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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갓혁 Jun 30. 2022

강서구 주민의 하소연

사라져가는 서울의 풍경을 기록합니다. 쓸쓸하게 없어질 장소를 사유합니다.

<공항동의 절반은 김포공항 인프라 발전 및 재개발로 인해 1년 뒤 사라질 위기에 처했습니다. 누군가가 이러한 글을 보고 의미심장하게 울림을 받았으면 합니다. 그래서 기록합니다. 하나의 기록이 추억이 되고, 또 다른 의미로 될지 모르니까요. 그래서 공항동을 기록합니다. 사라질 강서구 이면을 기록합니다.>


강서구는 여전히 발전 중이다. 하지만 강서구에 20년 동안 토박이로 살던 나는 가끔씩 (아니 요즈음, 사실 잇따라) 생각이 많아지더라.


윤 정권이 강서구 김포공항과 관련한 발전을 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운지 어엿 3개월이 지났지만 아직은 시기 상조인 듯하다. 다만 이런 언론은 강서구 주민들에게는 긍정적인 이야기와 함께 그 이면에는 안타까운 비극이 숨겨져 있다. 지금부터 나는 김포공항의 이슈가 있는 그 장소, 바로 공항동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


사실상 형식적인 골목투어라고 읊겠지만 근본적으로는 사라져가는 것들을 기록한다. 그리고 간극에 대해 나의 느낀점을 남기려고 한다.


1. 강서구민으로 산다는 것.

난 정말 우리 동네를 사랑했다. 아니 사랑했었지. 이렇게 여운을 뜨는 이유는 단 한 가지, 점점 회색빛이 만무한, 고층화 되어가는 동네를 보고 기겁했기 때문이다. 정녕 이곳이 우리 동네가 맞단 말인가 싶었다. 학교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난다. 2년 전 불과 빈 공터였던 우리 동네, 여름철에는 개구리가 개굴개굴 거리는 소리가 자자했는데 어느새 완공된 이후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한 곳이 되었다. 이름은 마곡 하늬 중학교이다. 한동안 이름 가지고 엘리베이터 공고문에 여러 민원이 걸렸던 게 어렴풋이 기억난다. 설문지 조사랍시고 당시 우리 아파트 커뮤니티에서는 이 마곡동의 발전 유치를 위해 중학교 이름까지 바꿀 것인지 아닌지에 대한 이 유치하기 짝이 없는 설문조사까지 실행 중이더라.


(솔직히 말해서 난 우리 아파트 커뮤니티에 가입하지 않았다. 굳이 익명성의 사람들과 정치적 공론에 얽매이고 싶지 않아서이다. 그들의 곡소리는 간단하다. 마곡동을 더욱 발전시키자. 예를 들면 우리 아파트 인근에 있는 여러 상권 단지를 개발시켜서 강서구 제일 신도시로 자리 잡도록 하자는 명분이다.)


어차피 이 설문 조사가 나에게 통할리는 없다. 그저 난 한낱 이 아파트에 거주하는 서민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앞에서는 당장 커뮤니티에 가입하여 마곡동 발전을 운운하는 앞잡이.. 분들이 너무 많다. 이러다가 노이로제 걸릴 것 같았다. 한참 사회적 이슈도 잘 모르는 30대 초년생에게 부동산 관련 정책을 동네를 연관시켜 꺼낸다고 과연 그게 통할까? 물론 나도 관심이 많다만 반강압적인 정치 노선 싸움에 휘둘릴 이유는 없다. 난 명백히 그 이유를 알고 있다. 이 사람들은 온전히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남들을 이용하여 강서구청에 공고를 할 예정일 것이다.


더 자세히 이야기하면 커뮤니티 인구의 6/10, 즉 과반수의 싸인(해당 마곡동 인프라 발전에 동의하는 서명)이 있어야 해당 아파트 관리 업체를 통해 자치단체에 제출할 수 있는 기획서를 제출하고픈 모양이다. 난 그럴 생각 1도 없는데 말이야. 나 같은 개인주의가 세상에 얼마나 많은데, 그것도 그렇지만 점점 기계화, 상업화, 회색화 되어가는 이 청렴한 동네를 순수하게 보낼 수가 없단 말이지. (사실상 이기주의를 운운하기 전에 이 글을 작성하는 원인을 더 자세히 기록해본다.)


그래서 난 오늘도 기록해본다. 

(서울의 재개발 이면에 감춰진 것들을 기록하는 장으로 말이다.)


강서구민으로써 산다는 것은 누구보다 자부심이 있다는 뜻, 그래서 난 오늘도 더 자부심 있게 살 것이다.


누구처럼 자본주의에 휘둘려 커뮤니티 운운하며 인프라 왕따시키려는 사람들보다 낫겠지. 그게 당신들이고 이 글을 본다면 얼마나 철부지 없는 그딴 말을 했을지 상상이나 가겠어?


2. 공항동 사람들이 좋아서

원래 화곡동 사람이었고, 어느새 마곡동으로 이사간지 5년이 넘었다. 그래봤자 강서구 토박이라서 별 의미가 없다. 그런데 난 예전부터 공항동 사람들이 참 좋았다. 그 사람들은 뭔지 모르지만 사람의 '정'이 느껴지는 감성이랄까. 오늘날 따지면 서촌 마을 사람들같다..... 일부적인 표현으로 이 모든 글을 객관화시킬 수는 없다만 내 입장에서는 의도적, 인위적인 사람의 형태가 아니라 진짜 순수하게 정으로 사람들을 대하는 사랑이 느껴진다. 그분들에게 많은 것을 배워갔다.


2018년 비 오는 한 여름날, 친구들과 파전 골목 어느 허름해져 가는 노포에 들린 적이 있다. 그 친구는 참으로 레트로 감성을 좋아했다. 심지어 공항동 토박이 친구였다. 나와 같은 고등학교 출신이면서 인근 농구 코트에서 밤새도록 농구를 했던 기억도 있었고, 심지어 오쇠리 (지금은 사라진 마을) 방향으로 트래킹을 하며 우리의 미래를 밝게 비추자고 소망 아닌 염원 놀이를 했던적도 있다. 이 친구와 함께 놀면 좋은 점이 공항동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 친해질 수 있다는 점이었다.


송정역 근처 아지트라고 부르기에는 뭐 한 조그마한 놀이터에서 이름 모를 친구들과 수다 떨며 숨바꼭질했던 기억, 그리고 한옥처럼 보이는 어느 카페에서 이 친구의 부모님과 하루 종일 수제공품을 만들었건 기억, 마지막으로 이 친구의 지인들과 공항시장에서 먹거리 투어를 했던 기억까지- 그 모든 게 정말 진득이 내 기억 속에 소스라치게 자리 잡혔지.


그런데 이제는 그런 감성 느끼기가 어렵다. 다들 어디로 떠나간걸까?

어느새 허름해져 가는 빨간색 벽돌 사이사이로 이끼가 무릇 피어나더니 다들 이주한 모양이다.


이제는 걷다 보면 당시 젊었던 아주머니, 아저씨들의 이마 주름이 한 줄 두 줄 더 생기신 게 내 눈에 또렷이 보인다.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이 송정역 근처를 거닐면 이내 내가 알고 있던 공항동이 맞나 싶어서 다시 한 번 더 구경을 하게 된다.


골목 곳곳을 돌고 돌면 그곳이 확실히 맞다만, 예전 감성을 느낄 수가 없어서 참으로 슬프고 비참했다. 이제는 어디로 가야 하는 미래인지 내심 정답은 모르겠지만 그분들의 미래 또한 내가 신경 쓸 시간조차 없다.


그렇게, 천천히, 버려지고, 무더지고, 쓰러지고, 허름해져, 먼지처럼 사라져졌다.


3. 공항동 발전에 대한 나의 생각

공항동에 거주하는 분들을 위한 나의 생각을 기록한다. 난 공항동 사람들 전부를 대변할 인물은 아니다. 하지만 그들의 표정은 서서히 어두룩해지고 현실에 찌든 외부인처럼 닮아간다. 아니나 다를까. 원래 강서구의 논밭이라 일컬었던 송정역 근처, 즉 공항동의 본디 작은 마을은 점차 마곡동의 거대 물결에 휩싸여 상업화됨이 분명한데 외부업체들은 다들 이러한 분위기에 자연스레 취해 투기 장소로 몰색 하는 곳이 바로 이 공항동이라 더 안타까울 따름이다.


조그마한 이명과 곡소리가 이어지는 듯하다. 여전히 공항동 주민센터 주위를 거닐면 벽보가 붙어있다.


'공항동 재개발 전면 금지'


하지만 누군가의 투기 장소가 알맞다면 그들에게는 하염없이 긍정적인 혜택을 제공해 주겠지만, 본디 현주민들의 생태계는 그렇게 잃어가는 것이 당연한 것 같다.


윤석열 정권이 김포공항 인근 인프라 개발을 한다고 떠든지 어느새 3개월이 지났지만 별 효과가 없어 보인다. 아직은 시기 상조라서 그런가. 아니면 예산 부족의 결과인가. 지방선거 이후 강서구 의회 및 지자체장이 바뀌었으니 1달을 조금 더 기다려봐야겠다.


그러나 김포공항 인프라가 발전하기 전에, 이 공항동 주민들의 생태계부터 안정적으로 보장해 주었으면 하는 소망이 있다.


차라리 오쇠리 마을 주민들처럼 부천 까치울 전원주택으로 이전해주듯이 말이다. 물가는 점점 상승하고 코로나 타격으로 영업의 60프로 손실을 받았던 공항동 주민들이 기억난다. 강서구청에 여러 민원 사항을 올려보아도 대답이 없었다. 누구를 위한 하소연일까.


이래서 도시재생을 한다고 섣부르게 판단하는 정부에게 쓰디쓴 말을 해주고 싶다. 그건 공항동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 주민들을 두 번 죽이는 일이라고.


차라리 소통이라고 있으면 다행이지만 그런 명목도 없어 보인다. 다만 현실적으로 서울 - 광명 민간 고속도로, 소사 대곡선(부천과 김포공항을 경유하는 전철)이 개통된다면 또 어떻게 변화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정부의 몫이지, 공항동 주민들을 위한 방법이 아닌 것 같다. 그전까지 그들의 아우성은 서서히 빛바랜 고통으로 사라지겠지...


<2022.6. 공항동 주위 풍경을 찍어보다. 이제는 사라져가는, 없어져가는 것들을 기록합니다_갓혁>


강서구 공항동 6통 5반


당시 새마을 운동 시점 (1970년대 / 박정희 정권) 사용했던 주소 표지판이 그대로 문에 부착되어 있다. 세월은 점점 변화하는데 이 자리를 굳건히 지키던 철제문과 주소 표식판은 그대로 이 자리에 머문 게 참으로 마음이 아프다. 어쩌면 우리의 미래일지도 모르겠다.


주소만큼은 변하지 않도록,

그렇게 공항동 사람들은 변해가고.

다들 어디로 이동하고.

이제 없고.

슬프고.



내가 좋아하는 골목이었다. 아직도 기억난다.


파전 골목 옆으로 잠깐 빗겨 이동하면 발견할 수 있다. 학창 시절에는 무서워서 접근도 못한 곳이었는데 어느새 성인이 되어 가끔 파전과 동동주를 먹고 이 골목을 지나친다.


그래서 더 정겹다. 이제는 없어지겠지만 말이야.



나에게는 꽤나 의미심장한 곳이어서 이렇게 사진으로 남겨보았다.

소소한 것에 의미를 부여하는 순간 다시 의미가 짙어진다.



송정역을 거쳐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사람들은 알까?

외부인들이 강서구에 온다면 이런 감성을 받아 갈까?

보이지 않은 이면에 얽힌 또 다른 느낌을 선사한다면 이해하고 인정해 줄까?


오늘도 그렇게 기록에 녹여본다.

나의 마지막 강서구 공항동아


이제는 안녕.


너를 만나서 행복했고, 추억의 동네가 그 자리에 머물러줘서 고마웠다.

때로는 나의 학창 시절이 감돌았던 추억의 장소였지만 이제는 마주 볼 수 없어서 더 기억에 고스란히 남겠지.

소중하고 사랑스러웠던 것들을 이제 남겨놓을게. 너라서 더 좋았구나.

아파트보다 더 고즈넉했던 저상 주택이 즐비해서 더 감미로웠지.

어디로 사라지더라도 그 자리에 머물러줬으면 해.

남았던 잎사귀와 철제의 흔적 또한 그 자리에 있다면 언제든지 찾아갈게.


그때를 기약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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