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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갓혁 Jul 05. 2022

망원동 사람들

로컬을 지향하는 사람들이 찾아가는 곳

여러분들은 망원동 하면 어떤 생각과 감성이 떠오릅니까? 

저는 보통 독립서점과 한강공원이 떠오릅니다. 마포구청역 인근에는 독립서점들이 참으로 많았습니다. 그중에 '어쩌다, 망원'이라는 책을 읽고 나름 뿌듯한 느낌을 많이 받았는데요.


동네를 거닐면 로컬 감성을 물씬 느끼고는 했는데 왜 사람들은 그렇게 '망원동'에 열광했는지 그제야 이해되더랍니다.


일단 망원동을 로컬 분석하기전에 망원동과 관련된 후기, 그리고 여러 카페, 맛집 리뷰를 확인해보았습니다. 그거 아세요? 2021년 베스트셀러인 김호연 작가님의 '불편한 편의점'이 바로 망원동을 배경으로 했다고 합니다. 주인공과 조연들의 감성 얽힌 인간관계 스토리를 이 24시간 편의점에 녹여내었는데요, 서울 사람들의 일상적인 공감대를 살리는데에 한 몫했다고 하네요. 


저는 이 책이 발간되었을 무렵에 망원동의 '어쩌다 책방' 서점에 방문하였습니다. 베스트셀러라 교보문고나 YES24시에 등록될 줄 알았던 저의 착각은 사실이었습니다. 망원동이 배경인만큼 주변 곳곳 독립서점에 이 책이 잘 전시되어 있었고, 분위기에 걸맞게 당시 봄의 기운을 걸맞은 커피를 한 모금하며 5월을 만끽하던 중이었습니다. 망원동이 배경이라 아마 근처 독립서점 입장에서는 크 환호가 아니었을까요.


'벚꽃이 필 때 누군가가 그 장소를 기억할런지, 아니면 망원동 사람들은 이 좁디좁은 골목길을 누구보다 영원할 거라 믿어왔던지- 어차피 이 망리단길을 돌아다니는 사람들에게는 그저 하나의 잊힐 추억에 불과한데 말이야...'


어느 후기를 읽고 한 줄 서평을 보았는데요, 제가 로컬 감성을 따로 언급한 적은 없다만 이 책이 대변해주는 전체적인 관점으로 파악하면 그 장소의 '지역화'를 활성화 해주었습니다. 즉, 망원동이라는 마을을 조금 더 구체화시킨 감성이 녹아든 글이었습니다. 하나의 일상적인 사례를 언급하자면 망리단길에서 여러 사람들이 마주했을 때 그 감성은 말로 형용하기 어렵고, 특히나 인근에 망원한강공원이 따로 구비되어 있어서 저녁만 되면 망원동 주민들과 인근 관광객들은 흩날리는 벚꽃을 안주삼아 치맥 파티를 한창 진행하고는 했습니다.


이제는 그 추억이 사라지고 시들시들해질 때, 또 다른 망원동의 기억을 찾아 이동해볼까요? :)


김호연 장편소설, <불편한 편의점>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로컬 감성이란 사람의 흔적이 꽤 묻어있어야 합니다.

지금부터 설명드릴 취지는 북촌과 서촌, 그리고 연희동을 넘어서 '망원동'이 가지는 그 자체 매력인 <마을 정체성>을 보여드리기 위함입니다. 


그렇다면 <마을 정체성>이 무엇일까요?

우리는 이 생소한 언어를 파악하기 위해 도시 행정가와 도시재생, 건축재생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여다봐야 합니다. 최근에 이경민 작가님이 기록한 칼럼인 '<우연이 만드는 연결의 기록> 사라지는 것을 기록하는 의미'를 곱씹어보며 읽은 적이 있습니다. 로컬 지향화를 바라던 저에게는 꽤나 만족스러운 답변과 해답을 이 칼럼에서 발견할 수 있었는데요. 이경민 작가님은 '사라져 가는 것들을 기록하는 장, 즉 서울 수집의 아카이빙'을 추구하셨습니다. 


서울을 살다 보면 서울에 거주하는 주민들과, 지방에서 상경한 사람들 사이에서 이해관계가 항상 생기기 마련입니다. 그 과정에서 이경민 작가님은 서울을 인식하는 방법의 과정을 차곡차곡 기록하고 계셨습니다. 서울이라는 이미지가 누군가에게는 투기의 적절한 장소일수도 있고, 혹은 안정적인 주거환경과 인프라의 매력도를 발산하는 장소로 느낄 수도 있겠고, 더욱 파고들면 대한민국 유일무이한 수도라는 점에서 그 메리트를 가지고 있는 행정 도시라고 느낄수도 있습니다. 


사실 정답은 없습니다. 정치, 문화, 사회, 인문학적 모든 요소를 고려했을 때 서울이란 의미를 더욱 짚고 넘어가기란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저는 저 내용들 중에서 저만의 확고한 정답과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꽤 고군분투했답니다. 정답은 없습니다. 사실 말이죠. 해답을 어느 정도 인지했을 때 비로소 망원동이 떠올랐습니다.


<왜 하필 망원동인가?>

서촌과 북촌은 역사적 사료가 분명하고 마을 정체성이 뚜렷한 곳입니다. 경복궁을 한가운데에 끼고 있는 마을이기 때문에 관광지로도 그 명분을 유지하고 있는 동네이며, 심지어 외국인들이 제일 먼저 경복궁을 탐방한다면 행정구역상 북촌과 서촌 마을을 먼저 밟게 된 셈이지요. 덕분에 지역의 정체성이 뚜렷하여 서울에서는 나름 지역적 정체성을 지닌 마을로 평가받고 있답니다.


그 반대로 망원동을 떠올리자면 아직 그 정체성을 잡기에는 다소 부족한 감이 많았습니다. 이제 그 이유를 차근차근 밟아보려고 합니다. 망원동은 아직 예술가적 아지트인지, 아니면 현 주민들의 주거단지인지, 아니면 여러 독립 카페와 독립서점으로 자자한 문화적 장소인지 그 누구도 평가하기가 힘들다고 합니다. 이는 도시 행정가들이 언급했던 망원동에 대한 평가로 귀결되었습니다.


실제로 그런 결과를 느낄 수 있을지 저는 참으로 의아했습니다. 그래서 무작정 망원동을 탐방해보았습니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이 동네의 이미지가 과연 그 틀에만 한정될지 의구심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3월의 망원동, 어느 한적한 골목길>



가로수길이라고는 전혀 보이지 않은 그저 한적한 주거단지와 같습니다. 베드타운이라고 들어보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도심의 한가운데 직장을 두고 망원동은 그저 잠을 청하기 위한 용도로 사는 마을 같았습니다. 아니면 제가 일부 주거단지에만 다녀왔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조금 더 사람들이 북적이는 곳을 탐방해 봅니다.



<장모님 멸치국수>, 허기진 배를 채우기에 안성맞춤


망리단길에 입성해보았습니다. 요즈음 유명한 관광지마다 'XX단길' 이런 형태로 도로 명칭을 부여하나 봅니다. 이태원과 해방촌을 연결하는 '경리단길', 삼각지와 용산을 연결하는 '용리단길'이 서울의 대표적인 정체성을 지닌 골목길입니다. 주변 곳곳을 둘러다 보면 다양한 카페와 서점, 그리고 외국 어메니티를 판매하는 수집 공품 공방도 보입니다. 망리단길 또한 당연한 이치입니다. 인근에서 사람들이 얼큰하게 무언가를 맛있게 식사하는 모습을 구경하고 말았습니다. 덕분에 골목 투어를 하다가 그 자그마한 맛집으로 입장해 봅니다. 


비빔국수와 멸치장국수를 선택할 수 있는 단조로운 키오스크를 통해 저는 비빔면에 한몫하기로 하며 나름 가성비 한다는 4천원 남짓한 금액을 결제하니 5분 뒤에 이모님께서 거대한 비빔면을 제공해주셨습니다. 달걀은 무려 500원이며 현금 결제만 가능한 팻말을 나중에서야 확인했습니다. 어쩔 수 없이 그저 창가에 비치된 자리에 앉아 면을 후루룩 하니 어느덧 사람들이 이 맛있는 장면에 이끌려 입장하기 시작합니다.


나름 유명했던 곳일까요? 주변 현주민들의 말을 들어보니 망원동에서 나름 잘 나가는 로컬 맛집이라고 합니다. 로컬은 물론 제가 앞에 수식해서 붙인 내용입니다만, 허름한 간판과 단조로운 내부 인테리어, 그리고 뿌연 연기를 내뱉는 부엌의 한 장면이 그렇게 부르고 싶더랍니다.


"이모님, 잘 먹고 갑니다. 망원동 최고 맛집이네요!"


:)


망원 시장이 있는 '망리단길'


저는 참으로 이 한적한 골목을 지나가면 옛 감성에 휘말립니다.

딱딱한 고층빌딩과 네모난 무미건조한 회색, 검은색 조합의 건축물도 전혀 없으며 질서 정연하지 않은 자유분방한 사람들의 옷매무새, 심지어 주머니에 손을 넣어도 아무런 눈치를 받지 않고, 마스크만 끼면 그 누구도 망원동 사람이라고 자부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이곳이던가요?


여느 한적한 고물상 트럭과 야채 가게 아저씨의 우렁찬 영업 멘트는 여전히 사람의 달콤함과 옛 정이 남아있음을 부정할 수 없었으며 그 상황에 사람들의 발걸음은 이내 느려짐과 동시에 저도 순간 그들이 움직이는 장면을 하나의 컷에 녹여내려고 노력했답니다.



이 순간을 놓칠 수 없어서 저는 <따릉이>를 대여하였습니다. 무려 서울시 공공 대여 자전거라 믿을 수 있는 공공재였습니다. 세금을 이럴 때 써야 참으로 칭찬을 받을 수 있다는데... (웃음)


초록색의 바퀴가 굴러갈 때마다 망원동 곳곳의 사진을 찍기에 안성맞춤이었습니다. 파스타로 유명한 유명한 맛집과 함께 사람들의 발걸음은 이내 바빠 보입니다. 불과 1분만 달리면 예술가들의 아지트라 일컫고 싶은 민트색의 유럽식 문이 등장합니다.


<망원동 티라미수>


저는 빵이나 양식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다만 망원동의 랜드마크라 자부하는 티라미수 맛집을 이렇게나마 만날 수 있어서 참으로 기뻤답니다. 따릉이의 흰색, 초록색 조합이 티라미수의 간판과 야외 벤치, 그리고 외관과 절묘하게 조합을 이루더랍니다. 


<한사랑 교회>


어떠한 곳이든 그 자리에 항상 머물러주면 이미 다녀온 사람들로 하여금 좋은 인상과 추억으로 남겨지지 않을까요.




노을이 질 때면 사람들이 항상 이동하는 곳이 있답니다. 마침 따릉이를 타던 사람들의 목소리에 이끌려 저도 어디론가 그분들의 뒷모습을 보며 달려갑니다. 오르막길 2개를 겨우 지나서야 한강 냄새가 물씬 풍기는 곳에 도착했습니다. 망원 한강 공원에 드디어 입성했습니다. 당시 날씨가 쌀쌀해서 노을을 구경할 수 있을지 의아했지만 사람들은 인근에 있는 야외 벤치에 앉아 저 멀리 응시하더랍니다.


이윽고 노을이 질 때서야 망원동에 참 잘 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노을이 지는 순간 누군가는 자신의 염원을 저 가라앉는 태양에게 속삭였겠죠. 하염없이 멍하니 보는 분들의 옆모습을 보면서 저도 모르게 마음이 뭉클해졌습니다. 저 또한 망원동에 다녀왔음을 부정할 수 없으니 이렇게 남겨놓았습니다. 


그제야 일부 기록이었던 저만의 망원동 감성은 이윽고 하나의 해답으로 귀결되었습니다.


"뭐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달콤한 사람의 정이 있었구나. 때로는 천천히 거닐어 보고 싶을 때, 달콤한 한강 열기에 취하고 싶을 때, 북적이는 시장을 보고 싶을 때, 난 여전히 그 망원동이 기억나겠지."


<마을 정체성>을 기록하면서.

망원동 또한 정체성이 있었습니다. 단순한 주거 구역이 아니었습니다. 로컬 크리에이터들의 성지이자, 무명의 예술가들이 자신의 날개를 피는 그날만 기다리는 것처럼 저 또한 그 정체성을 알아내고 싶어서 기록하였습니다. 참으로 신선하지 않습니까? 우리가 살고 있는 서울은 고층 빌딩과 좋은 인프라가 전부가 아니더랍니다. 그러면서도 왜 우리는 그렇게 서울에 대해 다양한 관점을 지니고 있을지 아직도 궁금합니다. 이해관계가 얽히고 풀려고 하면 여전히 어려운 사람의 마음처럼, 우리가 살고 있는 그 장소 또한 다를 바 없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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