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취리히에서 이태리 로마까지 900킬로 정도의 거리를 10시간 정도 이동해야 하는 날이다.
취리히에서 베른을 거쳐 밀라노 다음에 로마로 이어지는 일정이다.
그런데 베른에서 밀라노 가는 여정이 심상찮았다.
열차에 올라 좌석 번호를 찾으니 보이지 않았다.
표를 확인하니 분명히 밀라노로 바로 가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열차 안을 다 다녀도 좌석이 없다.
"좌석 번호가 없는 열차가 어딨 어요. 내가 찾아봐야겠다." 며 벼리가 나섰다.
끝까지 갔는데도 진짜 좌석이 안 보여 지나가던 승무원을 붙잡아서 상황을 이야기했단다.
달리는 열차 통로에서 손짓 발짓을 하다 보니 몸이 이리저리 흔들리니까 춤을 추는 것처럼 보였나 보다.
승무원이 벼리에게
"댄싱?"
"오! 댄스 댄스" 라며 몸을 좀 더 흔들었더니 승무원이 웃으며 엄지 척을 올렸단다.
정확하게 알아들을 수 없었던 벼리가
"우리 남편 있는 데로 가서 이야기하자."
승무원을 데리고 내게 왔다.
표에는 없는데 중간역 부릭이라는 곳에서 이태리 밀라노 가는 열차로 갈아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아무 때나 앉으면 된다고 했다.
"이런 경우도 다 있네."
물어보지 않고 그냥 태평하게 밀라노 가는 열차라고 앉아 있었다면 또 한바탕 소동이 일어날 뻔했다.
열차를 갈아타는 시간은 3분이다.
배럴행 기차를 갈아탈 때를 생각하니 마음이 초초해진다.
"부릭역에 도착하면 갈아타야 하는 곳을 알려주세요." 벼리가 승무원에게 부탁을 했다.
"걱정하지 말고 편히 있으면 내리는 곳과 타는 곳을 알려주겠다."
내리면 바로 건너편에서 타면 되니 3분이면 충분하다고 우리를 안심시켰다.
우리의 마음을 충분히 읽고 도움을 주는 승무원의 마음과 태도가 고마웠다.
따뜻한 마음에 진정성까지 느껴졌다.
홈그라운드의 장점인 여유로움이 듬뿍 묻어난다.
이번 여행에서 나의 단점을 발견하고 부족한 점을 하나씩 채워 나간다면 큰 가치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중의 하나가 여유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훤한 환경에서는 바삐 서두를 일도 없었고 나름 차분하고 여유 있는 나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을까?
타국에서는 환경이 딴판이다.
신경을 곤두세우고 방심해서는 안 될 일이 많은 것 같다.
기간이 긴 만큼이나...
차분하게 가지는 마음을 항상 염두에 두고 노력해 보자.
'잘 될 거야.'
그런 와중에 벼리는 승무원에게 내가 그린 그림을 보여 주며 자랑을 한다.
'멋쩍게..'
할 만한 사람이니까 그렇게 하는 것 같기도 하다.
좌석 찾는 일로 인해 댄스가 나오고 웃음꽃이 피고 여러 대화로 우리들의 마음이 확 열려 있었다.
그 승무원은 내가 그린 그림의 장소를 정확히 알아맞혔다.
"우와, 다 알아맞히네."
신기하고 놀라웠다.
"우리 남편 아티스트다."
뻥을 치고, 진짜로 알아듣는 웃기는 장면에 내가 할 일은 사진 한 장 찰칵.
서로 웃고 즐기는 짧은 여정의 추억을 쌓았다.
브릭역에 도착하니 열차 입구에서 승무원이 기다리며 서 있었다.
바로 앞에는 타고 갈 열차가 문을 열어 놓고 우리를 보고 있지 않은가?
승무원이 엄지를 세우며 우리 여행을 응원해 주었다.
이런 승무원 같은 사람들이 많은 나라가 선진국이 아닐까 생각한다.
1분 만에 열차를 갈아타고 손을 흔들며 밀라노로 향하였다.
이제부터 인터넷이 안 되는 걸 보니 스위스 시대가 끝나고 이태리 시대가 시작되는 가 보다.
차창가로 보이는 이태리는 스위스와는 또 다른 모습을 우리에게 자랑하며 지나갔다.
밀라노에 도착하니 여름 분위기가 났다.
후덥지근하다.
그동안 우리는 여름을 잊고 살았는데...
밀라노에서 다시 로마로 가는 열차로 갈아타고 오늘의 여정을 이어갔다.
로마에 도착 예정 시간이 밤 8시 30분이다.
다시 유럽의 유심을 사기에는 시간이 늦다.
내일 아침에 유심을 사야 하므로 어제 다운로드해 두었다.
인터넷도 안 되는 밤에 30분 정도 더 지역열차를 타고 예약한 호텔을 찾아가야 한다.
그래도 다운로드한 지도가 있으니 잘 찾아갈 수 있겠지?
긴 여정이다.
스위스 베른 기차역 내 식당가
베른에서 밀라노 가는 풍경
승무원에게 내가 그린 그림 자랑
이태리 가르다 호수
가르다호수 주변 풍경
이태리 밀라노 역 풍경
숙소로 가는 지역열차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