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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갓혁 Jun 27. 2022

삼청동이 좋아요. 그래서 걸어보았습니다.

북촌 골목 투어 ep2

<6월 어느날, 북촌마을 중 삼청동 골목으로 거닐어 보았습니다.>


이번에는 북촌 곳곳 골목을 누벼보기로 하였습니다. 날씨가 무릇 화창하여 천천히 이름 모를 골목을 거닐어 보았고, 서서히 청록색의 풀잎들이 곳곳에 보이기 시작했지요. 사실 주말에는 사람들이 많아서 이동하기 참으로 힘들었지만, 그렇게 북적이는 골목이 때로는 저의 감성을 푸르게 대변할 수 있어서 참으로 좋았답니다.


사람들이 서촌 말고도 북촌에 가는 이유를 저는 한번 고심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곳곳에 보이는 전시회, 그리고 미술관, 복합 문화단지, 여러 카페들.. 사실 서촌과 북촌은 그렇게 별 차이가 없다고 느꼈는데 사람들이 자주 가는 골목길로 이동하는 순간 깨닫고 말았습니다.


바로 독립적인 '미술관'이 존재했기 때문입니다. 서촌에는 소소한 전시회가 즐비했고 나름 예술가들의 평판이 자자한 복합예술단지를 자주 접하게 된다면, 북촌은 독자적인 미술관이 예전부터 구전되어 전승된 사례가 많았답니다. 대표적으로 종로구에서 운영하는 고희동 미술관이 그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하지만 오늘은 조금 더 진득하게 골목을 걸으면서 기록을 남겨보려고 합니다. 다 때가 있기 때문이지요.



첫 장면부터 흡사 처음으로 북촌에 온 관광객이 찍은 사진 같습니다. 허나 저는 이 골목을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심지어 예전부터 이 골목을 통해 북촌의 다양한 장소를 누벼보기도 했습니다. 가끔씩 어색할 때 찍는 사진은 애매한 분위기를 만들면서 동시에 감각적인 이미지를 깨우치게 합니다. 이 사진이 의미하는 바는 딱 하나입니다. 소소한 골목에서 마주하는 풍경과 이미지는 과연 누구로부터 비롯된 것일까요. 정답은 본인이 알고 있습니다.


서촌과 다르게 북촌은 골목 곳곳을 누비다 보면 한옥 담벼락이 많습니다. 물론 오랫동안 활용하지 않아 쓰러지고 허름해져 가는 돌담과 벽돌을 깨부수고 다시 재건축하여 탄생된 배경도 있습니다. 신기한 점은 북촌은 나름 한옥마을이라는 메이커 브랜드가 작용되어 종로구에서 신경을 자주 쓰는 모양입니다.



'공간' 공방, 그리고 프로젝트


북촌마을을 거닐다 보면 여러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다양한 예술가들의 공간을 구경할 수 있게 됩니다. 이분들은 보통 문래동, 망원동, 홍대, 혜화 등 각지에서 예술가적 혼을 불태우다가 모인 사람들인데요. 그들의 프로젝트는 더할 나위 없이 다양한 분야에 도전하게끔 큰 용기를 북돋아줍니다. 대표적인 예시로 '플로깅'입니다. 참으로 희한하지 않나요? 산책과 트래킹 중 쓰레기를 줍는 행위가 플로깅인데 한옥마을에서 행한다는 것 자체가 참 재미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나무 심기 프로젝트'도 있습니다. 사실 나무를 심으려면 많은 전문가의 인력과 함께 시간과 예산 과중이 일어납니다. 그래서 봉사활동 단체에서는 프로젝트 의지력이 있는 인원들을 직접 선발하여 이 프로젝트에 착수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들은 왜 그러한 일을 진행할까요?


사회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말이 있죠? 우리는 알다가도 모르게 선행을 베풀어야만 하는 느낌을 받습니다. 그리고 적절한 시간과 장소, 환경이 비롯될 때 그 영향력은 엄청난 시너지를 발휘합니다. 무인도에 가서 누가 과연 나무를 심을 수 있을까요? 말은 달콤한 프로젝트이고 또한 인생에 있어서 가장 큰 선한 영향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실현하시는 분들은 많이 없답니다. 또 하나, 무인도에 굳이 나무를 심는다고 좋은 영향력을 알아줄까요? 언론에서나마 짧게 기록이 되겠지만 그 누구도 이 무인도를 다녀갈 생각은 없어 보입니다.


그래서 정하다 보니 사람들이 자주 밀집하고 유입되는 곳, 그리고 사회적 공론이 생기는 장소로 선택하게 되었답니다. 그곳이 바로 지금의 한옥마을입니다. 홍대, 이태원, 신촌, 을지로, 혜화, 영등포도 아니고 굳이 한옥마을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감성 마케팅이죠. 때로는 환경이 뒷받침될 때 더 큰 에너지가 느껴져요."


한옥마을에서 플로깅을 하는 어느 자선단체의 인터뷰 중에서.


대부분 한옥마을에 거주하는 분들을 제외하고 관광객들의 유입이 굉장히 많습니다. 관광객들을 다시 분석하고 파악하면 대략 50프로는 내국인 젊은 층(2030), 10프로는 10대 청소년, 나머지 40프로는 외국인들입니다. 이분들이 이 한옥마을을 다녀가는 공통점은 장소에 대한 분위기가 매력적이기 때문이랍니다.


그중에서 타 지역에서 구경할 수 있는 체험놀이가 이 북촌에서 많이 이루어진다고 봅니다.


한때 풍물놀이로 유명했던 장소가 가회동이었고, 조금 더 지나치면 계동이라는 조그마한 한옥 골목길이 나오며 그 장소에서는 소소한 버스킹이 이루어집니다. 코로나가 지속되면서 지금은 그러한 풍경을 구경하지는 못하지만 불과 4년 전에 관광객 유입이 많을 때에는 이러한 요소가 많이 가미되어 외부인들의 유입이 굉장히 급상 했다고 합니다.


종로구에서 주관하는 '북촌 한옥마을 관람 이유 설문조사'에 따르면, 유입 이유에 대해서 한옥마을이 지니고 있는 분위기와 사람들, 그리고 풍경이 서로 조화를 이루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다시 세부적으로 조사하면 다음과 같았습니다.


               분위기 : 한옥마을 특성상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갤러리, 공방, 전시회 등 다양한 분야의 복합단지까지 겸비된 곳이라 더 의미가 짙었습니다.             


               사람들 : 인적 인프라로 예술가들이 겸비한 서촌과 연계되었던 점, 일부 갤러리 단체의 프로젝트 지원이 지속되었던 부분이 서로 결합되어 그 특색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풍경 : 허물어져가는 한옥 마을과 함께 예전부터 사용되었던 다양한 건축물이 즐비했고, 여러 크리에이터들의 화합의 장이 형성된 곳이기도 합니다.             



왜 하필 북촌 한옥마을인가요?


서촌마을에서 플로깅을 본 적이 없습니다. 또한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은 사실상 모든 사람들의 토론 거점지역과 행동 지점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하는 곳입니다. 저도 그러한 장소가 있을지 생각을 많이 해보았습니다. 결론적으로 서촌은 예술가적 아지트가 있는 곳이지만 그것을 실현시키기 위한 적절한 장소는 그 옆 동네인 북촌이 알맞더랍니다.


북촌보다 서촌이 임대료가 조금 더 저렴하답니다. 그래서 잠시 머물면서 공방에서 업무에 착수하기 위함은 서촌이 당연했고, 다만 실제적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기 위한 장소는 북촌이 더 큰 강세를 보였습니다. 이로써 서촌은 아늑한 공간을 의미했다면, 북촌은 활동적인 공간을 상징하는 듯합니다.


(사실 덧붙이면 마을의 정체성을 따지기 위해서는 공간의 연계성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추후 이 내용은 따로 기록하도록 하겠습니다. 제목 : 마을의 공간 지향성에 대하여_갓혁)




코리아 목욕탕 (현재는 코리아 게스트하우스)



코리아 목욕탕은 어떤 용도였을까요? 그리고 왜 사라졌을까요?


사진을 보면 위에 '코리아'라고 적힌 기다란 빨간 굴뚝을 마주하게 됩니다. 삼청동의 랜드마크라고 하네요. 그런데 주인이 없는, 심지어 아무 인적도 없는 공가 같은데 랜드마크로 지정될 정도면 어떠한 의미가 있을까요? 저도 참으로 궁금했습니다. 제가 태어난 시점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글쓴이는 90년대생입니다.)


현 사장님이 없다면, 인근 주민과의 인터뷰 실력을 발휘해야겠죠? 하지만 마주친 어느 아저씨는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답니다. 좋은 영향력을 발휘하겠다는 사정을 겨우겨우 말씀드리니, 그제야 이 목욕탕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원래는 1960년대 말에 영업을 시작한 조그마한 목욕탕이었다고 합니다. 주 고객은 인근 정부 관계자들과 기자들, 그리고 삼청동 주민들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물가와 땅값이 점점 상승하던 2010년대 시점에서 이 목욕탕을 운영할 기력이 서서히 약해지자 이내 다른 사장님에게 건물을 넘겨준 후 게스트하우스로 재탄생되었다고 하네요.


가끔씩 이 마을을 지나가는 삼청동 토박이 주민들은 저 코리아 목욕탕을 보면서 옛 감성에 취하곤 했답니다. 저희 동네로 따지면 공항동 막걸리 골목과 같았어요. 세월의 무상함에 못 이겨 결국에는 옛 건물들이 사라져 가면서, 마지막 자존심이었던 이 건물 또한 없어지니 사실 허무함이 감돕니다.. 저도 그렇게 느꼈고요.


삼청동 전경


어느 한적한 갤러리로 올라가는 목재길


5월 ~ 6월의 북촌은 겨울과 달리 풍성하고 싱그럽습니다. 상록수 꽃 피는 봄꽃처럼, 시원시원하게 날리는 침엽수림처럼, 온난한 기후에도 잘 자라는 풀잎들처럼 어느 곳에 껴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싱그럽습니다. 그러한 곳을 거닐다 보면 자연스레 무의식의 세계로 빠집니다. 곳곳에 보이는 기와 풍경마저도 사랑스럽습니다.


북촌마을은 더 깊이 올라갈수록 점점 더 색깔이 짙은 장소로 이동됩니다. 전반적인 빨간 벽돌을 지닌 서촌과 달리 북촌은 한옥마을이 참으로 많습니다. 어딜 가나 ㄷ자, ㄱ자로 된 한옥마을이 보이며 심지어 개량 한옥도 종종 보입니다. 개량 한옥은 1930년대 일제강점기 민간주택경영업자들에 의해 새롭게 창조된 근대 한옥입니다. 한마디로 근대적 한옥이라고 보면 됩니다. 처마 밑에 동그랗게 달린 종은 종로구를 여전히 상징하고 있으며, 그 품격답게 골목 곳곳에는 아지랑이 피우듯이 아름다운 풀잎들이 만발하고 있답니다.



북촌로, 그리고 그 주변 골목길 풍경


6월, 북촌의 골목을 거닐어 보았습니다.

기분이 좋아집니다. 평상시 걷는 것에 관심이 많다면 행동으로 이어 보세요.

그만한 좋은 감성이 또 있을까요.


걷는 데에 중점을 가진다는 것.

사실 이만한 이유 말고 또 있을까요.


<다음 화에 지속됩니다.>


#갓혁의일기 #북촌한옥마을 #북촌투어 #북촌마을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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