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바브웨 빅토리아폴스 /23년 8월 30일(수)

by 강민수

조식이 뷔페이길 바랐는데 아메리카 블랙퍼스트 타입이다.

골라먹을 수 있는 뷔페의 장점이 사라져서 약간의 실망스러움으로 앉아 있으니 주방 직원이 메모지를 들고 서더니 음식의 종류를 나열했다.

빵, 고기류, 오믈렛, 콩, 야채, 과일, 음료와 차 등의 주문을 도왔다.

맛깔스럽게 정성이 담긴 음식에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고 맛도 좋았다.

순서대로 하나씩 서빙을 하면서 더 필요한지도 물었다.

거의 1시간가량 대접받는 기분으로 식사를 했으니 처음 가졌던 생각이 무색할 정도로 만족스러웠다.

식사까지 좋아 이 호텔은 나무랄 데 없이 훌륭했으니 모두 5점의 별을 따 놓은 셈이다.

이 호텔 셔틀버스는 빅토리아 폴스나 시내를 하루에 두 번 태워주는 서비스를 해 준다고 했다.

'귀여운 셔틀 녀석이라니...'

걸어서 40분 정도라는데 태워주니 이용해 보기로 했다.

10시에 출발하는 셔틀버스를 타고 빅토리아폴스로 가는데 우리 두 사람만 탔다.

폭포 앞에 도착하여 오후 5시에 여기서 다시 만나자고 몇 번을 얘기하고 숙지시켰다.

"바로 이 자리. 오케이?"

"오케이"

손가락만 안 걸었을 뿐 꼭꼭 꼭 약속을 하고 차에서 내렸다.

폭포 입구로 가보니 입장료가 현지인 7불, 외국인 50불...

외국인을 봉으로 보나?

하기야 빅토리아폴스의 수입으로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 그럴 만도 하다.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 들어 잠비아 쪽 폭포로 가 보기로 했다.

빅토리아폭포는 두 나라에서 감상할 수 있는데 짐바브웨쪽이 웅장하다고들 하지만 잠비아 쪽에서 또 다른 멋을 엿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출입국 심사소로 가서 짐바브웨를 지나 잠비아 입구까지 갔다 오는 증명서를 발급해 주었다.

가는 도로 양쪽 나무 그늘 아래 걸터앉은 사람들은 우릴 보고 반갑게 인사를 하는데 뭘 하고 있는지 가만히 앉아서 지나가는 사람을 쳐다보기만 했다.

잘은 모르지만 하루 종일 저러고 있지는 않겠지?

궁금했다.

도로를 따라 한참을 걸어가니 국경선이 있는 다리가 나왔는데 사람뿐만 아니라 화물차도 기차도 다리 위를 지나간다.

양쪽 인도에는 사람이, 가운데 도로에는 차들이, 도로 옆 레일 위에는 기차가 지나가도록 되어 있었다.

빅토리아폴스 브리지다.

한 남자가 옆에 붙더니 알고 지낸 사람처럼 얘기하면서 계속 따라다닌다.

무얼 바라는지 모르겠으나 외국인에게 친절하고 사근 사근 하게 다가오니 다정하기까지 했다.

다리 중간쯤에서 두 나라가 나누어지는데 상징물도 없이 선을 그어 표시를 해 두었다.

"여긴 짐바브웨, 저긴 잠비아"

중간 1미터 정도의 공간은 뭇국 가라면서 잠비아 쪽 현지인이 열을 올리며 자세히 설명을 해 주었다.

짐바브웨와 붙어 있는 잠비아도 비슷한 성향의 국민성으로 친절하고 따뜻했다.

너무 신기해서 현지인과 각각 나라에 서서 마주 보며 악수를 했다.

남한과 북한의 경계선에서 두 나라의 정상이 만나는 느낌의 짧은 순간이다.

다리 중간에는 번지점프를 하는 곳이 있었고 잡상인들이 나무 조각품들을 들고 다니며 호객행위를 하며 졸졸 따른다.

"1달러, 1달러..."

"오, 노우"

귀찮을 정도로 따라붙는 상인들이 많았는데 1달러면 귀한 돈인 것 같았다

다리를 건너 더 걸어가니 잠비아 출입국 사무소가 나왔다.

우리나라 여권으로 잠비아는 무비자로 갈 수 있지만 짐바브웨로 다시 들어오면 도착비자 비용 30불을 납부해야 한다.

잠비아 출입국 사무소 입구에는 두 나라를 오고 가는 화물차들이 심사를 기다리는 긴 줄이 이어졌다.

잠비아는 물가가 싸고 짐바브웨는 물가가 비싸서 보따리상 여인네들이 머리에 물건을 이고 짐바브웨로 물건을 팔려고 국경을 넘나들고 있었다.

사진과 매체를 통해 볼 수 있었던 아프리카의 생생한 풍경이 눈앞에 있다.

두 나라의 접경지에서 문화의 다양성을 엿볼 수 있었으니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

전형적인 아프리카인들의 모습을 가까이서 접하니 실감이 났다.

여인들의 머리에 쓴 두건 위에 보따리를 이고 엉덩이를 살래살래 흔들며 다니는 모습이 하나도 힘들어 보이지 않았다.

손으로 잡지도 않은 보따리는 흔들림이 없이 안정적인 게 모두 재주꾼들이다.

우리의 조상들이 똬리 틀고 물동이를 이고 가는 것처럼...

물건을 팔기 위해 관광객을 따라 나니며 발품을 파는 가난한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바짝 마른 몸매였다.

"아엠 헝가리, 아 엠 헝가리"

벼리 옆에서 반복하며 따르는 사람을 그냥 지나쳤는데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비상용으로 먹으려고 들고 다니던 빵과 과자를 주고 싶다며 되돌아갔다.

조심스레 내밀며 "이거...?"

덥석 받으며 "땡큐"라고 했다.

자꾸 뒤돌아보게 만드는 사람들을 볼 때 동정심과 애처로움에 마음이 편치 않았지만 다니는 내내 기분이 좋고 훈훈하고 편안했다.

다리 위에서 빅토리아 폭포를 보고 다시 짐바브웨로 오던 길에 다리 밑으로 가는 사잇길이 보여 뚫어진 철조망 구멍 사이로 들어가려고 하니 경찰이 왔다.

다리 밑에 갔다 오겠다고 하니 이곳은 길이 아니라 안 된다다며 돌아가라고 했다.

"다리 밑에만 갔다 옵니다. 강물만 보고 되돌아올게요."

갔다 오게 해달라고 다시 부탁하니 경찰이 잠시 생각하더니 갔다 오라고 했다.

짐바브웨 사람들은 대부분이 온순하고 경찰도 친절했다.

아이들은 "하이"

어른들은 "굿모닝 하우 아 유 투데이."

우릴 신기하게 바라보며 손을 흔들고 웃으며 인사를 했다.

모두들 밝은 표정으로 친절을 베풀고 말을 거는 얼굴에는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이 선이 두 나라의 국경이라며 열심히 설명했던 잠비아 사람처럼 모두들 정답고 순수했다.

눈을 희번덕거리며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남아공의 몇 흑인들과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다리 밑으로 내려가는 거의 수직 같은 길에 철제 다리가 있어 조심스럽게 난간을 잡고 한 칸 한 칸 내려갔다.

잘 가지 않는 곳이나 걷거나 오르내리는 힘든 길을 선택해서 다니는 우리는 모험을 즐기는 사람 측에 들어가는 것 같다.

패키지 여행에서는 맛볼 수 없는 코스를 즐긴다고 해야 할까?

물살을 가르며 세차게 지나가는 보트를 향해 힘차게 손을 흔드니 그들도 두 손 들어 답례했다.

다리 밑에 도착하니 빅토리아 폭포에서 떨어진 물줄기들이 모여 잠베지 강을 이루며 힘차게 흘러 내려가고 있었다.

강 옆의 절벽 아래 만들어진 좁은 길을 따라 조심스럽게 가 보니 그곳에 모터보터를 타는 장소가 있었다.

모터보터 관리인이 있어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암벽길을 따라가니 저 멀리 빅토리아 폭포가 보였다.

가까이에서 생생한 폭포의 물줄기를 볼 수 있다니...

튀는 물방울이 가는 비 오듯이 '투두둑' 얼굴에 와닿으니 시원했다

바윗길 그늘진 곳에 배낭을 내려놓고 흐른 땀을 식히기 위하여 준비해 간 과일을 먹었다.

다디 단 과일의 과즙이 입안 가득 맴돌아 상큼하니 꿀맛에 비할 수 없었다.

'더 가까이, 좀 더 가까이.'

바짝 다가가니 길이 없어지고 암벽 만이 흐르는 강물들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여기가 끝이다.

바위를 밟고 지나온 울퉁불퉁 좁은 길엔 작은 생명체가 들락날락거리다 사라지기도 했다.

절벽 가까이 까지 온 우리를 환영하듯 세찬 힘으로 거침없이 쏟아지는 물방울들의 하모니는 예술이다.

위대한 자연 앞에서 둘만의 잔치가 벌어졌다.

경치를 배경으로

이리저리 옆으로 바로...

요리 저리 올렸다 내렸다...

서로의 모습을 담느라 카메라가 찰칵거리기를 수차례 이어졌다.

짐바브웨 쪽 폭포는 더 웅장 했겠지만 우리에겐 여기가 더 멋있고 의미가 있다.

자연에 내려서며 내딛는 발길의 수고로움이 있어서인지 가장 가까이 다가선 소박한 폭포의 아름다움이 우리 속으로 흘러내렸다.

발길을 돌려 되돌아가는 길은 폭포에서 얻은 음이온의 기운으로 거뜬히 오를 수 있었다.

"덕분에 잘 보고 왔어요."

출입국 사무소를 거쳐 다시 짐바브웨로 돌아왔다.

하루에 두 나라를 밟고 폭포 코 밑까지 갔다 왔으니 상인에 비유하면 아주 많이 남는 장사?

의미 있고 흐뭇한 마음으로 빅토리아 폴스의 주변을 구경하기로 하고 조금 떨어진 마을까지 걸어갔다.

기념품 파는 상점들은 넓은 천을 깔아놓은 위에 토속 공예품을 가지런히 진열해 놓고 있었다.

관심을 조금만 보여도 끈질긴 호객 행위가 뒤따르니 대충 보는 것처럼 살짝궁 둘러보았다.

"치퍼 치퍼"는 입에 붙었다.

싸다고 사라는데 구경만 실컷 했다.

마트에서 먹을거리도 몇 개 사서 5시에 셔틀버스 기사와 만나기로 한 장소로 갔다.

길모퉁이 흙바닥에 두 아이와 여인이 누더기를 걸치고 손을 내밀며 흔들면서 달라는 애처롭고 간절한 눈빛을 보았다.

벼리는 방금 샀던 빵을 주고 가자며 갖다 드리니 고개를 땅까지 숙이며 고맙다는 인사를 반복했다.

조금 도움이 되려나...

불쌍한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가는 도중에 여행사 직원들이 내일 초베국립공원 1일 사파리 투어에 대하여 설명하며 할인해 줄 테니 가보라고 했다.

"얼마냐?"

"1인 180달러."

터무니없이 비싸서 안 간다고 하니 점점 가격이 내려가기 시작하더니 두 사람 240달러에 해주겠다며 따라붙는다.

그 가격이면 괜찮은 것 같았다.

생각 끝에 초베보다는 케냐 마사이마라 국립공원이 좋을 것 같아 안 가기로 결정했다.

약속 시간 5시가 되었는데도 셔틀버스가 안 보였다.

아침에 만날 장소를 숙지시키고 그렇게 신신당부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보이지 않는 버스기사를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이틀 머물면서 빅토리아폴스 마을의 사람들은 좋았던 인상만 남겼는데 이런 일이 생기니 헷갈렸다.

주변 사람들에게 호텔에 전화해서 셔틀버스를 보내달라고 부탁하니 적극적이었는데 문제는 호텔 홈페이지에 전화번호가 없다는 것이다.

도움을 주려던 사람들이 안타까워했다.

전화번호가 없는 호텔이라니..

30분을 기다리다 걸어가는데 한참을 걸으니 날이 점점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길도 정확히 모르겠고 안전하다고는 하지만 낯선 곳이라 두려움이 다가왔다.

경찰서를 지나치는 순간

"들어가서 도와 달라고 해요."

벼리가 제안을 했다.

호텔 전화번호를 알 수 있을 것 같아 셔틀을 보내달라고 연락을 부탁할 참이다.

경찰에 가서 사정 이야기를 하니 도움을 주려는 두 사람 옆에 거드름을 피우며 큰 소리로 탱탱 거리는 사람이 있었다.

뭐 그런 일로 여기까지 와서 도와달라고 하느냐는 식이다.

그래, 너의 인성은 알겠다.

우리의 심정을 모르는 경찰이 거슬렸다.

그러든지 말든지 두 경찰과 이야기하니 책임자로 보이는 다른 사람이 나와서 적극적인 호의를 보이더니 기다리라고 했다.

운전기사와 대동하여 경찰차를 몰고 와서는 타라고 했다.

짐바브웨의 인상이 더 좋아지는 순간이다.

성향이 가지각색인 사람들을 여행하면서 무수히 겪었다.

거의 다 왔을 즈음 경찰차 기사는 호텔 위치를 정확히 몰라 지나가던 차를 불러 앞 세워서 숙소까지 안전하게 태워 주었다.

책임자는 뭐가 달라도 달랐다.

경찰이 너무 고마웠다.

감사의 인사를 하며 차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크게 흔들며 바라봤다.

호텔 프런트에 가서 셔틀버스가 안 왔다고 하니 기사가 폭포 입구에서 아직 기다린다고 했다.

만나기로 한 장소가 다른 곳에서 지금껏 기다리는 기사의 마음은 또 어떠할까?

"우리가 도착했다고 연락을 해주세요."

미안하다는 직원에게 더 이상 이야기를 할 수가 없어서 알겠다며 객실로 들어왔다.

자칫 잘못 됐다면 컴컴한 밤에 고생할 뻔했다.

멋진 경치와 추억을 안고 무사히 호텔로 돌아온 것에 감사하는 시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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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바브웨 빅토리아폴스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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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비아와 짐바브웨 경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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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가는 원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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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비아 쪽에서 배고프다는 사람에게 음식을 주는 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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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리아폴스 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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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베지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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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비아 쪽의 빅폴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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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 팔러 가는 잠비아 아주머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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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폴 경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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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찾아가는 경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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