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버네스의 아침은 선선하다.
여름이 실종되었다.
호텔의 조식은 훌륭했고 즐기며 마시는 카페 같은 분위기다.
잠자리가 계속 바뀌니 호텔 투어 하는 것 같다.
호텔 정문과 로비와 방문을 들어설 때의 설레는 마음.
경품이 당첨될까 안될까 라는 마음처럼 두근거림도 있다.
만족할 때도 사진과 달라 때론 실망하지만 그래도 괜찮다.
조식도 그런 마음으로 들어선다.
오늘은 대만족이다.
맛있는 아침을 먹었으니 하루도 맛깔난 것이 기다릴 것 같다.
카운터로 가서 네스호 가는 방법에 대하여 물었다.
호텔 직원이 알려준 장소를 지도에 표시하고 시내에 있는 버스 터미널까지 30분을 걸어 도착했다.
한국에서는 2시간 정도 매일 등산을 했는데 여행기간에는 별도의 운동 시간이 없다.
그래서 걸어 다닐만한 길은 모조리 걷는다는 각오로 여행을 하고 있다.
허벅지와 장딴지가 더 단단해지고 있으니 체력유지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
그나마 벼리가 다른 여자와 달리 걷는 걸 좋아해서 하루 종일 걸어도 다리 아프다는 말과 불평이 없다.
이것도 한 몫한다.
평평하고 나무가 우거진 좋은 흙길을 걸을 땐 마냥 행복해한다.
온 세계로 이어지는 이런 길이 있다면 걸어서 한 바퀴를 하고 싶다는 말을 종종 했었다.
긴 여행에서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다.
'벼리 짱~~'
버스터미널은 어제 밤늦게 도착한 열차역 바로 옆에 있었다.
호텔 직원이 추천한 장소는 도레스 비치라고 네스호의 동쪽이다.
버스 출발 시간이 1시간여 남아 길 건너 있는 마켓과 시내 구경을 했다.
벼리는 구경할 게 많아 항상 내 뒤 저만치 떨어져서 걸어온다.
'뭐가 볼게 많을까?'
여자와 남자의 다른 점 같다.
시간이 되어 버스 터미널로 갔다.
뒤 따라오던 벼리가 또 멀리 쳐져 누군가와 대화를 하고 있다.
버스터미널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과 짧은 영어와 몸짓으로 네스호 가는 버스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터미널 직원은 호텔에서 추천한 장소보다는 그 반대쪽에 있는 '어커트캐슬'로 가는 것이 경치가 좋다고 했다.
출발 대기 중에 있는 버스가 그쪽으로 가니 타라고 했다.
원래 타려던 버스보다 훨씬 출발이 빨랐다.
"앞뒤 가릴 것 없이 좋다고 하니 믿고 가 보자"
운전기사에게 버스요금을 결제하고 네스호의 서쪽 편에 있는 '어커트캐슬'로 가는 버스에 올랐다.
버스는 시내를 빠져나가 녹음이 짙은 한적한 도로를 40분 정도 달렸다.
중간 정류장인 '어커트캐슬'이라는 안내방송에 버스에서 내렸다.
'어커트캐슬'은 한때 스코틀랜드에서 가장 큰 성으로 500년 동안 스코틀랜드족과 잉글랜드인 들이 권력 투쟁을 계속한 곳이라고 한다.
성은 자코바이트의 난이 일어나자 그동안 성을 정복해 있던 정부군이 떠날 때 성을 폭파시켜 버렸다고 한다.
그래도 그 잔재에서 여전히 중세시대와 고귀한 거주자들의 삶을 느낄 수가 있었다.
침실, 부엌, 곡식 곳간, 화장실 등 희미한 흔적들만 남았지만 튼튼하게 지은 돌로 된 성이 온전하게 보존되었다면 정말 멋질 것 같았다.
성벽 군데군데 만든 조그마한 창으로 바라보는 경치는 한 폭의 자연의 그림이었다.
네스호의 시원함이 밀려들어왔다.
네스호와 맞닿은 성에서 바라보는 풍광에 반했다.
어디에 서 있든 못난 사람도 멋지고 예쁘게 변해 버릴 것 같은 기이한 장소다.
그래서 괴물이 나타났을까?
네스호에 접해 있는 부서진 성탑 위에서 괴물이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어디에 있나?'
떠나지 않고 오래도록 눈 빠지게 살펴보았지만 우리 앞에 '쑥' 올라오지 않아 실패했다.
지구촌에서 일어나는 희한한 일을 보면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예측을 못한다.
"영화처럼 진짜 나타난다면 어떻게 되지?"라고 벼리가 묻는다.
나는 "그럼 뉴스에도 나오는 대박사건이니 좋지" 라며 웃었다.
"아이고 무서워라. 현실이 된다면 끔찍하겠다. 이런 말 하는 사람부터 잡아가겠지?"
시시 껄껄한 말을 하며 잡히기 전에 도망가자고 했다.
네스호의 물에 손을 담그니 '오싹 오싹.'
마음이 만드는 느낌이다.
올라가는 길 양쪽의 초록 잔디가 부드럽다.
앉아 보고 누워보는 건 드문 일이었는데 너무 깨끗해서 맘껏 누릴 수 있었다.
공기가 너무 맑고 신선하. 고 하늘이 파란 청정지역이다.
어제 열차로 긴 시간 하이랜드 제일 끝쯤의 인버네스로 온 건 오늘의 이 시간을 위해서였다.
어커트캐슬과 네스호의 자연과 아름다움을 가슴에 듬뿍 담아간다.
호수에서 길게 이어진 네스강을 따라 시내로 돌아와서 인버네스 성으로 갔는데 유지보수 공사 중이었다.
대신에 성 바로 옆에 있는 박물관에 갔다.
왕실 가족들의 사진을 손바닥 반보다 작은 조그마한 액자에 넣어서 전시해 두었다.
왕자와 공주는 더 작은 액자에 넣었으니 앙증맞기 이를 데 없다.
의복과 그릇, 생활도구들이 눈길을 오래 끌었다.
너무 예뻐다며 벼리는 두 바퀴를 돌면서 눈에 넣느라고 얼이 빠졌다.
옆으로 돌아가니 또 다른 전시실 입구에는 art라고 되어 있었다.
그림과 조각품과 입체작품으로 전시되어 머리를 많이 회전시켰다.
"요리보고 저리 봐도 음음 ~~ 알 수 없는 작품~작품~"
'호이' 작가의 의도를 알 수 없는 것은 각자 해석하면 되는 거지.
잘 보고 갑니다.
시내를 가로질러 흐르는 네스강변을 걸었다.
국기를 펄럭이며 이상한 복장을 한 남자 뒤를 따르는 여러 명의 남자들은 손뼉 치고 낄낄거리며 건들건들 걸었다.
"뭐야, 저 모습들은?"
페이스페인팅한 얼굴과 치마 아래 망사스타킹에 부츠까지.
우리를 힐끗거리며 웃으며 즐겁다.
"하이"
우리는 네 손가락을 접었다 펴며 인사했다.
이상한 얼굴로 입을 크게 벌리며 "헬로"라고 화답하는 입은 빨갛다.
강 건너 음악 소리가 들려서 그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하일랜드 프라이드 페스티벌'이라는 행사로 스콜틀랜드 사람들의 지방 자축행사인 것 같았다.
인버네스에서 1년에 한 번 열린다는 행사에 우리가 초대되었다.
정문으로 입장을 하니 선글라스와 손목에 입장 분홍 팔찌를 채워주면서 우리를 맞이해 주었다.
축제 마당은 학교 운동장 10배 정도로 아주 넓었다.
아까 보았던 그 남자들이 여기에 참가하기 위한 복장이었구나.
드레스와 면사포를 쓴 남자, 망사스타킹과 스커트는 기본이다.
피에로 복장, 올림머리, 빡빡머리, 쫄바지, 나팔바지, 우아한 드레스, 쫄티, 배꼽티, 현란한 색의 옷, 촌티 나는 옷, 모자, 신발 등 다 열거할 수 없는 복장들이 가관도 아니었다.
우리만 보기 아까워 아는 지인들도 옆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완두콩 자매 옷과 분홍 공주 옷을 입고 설치면 한바탕 꿈이 되려나?
간이부스에는 홍보물과 기념품들이, 푸드트럭에는 맛있는 음식과 음료들도 흔들거린다.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사람들, 맥주에 취한 사람들 모두 흥겹다.
춤은 그래도 맥주라도 한잔 있어야 제격인데 맥주는 나를 부르질 않는다.
밴드의 음악은 소리가 어찌 큰지 축제 담장을 넘어 울리며 시내를 들썩거리게 했다.
하일랜드는 소박하지만 정겹다.
네스호와 축제가 만나 인생을 즐기는 멋진 곳이다.
만약 여기서 산다면 정들어 살만 한 곳이 되겠지?
벼리는 좋기는 하지만 추워서 살기 싫다고 했다.
벼리가 싫으면 나도 못 사는 곳.
자기가 사는 곳이 제일 좋지 않은가?
보고 싶은 네스호를 봤으니 우리는 대한민국의 김해댁이일세~~
인버네스역 앞
어커트캐슬
네스호
어커트캐슬
전설의 괴물체가 있다는 네스호
인버네스 시내 상점
인버네스 시가 전경
공사 중인 인버네스성
네스 강변에서
하이랜드 축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