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의 상징인 거대한 건축물인 콜로세움을 찾아갔다.
비가 와도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관광 명소는 아침부터 시끌 벅쩍한다.
전쟁 포로인 검투사와 맹수의 전투 경기가 벌어진 원형 경기장은 규모가 어마 어마하다.
8만 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다니 그 당시 로마 시민 모두가 들어갈 수 있지 않았을까?
영화를 통해 많이 보았던 경기장에서의 잔인한 모습들이 떠오른다며 벼리는 이제 안 들어간단다.
밖에서 보니 개미처럼 작게 보이는 사람들이 위아래로 부지런히 왔다 갔다 하면서 구경을 하고 있었다.
'개미의 일생과 인간의 삶은 뭐가 다를까?'
이번 여행에는 사람을 많이 보고 관찰하면서 마음까지 읽는 시간들이 때때로 지나갔다.
'저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어떤 기분일까? 즐거울까? 괴로울까? 왜 다니고 있을까?...' 등
관광지의 주변 철책은 높고 넓어만 가는 느낌이다.
올 때마다 없던 철책이나 접근 금지 시설물이 늘어만 간다.
입장료도 너무 비싸게 받거나 예약을 안 하면 들어갈 수도 없다.
예전에 들어갈 때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지 않았던 것 같았는데...
세월의 흐름에 기억이 옅어져서일까?
요즘은 관광지마다 사람들이 많아도 너무 많아 입장 시간이 길다.
과거 조상들의 융성했던 문화와 유물이 후손들에게 유산이 되고 있지만 전 인류적 관점에서 볼 때 누구나 쉽게 가서 보고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영박물관이 무료 개방을 하듯이...
콜로세움 옆에는 콘스탄티누스 황제의 개선문이 있었다.
라이벌인 막센티우스를 물리친 기념으로 만든 건축물인 만큼 그의 업적과 시대상을 반영한 조각이 새겨져 있었다.
나폴레옹이 로마의 개선문을 파리로 가져가고 싶어 했단다.
그럴 수 없으니 이걸 모티브로 더 크고 화려한 파리의 개선문을 세웠다고 한다.
비가 많이 내리기 시작했다.
콜로세움 맞은편 가게의 처마 밑에서 비를 피하며 멈춰 섰다.
비 오는 날 바라보는 콜로세움은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왔다.
묵묵히 기나긴 세월 속에서 허물어진 돌벽들로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는 저 장엄한 건축물을 만든 사람들의 노고가 눈에 그려지기도 했다.
약해진 비를 뚫고 대전차 경기를 벌였던 키루쿠스 막시무스를 찾아갔다.
그런데 오늘 밤에 공연이 있나 보다.
입장객들이 비 오는 날에도 벌써부터 장사진을 치고 길고 긴 여러 줄을 만들어 기다리고 있었다.
내부에는 무대와 공연 시설물 설치로 분주하게 움직이느라 바빴다.
맡은 일에 책임을 다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사람들 틈 사이로 멀리서 잠시 보고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몇 년 전에 여기도 철책이 없었는데 오늘 공연 때문인지 전체적으로 둘러쳐져 있었다.
이 장소에서 로마 시민들이 함성을 지르며 경기를 보았을 것이다.
후손들도 오늘 밤 여기에서 큰 소리로 열광하겠지?
화장실을 가고 싶어 주변 식당의 화장실을 가려고 앞을 향해 가는데 옆에 긴 줄이 있었다.
'이 줄은 뭐지? 맛집인가?'
화장실을 기다리는 줄 모르고 입구 쪽으로 가니 줄을 서라는 것이다.
가리키는 곳을 보니 남녀가 섞여 한 줄로 길게 서서 대기 중이었다.
'화장실이 한 개 밖에 없나 보지?'
30분 이상을 기다려야 할 것 같아서 다른 곳을 찾으러 갔다.
모퉁이를 돌아 다른 식당으로 들어가니 바로 입장이다.
'아싸. 줄 없이 바로 들어가네.'
발품을 조금 팔았더니 또 다른 길이 있군.
여러 갈래의 길에서 본인의 선택에 따라 다른 세상이 열린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어떤 상황에 문제가 생기거나 길이 막히면 대책안을 만들어 즉시 실행하는 요령이 필요할 것 같다.
그럼 삶의 질을 높아 질까?
진실의 입에 가려고 하니 오늘 공연으로 가는 길을 모두 막아 놓아서 할 수 없이 돌아서 가야만 했다.
진실의 입도 역시 영화 “로마의 휴일” 때문에 유명해지지 않았을까 싶다.
그러고 보니 로마시는 스위스에 잠들어 있는 오드리 헵번에게 감사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돌아가는 길에 고대 로마 시민들의 생활 중심지인 포로 로마노에 갔다.
흩어진 돌덩이와 기둥 몇 개만 남은 폐허로 보이지만 원래는 정치, 종교, 상업 등 시민 생활의 많은 것들이 모여 있던 곳으로 지금도 발굴 작업 중이다.
미켈란젤로가 설계했다는 캄피돌리오 언덕을 넘어왔었다.
고대 로마에는 7개의 언덕이 있었는데 캄피돌리오 언덕이 가장 신성시되었다고 한다.
해발 39.5미터 높이의 언덕에 올라 내려다보는 포로 로마노는 한눈에 들어오고 광장 역시 볼거리가 많다.
광장 중앙에는 로마 16대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청동 기마상이 자리 잡고 있다.
황제의 위상과 훌륭함에 높이 올려다봤다.
권력과 명예욕에 불타 전쟁을 일으키기도 하고 남을 헤치면서 오른 권좌에서 불안에 떨었던 수많은 황제들과 왕들.
최후는 비극으로 끝나는 경우도 많았다.
모든 걸 거머쥔 행복한 순간들도 있지만 다 사라지는 것을...
그러나 아우렐리우스는 지나친 욕심과 쾌락은 고통으로 이어짐을 알고 어떠한 유혹에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 부동심을 가지려고 했다.
엄격하고 절제된 생활을 했으며 최고의 오락거리였던 검투사 시합과 마차 경기도 멀리했다고 한다.
'나의 철학과 좀 닮은 데가 있네.'
존경할 만했다.
캄피돌리오 계단과 광장을 르네상스의 위대한 예술가 미켈란젤로가 설계하였다고 한다.
황제와 예술가의 환상적인 궁합이다. 그들의 위대함에 감탄하며 찬사를 보내면서 우리의 멋진 교통수단인 열차를 향해 갔다.
숙소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며 이탈리아를 다니면서 본 것을 얘기했다.
생각했던 만큼 옷이 세련되지 못했고 요가 복장 같은 차림이 눈에 많이 띄어 약간 실망스러웠다.
쫄바지나 레깅스 같은 몸매가 드러난 옷을 입고 거리를 활보하는 여성들이 많았다.
'잘 났어 정말...'
코걸이. 배꼽걸이, 문신한 사람들은 기본이다.
유럽 대부분의 여자 머리카락이 나이를 막론하고 길었던 것에 비해 이탈리아 여성들은 짧은 머리를 많이 하고 다녔다.
저 멀리 가물거리는 지평선과 함께 로마의 마지막 밤이 깊어간다.
콜로세움
로마시민들의 생활중심지 포로 로마노 잔해
콘스탄티누스 개선문과 콜로세움
진실의 입
공연 입장 대기 중인 사람들
미켈란젤로가 설계한 캄피돌리오 언덕에 있는 광장
빠스까띠 야시장
빠스까띠 연회장
빠스까띠 일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