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서둘러 융프라우의 기점인 인터라켄으로 갔다.
융프라우는 예전에 갔다 왔기에 오늘은 인터라켄 위에 있는 그린델발트로 가기로 했다.
그린델발트에 가면 아이거 산이 있고 그 뒤 쪽에 융프라우가 있다.
만년설로 덮여 있어 한여름에도 설산을 볼 수가 있다.
그린델발트는 산악마을이다.
기념품샵을 지나 마을 입구부터 위쪽으로 걸어 올라가서 아이거 산의 아래를 한 바퀴 돌아오는 트래킹을 할 계획이다.
몇 년 전에 아이거 산의 눈 녹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우르르 웅 우웅. 쿵.."
둔 직한 소리가 얼마나 컸던지 깜짝 놀라 눈사태가 날 것 같아 도망갈 자세를 취했다.
"가면 어디까지 갈 거라고. 위대한 자연 앞에서..."
지금 생각하니 우습다.
부처님 손안에 있는 줄도 모르고 뛰려 했으니...
겨울에 쌓인 눈이 비 오는 날이면 녹아 떨어지면서 산에서 굉음이 나는데 무섭기까지 했다.
그때가 아마 3~4월의 아이거산이었던 것 같다.
산 꼭대기의 눈이 갈라지 듯이 미끄러져 내리고 하얀 눈발이 날리던 그때. 아이거 산을 보니 감회가 새롭고 다시 만나 반갑기 그지없다.
오늘은 화창하고 눈이 그리 많이 쌓여있지 않아 그럴 일이 1도 안 보인다.
그저 바라보기만 할 뿐이다.
마음이 편하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라는 말씀이 생각났다.
내 색깔이나 내 것을 가미하지 않는 것을 말하는 것일까?
나의 감정을 내려놓은 채 자연현상을 있는 그대로 보라는 것 같다.
거대한 산 밑에서 걷기 명상을 하면서 도를 닦고 있는 중이다.
인적이 뜸하여 조금 으스스하기도 했다.
아이거 산 아래의 계곡물과 함께 시원한 바람으로 흐른 땀을 씻어냈다.
다리를 건너고 예쁜 집을 지나 좁다란 오솔길을 걸으며 뿜어져 나오는 알프스의 정기를 맘껏 마셨다.
상쾌하고 기분이 좋아졌다.
'한국에 가면 가족과 지인들에게 나눠줘야지.'
벼리가 많이 걷기에는 무리고 높이까지 못 올라가겠단다.
그럴 벼리가 아닌데...
드문 현상이다.
"더 걷자. 저기 뭐 있는지 가 보자."
늘 걷고 걸어도 좋아했던 벼리가 많이 불편하고 아프다.
걷는 걸 좋아하는 벼리였는데 아쉽게도 오늘은 정말 천천히 조금 걸은 편이다.
2시간 여 간단히 트래킹을 마치고 다시 그린델발트로 와서 아랫동네인 인터라켄으로 열차를 타고 다시 내려갔다.
인터라켄과 그린델발트에는 우리나라 사람들을 많이 만나는 곳이다.
역시 한국말을 쓰며 오고 가는 우리나라 사람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우리가 지나온 약 2개월 동안 동양인도 별로 없었고 한국인을 만나기도 쉽지 않았다.
"여기는 대박, 아주 많다."
또 다른 우리나라 단체 관광객들이 깃발 따라다녔다.
"반가워요. 한국인들~~"
옛날에는 중국인과 한국인의 얼굴을 확실하게 알 수 있었는데 요즘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비슷하게 생겼다.
'말을 듣고 알 수 있다니. 이것 참...'
인터라켄은 툰호수와 브리엔츠 호수의 가운데 위치하고 있어 마을에는 두 호수를 이어 주는 아레강이 흐르고 있다.
강물의 색이 묘하다.
눈 녹은 물이 흘러 뽀얀 파스텔톤의 비취색이라고 하면 맞을지?
제주도의 산방산 탄산온천물 같은 색을 띠며 온천물 같다.
강가의 한가로운 관광객들과 함께 우리도 오랜만에 여유를 부리며 푸른 창공을 바라보았다.
패러글라이딩을 즐기는 사람들이 하늘 높이 둥실 떠 다니며 멋진 꿈을 그린다.
파랗고 알록달록한 움직이는 그림이다.
내일은 비 소식이 예보되어 있어 오늘 인터라켄과 그린델발트로 일정을 잡았다.
찬란한 햇살과 함께 상큼한 공기를 마음껏 마시며 새로운 여행의 기운을 느껴 보았다.
재충전의 날...
자연과 인간이 만들어낸 위대한 작품이 인터라켄에 살아 숨 쉬고 있다.
우리도 그 속에 있었지요~~
인터라켄 가는 길
툰 호수
그린델발트
아이거 산 아래 트레킹을 가면서
인터라켄 아레강
인터라켄 공원
인터라켄 모습
툰 호수와 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