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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갓혁 Jun 19. 2022

북촌에서 맞이한 한옥서점, 그리고 도슨트할머니

북촌 골목 투어 ep1

서촌마을과 북촌마을이 있습니다.


서울에서 유일하게 경복궁을 끼고 있는 고즈넉한 한옥 마을의 예시가 바로 이 두 마을입니다. 어느 계절에 따라가고 싶은 마을이 있기 마련인데 이 장소는 저에게 매우 유익하고 학술적으로 도움이 되는 곳입니다. 그중에서 서촌과 다른 북촌의 또 다른 매력을 느끼고자 이 글을 기록합니다.


때로는 소소한 의미를 받는 곳이 또 하나의 새로운 장으로 이어가기도 합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책방'입니다.


흔히 서점이라고 불리는 곳이지만, 한문보다는 순수한 우리말인 '책방'이 더 익숙하더랍니다. 우리가 흔히 가는 구립도서관과 국립도서관 말고도 이 북촌 곳곳에는 여러 독립서점과 마이너 출판사들이 그 자리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습니다.


지금 그 책방에 대해 진득하게 기록하고자 합니다.


시작합니다.

 



나름 전통이 깊은 곳입니다. 이 장소를 지나치는 사람들은 이 소중하고 작은 공간이 가져다주는 분위기가 매우 감성적이라고 합니다.


도대체 어떠한 곳이길래 그러한 의미를 부여할지 참으로 궁금했습니다.


저는 중간에 의심할 찰나 없이 이 입구로 들어섰습니다.

따라오라는 무의식의 텔레파시에 따라 자동적으로 발걸음이 옮겨졌습니다. 큰일 났네요.


어느 할머니께서 저를 빤히 쳐다보시더니 도슨트를 해주겠다며 따라오라고 하십니다.


"?"


"안녕하세요. 그저 이 공간이 아름다워서 지나친 거뿐입니다. 책 내용은 제가 따로 읽어보고 구매하겠습니다. 죄송해요."


"아니, 이 한옥 서점에 대해 설명해 주려고 합니다. 어서 따라오세요."


할머니, 아니 그녀의 목소리는 참으로 묵직하면서도 담백함이 일품이었습니다. 마치 한평생 자신의 서점에 대한 전문가적인 기질을 뽐내듯이 아주 평온하고 부드럽게 설명할 준비를 마친 상태였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니 저 말고는 다른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저 무명의 책이 가지런히 디피 되어 있는 테이블로 이동해 봅니다.


"이 한옥 서점은 말입니다. 나름 전통이 깊은 곳입니다. 서울에서 한옥 서점 보기 힘든데 여기는 나름 특별한 곳이에요. 한 100년의 전통이 깃든 곳이지요.. (중략).. 그렇답니다."


그녀의 첫 이미지는 정말 전문가와 같았고, 마치 이 북촌 한옥마을 아니 이 서점 터줏대감과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차마 그녀를 지칭할 수 있는 단어가 연상되지 않았습니다.)


저도 모르게.. 순간 그녀의 어조와 어투, 그리고 전체적인 설명 제스처에 푹 빠져버렸습니다.


테이블에 전시되어 있던 자그마한 책들, 그리고 적절한 공간 분리 감성


한옥 특유의 목재 냄새가 코를 자극했습니다. 북촌이라고 상상할 수 없는, 마치 어느 한적한 시골에 온 느낌이었습니다.


합천에 계시는 저희 외할머니 아랫방인 아궁이 초가집이 연상되어 살짝 기대했습니다.


삐거덕 거리는 목재 마루 위로 다양한 서적이 즐비했는데, 심히 고민되었습니다.


'보통 독립서점 가면 책을 구매해야 하던데... 막상 집었다고 10분 도슨트 해주시고 판매 강요하시는 거 아닐까?'


속으로 끙끙대었지만 제 마음을 잘 인지하셨던 그 할머니는 살포시 웃으시면서 이 말을 남겨주었습니다.


"걱정 말아요. 청년. 난 판매 강요 안 하니까 껄껄. 그냥 한번 둘러봐봐."


이윽고 부엌으로 이동하시더니 미닫이 목재 문을 닫아버리십니다.

1분간 외곽을 둘러보다가 신발을 벗고 천천히 내부로 들어가 보았습니다.


한옥 특유의 목재 냄새가 코를 자극했습니다. 북촌이라고 상상할 수 없는, 마치 어느 한적한 시골에 온 느낌이었습니다.


"할머니. 아니 사장님.. 이 책들 다 뭐예요...? 우와. 진기한 장면이네요!"


순간 저도 모르게 감탄의 연발이 쏟구쳤습니다. 삐거덕 거리는 사랑채 같은 곳으로 입장하니 전면, 좌우 모두 다양한 책들로 전시되어 있더랍니다.


해리포터 호그와트 성 아시나요? 마치 그 느낌이었습니다. 뭔가 제가 대학원생이 되어 연구원의 역할을 돈독히 해내가며 이 서점을 투철하게 분석해야 할 느낌이 들더랍니다.


갑작스러운 관람 충동에 의해 저도 모르게 도서관 코드를 읊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ISBN이 있을 리가 없죠.


"사장님, 여기 북촌 정독 도서관이랑 느낌 다른데요? 이런데가 있을 줄은 난생처음 알았어요 !"


"껄껄껄. 청년. 한 평생 이 서점을 운영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의 체취와 노고가 이 서점에 물들어갔지요."


사적인 공간을 하나의 서점으로 탈바꿈하셨다고 합니다. 마치 이 서점 자체가 자신의 집이었다는 듯이..


어느 구석에 부착된 옛 한양 전도를 보고 1분간 해석하기 바빴습니다. 그녀는 왜 이 전도를 서점에 붙였을까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북촌 한옥마을이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하지 않나요?"


당연히 궁금했지요. 속으로는 알려달라고 외쳤고 그 텔레파시가 통했나 봅니다.


"자, 잘 들어보세요. 이제부터 저의 역사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너무 깊게 받아들이지 말고 그냥 흘러들어도 돼요. 어차피 까먹을 거잖아요. 그쵸?"


"아뇨....... 얼른 이야기해주세요. 사장님!"


"북촌 한옥마을은 양반 대대로 전해진 가옥이 많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다양한 예술가들과 상인들 또한 속속 이 자리에 모이기 시작했고 터를 잡아갔지요. (중략) 아무튼 이야기가 참으로 길었다만, 외모로 보자 하니 평범한 회사원은 아닌 거 같고 예술가인가요?"


"음.. 작가 지망생입니다. 레트로 감성 좋아해서 이 북촌마을에 오게 되었고 제가 인지하던 마을의 이미지가 과연 실제와 비슷할지 한번 현장을 탐방해 보았습니다."


"열정적이신 분이군요. 서점에서 그런 통찰력 얻어 가기 힘들 텐데 그런 이유가 또 있을까요?"


"골목투어라고 잊히기 쉬운 골목의 풍경을 기록해 보려고 합니다. 말이 어렵지만 그저 사라지는 것들을 소소하게 기록하는 중입니다."


"재미있는 청년이시군요."


그녀와의 담백한 이야기가 지속될 때,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했습니다.


수산 전도
북촌 책방 풍경 그림화


어느 유럽 외국인 커플과 5명 정도 되는 소규모 패키지 투어팀이었습니다. 저는 혼자 왔기에 살짝 당황했지만 그 무리에 속하지 않고 열심히 여러 전시 형태의 책들을 구경하기 바빴습니다. 아니 사실 바쁜척했나 봅니다. 더 진득하게 보고 기록할 느낌을 생각했어야 하는데..


곳곳 풍경에 보이는 소소함이 깃든 것들을 기록한다는 것은 쉬운 게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그 사장님께서 저를 포함한 관광객들에게 이 멘트를 날리셨습니다.


"자자, 다들 이쪽으로 모이세요. 커먼 커먼. 이제부터 도슨트 해봅니다. 제 소개가 늦었군요. 저는 이 북촌 책방의 주인장인 도슨트 할머니라고 합니다."


도슨트라는 의미를 아시는 걸까요? 굉장히 전문가적이면서도 장인 정신이 물씬 느껴졌습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했습니다. 그녀 자신의 자신감이 한껏 펼쳐진 그런 곳에서 저는 한낱 시민에 불과한 느낌을 받았지요. 이분이 진정한 작가였습니다.



1962년 초판 서적. 민주주의 관련 책입니다.


다양한 옛 서적이 즐비했던, 특히 1960 - 1980년대 옛 민주주의 관련 책들이 대다수였습니다. 아마 사장님은 이쪽 분야에 관심이 많았던 모양입니다.


이 책을 펼치면서 다양한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 사장님은 옛 한국의 근현대사를 철저하게 분석하시고 사랑했던 분이 분명했습니다.


저는 그녀의 노고와 집필 기록을 몸소 느껴보고 이 글을 기록하는 중입니다. 그리고 그녀의 열띤 책 도슨트가 계속 이어집니다.


자신의 아버지가 국가유공자였다는 이야기, 그러니까 조선 구한말 일제에 대항하기 위한 최초의 독립군 출신이었답니다. 그분의 성명은 굳이 알려주시지 않으셨다만 그녀의 얼굴에서 뿜어져 나오는 느낌은.. 나름 뿌듯함과 자부심을 가짐이 분명했습니다.



다양한 옛 서적이 즐비했던, 특히 1960 - 1980년대 옛 민주주의 관련 책들이 대다수였습니다. 아마 사장님은 이쪽 분야에 관심이 많았던 모양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책들도 즐비했습니다.

최인호, 공지영, 이인성 작가님들의 책 또한 꽂혀 있었고 잠시나마 옛 감상을 느끼기에 충분했습니다.


한옥 뒤로 보이는 빨간 벽돌의 주택가



옛 소품들이 자잘하게 전시되었던 곳



아주 맑았던 북촌의 하늘




한참 둘러보더니 이윽고 명함을 건네주셨습니다.


80년대 이면지로 되어있는 낡고 찢어질 듯한 명함.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녀의 체취가 물씬 느껴졌던 명함이었습니다.


앞으로 기억하려고 이 글을 기록해 보았습니다.


"사장님, 아니 할머니. 나중에 다시 올게요. 그전까지는 이 서점이 계속 운영되길 간절히 기대합니다!"


"껄껄 퍽이나 오겠다요. 나중에 다시 오면 그때는 쌍화차 한잔 대접하면서 또 진득한 옛날이야기해줄게요. 참, 성함이 어떻게 되죠?"


"진혁이라고 합니다. 이름 기억해 주세요. 안녕히 계세요."


그리고 저의 이름과 인스타 아이디(사장님은 인스타를 안 하시겠지만 말입니다.)를 이면지에 적어드리고 나왔습니다.


정말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할머니의 노고가 깃든 이 장소를 말입니다.

그리고 그녀의 아름다웠던 도슨트 내용까지 말입니다.


<북촌 책방, 도슨트 할머니를 기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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