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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스푼 Sep 18. 2024

너르게 살다 가고 싶다

온 마음을 다하여 걸어온 친구로부터

내가 가장 좋아하는 선물은 책이다

책은 언제 받아도 즐거움을 선사해 준다


나에게는 책을 선물해 주는 친구가 있다

 '너와 함께 읽고 싶은 책이 있어 보냈어'

라는 문자와 함께




사람의 색이 바래거나 사라지지 않고, 순록의 눈동자나 호수의 가슴처럼 그저 색을 바꿀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계절에 따라, 나이에 따라, 슬픔에 따라. 그러면 삶의 꺾임에도 우리의 용기는 죽지 않고, 무엇을 찾아 멀리 가지 않아도 서로에게서 아름다움을 목격하며 너르게 살아가지 않을까.


온 마음을 다해 오느라고, 늙었구나.


내가 귀하게 여기는 한 구절이다.

노인을 경외하는 것은, 내가 힘겨워하는 내 앞의 남은 시간을 그는 다 살아냈기 때문이다. 늙음은 버젓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마음을 다한 결과일 뿐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열차가 완전히 정지하기 전에 그러하듯, 흔들림 없이 잘 멈추기 위해서 늙어가는 사람은 서행하고 있다.


반면 나에게는, 지나야 할 풍경이 조금 더 남아 있다. 써야 할 마음도 조금 더 있다. 그것들이 서둘러 쓰일까 봐 혹은 슬픔에 다 쓰일까 봐 두려워, 노랑이처럼 인색하게 굴 때도 있다.


그날 노인의 뒤에 서서, 그에게는 위로로써 나에게 는 격려로써 저 시구를 읊조렸다. 노인에게는 멈추는 힘이, 나에게는 나아가는 힘이 필요하다. 그래서 나는 노인의 등을 바라보고, 노인은 호수의 가슴을 바라본다.




우리는 시공간을 달리하여 책을 읽지만

서로가 마음에 두는 글귀는 동일하다


어쩌면 우리는

온 마음을 다하여 걸어왔고

온 마음을 다하여 걸어가는 중이고

남은 인생도

온 마음을 다하여 걸어갈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같은 글에서 마음이 움직였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나는 이 책을 보며

너르게 살다 가고 싶음을 알아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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