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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갓혁 Jun 16. 2022

서촌 사람들 인터뷰 <마을자부심>

서촌 골목 투어 ep7

"동네에서 좋은 냄새가 나요.

심지어 동네 곳곳에 꽃들이 활짝 피고 있어요."


_서촌 마을 어느 주민의 말씀 ._.



단순히 어느 동네를 떠오르게 할 만큼 거창하고 대단한 말솜씨가 아니었다. 다만 동네에서 도대체 어떤 좋은 냄새가 난다는 것인지 난 참으로 궁금했다. 그렇다. 이번 이야기는 서촌에서 발견되는 흥미로운 냄새가 무엇인지 분석해보고 나만의 생각을 기재해 보았다. 사실 서촌을 갈 때마다 특유의 냄새를 자주 맡고는 했다.


에는 벚꽃나무에 휘날리는 꿀 비슷한 냄새가 코를 자극했고, 여름에는 시원한 상록수 냄새가 안산 자락 따라 서촌 사이사이로 누비었고, 가을에는 아찔한 은행나무의 은행 터지는 냄새가 구수했었고, 마지막 겨울에는 싸릿 눈이 포근하게 내리면서 목재 건축물과 맞닿으며 사람 기분을 좋게 만드는 호르몬을 내뿜고 있었다.


어쩐지 이 글을 쓰면서도 유난히 꿀 냄새가 내 코끝을 자극했던 이유는 아직도 나의 마음 한편은 이 프로젝트에 몰두하기 위함이었지.


하나, 둘 자료 정리를 하다보면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해주었다.


서촌의 매력을 자극하는 또 다른 냄새를 얻어보자 ! !


서촌을 사랑하는 분들을 위한 또 하나의 글이랍니다. (에헴, 저 레트로 매니아라서 이해해줘요)




역사책방의 한 모퉁이에 장르별 매거진이 꽂혀있다.

나 갓혁은 도시 재생 관련 책을 읽다가 살포시 자리에 앉아버렸고.



"뭐 하러 뛰어다닐까요.

반듯하고 올곧은

자세로 이동해 보세요.


표정을 찌푸리면서

걸어가 보세요.


그게 본모습이 아니겠죠.

적어도 여기서는."


_서촌 어느 A시인의 글귀



전에 언급했던 대로 독립서점이 유별나게 많았던 서촌 마을이다. 그 안에서 읽을 수 있는 다양한 책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나의 올바른 생각을 인도해 줄 의미 있는 서적을 발견하기란 참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난 그저 이 모든 매력 요소가 깃든 서촌이 참으로 좋을 따름이다.


길가던 사람에게 넌지시 물어보자. 당신들은 어떠한 이유로 이곳에 오셨냐고 말이다. 사람마다 각각 상이하지만 대부분 서촌 골목을 그저 거닐고 싶어서. 또 다른 매력을 지닌 가게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듣고 찾아왔다는 게스트분들이 많았다. 그들의 공통점은 하나였다. 바로 '힙스터'라는 점에서 하나의 공통된 일관을 보여주고 있었다.


창성동은 오늘날 서촌 마을에 있는 법정동이다.


서촌의 실험실. 무엇을 연구할까.

아마 무너지고 쓰러져 결국에는 허름해져 사용할 수 없는 서촌의 소소한 것들을 연구할까?

문화재 발굴단, 사학자, 역사학자, 인류학자, 문예창작과 여러분들의 소집이 빠듯하다구요!


(관심 있다면 얼른 와서 나한테 댓글달라구~)


그럼 서촌에 오신 분들은 힙스터 감성을 느끼기 위해 서촌에 온 것일까?

사실 그건 아니다.


일단 힙스터가 뭔지 제대로 의미를 파악해야겠다. 힙스터는 1950년대 이후 미국에서 처음으로 등장하게 된 개성주의였다. 구세대의 산물인 집단주의와 조직사회, 국가주의에 반대하기 위해 개인의 몫과 가치관을 중요시 여겼던 힙스터들의 등장은 그때부터였다. 그들의 등장은 요란하기 짝이 없었고 특히 대중 매체를 따라가고 싶지만 따라가기 싫은 아이러니한 츤데레 현상을 보여주었다.


일종의 청개구리 심보라고할까.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독특한 개성과 안목은 있지만 그렇게 눈에 확 튀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그저 나 자신이 편안하게 보이기 위한 이상한 간극이 껴있는 셈이다.


그런데 웃긴 점은 지금 내 나이를 비롯하여 젊은 층들은 대부분 힙스터 기질을 가지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의 구시대적 사람들은 이러한 사상을 비관하고 비판했다.


그 이유는 온전히 조직을 위해 헌신했던 그분들의 사회적 방향이 깃든 당시 시대상이 힙스터들의 방향성과 아예 다르고 차이가 컸기 때문이었다.


더욱이 정부의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해서 생계적 궁핍이 있었던 힙스터들이었기에 이 마음을 잘 공감하지 못했던 기득권층이 만연한 미국의 시대상이 적나라하게 비친 1960년대였다.


우리나라 또한 오렌지족이라는 유명한 사상을 지닌 사람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일명 욜로족의 시초라고 불리는 1980년대 1세대 욜로족이었다. 그들은 부모님의 무궁한 삶과 경제력, 돈의 뒷받침을 받으며 결국에는 그 자리를 이어받았고 여전히 승승장구하는 삶을 쥐어 잡고 산다. 그러나 그들이 이야기하길 본인들은 애초에 '힙스터'에서 감명을 받아 자신들만의 개성과 문화, 예술을 꿈꾸었다고 한다.



서촌의 욜로가 되실래요, 아니면 힙스터가 되실래요. 선택하세요.


저는.. 사실 힙찔이를 꿈꾸지만 힙스터가 되길 바라는 아싸란 말이죠.

그런데 말이다. 힙스터랑 오렌지족이랑은 확연히 차이가 있다.


첫 번째, 경제력의 차이였다. 힙스터들은 가난했다. 오렌지족은 풍족했다. 심지어 부모의 재산과 환경의 뒷받침이 있냐 없냐에서 비롯되었다.


두 번째, 과거 서브컬처(하위문화)는 힙스터들이 차지했고, 대중문화는 오렌지족의 문화적 점유율이 높았다.


마지막, 힙스터는 문화와 예술이 깃든 임대료가 저렴한 곳을 찾아다녔고, 오렌지족은 인프라가 좋고 투자 가치가 좋은 오피스텔 단지와 주택단지를 갈망하였다.


두 사상의 공통점은 기존 세대의 보수적인 사상의 틀을 깨부수고 '개인'에서 비롯되었던 사상에 근거한다.


그러나 두 주류의 차이점의 간극이 너무나 컸기에 이 부분을 분석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서촌 마을은 오렌지족의 문화 향유지가 아니라, 사실 힙스터들의 거처이자 아지트였다.




"남들이 모를 때 더 짜릿하고

그래도 알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고


이런 청개구리 심보

사실은 제가 힙스터라서요."


_서촌 OO 공방 사장님의 말씀




'조직'보다는 '개성'을

'능력'보다는 '자질'을

'인성'보다는 '인정'을


_서촌 어느 OO 서점의 매니저님이 작성한 글귀


(이 글귀 보자마자 무릎을 탁 쳤다. 그래 바로 이거야! 이거! 이게 로컬 인문학 감성이지!)


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특이점 없는 강렬한 검은색, 회색 정장을 입고 횡단보도를 건너며 시간을 준수했던 사람들, 똑같은 마크와 똑같은 검은색 차량들이 횡단보도를 건너는 행인들을 기다리는 장면과 그 주변을 돌아다니는 택배차의 소란스러운 신문 던지는 소리는 그저 삭막한 당시 서촌의 이미지를 대변해주고 있음이 분명했지.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아.


다채로운 색깔이 우리를 감싸는 동네가 서촌이란 말이지.

난 오늘도 또 하나를 배워갔다.



서촌 마을 10계명


자네.. 아니.. 여러분들.. 서촌 마을에 진득하게 있으려면 이 정도는 알아야지 않겠습니까. 꼭 알아두십시오 ._.


1. 임대료가 저렴한 곳에서 나만의 개성으로 일궈낸 작품을 만든다면 그걸로 오늘 하루 큰 쾌거와 만족감을 느낄 수 있을테야.


2. 조직에서 바라던 10시 오픈 출근 시 가끔 1분 정도 늦어 욕을 먹고말테야.


3. 똑같은 마감 시간에 치인다면, 매니저한테 요청해 다음날 새벽까지 제출하도록 할테야.


4. 대형 프랜차이즈가 아닌 상호가 무명인 어느 젊은 사장님의 풍부한 센스와 실력까지 겸비된 식당에 갈테야.


5. 먹는 데에만 비건을 투자할게 아니라, 삶의 심리에도 초록색깔 피톤치드를 녹이기 위해 오늘도 식물 공방에 가서 식물에 물을 뿌려줄테야.


6. 아무도 없는 3평 지하 밴드 연습실에서 나 홀로 춤을 추며 신나게 점프하고 그대에게 응원 춤을 출테야.


7. 가끔 딱 부러지는 말이 아닌 어정쩡한 아싸의 말로 이어가도 인정해줄테야, 그리고 이해해줄테야.


8. 있어 보이기 싫은데 있어 보이고 싶은 심정을 그대로 글과 그림에 묘사하고 표현할테야.


9. 가끔 외관에 거대한 야외 거울이 있는 카페와 재즈 바에 가서 낮은 불빛 농도에 휘몰아 행인들과 서로 진득한 이야기를 할테야.


10. 공실과 폐가가 가득한 어느 허름한 집 외관에 페인팅으로 나만의 드로잉을 그릴테야. 그리고 그 자리에 갓혁의 그림을 올릴테야.


우리는 힙스터라서 행복하다.

그래서 나는 서촌이 좋을테야. 좋구나. 좋다.


(사실 어디까지나 장난인거 아시죠? 그만큼 서촌을 사랑하기에 귀엽게 표현해보았답니다. 생소하지 않게, 하지만 마음에 닿을 수 있을 정도로. 악플 달면 혼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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