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피와 노고가 깃든 경복궁 축전이었다.
첫째 날, 경복궁 스태프 후기를 마치며, 세종 문화거리라는 서촌의 어느 맛집 골목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시간은 오후 5시 조금 넘었던 시점이었습니다. 경복궁의 야간 개방이 한창일 무렵, 그 시간까지 더 일을 추가 연장할 것이냐는 문화재청 직원의 물음에 오늘 야간 업무 대신, 내일 혜화동에 있을 공연단 무대팀 보조 업무로 임하면 안 되겠냐고 답변을 드렸습니다. 그러더니 잠시 다음날 스케줄 및 인력 확보 확인 좀 하겠다며 당일 일당 입금과 동시에 내일 업무가 가능한지에 대한 회답을 문자로 남겨놓으시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렇게 저는 오후 일정이 텅 빈 상태로 세종 문화 거리로 이동하였습니다. <궁중문화축전> 업무가 끝나갈 시점 사람들 또한 움츠렸던 배를 움켜잡고 이 먹자골목을 배회하기 시작했습니다. 서촌의 매력을 또 하나 발견한 셈이었습니다. 천천히 그 거리를 이동해 보았습니다. 과연 코로나가 터져서 소상공인들과 자영업자들이 힘들다던 그 서촌이 맞을까 깊은 고민이 들더랍니다. 하염없이 걷다 보니 문자가 날아옵니다.
'안녕하세요. 아까 같이 일했던 스태프 OOO입니다. 혹시 시간 되시면 저희와 함께 식사 한번 가지시지 않으실래요?'
문자를 보자마자 저는 바로 카톡 친추를 해버리고, 이내 이분들이 있던 아지트로 이동하였습니다.
갑작스러운 저의 업무가 또 하나 생겼습니다. 그냥 혼자 고독하게 서촌 옥인길의 지하 재즈 바에서 혼술을 할 것이냐, 아니면 이 스태프분들과 함께 일정 스트레스를 날리며 피날레를 마칠 것인지 선택의 몫은 저에게 있었지만, 그제야 카톡으로 내일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웃음꽃 만발 글을 읽어내렸고 후자를 택하였습니다.
날씨가 무척 더웠다만 들썩이는 사람들의 어깨가 왜인지 가벼워 보입니다. 하긴 오후 6시의 시간과, 주말, 그리고 저 혼자 즐기며 혼밥을 할 장소는 딱히 없어 보였습니다.
스태프분들이 문자로 장소를 알려준 곳으로 더 깊숙이 이동하였습니다. 골목 곳곳마다 상호가 쓰러져갑니다. 이것이 말로만 듣던 을지로 감성이랄까요. 지붕이 없는, 그저 소소한 골목길 여정을 마무리하기 위한 장소가 지금 제가 걷고 있는 이 자리라고 누가 알려주는 것도 없이, 저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이 골목을 체감하고 곱씹어 보았습니다.
잠시 저의 발걸음이 멈추었던 곳은 '체부동 성결교회'라고 적힌 한적한 골목길이었습니다. 행정구역상 서촌마을에는 다양한 지역이 혼재되어 있습니다. 그중에서 체부동이라는 이름이 남긴 이곳은 서촌마을 카페거리 중턱과 세종마을 음식문화거리 사이에 걸쳐 있습니다. 빨간 건물 외관이 인상 깊었습니다.
인근에는 벌써부터 낮술에 취한 사람들이 북적였습니다. 지도를 확인하여, 그나마 이름 없는 간판 맛집이라는 것을 파악하였고 벌써부터 반쯤 취한 어느 스태프분의 달달한 목소리가 저를 간지럽히기 시작했습니다.
"여기로 오시면 됩니다~ 아이고 이렇게 만나기 힘든 사람들끼리 오늘 가면 섭섭해서 그렇지요.'
"하하하, 아닙니다. 저도 이런 분위기를 굉장히 좋아하거든요. 내일 또 만나실 텐데 벌써부터 신나네요."
"말도 참 겸손하게 하시네. 오늘 누가 죽을지도 모르니 천천히, 아주 인생의 피날레를 장식하자고요."
저를 포함한 스태프 5명, 문화재청에서 만났던 어느 인턴 직원분 1명, 총 6명이 이렇게 모였습니다. 제각각 이 <궁중문화축전> 행사를 신청한 방법과 업무의 취지는 다르겠지만, 오늘은 그 누구도 싱겁고 시시하게 마무리를 지으려고 하는 사람들은 아닌 듯 보였습니다. 그중 저도 일부 포함되었습니다.
이 허름한 가게 주인장 할머니께서 서비스로 막걸리를 사발에 부어주셨습니다. 동동주 가격은 5000원, 편의점에서 구매하면 7000원. 사발 세숫대야에 담긴 동동주는 무려 2인분, 그러니까 1인당 2500원씩 1병씩 들이키는 셈입니다. 하지만 알코올 홀릭인 저는 세숫대야 동동주 3인분을 주문했습니다. 옆에 있던 스태프분이 얼마나 좋은지 벌써부터 입가에 미소가 번지기 시작하셨고 다들 아까 점심시간에 미처 하지 못했던 자기소개를 하며 소소한 일상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저의 알콜혼이 담긴 멜랑꼴리한 감성은 이내 이 서촌 어느 한적한 노포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다들 술기운에 업이 된 상태랄까요. 적당히 마시기를 당부했지만, 누구보다 스스로 간이 비약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려고 애썼습니다. 하지만 이내 긴장감이 풀리고 알코올이 전두엽을 강타한 순간 우리의 걸음은 또 다른 2차 선술집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이내 당당하게 제가 서촌의 아들인 것처럼 자부심 있는 객기로 2차 장소를 알아보았습니다. 그리고 가이드처럼 그들을 안내하였습니다.
"다들 (딸꾹) 서촌 하면 뭐가 생각나나요 !? 저는 어느 이름 모를 한적한 재즈 바가 떠오르네요~ 아 가고 싶다~"
"진혁씨 그럼 거기로 가요~ 아직 오후 8시 조금 넘었는데 마무리는 거기서 하시죠!"
"다들 배우신 분~ 그럼 2차는 재즈 바로 갑니다~ 제가 잘 아는 곳이 있지요~ (딸꾹)"
그렇게 2차부터 필름이 살짝 끊길 듯 말 듯하여 간신히 정신줄을 부여잡았습니다. 아참, 뒤늦게서야 후회할 뻔한 것은 동동주나 막걸리에 레드와인 적시면 금일 살아남기 힘들다는 것이었죠. 그 누구보다 부정할 수 없었던 저의 기억은 서서히 사라져 갑니다. 필름 아웃- (그 감성은 고이 서촌마을에 묻어두었습니다.)
이튿날, 일요일 어느 따스한 오전 8시.
새가 지저귀며 또 다른 하루를 맞이해줍니다. 몸에 감도는 알콜은 여전히 저의 기분 파악하지 못한 게 분명했습니다. 다음날이 되어서야 진하게 헛개수로 쓰린 속을 달랬습니다. 이대로 가다가 죽을 수 있다는 생각에 헛개수를 편의점에서 구매하고 벌컥벌컥 들이켜봅니다. 이벤트 행사로 구매한 1+1 헛개수입니다. 나중에 점심시간에 다시 해장할 헛개수 한 병은 따로 가방에 보관해 놓았습니다.
제가 도착한 곳은 혜화역 4번 출구입니다. 김포공항에서 서울 601번 버스를 타면 1시간이 조금 넘어서 혜화역에 도착합니다. 편하게 갈 거면 그렇게 하기로 마음을 먹었지만, 사실 지각하기 싫은 생각에 서울역 급행 공항철도를 타고 4호선으로 45분 내에 혜화역에 도착했습니다. 15분을 절약하였습니다. 기분이 좋더랍니다.
그리고 주어지는 두 번째 업무는 <구나행 - 흑호 납시오!>라는 야외 풍물놀이 프로젝트 진행 업무를 지원하는 것입니다. 둘째 날의 경우는 퍼레이드 동선이 길었고, 체력 소모가 심했기 때문에 전날보다 조금 더 신경을 써야 하는 상황이 많았습니다. 특히 동선 확보가 제일 급선무였습니다. 이윽고 오후 2시에 바로 창경궁 근처에서 첫 번째 동선을 시작으로 혜화 마로니에 공원을 가로지르는 골목길로 공연이 진행되었습니다. 중간 상황에 여러 기자단과 유튜버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동선 확보보다 제일 급선무였던 저는 흰색의 업무용 옷을 착용하여 형광등과 호루라기로 관광객들에게 안내 지시를 하였습니다.
"현재 길이 좁다 보니 주의해 주세요. 안전한 이벤트 공연 진행을 위해서 최대한 동선에 방해되지 않도록 해주세요."
자주 써먹었던 멘트는 아니었지만 저도 모르게 행사 당일 문화재청으로 받았던 상황 지시 사항을 그대로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한국관광공사 주관으로 여러 이벤트가 진행되다 보니 행정 업무상 간단한 리허설 자료와 팸플릿을 따로 준비하고 사전 숙지를 위한 문자 발송을 대량으로 제공해 주었습니다. 이는 어느 정도 현장에서 사고가 나지 않도록 대비한(변수를 최대한 억제하기 위함) 사전 공지 문자로 예상됩니다. 사실 누군가에게는 굉장히 단순하고 간편한 업무라고 생각하겠지만, 현장을 담당하는 여러 공연단과 사무국, 스태프분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사전 전달 사항이었습니다. 그 자료를 받아들이고 숙지하려고 나름 노력했답니다.
갑작스러운 혜화의 전통 풍물단 방문에 혜화 관광객들은 어리둥절하였습니다. 생각보다 동선 유지가 잘 되었던 점은 대단히 놀라웠습니다. 아마 사전 현장 답사를 위해 이 공연단에서 따로 사전 활동에 임했던 모양입니다. 그들이 진행했던 리허설 과정은 미처 확인이 어려웠다만 이 상황이 만족스러웠는지 공연단들의 열광스러운 공연 진행은 더욱 활기를 띠게 되었습니다.
혜화역을 중심으로 길을 건널 때가 가장 고되었습니다. 혹시라도 이 짧은 동선에 차가 끼어들면 꽤 골치 아픈 상황이 들까봐 걱정이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들 질서 정연하게 이 행사를 잘 진행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행진 퍼레이드 중, 가장 멋있었던 장면이었습니다. 앞장선 분은 기수대 역할을 돈독히 하셨고, 거대한 호랑이 표식이 있는 깃대를 들며 위풍당당하게 혜화역을 가로질러갑니다. 이 상황을 찍기 위한 사무국 인원들과 직원분들의 빠른 이동이 이벤트를 마무리하기 위한 책임감의 결과로 이어지는 듯했습니다.
동숭 예술 극장으로 가는 동선 중 잠깐 멈춰 흑호의 거대한 퍼레이드 진행되었습니다. 약 5분에서 10분 정도 소요되었던 이 짧았던 이벤트는 사실상 주변 혜화 상가에 활력을 불어넣고 해당 관광객들에게 혜화에 대한 이미지 메이킹을 하기 위함이라고 합니다. 특히 창경궁이 있는 이 이화동, 혜화동 근처에서 사람들에게 나름 문화재에 대한 정체성을 알리기 위해 이 흑호 깃대를 활용한 것입니다. 주변 상가에서 식사를 하시던 분들이 깜짝 놀라 밖으로 이동해 보니 어떤 거대한 호랑이가 춤을 추고 있었다고, 굉장히 가관이었다는 인터뷰를 본 적이 있습니다. 아마 그때 그 상황을 촬영한 사무국 편집팀에서 따로 유튜브에 업로드했을 겁니다.
마지막 동선은 혜화 마로니에 공원 야외 강당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이윽고 풍물놀이가 이어지고 상모 돌리기, 꽹과리 치기, 장구 돌리기 등 예전에 경복궁에서 보았던 여러 사물놀이를 구경하게 됩니다. 그리고 뜬금없이 EDM을 돌리는 과정까지, 하지만 동서양의 묘한 믹싱이 마치 서태지의 '하여가'를 보는 듯한 느낌을 선사해 주었습니다.
아무튼 그렇게 마무리되었던 일정 <구나행 일정>. 역시나 계약서에 기재된 서명 검토 후 다음 장소와 시간을 안내받습니다. 다음 장소는 덕수궁에서 진행됩니다. 고궁음악회인 <덕수궁 풍류 대장>이라는 이벤트를 거창하게 진행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오후 5시쯤에 진행될 예정이라 저는 그전에 어제 모였던 스태프분들과 혜화 구경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인근에 <어쩌다 산책>이라는 독립서점으로 찾아갔습니다. 한 번은 구경하고 싶었던 곳이었습니다. 푸릇한 나무가 서점 한가운데에 자리 잡고 있으며, 따스한 햇살이 입구 따라 카페 내부를 살짝 비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잠깐 입었던 업무용 흰색 티셔츠를 가방에 집어넣고 다시 평상시 차림으로 혜화 관광객이 되기로 하였습니다.
<어쩌다 산책>에서 발견한 다양한 서적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철학적 관점과 미술의 조화로움을 자주 언급하던 부스도 많았으며, 심지어 에세이이지만 시의 형식을 빌려 작성한 기고문도 보였습니다. 더욱이 애매한 타입을 지닌 책들을 구경하면서 작가들의 가치관이 어떠한 과정을 품고 이어가고 있을지 고심하게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스태프분들 중에 한 명은 독립서점 직원 경력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1년 가까이 일을 하면서 다양한 무명의 작가들을 마주하였고 그중에서 김영하 작가님까지 다녀왔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고 하십니다. 그분께 어디 서점에서 일했는지 물어보니 <역사 책방>에서 일을 하셨다고 하십니다. 그 옆으로는 1970년대에 지어진 옛 폐모텔을 리모델링하여 소소한 전시회와 카페로 운영 중이랍니다. 이름은 아마 '통의동 보안여관'일 겁니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그 서점을 방문할 예정입니다.
또 다른 스태프는 자신의 일상을 책으로 기고하여 서점에 출간하고 싶다고 하십니다. 책 출간에 대한 동질감이 느껴졌습니다. 덕분에 진득한 이야기가 이 서점에서 1시간 넘게 지속되었습니다. 이 서점에서 만끽했던 그 소중한 이야기꽃이 우리가 작성한 어느 포스트잇을 통해 잘 고스란히 보존되길 간절히 기대되더랍니다.
오후 3시쯔음 되어서야 다시 밖으로 나와 혜화 곳곳에 장미꽃이 핀 장면을 사진에 담기 시작했습니다. 이내 4시까지 덕수궁에 도착하라는 사무국 직원의 문자를 확인하였고, 우리 스태프분들은 혜화를 뒤로 한 채 덕수궁행 버스를 타고 그 장소로 이동하였습니다. 혜화는 나중에 다시 오길 빌어야겠습니다.
오후 4시 30분.
덕수궁에 도착하자마자 입장권을 전달해 주시며 바로 들어온 이곳, 행사 이벤트 팻말이 적힌 곳을 따라 쭈욱 이동했습니다. <풍류 대장>이라는 예술가들의 무대 장소를 세팅해야 합니다. 그분들을 위한 간이 대기실, 각종 물품과 물, 마이크 세팅을 미리 해놓습니다. 그 후 의자에 잠깐 앉아 쉬고 있는데 빨간색 의복을 착용한 어떤 예술가 밴드가 저 멀리서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오징어 게임을 연상하게 하는 아우라에 저도 모르게 그분들 중 리더로 보이는 분의 싸인을 받아냈습니다. 이 분들은 배우로 언급될 정도로 젠틀해 보이셨습니다. 그중 한 분은 임영웅을 닮았더랍니다. 실제로 리써칭을해보니 배우분들 출신이 있었습니다.
잠깐의 리허설이 끝난 후, 야외무대에서 공연 준비가 마무리되었고 사람들이 몰려옵니다. 이미 기존에 음향팀에서 세팅을 다 마무리한 상태였고, 우리와 같은 안전요원 스태프는 그저 사람들이 다치지 않도록, 그리고 동선에 방해받지 않도록 저 멀리서 지켜보기로 하였습니다.
물론 안전을 운운한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이 음악회에 참여한 관광객분들은 행사 담당 MC의 안전수칙 멘트와 리액션에 잘 응해주셨습니다. 또한 다소곳하게 저 멀리서 관람을 하며 박수를 쳐주기 시작했습니다. 매너 있는 관중과 매너 무대를 하는 풍류 대장 예술가들의 조화로움, 그리고 매혹적인 공연이 지속될 때 비로소 모든 공연이 마무리되어갔습니다. 햇살이 따사롭게 비치더니 마지막 피날레를 장식되어 갑니다. 이제 어느덧 노을이 무릇 무릇 가라앉아갑니다.
뒤이어 마지막 공연에는 <로맨틱펀치>의 배인혁이 연상되는 밴드 리더가 등장합니다. 목소리 또한 배인혁과 비슷합니다. 이 느낌을 아는 젊은 팬들이 소리 지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춘향전>을 아주 감미롭게 부르기 시작하더랍니다. 마치 제가 당시 기풍 있던 시대로 돌아간 느낌이 들었습니다.
모든 사람들의 마지막 열광이 마무리될 때 그렇게 끝나갔습니다. 마지막으로 한국관광공사에서 진행하는 인터뷰 촬영에 흔쾌히 응해주시며 공연은 마무리되었습니다. 공연 곳곳에 세워진 천막과 무대 장비 세트를 치웁니다. 무거운 앰프나 음향 장비는 음향팀에 맡기고 곳곳에 버려진 쓰레기나 의자, 테이블, 관리 가능한 음향 장비 시스템을 하나, 둘 정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끝나는 시간대는 무려 오후 9시였습니다. 1시간 넘게 정리를 하고 나서 어깨를 좀 펴는가 했는데 이윽고 경복궁 팀으로 다시 콜이 들어왔습니다. 남은 인력으로 야근 수당 입금해 줄 테니 마무리 정리 부탁을 요하는 문자를 받았습니다. 어차피 할 일도 없고 해서 남은 스태프분들과 경복궁으로 이동하였습니다. 생각 없이 정리를 하고, 드디어 끝난 시간을 확인해 보니 오후 10시였습니다.
오후 10시 30분
그렇게 녹초가 되어 집으로 돌아가는 길, 다시는 함께 있지 못할 스태프분들과 인근 편의점에서 간단한 캔맥주를 마시며, 다음에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기로 했습니다.
귀가행 버스 막차를 타고 집으로 오는 내내 어떤 생각에 잠겼는지는 모르지만 이내 버스 안에서 곯아떨어진 게 분명했습니다. 눈을 떠보니 강서구청에 도착했더랍니다.
느낀 점.
<궁중문화축전>은 저에게 있어서 하나의 거대 문화 축전이 아니라 현장에서 피와 땀을 느껴본 공간이기도 합니다. 전 그 느낌을 누구보다 잘 압니다. 이 글을 적어 내리면서 당시 스태프 업무에 임했던 안내요원, 문화재청 직원, 한국관광공사 사무국 직원들, 음향팀들이 언젠가는 이 글을 구경하지 않을까 합니다. 그리고 다음 연도, 아니면 이번 연도 마지막 <궁중문화축전, 가을>에서는 <봄>에 보았던 분들과 다시 마주할 날을 기대하기로 합니다. 사람 인연이란 것은 모르기 때문이지요.
벌써 전반기가 끝났지만 여전히 한국관광공사에서 진행할 행사는 참으로 많습니다. 이 더위가 얼른 지나갔으면 합니다. 야외에서 고생했던 이벤트 기획단, 사무국, 축제 구성원단들의 노고가 바로 이 자리에 있었습니다.
그날을 기약해보기로 합니다.
즐거웠습니다.
<궁중문화축전 행사 요원 일지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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