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동역에서 고속열차를 타고 독일 프랑크푸르트를 갔다 오려고 나섰다.
파리에는 시내뿐 아니라 외곽지역도 거의 다 갔다 왔다.
프로방스, 몽쉘미셀 중 한 곳에 갔다 오자고 하던 것이 갑자기 독일로 바뀌었다.
한 치 앞을 모른다더니 오늘도 역시다.
프랑크푸르트는 독일의 경제 수도라 불리며 경제적인 중심 도시다.
마인강의 맨해튼이라고 할 만큼 고층빌딩이 많이 들어서 있으며 유럽 연합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로 알려져 있다.
파리에서 약 4시간 정도 소요 될 것 같다.
그야말로 열차여행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가는 동안 차창으로 비가 "뚜두둑" 부딪히며 내렸다.
오랜만에 비를 보는 것 같았다.
비 내리는 날의 열차여행은 낭만적이다.
프랑크푸르트는 3개월 세계여행 때와 애들 어릴 때 같이 방문한 도시라서 친근감이 느껴졌다.
중앙역에 도착하니 역전 중앙에 아시아나항공 글자가 보인다.
왜? 열차역에 항공사 간판이???
그것도 아주 큰 글자로??
역전 밖으로 나오니 이번에는 금호타이어??
금호그룹에서 프랑크푸르트와 자매결연이라도 맺은 걸까??
삼성과 현대그룹 등의 기업들이 진출해 있기도 하다.
시내 도로도 낯이 익고 걸었던 길도 생각났다.
대부분이 옛날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채 자리를 지켰다.
역전 큰길을 건너 중앙대로로 나아가니 몇 년 전에 식사를 한 음식점이 형태를 바꾸어 지금도 장사를 하고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또 들어가서 식사를 하고 싶었는데 점심을 열차 안에서 먹은 지라 구경만 했다.
조금 내려가니 유럽연합 초창기 12개국을 의미하는 유로화를 형상화 한 조형물이 있었다.
12개국을 상징하는 12개의 노란색 별이 반짝 빛났다.
도시 중심에 위치한 금융가는 유럽의 유로 통합을 기점으로 자리를 잡았단다.
조형물 옆에 우뚝 솟은 건물은 여기서 가장 높은 유로타워다.
40층 건물이며 우리나라의 높은 빌딩에 비하면 높은 편은 아니다.
유로 타워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괴테 생가가 나온다.
추억 따라 기억을 더듬어 찾아가는 길은 약간 헤매어도 재밌다.
괴테생가는 추운 겨울날 애들과 왔는데 휴무라 들어가지 못하고 빼꼼히 안을 들여다본 기억만 생생하다.
사람들이 별로 없었고 애들이 뛰어서 놀았던 골목은 지금도 붐비지 안 않다.
함께 찍었던 그 자리에서 사진을 찍었다.
생가에 들어가는 입구의 정원뿐만 아니라 곳곳에 작은 마당과 꽃밭을 예쁘게 가꾸어 놓았다.
건물 전체가 그의 집으로 부유한 어린 시절을 보낸 것 같다.
유년기를 여기에서 보냈으니 금수저?
괴테의 방, 어머니방, 응접실, 부엌 등을 층별로 볼 수 있었다.
괴테 생가를 둘러보고 나오면 티켓 오피스 내부 벤치에서 큰 창으로 괴테 정원을 바라볼 수 있었다.
한 폭의 그림을 보는 것 같았다.
마음의 평안을 얻는 것 같아 한참 앉아 있었다.
실내에서 오래 앉아 있는 건 드문 일이다.
묘한 느낌이다.
괴테의 훌륭한 작품이 나온 것도 유년기를 여기서 보낸 영향이 있을까?
아마 그럴 것 같았다.
프랑크푸르트는 가벼운 마음으로 바람 쐬러 간다고 나왔는데 바람이 아니라 비가 우리를 맞이했다.
온종일 비가 부슬부슬 내리다가 거치기를 반복하며 여름의 분위기를 완전히 없애 버렸다.
구도심가에 있는 로마시대 황제 대관식이 열렸다는 뢰머광장으로 갔다.
"이 광장에 또다시 왔다."
아기 자기한 장난감 같은 건물로 둘러싸인 광장은 갈 때마다 아동스러워 귀여운 느낌이다.
뢰머는 '로마인'을 뜻하는데 프랑크푸르트 시청사의 이름이면서 뢰머 앞 구시가지 중심의 광장 이름이기도 하다.
처음에는 귀족의 저택이었는데 프랑크푸르트 시의회에서 사들여서 개조해서 쓰고 있다.
나란히 있는 세 건물 중 중앙에 탑이 있는 건물이 뢰머다.
이 건물 2층에 역대 황제들이 연회를 열였던 홀이 있다고 했다.
광장중앙에 우뚝 서있는 유스티티아.....
정의와 법을 담당하는 로마의 여신인 유스티티아 동상이 있다.
동상의 왼손에는 평등의 저울, 오른손에는 양날의 검을 들고 있으며 형평성에 어긋나는 행위를 엄벌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사람들 마음에 경종을 울려 새 사람으로 거듭나라는 의미일까?'
"마음을 내려놓자. 죄를 짓지 말자."
깨끗해진 마음으로 아이제르너 다리로 옮기니 몸과 마음이 한층 가볍다.
마인강을 조망하기에 가장 좋은 다리 위 중앙에 올랐다.
열쇠로 꽁꽁 묶어둔 다리에 사랑의 꽃이 피었다.
온 세계 연인들을 한 곳에 모아 두었으니 희비쌍곡선이 다리 위에 묶여 오도 가도 못할 것 같다.
예쁜 사랑이 피어났으면 하는 마음이다.
대성당이 한눈에 들어오고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철제다리를 오가며 풍경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햇빛 좋은 날에 강변에 돗자리를 펴고 간식을 먹으면 소풍 온 기분이 들 것 같다.
다리 건너 마인강의 건너편으로 넘어 성당 앞에 서니 공사 중이고 문이 닫혀있다.
멀리서 보는 멋진 모습과는 달리 주변이 지저분하고 어수선했다.
돌아오는 길가의 상가를 구경하던 중 독일에서 처음으로 총기를 판매하는 가게를 보았다.
장난감총인가 싶어 가게에 들어가보니 진짜 총기들이었다.
칼과 여러 도구들이 진열되어 있는데 날카롭고 차가운 금속의 소름 끼치는 느낌이 확 몰려왔다.
18세 이상이면 독일에서도 총기 소유가 허용된다고 한다.
미국의 슈퍼마켓에서 각종 총알들을 소단위 박스 채로 진열해 놓고 파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독일에서 판매 가게를 보았고 총기 소유가 된다는 것에 놀랐다.
'무시 무시해..'
"큰 백화점으로 안 가 볼 수 없지."
'캐리어가 적당한 것이 뭐가 있을까?'
가방 파는 곳으로 직행해서 가격을 보니 40-50만 원대였다.
"독일 물가 진짜 비싸네. 못 사겠다."
'그러고 보니 비싼 것이 아니군.'
내 가방도 몇 년 전에 45만 원 주고 산 쌤소나이트다.
품질 좋다고 샀는데 그 값을 못 하니 속상하다.
'이름값, 돈 값을 해야지...'
한국이면 AS라도 받아볼 텐데...
돌아서다 화장실에 들렀더니 입구가 조그만 호텔 로비 같다.
0.7유로다.
화장실 내 두루마리 휴지가 도톰한 게 특이하다.
마치 핸드페이퍼 두께 정도다.
독일의 기계만큼이나 튼튼하다.
중앙역을 향해 가면서 큰 마트가 눈에 띄어 들어갔다.
예전 독일 여행 때 남은 동전 두 닢이 있다.
'뭘 살까? 유로화가 됐는데 쓸 수 있을까?'
궁금했다.
직원에게 보여주며 물으니
'못 쓰는 걸 가져오다니 우습군.'
쳐다보는 표정이 이상 야릇하다.
"오케이"
유물이 된 듯한 마르크 동전을 꼭 쥔 벼리가 "몇 년 후에 경매해야겠다."라고 하며 웃었다.
독일로 올 때는 테제베 고속열차, 파리로 돌아갈 때는 이체 고속열차를 이용했다.
유럽의 열차를 다 섭렵해 보리라. 프랑크푸르트의 하루가 알찼다.
독일로 가는 테제베 고속열차
프랑크푸르트 역전의 금호타이어
괴테생가
생가 내부모습
뢰머 광장
라임강변에서
예전에 먹은던 음식점
프랑스로 돌아가는 독일이체 고속열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