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딘버러로 향한 일등석 열차에서 /23년7월23일(일)

by 강민수

오늘은 인버네스를 떠나 옛 스코틀랜드의 수도이자 2004년 유네스코가 선정한 문학의 도시, 에든버러로 이동하는 날이다.

인버네스와 에든버러는 모두 스코틀랜드 지역으로 런던이 있는 잉글랜드와는 별개의 자치법으로 통치되고 독자적인 사법제도와 보건. 교육제도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에든버러로 출발하는 열차에는 일요일이라 그런지 손님들이 많았다.

오르내리는 출입구부터 여러 줄이 뒤죽박죽 범상치 않다.

반면에 열차의 객차 수는 그렇게 많아 보이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우리가 타고 갈 일등석은 한 칸인데 손님들은 넘쳐흐른다.

좌석 예약을 못한 사람들은 입석으로 가야 했다.

예약시스템에는 좌석 예약이 뜨지도 않았는데 막상 열차에 타고 보니 모두 예약 좌석으로 표시되어 있었다.

'일등석에서 입석이라니...'

예기치 못한 일에 순간 '뻥, 뜨아아.. ' 당황스러웠다.

할 수 없이 입석으로 4시간 여를 가야만 했다.

가방을 보관하는 장소에 비집고 들어가 딱딱한 선반에 올라앉았다.

시간이 지나감에 서있던 사람들이 캐리어에 걸터앉고 바닥에 주저앉았다.

피난민이 따로 없는 풍경이다.

중간 역에 할머니 한 분이 내려야 하는데 통로마저 사람들로 막혀 나갈 수가 없는 형편이었다.

"일어서서 비켜요. 내려야 할 분 있어요. 바깥 직원에게 연락게요."

여기저기서 큰 소리로 부산하게 연락하고 말들이 전달되고 있었다.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할머니가 편히 내릴 수 있도록 길을 만들었다.

열차는 할머니가 무사히 내릴 수 있도록 충분히 정차하여 기다리며 직원이 올라와서 모시고 내려갔다.

비상사태를 슬기롭게 헤쳐나가는 한 장면이다.

자기 일처럼 도와주는 모습이 보기 좋고 본받을 만했다.

'우리도 저 정도의 사회적 품격은 있을까?'

경제적으로는 선진국에 진입했다는데 정신적인 측면은 아직도 더 성숙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국 사람들의 인격은 멋있어 보였다.

몇 구간의 역을 통과하니 좌석이 한 둘 드러났다.

물꼬가 점점 트인다고 해야 하나?

"와, 몇 년 만에 앉아 보는 자리냐?"

통로에 앉은 사람들도 빈자리를 찾아 나섰다.

앉아 간다고 당연시 여기며 열차에 올라 입석의 불편함을 겪어야 자리의 소중함을 느끼는 걸까?

한 시간 이상 자리가 생기지 않았다.

그래도 참을 만했다.

이 보다 더 극한 상황에 처한 것보다 100배는 나았다.

순리대로 흘러가는 일상이 그저 감사할 뿐이다.

에든버러 역에 도착하여 25일 예약한 런던에서의 뮤지컬 관람 시간이 바쁠 것 같아 오후에서 오전으로 변경하여 일정을 조정했다.

모처럼 영국에서 보는 뮤지컬이니 만큼 벼리의 편안한 관람을 위하여 에든버러 체류시간을 줄인 것이다.

버스를 타고 숙소가 있는 곳으로 이동하였는데 시내에서 좀 외곽으로 떨어져 있는 것 같다.

다행히 도착한 버스 정류장 바로 건너편에 숙소가 있었다.

짐을 두고 대형마트에 장 보러 갔다.

여기는 시내와 멀어 사람이 많이 살지 않은 곳 같았다.

그런데 마트는 정말 컸다.

마트 안에는 사람도 별로 없었다.

8시에 영업 종료다.

유지가 잘 되는지 궁금증이 일었다.

저녁거리 몇 가지를 고르는데 신라면이 보였다.

"어, 신라면이다."

이 반가움!

얼른 잡아들고 "안 살 수 없지."

한글로 표기된 과자도 있어 입가에 미소가 스르르 번진다.

양파, 새우, 달걀, 야채샐러드, 빵, 맥주, 라면을 골랐다.

'달랑달랑' 발걸음도 가볍게 나섰다.

신라면에 새우, 달걀을 넣고 냄비 채로 먹는 맛은 향수를 불러오고 있었다.

"후루룩~쩝쩝, 호로록~ 짭짭^^"

맥주도 한 잔

"캬~~ "

하루의 여정이 마무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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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뷔페 한 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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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버네스 역 대합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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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등석 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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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창으로 펼쳐지는 스코틀랜드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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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든버러 숙소 가는 버스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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