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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갓혁 Jul 06. 2022

북촌에서 발견한 로컬성을 기록합니다.

북촌 골목 투어 ep3

<이번 로컬 지향성에 관한 취지로 장소 상호작용에 대한 이야기를 풀고자 합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북촌 마을과 서촌 마을이 있습니다. 당연하게도 일반적인 관광지의 애매모호한 경계선 사이에서(사실 경복궁을 사이에 두고) 두 마을은 나름 상호작용을 하며 그 동네의 정체성 역할을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저는 <장소 상호작용>에 대해 잠시 짚고 넘어가려고 합니다.


아래 사진을 보면 어떠한 마을이 떠오르십니까?

보통 서울 지하철 3호선을 타고 안국역에 내린 분들, 그리고 인사동 골목을 자주 걸으셨던 분들, 마지막으로 국립현대미술관과 경복궁 건춘문(동쪽 대문)을 자주 돌아다니셨던 분들은 잘 아실 것입니다.



사진만 보았을 때는 그저 한적한 동네로 치부될 수 있는 마을입니다. 행정구역상 가회동, 계동, 삼청동을 포함한 한옥 마을이면 이제야 이해가 가실 듯합니다. 바로 <북촌 한옥 마을>입니다.


사진으로 담기 어려웠던 그 마을의 감수성을 제가 하나, 둘 기록에 남기려고 합니다. 이곳은 청청한 하늘과 짙은 초록색의 가로수, 그리고 빨간 벽돌과 삐걱거리는 목재가 웅축되어 있는 곳입니다. 예로부터 전통이 깃든 곳이기도 합니다. 서촌 마을과 다르게 북촌 마을은 양반 마을이라는 명칭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래서 주변 골목을 거닐다 보면 화려하고 웅장한 한옥을 구경할 수 있답니다.


Q. 공간 상호작용은 무엇일까요?

공간과 공간을 이어주는 매개체가 바로 골목입니다. 즉, 골목길을 마주 보고 두 블럭이 서로 얼굴을 맞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블럭의 특이성이 유사할수록 한 공간으로 묶습니다. 다양한 공간의 특이성이 다양할수록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마련입니다. 결국에 그 공간에 하나의 역사적 스토리가 탄생하게 됩니다. 우리는 그것을 '공간 상호작용'이라고 부릅니다.


말이 어렵다면 그림으로 조금 더 쉽게 풀이하고자 합니다.




공간 형성의 원리와 골목 생성의 정의를 도식화


왼쪽 사진을 보면 A, B, C, D라는 하나의 블록이 있습니다. 이 블록이 어떠한 용도로 사용될지는 사용자에 의해서 지정된답니다. 예를 들면 카페와 다양한 음식점, 아니면 예술가들을 위한 공방의 형태로 변화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A, B가 카페를 형성하고 C, D가 재즈바를 형성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과연 이 4개의 블록은 하나의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을까요? 물론 가능성이 있다만 우리가 흔히 일컫는 '카페거리'와 'XX단길'과 같은 유명한 도로명칭이 형성되기 직전에는 그 정체성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하나의 과도기라 보면 되겠습니다.


그러다가 우연히 A, B, C, D가 협의를 맺어 카페 상권을 만드려고 노력했다고 가정해봅시다. 그렇다면 A, B, C, D를 이루는 저 사이사이 골목은 유명한 카페 거리로 탄생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 이름하여 'XX동 카페거리' 혹은 'XX단길' 이런 식으로 말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저 골목길에 명칭이 부여되는 순간 이 구역을 관리하는 구청이나 지자체에서는 새로운 스토리를 부여합니다. 도로가 가지고 있는 역사적인 정체성이 스토리화 된 골목길로 탄생되는 순간입니다. 그리고 곳곳에 다양한 가로수와 이정표가 붙기 시작합니다.


그 예시가 바로 지금의 인사동의 쌈지길, 익선동의 한옥거리, 을지로 레트로 거리입니다. 그렇다면 한옥마을의 경우를 생각해보겠습니다.



저 A, B, C, D란 블록 대신에 일반적인 한옥이 자리를 잡으면 전통적이고 역사적인 골목길이 완성됩니다. 다만 상호명에 따라서 다양한 카페와 음식점으로 바뀔지도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하지만 이 한옥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자신들이 그동안 먹고 지내왔던 이 골목이 상권으로 바뀌고 싶어 하지는 않아 보입니다.


대표적으로 북촌마을을 예시로 두고자 합니다. 안국역에 내려서 가회동 방향으로 올라가면 다양한 상권이 형성되어있지만 저는 그저 한옥에 거주하는 현주민들의 고즈넉한 장소가 어디일지 찾아 나서봅니다. 지도를 확인해본 결과 서울에서 유일무이하게 한옥 정경을 볼 수 있는 골목길을 발견하게 됩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많지 않다는 점은 그만큼 관광지화가 되지 않은 보존 지역이라는 것이지요.


Q. 그렇다면 북촌마을을 관광하는 사람들과 현주민들의 입장 차이에서 공간 형성에 영향을 주었는가?

제가 전에 서촌 마을을 탐방한 이후, <로컬과 인문학의 관계>에 대한 글을 기고한 적이 있습니다. 서촌마을은 예술가들의 아지트라는 명성에 걸맞게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역사성이 짙은 과거에 의해 문래동, 성수동처럼 다양한 젊은 예술가들이 낮은 지대와 지가를 찾아 그들의 보금자리를 만든 곳이기도 합니다. 흔히 조선 중인들의 역사적 사료가 매력적인 이유도 바로 이 점에 있다고 봅니다. 일반적인 평범한 사람들에 의해 재창조된 서촌마을의 스토리를 빗대어 표현하면 '상전벽해'라는 말과 어울리지 않습니다.


소소한 서촌에도 한옥마을이 자리를 잡기 시작했을 무렵, 서울시에서는 이 한옥마을을 보존하기 위한 또 다른 방법을 강구했기 때문입니다. 그 과정에서 예술가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했고 '정신적 성장을 추구하는 골목길'로 인정받기 위해 꽤 고군분투했음은 분명했습니다.


북촌마을 또한 다를 바 없습니다. 다만 북촌마을은 삼청동과 가회동의 경계선을 기점으로 아랫동네는 상권이 활성화된 관광지로 변화하였습니다. 지하철과 대중교통의 접근성이 편리한 곳에 위치해 있어서 당연할 수밖에 없는 이치입니다.


예를 들면 안국역에 내리자마자 북촌마을 북쪽으로 이동하기 전에 남쪽부터 구경을 하겠지요. 그래서 북촌마을 대변하는 이미지가 그저 한낱 관광지 마을이라는 이미지로 치부되는 게 두렵다고 어느 북촌 윗마을에 거주하시는 주민의 말을 인용해봅니다.


"북촌 마을은 그 나름대로 전통성이 있다만, 이 동네를 구경하는 사람들은 그저 이 마을을 관광지라는 이미지로 결부시키지 않았으면 합니다. 우리에게는 또 다른 하나의 희망이 깃든 곳이니까요. 그래서 북쪽에는 상권이 덜 된 이유가 있습니다. 고즈넉한 마을의 정체성을 유지하도록 도와주세요."


다만, 이 북촌마을을 관람하는 관광객 입장에서는 노을 지는 또 하나의 스팟을 구경하기 위해 북쪽으로 발걸음을 이동하고는 합니다. 그 장소에는 '북촌 전망대'가 있습니다. 저 멀리 노을 지는 북악산과 삼청동 전망을 바라보면 더할 나위 없이 관광지의 역할에 최선을 다 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Q. 한옥마을 특성상 관광지화가 되는 게 맞지 않은가? 그래야 수익 유지할 수 있는 구조가 생기지 않을까?

경주 한옥마을을 예시로 들어봅니다. 신라의 무구한 역사가 담긴 문화재 보존 지역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전체적으로 발전 저해 장애요소가 참으로 많았답니다. 다만 박정희 정권 당시(1970년대) 경주 문화재 지역을 활성화시킨다는 명분으로 무분별하게 한옥이 파괴되고 재창조되었던 사례가 있습니다. 서울이라고 다를 바 없어 보였습니다. 88 올림픽 당시에는 북촌 일대 허름해 쓰러져가는 옛 적산가옥과 한옥들을 무차별적으로 파괴하고 새로운 한옥으로 재탄생시켰기 때문입니다. 다만 한옥을 보수하기에는 꽤 많은 돈이 낭비된다고 합니다. 서울시에서 주관한다면 그만큼 시민으로부터 걷는 세금이 이 한옥 보수에도 투여되었겠죠.


말이 길었지만, 한옥마을을 지탱하는 것은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특히 현주민들이 자신의 한옥을 무분별한 상업적인 용도로 활용하지 않은 이상 그 한옥 마을은 지역적으로 큰 차별점과 정체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아직도 관광지로 변화될 것에 대한 논쟁에 낀다면 항상 경주 한옥마을과 북촌 마을이 비교 대상입니다. 과도한 오버 투어리즘으로 형성된 한옥마을을 그 누가 좋아할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그 마을에 투영된 사람의 옛 감성과 지나간 흔적의 발자취는 여전히 고스란히 남길 바라는 분들이 참으로 많답니다.


저 글쓴이 또한 북촌 한옥마을만큼은 무분별한 관광지화가 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래서 <공간 지향성>과 <장소 상호작용>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을 탐구해보았고, 결과적으로 사람들 사이의 이해관계에서 비롯된 재개발과 도시재생의 이면으로 귀결되더랍니다.


Q. 도시재생은 어떠한 용도로 사용되어야 하나요? 북촌마을을 예로 들어주세요.

도시재생은 말 그대로 재개발의 반대급부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새로운 것으로 다시 재창조시킨다'는 재개발이지요. 하지만 '기존에 있던 것을 조금 변화시켜 다른 방면으로 창조시킨다.'는 도시재생과 비슷합니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말이 여기서 비롯됩니다.


허나 도시 개발자나 정비사업을 촉구하는 서울 각종 단체에서는 기존에 있던 구획과 블록을 새롭게 재단장하고 정리하는 사업을 하고는 했습니다. 지금 을지로의 '아세안 극장'과 '낙원상가' 일부분이 그렇게 처참히 무너져 내리고 센트럴 아파트라는 고층빌딩이 건축 중인 그 이유를 떠올려 보십시오.


기존의 을지로 지역에 거주했던 분들에게는 또 하나의 문화재가 사라지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만약 자신의 동네에 있었던 전통 깊고 유서가 있던 박물관, 전시회, 혹은 옛 건축물이 파괴되고 그 자리에 좋은 인프라 형성을 위한 빌딩이 생긴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투기를 위한 장소로 언급됨은 당연함이고, 마을의 정체성은 결국 서서히 사라져 것입니다.


그래서 북촌마을에는 고층빌딩이 없습니다. 도시 미관상 해친다는 현주민들의 거센 압박과 입김이 작용된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근처에 있는 경복궁과 각종 문화재 요소, 옛 지식인들의 가옥이 골목 깊숙이 파고든 이 마을에 누가 재개발을 논할까요?


요즈음은 도시재생을 함으로써 건축물의 용도 변경과 외관 인테리어 변화, 그를 기반하는 저렴한 지대, 지가를 바탕으로 한옥의 다양한 재생 건축이 변화를 거두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다른 카페로 바뀌었지만 그 이전 사장님이 이 한옥 카페를 허물지 않고 (대리석을 활용한 서양식 외관 인테리어를 기준으로 한다.) 그 옆에 공방 프로젝트와 예술가들을 위한 하나의 보금자리를 만든 이유를 생각해봅시다.


그게 비록 우리가 아니더라도, 적어도 북촌마을을 다녀간 사람들에게는 꽤 듬직한 이유를 형성시켜 줄 것입니다. 마을은 그 자리에 그대로 유지되어야 합니다. 사라진다는 것은 얼마나 슬픈 일입니까. 자신의 모교가 사라진 것처럼 그렇게 하나의 추억이 불타는 종이처럼 소멸되는 느낌입니다.


Q. 이 글을 쓰는 취지는?

제가 골목투어를 한다는 것은 엄연히 그 지역을 알리기 위함도 있지만, 상대적으로 로컬이라는 부분을 잘 모르는 분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입니다. 그저 제주도 애월이나 성산, 혹은 시골 동네를 연상케 하는 어휘가 '로컬'로 자칭 잘못 오해할까 봐 이렇게 쓰는 글이기도 합니다.


'로컬'은 지방뿐만 아니라 도시에서도 적용된다고 봅니다. 무분별하게 변질되고 오용되는 건축물과 옛 지역, 장소를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한 방법을 하나의 선전도구로 삼아 관광 투어를 하지 않음은 분명합니다. 이 글을 읽는 도시재생가, 로컬 크리에이터, 도시 행정가, 골목투어가, 건축재생 전문가들을 위해 바칩니다.


Q. 마지막으로 할 말

아직 북촌마을에 대해 언급할 사연과 사건이 많습니다. 현재 이슈화되고 있는 부분은 6월부터 지속된 스태그플레이션(물가상승과 경기침체)으로 북촌마을이 점점 상권의 활력을 잃어버리고 그로 인해 임대 표식을 붙이는 공가가 많아 보여서 적는 글도 있습니다. 그로 인해 이 마을의 의미가 점점 쇠퇴해지지 않을까 해서 적는 이유도 있습니다.


저는 '지역차별'을 싫어합니다. 로컬 크리에이터가 되기 위해서는 도시와 지방이 갖는 그 간극을 천천히 분석하고 중립적으로 해석해야 합니다. 어느 한편에 쏠려서 정치적으로 남용되는 글을 유발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이 글을 적습니다.


<다음화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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