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에서 나폴리로 이동한다.
나폴리도 몇 년 전에 와서 이틀간 머물렀던 곳이었는데 기대했던 것보다 썩 좋은 인상을 못 받았다.
넓은 나폴리의 일부만 관광하고 지나가서 특별한 추억거리가 없을까?
베수비오산과 폼페이와 해변에서 즐기고 가려고 하는데 다른 관광객들도 이 코스를 많이 찾을 것 같았다.
특히 이번에는 작은 딸이 갔다 와서 예쁘다던 나폴리의 아름다운 바다를 가슴에 담고 싶었다.
로마에서 12시 열차로 1시간 20분 정도 떨어져 있는 나폴리로 간다.
그런데 열차가 20분이나 지연되고 있었다.
몇 번 확인하고 안내 방송도 귀 기울여 열차에서의 실수는 더 이상 없도록 신경을 썼다.
이탈리아 말도 대충 알아들을 만큼 귀에 쏙 들어온다.
로마와 나폴리의 여름 날씨는 지낼만한 것 같다.
햇빛은 강하나 바람이 선선하고 그늘에만 들어가면 시원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찌는 여름 날씨로 모두들 고생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마음이 찡했다.
나폴리에 도착했다.
벼리의 환기시키는 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집에서도 여행지에서도 들어가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다.
추위를 유난히 타면서도 매서운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호텔명이 사요나라인데 일본풍 일거라는 예상과는 거리가 멀었다.
역 바로 앞인 것이 좋았고 나름 깔끔하였으며 작은 베란다 창을 열면 역 광장과 거리의 활기찬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중 창문을 열면 세상의 소리가 밀려오고 닫으면 쓸려나가 고요하다.
방음이 아주 잘 되어 있었다.
잠깐 휴식을 취하고 내일이나 모레쯤 가볼까 하는 베수비오산에 가는 방법에 대하여 현지답사를 갔다 오기로 했다.
지역 열차를 타고 30분 정도 가니 베수비오산 밑에 있는 '토레 델 고레꼬'라는 마을에 도착했다.
마을 중심지로 찾아가서 베수비오산 가는 버스를 물어보니 지역 주민들은 산에 가질 않는지 잘 모르고 있다.
두 젊은 사람에게 벼리가 다시 물어보았다.
"고 스트레이트 턴 라이트"
그렇게 가서 타라고 했다.
손가락 2개로 걸어가는 흉내를 내며 벼리가 물었다.
"걸어서 가면 얼마나 걸려요? 워킹..."
"두 시간." 힘드니 버스 타고 가라고 한다.
"오케이. 땡큐."
벼리는 바디랭귀지도 참 잘한다.
알려준 대로 걸어가서 다시 구글맵을 켜서 궁리를 했다.
산 쪽으로 쭉 올라가서 마을 어귀에 있는 버스를 타면 산으로 올라갈 수 있는 것 같았다.
베수비오산 가는 방법을 알았으니 이 동네 구경이나 해야겠다.
로마 외곽이라 집들이 많이 낡았다.
멀리서 보면 이색적인 건물들이 멋있어 보이나 다가서니 지저분했다.
반바지와 나시를 입고 조리를 신은 할아버지는 손에 식료품을 들고 오르막을 올라가는데 동네 사는 분인 것 같다.
우리가 서서 서성거리는 버스 정류장 앞에 모인 많은 사람들은 하나같이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었다.
남녀노소, 안 먹는 사람이 거의 없다.
이 또한 진기한 풍경이다.
'여기서 안 먹으면 바보! 사 먹어 보지? 얼마나 맛있는데..'
한 두 명도 아닌 거의 모든 사람이 아이스크림을 쪽쪽 빠는 게 이상했다.
'여기가 유명한 맛집인가?'
벼리는 가게에 들어가서 아이스크림을 사 가는 사람을 보느라 한참 동안 나오지 않았다.
'뭐가 볼 게 있다고 안 나오지?'
들어가서 보니 갖가지 다양하고 알록달록한 젤라토 아이스크림이 칸칸이 뽐내고 있었다.
천연, 100%, 유기농 우유 등등 성분 표시가 가게 안을 온통 도배를 한 듯 많이 붙어 있었다.
손님들은 끊임없이 들어와서 사 갔다.
큰 통에 무게를 달아 포장해 가는 손님들도 많았다.
유명한 가게임에 틀림없는 것 같았다.
'그냥 갈 수 없지.'
아이스크림을 사서 맛을 보았다.
쫀득한 촉감이 입안을 감돌며 목 줄기를 타고 내려가는 맛이 엄청 맛있었다.
바게트는 파리, 젤라토 아이스크림은 이탈리아, 대한민국은???.
이름이 난 것은 그 값을 톡톡히 하며 다른 곳과 확실히 차이가 나고 맛이 있었다.
'내 이름도 알려볼까? 향기롭게 따뜻하고 달콤하게?...'
찾는 이가 있으려나...
돌아가는 길가에 무궁화 한 그루가 외롭게 피어 우리를 반겨 주었다.
"엄마야, 무궁화가 여기에 피어 있네."
벼리가 놀라서 소리 냈던 곳을 보니
우리나라에서도 보기 드문 무궁화가 이탈리아의 작은 마을에 피어 있었다.
"무궁화가 여기에? 웬일이람."
눈을 의심할 정도로 믿기지 않아 요리조리 살펴봤다.
"참 신기하다."
나무가 기울어져 있는 게 불쌍해 보였다.
"우리나라에서 쭉쭉 번창하게 자라야 할 국화가 여기서 뭘 하니?"
"가자. 한국으로.."
별 생각이 다 들었다.
살짝 어루만지며 무궁화 옆에서 다정히 기념사진을 찍었다.
역으로 돌아와 열차를 기다리고 있는데 멀리서 "펑펑 퍼버벙 타닥" 폭죽 터지는 듯한 소리가 많이 들렸다.
아직 어두워 지지도 않은 시간인데 불꽃놀이를 할리는 없고 '이거 뭐지?'
베수비오산 밑이라 순간적으로 놀란 생각
'화산이 또 터지나?'
'설마. 아니겠지.'
설마가 사람 잡지 않길....
잠재적 의식 속의 화산폭발에 대한 두려움으로 원인을 알 수 없는 소리에 놀라기도 했다.
화산이 폭발할 당시 어느 누가 그 엄청난 일을 짐작했겠는가?
상상조차 할 수 없을 만큼 끔찍했을 것 같다.
약 1분간 이어지더니 소리가 사라지니 안심이 되었다.
활화산이라 또 언제 폭발할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앞 일을 아무도 예측할 수 없으니 자연의 거대한 힘에 순응할 수밖에 없다.
그래도 사는 동안 큰 재앙은 피하고 싶은 게 모두의 바람이지 않겠는가?
'자연은 사람 보호 사람은 자연보호'의 표어가 떠오른다.
벼리는 몸에 배어있다.
지구가 아프지 않게 누구나 실천해야 할 일이다.
열차가 오니 반가웠다.
'어서 먼 곳으로 탈출하자.'
호텔 주변의 화려한 밤거리가 아름답다.
어울림의 조화가 빛을 발하는 광경이다.
이곳에 선 나란 존재는 누구인지...
늑장 열차
토레 델 고레코 마을 모습
세계적 언어 바디랭귀지 중
젤라토 아이스크림
휘어져 외롭게 핀 무궁화
나폴리로 돌아가는 중 보이는 나폴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