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에서 짐바브웨 빅토리아폴스로/23년8월29일(화)

by 강민수

남아프리카공화국에 다시 오고 싶은지 누가 묻는면 뭐라고 할까?

선뜻 답이 나오지 않는다.

불교 경전에 나오는 '코끼리 뒷다리 더듬기' 이야기에서 다리를 만지면 기둥이라고 말하듯이 11일 정도 머물면서 거대한 남아공의 일부만 맛보았다.

부분만 보고 전부라고 생각하는 편협된 시각이 될 수 있어 한번 더 와서 더 보고 싶다고 말할 것 같다.

오기 쉽지 않은 아프리카대륙은 멀게만 느껴졌는데 막상 와보니 멀고도 가깝다.

둘이 같이 있으면 어디에 있든 외롭지 않아 먼 아프리카에서 힘든 시간에도 의지하며 잘 지낼 수 있었다.

마음 모은 둘의 힘이 강한 것처럼 자연의 위력은 대단했다.

드넓은 대지의 곳곳에서 아름다움이 얼굴을 쏙 내미는 순간에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짧고도 긴 기간 동안 아프리카 땅의 신비스럽고 멋진 풍경과 추억을 마음에 담으며 호텔 셔틀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갔다.

공항과 가깝지만 외진 곳이라 셔틀이 한몫을 하는 곳이다.

무시 무시한 순간도 있었지만 온정의 손길을 내밀었던 따뜻함이 있었던 남아공을 벗어나 짐바브웨 빅토리아폴스로 가는 날이다.

아프리카의 많은 스케줄을 모두 지우고 단순하게 이동하기로 했다.

벼리의 요청에 의하여 잦은 이동이 주는 스트레스로부터 탈출하고 싶은 심정에서 나온 조율이다.

이를 받아들이고 편안한 여행이 되도록 일정을 조정했다.

짐바브웨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코로나19 검사결과서를 요구했는데 그저께 항공사의 문의 답변으로 해결되었다.

또 다른 아프리카의 나라 짐바브웨의 매력을 찾아 나선다.

도착비자를 받을 예정인데 어떻게 될지 짐바브웨 공항에서 부딪혀 보기로 했다.

공항 탑승구로 갔는데 손님이 얼마 보이지 않아 좌석이 많이 비겠다 싶었는데 막상 타고 보니 거의 다 차고 얼마 남지 않았다.

2열 통로 2열로 된 소형비행기로 아담하고 쾌적했으며 귀엽기까지 했다.

1시간 49분쯤 비행 후 짐바브웨 공항에 도착하니 휴대폰에 와이파이가 잡히지 않았다.

짐바브웨 머물 숙소 주소를 적어라는데 인터넷이 안 되니 깜깜한 밤과 같다.

입국심사요원에게 와이파이를 부탁하니 잘 모르겠다며 입국심사대를 통과해서 공항 입구로 데리고 갔다.

마중 나온 사람을 만나서 호텔명을 적어라는 것이다.

입국심사도 없이 공항입구까지 심사요원의 백으로 통과하는 것은 처음이라 생소했다.

내 이름을 들고 있는 기사에게 호텔명을 물으니 친절히 가르쳐줬다.

다시 공항 안으로 들어와 입국심사서에 호텔명과 나머지 부족한 공간을 채웠다.

미화 60불을 주고 두 사람의 도착비자를 받고 바로 입국장을 통과했다.

온라인으로 까다로운 케냐비자를 신청할 때 몇 번의 시도 끝에 어렵게 성공한 것에 비하면 도착비자는 호리뱅뱅이다.

호텔 셔틀버스를 타고 호텔 가는 짐바브웨의 흙길과 주변 자연환경은 아프리카의 부족들이 살고 있는 분위기가 그대로 살아있다.

문화충격을 살짝 느끼며 지나는 길에 물동이도 가스통도 이고 손을 내리며 묘기를 부리며 걸어가는 여인네의 모습에서 아프리카의 시골에 온 것이 실감 났다.

흙먼지를 날리며 버스가 지나가는 양 옆의 가로수는 약간의 때 이른 단풍이 들어 한 잎 두 잎 떨어지며 자유로운 곡선을 그리며 흩뿌린다.

'와, 가을이다.'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다더니...

공항에서는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눈앞으로 그림을 그리며 지나갔다.

짐바브웨의 작은 동네는 어릴 때 뛰어놀던 시골길로 데려고 다니는 과거 여행을 하는 것 같았다.

30여 분의 여행에서 얻은 솟구치는 희열감과 평안함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충만감에 가슴이 벅찼다.

느껴봐야 이 마음을 알 수 있겠지요.

벼리의 마음도 비슷했고 너무 마음에 든다고 했다.

도로가 좀 더 좁았다면 우리나라의 산사에 들어가는 길목이라고 할 만큼 소박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었다.

짐바브웨로 온 것이 행운인 것 같았고 다가온 첫인상은 우리나라를 연상시키는 시골풍경 같아 맘에 쏙 들었다.

체크인을 하고 앞마당을 지나 방갈로 같은 단독으로 된 방에 들어가니 깔끔했고 시골의 호텔로는 고급스러웠는데 전체적으로 불이 어두웠다.

"불이 왜 이리 어둡지?"

"5성급 호텔이라는데 좀 아닌 듯..."

시골이니 5성급 호텔을 구해야 시설이 괜찮을 것 같아 예약을 했고 이 정도면 훌륭하다고 생각했다.

벼리는 뭔가 이상하다고 다른 방을 알아보고 오겠다며 리셉션으로 갔다.

보여준 두 개의 방은 같은 타입에 전체적으로 색상이 다를 뿐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했다.

혼자서 보고 온 두 개의 방 보다 지금 방이 낫다고 했다.

그냥 이 방을 썼으면 싶었는데 리셉션과 한 건물인 다른 방을 보고 싶다고 해서 같이 갔다.

"마지막으로 이 안쪽에 있는 방을 볼 수 있습니까?

"네. 볼 수 있는데 하루 28달러의 추가요금을 더 내야 합니다."

"오케이, 보고 결정할게요."

안내한 방을 보니 우리에게 배정한 방과 분위기가 완전 딴판이다.

"어, 이상하다. 뭔가 낯이 익었는데..."

동시에 마주 보며 같은 생각과 말을 하며 아고다를 열었다.

예약한 방의 사진을 보니 배정받은 방보다는 한 등급 높은 디럭스 룸의 사진이 짠 나타났다.

"맞다. 이거다."

"사진을 봐라. 이 방이 우리가 예약한 방과 같다."

예약한 방으로 바꿔 달라며 아고다에 있는 사진을 보여 주었다.

"하루에 28불을 더 지불하면 한 등급 더 높은 방으로 바꿔 주겠다"

우리 방이 맞는데 아니라고 우겨 팽팽하게 맞섰다.

"우리가 예약한 게 이 방이다."

"사진을 똑똑이 봐라."

코 밑까지 다시 갖다 들이대며 예약한 방을 달라고 계속 이야기했다.

일종의 농성???

처음에는 안 된다더니 결국 지배인이 방을 변경해 주겠다며 한 등급 높은 방으로 안내했다.

처음 안내한 방은 사진과 분명히 다르니까 바꿔주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 것 같다.

그러면서 미안하다고 했다.

객실의 환경이 거짓말 살짝 더해서 100배?....

방도 넓고 침대와 가구들 모든 시설물들이 비교가 안 될 만큼 좋았다.

'이 시골에서 이런 객실을 만나다니...'

'5성급이라면 이 정도는 돼야지...'

벼리가 나서지 않았다면 3일 동안 사진도 확인하지 않은 채 처음 방에서 지낼 뻔했다.

이 또한 누구의 도움일까?

벼리가 약간 이상하다고 느낄 때마다 나서면 뭔가를 좋은 방향으로 이끈다.

그냥 조용히 따르자고 하면 이상하고 궁금한 것은 꼭 물어봐야 한다면서 용감하게 다가간다.

방을 보겠다고 짐을 풀지 말고 기다리라고 할 때 '그냥 쓰면 되지 또 간다'라고 속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오늘의 결과는 대성공이다.

"궁금한 것을 물어보길 잘했지요?"

"오늘은 참 잘했어요."

벼리의 속이 시원하게 말리지 않기로 했다.

호텔방이 좋으니 기분이 날아간다.

짐을 어느 정도 정리 해 놓고 벼리와 가볍게 동네 한 바퀴를 하기로 했다.

호텔 바로 앞 길에 애들이 맨발로 공놀이를 하고 있었다.

"하이, 얘들아."

"하와유."

아이들이 이국적인 모습을 처음 보는지 눈을 반짝이며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같이 축구를 하자며 아이들 틈에 끼어 공을 뻥 차는 벼리.

아이들이 좋아서 어쩔 줄 몰라하며 벼리를 향해 공을 차고 좋아서 손도 만지고 난리 났다.

어느 외국인이 먼지 이는 흙길에서 이 아이들과 시간을 같이 하며 놀아 주었을까?

더구나 60대 여자가...

벼리도 따르는 아이들 손을 잡고 머리도 만지고 공을 차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어제 남아공 마지막 돈으로 샀던 식품 중 초크렛을 애들에게 주자며 호텔방에서 가져와 달라고 했다.

초콜릿을 가지러 간 사이에 2명이 늘어 6명이 되어 나누어 먹었다.

눈망울이 순수하고 아주 자연적이었다.

비록 흙먼지 나는 동네에서 놀지만 마음만은 전혀 때 묻지 않은 아이들이었다.

황토흙먼지를 풀풀 날리며 아이들과 뒤엉켜 축구도 하고 배구도 하면서 온통 흙을 뒤집어쓰고 순간에 빠져들어 즐기고 있었다.

힘들어했던 모습은 온 데 간데 사라지고 얼굴에 행복이 피어나고 있었다.

보기에 좋아 끝날 때까지 먼발치에서 사진을 찍고 기다리며 지켜보니 머나먼 아프리카 이곳에서 다른 삶의 맛을 달콤하게 느끼고 있었다.

벼리가 초등학생들과 생활했던 경력이 여기까지 와서 발휘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신발과 바지가 엉망이 되었다.

흙먼지를 툴툴 털고 한 사람씩 손을 잡고 흔들며

"이제 바이~"

"바이~ 투마로우 플레이?"

"오케이"

애들과 놀다가 헤어져 길을 따라 걸어갔다.

신나게 놀았더니 오랜만에 가슴이 뻥 뚫리고 스트레스가 날아갔다고 했다.

여기에 오니 사람 사는 맛이 난다며 신나 하니 내 마음이 새털처럼 가벼웠다.

동네에는 가난한 집, 예쁜 집, 멋진 집, 현대식으로 거의 다 지은 집들이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차도를 가운데 두고 안 쪽 넓은 인도에 양 쪽으로 마주 보고 있었다.

아이들이 참 많았고 모두들 쳐다보거나 반갑게 인사를 했다.

"하이, 하와유"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해맑게 웃는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

까만 얼굴에 하얀 이를 드러내고 다물지를 않는다.

꼬마나 초중등생들도 나와서 킥킥거리며 인사를 했다.

벼리는 그 애들을 보며 온몸으로 인사하는 것도 모자라 춤을 추듯이 흔들어댔다.

키득키득거리며 아이들이 따라 했다.

팔을 들고 다리를 올리고...

똑같이 흉내 내며 한 바탕 배꼽을 잡고 웃었고 어른들도 쳐다보며 싱긋거렸다.

따라오기도 했다.

"바이 바이~~"

한국에서 각설이 타령이 온 것처럼 동네 아이들이 좋아라 했다.

짐바브웨 사람들의 얼굴은 순수하고 온순하며 하얀 웃음으로 인사하며 다가왔다.

찻길을 지나 골목길을 들어서니 우리나라의 옛 시골 마을처럼 연기도 새어 나오고 음식 냄새가 솔솔 풍겨왔다.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살고 있는 마을 길을 걸으니 여유로운 저녁 한 때가 전부 우리 차지다.

온통 붉은빛으로 물든 노을이 해 질 녘의 하늘 아래 뜨겁게 불타오르는 열정을 뿜으며 수를 놓고 있었다.

'아, 이렇게 예쁠 수가..'

짐바브웨 시골의 정취를 흠뻑 들이키며 돌아오는 발자국에 정이 따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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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하네스버그 공항 대합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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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내 면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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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델라 아저씨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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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바브웨 빅토리아폴스 가는 비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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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리아폴스 공항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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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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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애들과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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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 한판 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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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정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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