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의 관광지를 봤지만 우리는.../23년8월4일(금)

by 강민수

어젯밤 무사히 호텔을 찾아서 체크인을 했지만 역시 무거운 가방이 문제다.

더구나 한쪽 바퀴들이 고장 나거나 없어진 상태에서 짐을 이동하기가 무척 힘든다.

바퀴가 온전해도 울퉁불퉁한 길은 끌고 다니기에는 부적합하다.

숙소까지는 가까운데 캐리어 가방이 잘 움직이질 않으니 최악의 길이다.

그러나 옛 길은 고대 로마를 연상시키는 조각돌 포장으로 운치가 있고 멋지다.

'양날의 검'인 격이다.

호텔에서 조식을 먹고 지역 열차를 타고 로마 시내로 나갔다.

유심을 사려고 방문한 네 곳 매장 중 마지막으로 역 지하에 있는 TIM 매장이다.

물어보는 것 만 대답할 뿐 상냥스럽지가 않다.

코팅된 종이를 내밀며 이것 보고 더 묻지 말라는 태도다.

가장 적합하여 거기서 유럽연합 유심을 구매했지만 꺼림칙한 느낌이다.

1시간 후부터 인터넷이 가능하다는 직원 말을 듣고 역 밖으로 나왔는데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휴대폰이 없던 시절 지도를 보고 다 다녔는데 구글지도에 너무 의지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지나가는 한 여자분에게 "하이, 스페인 계단은 어느 방향으로 가나요?" 물어보니 스페인을 모른다.

한참 이야기 끝에 스페인 아니 에스파냐?

"에스파냐 플라자"라고 하니 그때서야 알아듣고 방향을 알려 주었다.

지나가는 발걸음을 멈추고 오랫동안 배려 해 주는 마음이 참 고마웠다.

휴대폰 인터넷이 될 때까지 방향만 보고 걷다가 바실리카 세인트 마리아 성당을 갔다.

고대 골조들이 그대로 남아 있고 이 성당을 설계한 미켈란젤로의 기초 그림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성당이 상당히 멋졌다.

성당을 나오니 새로 산 유심이 작동하는 것 같아 기뻤다.

스페인 광장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중에 샘소나이트 가방 가게가 보여 고장 난 바퀴 수리를 물어보니 주소를 알려 주었다.

이리 꼬불 저리 꼬불 수리점을 찾아가보니 조그마한 가게에 마음씨가 좋아 보이는 아저씨 한 분이 수리에 대해 설명을 해 주었다.

저녁에 이메일로 고장 난 부분의 사진을 보내기로 하고 수리점을 나왔다.

로마 시내 전체의 건물들은 고풍스러워 과거로 돌아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옛사람들이 무수히 지나간 발자취를 따라 한 발 한 발 내딛는 발자국에 포개지면서 살아 숨 쉬는 듯한 착각에 빠져들기도 했다.

거쳐간 사람들을 많이 만나는데 여러 번의 방문이 한몫을 한 셈이다.

흔히 접하는 돌로 된 계단 자체인데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 오드리 헵번이 아이스크림 먹는 장면으로 유명해진 곳.

스페인 계단에는 사람들이 많이 모여 앉아 있었다.

우리도 계단에서 한 자리를 차지했다.

모두 뭘 생각하는지?

나는 알지요.

아마도 영화의 한 장면?

우리가 처음 왔을 때 오드리 헵번처럼 젤라토를 먹으며 영화 한 장면을 찍느라 웃었던 그때가 생각났다.

여러 번 방문했지만 올 때마다 계단을 오르락내리락거려도 새롭다.

"스페인 계단이여, 안녕?" 돌아섰다.

네 번 왔으니 특별한 일 아니면 더 이상 안 올 것 같다는 예감이다.

스페인 광장에서 조금 위 쪽에 있는 보르게세 공원은 앞에 있는 포폴로광장과 더불어 로마의 또 하나의 관광지를 만들고 있다.

포폴로 광장은 로마로 들어오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거쳐야 하는 북쪽의 관문이다.

'민중의 광장'이라는 뜻이며 광장 한가운데는 아우구스투스가 기원전 1세기에 이집트를 정복한 것을 기념해 가져온 36m 높이의 플라미니오 오벨리스크가 세워져 있다.

몽테뉴, 괴테 등 유럽의 명사들도 이곳을 거쳐 방문했다니 우리도 명사 대열에 끼어 주려나?

포폴로 광장에서 걸어서 트레비 분수를 갔는데 여기야 말로 인산인해였다.

빽빽하여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한 동안 공사로 인하여 작동하지 않았던 분수는 그동안 참았던 물줄기를 한없이 뿜어내고 있었다.

처음 왔을 때 트레비분수에 동전을 던져 넣어서 인지 네 번째 방문이 되었다.

분수를 등지고 돌아 앉아 동전을 던지는 광경이 많이 보였다.

분수 바닥에 동전들이 쫙 깔려 있다.

관광 수업에 한몫을 하는 셈이겠지.

비집고 들어가서 사진을 찍는데 다른 사람이 주인공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카메라에 내 모습을 담기가 어렵단다.

"에라 모르겠다. 팡팡 찍어보자."

벼리가 계속 눌러 댄다.

트레비분수가 빛이라면 붙어있는 건물은 그림자일까?

분수에 가려 건물의 존재를 잊은 듯 한쪽 벽면을 내어주며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가시고기의 사랑?

작별인사를 했다.

트레비분수를 조금 벗어나면 이태리의 대통령이 산다는 퀴리날레궁전이 있다.

경비병들의 근엄한 경비 속에 대통령 거주 공간은 우리의 방문을 반겨주는 듯했다.

벼리는 경비병들에게 다가가 안을 조금 볼 수 있는지 물어보고 싶다고 했다.

"아서라. 여기가 어디라고..."

"대통령이 뭐 대수라고? 같은 사람인데.."

경비병들에게 손을 흔들며 웃음을 날려도 꼼짝하지 않고 자리를 지키며 흔들림이 없었다.

'주인의식이 더없이 강해 보이니 다음 기회에..'

퀴리날레궁전 앞에서 돌아서니 벌써 점심시간이 지났다.

다니면서 구경하다 보면 식사시간을 놓치는 때가 가끔 있고 충전도 간당간당이다.

그럴 때 맥도널드는 간단한 식사와 휴대폰에 밥을 주고 다리도 편하게 할 수 있는 좋은 장소다.

어느 정도 휴식을 취한 다음 성천사 성을 찾아가니 나보나 광장이 나왔다.

이 광장은 로마시대 때 전차경기가 열렸던 대운동장이라고 한다.

우리가 십계 영화에서 본 대전차경기의 우람한 말발굽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따그닥 따그닥" 먼지를 뽀얗게 일으키며 온 힘을 다해 달리던 스릴 있던 장면 속에 내가 섰다.

흙길은 온 데 간데없고 포장된 돌길과 달라진 주변의 분위기에서 그때를 떠올리니 상상 속에서만 맴돌고 있을 뿐이었다.

콜로세움보다 면적이 넓다는 광장 한 바퀴를 빙 돌았다.

광장 한 부분에 퍼포먼스를 하는데 그곳을 중심으로 모인 사람들의 둥근 원의 작은 광장이 만들어졌다.

숍 앤 숍처럼...

나보나 광장에서 서로 마주 보며 "나 보나" 소리 내며 활짝 웃었다.

나보나 광장을 지나면 판테온이 나오는데 신들에게 제사를 지내던 곳이라고 한다.

입장하는 줄이 길어 포기하고 성천사성으로 갔다.

로마 시내 테베레 강변에 있는 중세 이래의 성곽.

성에 들어서는 다리 위의 조각품들이 걸작이다.

하드리아누스라는 황제의 영묘로 60년 정도 사용되었다고 한다.

로마제국이 무너지면서 파괴되었고, 중세에 피난용 요새로 개조되었다가 현재는 산탄젤로성 박물관으로 사용 중이다.

일몰이 아름답다는데 비가 와서 패스다.

성천사성을 벗어나 조금 옆으로 가면 저 멀리 바티칸시국이 나온다.

바티칸시국은 인구와 영토가 세계에서 가장 작은 국가로 1929년 2월 11일 이탈리아 왕국과 교황청 간에 체결된 라테란 조약에 의하여 주권을 가진 독립국이 되었다고 한다.

비가 내리기 시작한 바티칸의 광장의 중심에 섰다.

몇 년 전 아침, 아무도 없었던 광장에서 사진을 찍고 지인에게 보냈었다.

또 다른 바티칸의 분위기를 전송했다.

바티칸 대성당과 바티칸 방문을 허락하는 쉽지 않은 기회를 얻고자 입장을 위한 긴 줄이 있었다.

박물관을 들어가는데 2시간 이상 기다려야 하는데 여기도 그런 느낌이다.

"그냥 갈까?"

"아니지. 남은 일정을 내일로 미루더라도 온 기회는 잡아야지."

바티칸 입장을 위한 줄에 합류했다.

어느새 우리 뒤에도 줄이 길어지고 있었다.

"으쓱, 줄 선배?"

30~40분 정도 기다리니 입장이 가능하여 횡재했다는 기분으로 바티칸에 입국하였다.

바티칸시국에 있는 산피에트로 대성당 또는 바티칸대성당은 가톨릭의 총본산 교회로 유럽 역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미켈란젤로를 비롯한 르네상스의 유명한 건축가들의 솜씨가 바통 터치를 하듯 이어져 뛰어난 예술 작품을 만들어 놓았다.

입이 떡 벌어져 말문이 막혔다.

마침 미사를 드리고 있었고 내부의 어마어마한 규모와 장엄함에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오른쪽에 있는 피에타는 미켈란젤로가 만 24세 때 조각한 작품으로 성모 마리아가 십자가에서 내려진 예수를 무릎에 안고 있는 모습이다.

피에타는 이탈리이어로 '슬픔이나 비탄'을 뜻한다.

교황의 제대를 둘러싼 발다키노는 높이 29 미터, 무게 37 톤의 거대한 바로크 양식의 장식품으로 청동 위에 금박을 입혀 제작되었다고 한다.

발다키노와 제대 바로 아래에는 성 베드로의 무덤이, 위에는 미켈란젤로의 돔이 있다.

성 베드로의 청동상, 의자와 여러 작품과 부속 건물들을 둘러보고 광장으로 나왔다.

광장 한가운데에는 높이 41 미터의 오벨리스크가 있다.

여기로 옮겨지기 전에 로마 테베레 강 근처 전차 경기장 안에 있었다.

이 경기장에서 베드로가 처형되었기 때문에 베드로 순교의 상징으로써 오벨리스크를 이곳에 옮겨 세웠다고 한다.

멀리서 봐도 눈에 확 띄며 대성당 앞의 상징물이다.

숙소로 돌아가려고 구글맵을 켜보니 테르미니역까지 걸어서 1시간 걸린다고 나왔다.

나는 버스나 아니면 지역열차를 타자고 제안한 반면, 벼리는 걸어서 가자고 했다.

하루종일 걸어 다닌 몸을 편하게 해 주고 싶어 지역열차로 테르미니역까지 가자고 했다.

지역열차 역이 가까이 있어서 거기 까지만 걸으면 열차가 연결되니 적게 걸을 수 있었다.

비가 오다가 말다가를 반복하는 날씨 속에서 주변에 있는 역을 찾아가다가 몇 번 길을 잘못 들어 거의 한 시간가량 낭비했다.

간신히 역에 도착했는데 벼리의 기분이 영 좋지 않았다.

"걸어서 테르미니역으로 바로 갔으면 벌써 도착했겠네. 여기서는 열차 시간 맞추고 또 타고 가야 하고 플랫폼 찾느라고 우왕좌왕하고.." 불만을 쏟아 내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1분 차이로 테르미니역 가는 열차를 놓쳤다.

다음 열차를 타고 테르미니역으로 가서 또 몇 분 차이로 숙소로 가는 열차를 놓쳐 버렸다.

벼리의 불평은 최고조에 올라 말을 잇지를 못한다.

한참 뒤에 "내 말대로 했으면 바쁘지도 않고 열차도 안 놓치고 여유가 있을 텐데 이게 뭐냐고요?"

결과론적으로 벼리의 말이 맞다.

좀 더 편하게 해주고자 한 나의 마음은 온 데 간 데 없었다.

자유여행이니 시행착오가 있을 수 있고 이를 헤쳐나가면 시간이 흐른 뒤에 정신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며 위안의 말을 했지만 먹히지 않았다.

내가 이러한 시행착오를 즐기는 사람으로 보인다고 했다.

"시행착오를 즐기는 사람이 어딨 냐."

이런 건 나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은데 따라다니는 벼리에게는 큰 장애로 와닿는 것 같다.

현지인도 아닌 내가 문화와 말과 글도 다른 외국에서 여행을 하다 보면 시행착오가 생길 수 있지 않는가?

오픈마인드로 그 상황을 수용하고 방법을 찾으면 분명히 나에게 이로움을 줄 것이라 확신한다.

쓴 약이 몸에 좋다는 말이 있듯이 지금 여행에서 겪고 있는 문제를 풀어가는 긍정의 마음가짐만 있으면 보약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이건 여행이 아니고 고생바가지다. 난 상상도 못 했고 이럴 줄 알았다면 한국에서 나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벼리는 시행착오, 쓴 약은 먹기 싫고 힘 안 들고 여유롭게 다니고 싶다고 했다.

여러 관광지, 예쁜 곳, 경치 좋았던 곳에서 웃고 재미있어하던 얼굴이 돌변했다.

벼리를 챙기고 불편함이 없도록 하여야 하는 실정이 현재 여행에서의 가장 큰 어려움이다.

오늘 로마 곳곳을 찾아다니는 여정부터 바티칸 시국에서 대성당을 둘러보고 나올 때까지 즐거웠었는데...

이 방법을 모색해야 하는 어려운 문제를 안고 밤은 깊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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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아침 식사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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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열차가 로마 테르미니역에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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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실리카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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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켈란젤로의 기초도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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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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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계단 가는 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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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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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르게세 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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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비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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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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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폴로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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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나 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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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천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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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베레강과 빅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 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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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티칸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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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티칸 대성당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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