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유일하게 경복궁을 끼고 있는 고즈넉한 한옥 마을의 예시가 바로 이 두 마을입니다. 어느 계절에 따라가고 싶은 마을이 있기 마련인데 이 장소는 저에게 매우 유익하고 학술적으로 도움이 되는 곳입니다. 그중에서 서촌과 다른 북촌의 또 다른 매력을 느끼고자 이 글을 기록합니다.
때로는 소소한 의미를 받는 곳이 또 하나의 새로운 장으로 이어가기도 합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책방'입니다.
흔히 서점이라고 불리는 곳이지만, 한문보다는 순수한 우리말인 '책방'이 더 익숙하더랍니다. 우리가 흔히 가는 구립도서관과 국립도서관 말고도 이 북촌 곳곳에는 여러 독립서점과 마이너 출판사들이 그 자리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습니다.
나름 전통이 깊은 곳입니다. 이 장소를 지나치는 사람들은 이 소중하고 작은 공간이 가져다주는 분위기가 매우 감성적이라고 합니다.
도대체 어떠한 곳이길래 그러한 의미를 부여할지 참으로 궁금했습니다.
저는 중간에 의심할 찰나 없이 이 입구로 들어섰습니다.
따라오라는 무의식의 텔레파시에 따라 자동적으로 발걸음이 옮겨졌습니다. 큰일 났네요.
어느 할머니께서 저를 빤히 쳐다보시더니 도슨트를 해주겠다며 따라오라고 하십니다.
"?"
"안녕하세요. 그저 이 공간이 아름다워서 지나친 거뿐입니다. 책 내용은 제가 따로 읽어보고 구매하겠습니다. 죄송해요."
"아니, 이 한옥 서점에 대해 설명해 주려고 합니다. 어서 따라오세요."
할머니, 아니 그녀의 목소리는 참으로 묵직하면서도 담백함이 일품이었습니다. 마치 한평생 자신의 서점에 대한 전문가적인 기질을 뽐내듯이 아주 평온하고 부드럽게 설명할 준비를 마친 상태였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니 저 말고는 다른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저 무명의 책이 가지런히 디피 되어 있는 테이블로 이동해 봅니다.
"이 한옥 서점은 말입니다. 나름 전통이 깊은 곳입니다. 서울에서 한옥 서점 보기 힘든데 여기는 나름 특별한 곳이에요. 한 100년의 전통이 깃든 곳이지요.. (중략).. 그렇답니다."
그녀의 첫 이미지는 정말 전문가와 같았고, 마치 이 북촌 한옥마을 아니 이 서점 터줏대감과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차마 그녀를 지칭할 수 있는 단어가 연상되지 않았습니다.)
저도 모르게.. 순간 그녀의 어조와 어투, 그리고 전체적인 설명 제스처에 푹 빠져버렸습니다.
테이블에 전시되어 있던 자그마한 책들, 그리고 적절한 공간 분리 감성
한옥 특유의 목재 냄새가 코를 자극했습니다. 북촌이라고 상상할 수 없는, 마치 어느 한적한 시골에 온 느낌이었습니다.
합천에 계시는 저희 외할머니 아랫방인 아궁이 초가집이 연상되어 살짝 기대했습니다.
삐거덕 거리는 목재 마루 위로 다양한 서적이 즐비했는데, 심히 고민되었습니다.
'보통 독립서점 가면 책을 구매해야 하던데... 막상 집었다고 10분 도슨트 해주시고 판매 강요하시는 거 아닐까?'
속으로 끙끙대었지만 제 마음을 잘 인지하셨던 그 할머니는 살포시 웃으시면서 이 말을 남겨주었습니다.
"걱정 말아요. 청년. 난 판매 강요 안 하니까 껄껄. 그냥 한번 둘러봐봐."
이윽고 부엌으로 이동하시더니 미닫이 목재 문을 닫아버리십니다.
1분간 외곽을 둘러보다가 신발을 벗고 천천히 내부로 들어가 보았습니다.
한옥 특유의 목재 냄새가 코를 자극했습니다. 북촌이라고 상상할 수 없는, 마치 어느 한적한 시골에 온 느낌이었습니다.
"할머니. 아니 사장님.. 이 책들 다 뭐예요...? 우와. 진기한 장면이네요!"
순간 저도 모르게 감탄의 연발이 쏟구쳤습니다. 삐거덕 거리는 사랑채 같은 곳으로 입장하니 전면, 좌우 모두 다양한 책들로 전시되어 있더랍니다.
해리포터 호그와트 성 아시나요? 마치 그 느낌이었습니다. 뭔가 제가 대학원생이 되어 연구원의 역할을 돈독히 해내가며 이 서점을 투철하게 분석해야 할 느낌이 들더랍니다.
갑작스러운 관람 충동에 의해 저도 모르게 도서관 코드를 읊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ISBN이 있을 리가 없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