어가 알아보니 스페인 국내 구간은 인터넷예약이 안되고 국제선 구간만 인터넷 예약이 된다고 한다.
나라마다 예약시스템과 절차가 조금씩 다르다.
그래서 연습 삼아 바르셀로나에서 파리 가는 기차 예약을 인터넷에서 하니 예약이 바로 되었다.
숙소는 교사를 은퇴하신 나이 드신 노인이 혼자서 아파트에 사는데 인상이 온화하고 잘 웃으신다.
방 2개를 공유하고 있었는데 정리가 잘 되어 있고 깔끔했다.
전등도, 거실에 있는 에어컨도 바로 끄는 걸 보니 절약을 많이 하는 것 같았다.
다른 방에는 바르셀로나에서 휴가 온 부부가 있었는데 남자는 스페인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준다.
모르는 것을 친절히, 알 때까지 반복하며 가르쳐줘서 벼리는 웃고 난리다.
알아 들었는데 자꾸 말한다고...
벼리가 샤워하고 머리를 수건으로 감고 나오니 자기 방에 가서 드라이기를 얼른 가져 나오며 쓸 거냐고 한다.
"감사합니다. 아니오. 선풍기로 말릴게요."
"오케이"
센스 만점인 아저씨다.
같이 얘기 나누면서 화기애애한 마드리드의 밤이 깊어간다.
포르투 역사 내에의 색소폰 소리
첫 번째 열차는 상큼하게
스페인 어느 바닷가
두 번째 열차도 상큼~~
예약을 못해 도망치는 작전으로 탑승한 열차
무사히 작전임무 완수
마드리드 지하철
마드리드 아토차 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