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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갓혁 Aug 22. 2022

인사동 전시회의 이면과 진실

거대한 자본에 사로잡힌 인사동을 기록.ZIP

업무 마감 후 안국역 3번 출구로 가려는데, 인근에 <구구갤러리> 포스터를 발견하였다. 독창적이고 개별적인 하나의 전시회라는 스토리를 내포했기에 나 또한 궁금했다. 미술관마다 고유의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이 사장님은 어떤 멘트로 나를 매혹하게 안내할지 살짝 설레었다. (감성변태입니다. 저는) 그래서 한 겨울에 돌아다녔던 인사동 골목을 오랜만에 걷게 되었다. 날씨가 무척 더웠다. 습한 장마철이라 그런지 무더위와 열사병 도지는 날씨가 사람을 짜증나게 만들었다만, 언제 또 이 거리를 걸어보겠는가 싶었다.


그런데 내가 알던 인사동의 골목길이 어느새, 너무 상업적으로 변했더라. 사실, 인사동하면 떠오르는 정체성은 '독립미술관'이었는데, 어느 순간 곳곳에 대기업 프랜차이즈와 화장품 가게, 그리고 음식점들이 즐비하기 시작했다. 그렇다. 젠트리피케이션의 형태가 서서히 이 인사동에 자리 잡히기 시작했던 것이다.


가만 보니 이제는 피부로 확실히 와닿을 수 있더라.

그러니까... 왜 젠트리피케이션이 생기는 것일지 조심스럽게 추측해보고 다양한 기사도 읽어보았다.


흔히 <원주민 VS 외지인>이라는 대결구도를 상상하면 된다. 한 선례로 미국의 탄생 과정을 보면 되더라. 원래 평화로웠던 인디언 마을에 영국인, 프랑스인들이 침입하고 나서부터 상황이 꼬이게 된 결과였다. 마치 이걸 '도시계획'에 비유하자면 역시나 다를 바 없어 보인다.



다양한 고고학 미술품과 예술품, 그리고 전통 가구가 즐비한 '쌈지길'


거두절미하고 사실 요즈음 정부의 도시계획 정비 사업에 신물이 났다. (현 윤 정권 관계자가 이 글을 보고 있다면 청와대를 전시관, 미술관으로 활용하기보다는 현재 예술 소상공인들이 안정적인 예술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을 마련했으면 좋겠다. 말도 안 되는 예술지원금, 기부금을 차등 정책화하는 것도 말이 안 된다. 공평성과 투명성에 어긋난 현 예술 고위 간부들!)


느닷없이 인사동 골목은 걷는 사람들의 표정 또한 예전과 다르다. 다들 삶에 지쳐, 그리고 장기화된 코로나에 예민성을 남발하는 듯한 행동까지. 사회가 어쩌다가 이렇게 변질되었을까 싶다. 하지만 이분들을 뭐라 할 처지는 아닌 듯하다. 나 또한 점점 그렇게 변해가는걸, 사회적 문제로 기조 된다는 점은 정말 큰 위험이다.


걷는 내내 사회적 이슈를 보면서, "왜 예전에 보았던 인사동 미술관과 전시관이 점점 공가가 되고, 그 공가가 왜 대기업 프랜차이즈나 가맹점이 돼가는 걸까?"라고 스스로 의심하며 고민하게 되었다. 그렇게 터벅터벅 걷다가 여전히 상록수가 만연한 쌈지길을 보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뱉게 되었지.





하지만 언젠가는 거대한 외지인들의 손아귀에 사로잡힐게 분명하다. 문득 내가 예전에 알고 있던 <토인>이라는 가게를 가보았다. 이 가게는 오징어 게임 촬영지로 유명하다. 아니- 애초에 인사동에서 다수의 드라마나 영화 촬영이 이루어졌다. 그만큼 나름 명색이 있는데 이제는 그 색깔마저 사라져 간다. 인사동의 정체성과 스토리가 무더져 간다. 참 슬픈 일이지.



서울을 상징하는 에코백의 어느 가게, 그리고 그 위로 보이는 옛 미용실이 이질감을 느끼게 한다. 옛과 신의 적절한 조합은 적절함의 가치에 따라 예술이 되기는 하지만, 인사동은 적어도 '구'로 남았어야 했다. 내가 알던 이곳은 점차 홍대처럼 상업적인 젠트리피케이션화가 지속될 것이다. 그렇게 하염없이 속으로 원망하며 길을 걷다가 드디어 도착한 곳.


바로 <구구 갤러리>였다.


인사동 <구구갤러리>


외관이 참 특이했다. 예술에 '예'도 모르는 나에게 선뜻 다가오셨다. 뭐지? 싶었는데.


알고 보니 이 사장님, 도슨트 해설가를 겸하면서 미술관 사장님이시더라. 그리고 나에게 커넥터냐고 물어보셨다. 커넥터가 뭐지? 냉큼 나도 "아니요" 혹은 "네"라고 답변을 드리기 전에 그저 스스로 '문화기획에디터'라고 소개하였다. 사실 나는 로컬 에디터인데 말이다. (물론 나는 인사동에 대해 관심이 많다 보니, 로컬 에디터나 문화기획가나 비슷비슷하다. 둘의 공통점은 '기획'이니까.)


그랬더니 다양한 예술작품에 대해 설명을 해주시기 시작하셨다.


서양화가와 동양화가의 차이, 그리고 진정한 예술에 대한 진득한 토론의 과정까지 모든 인터뷰 내용을 이 글에 담기에는 부족하다만, 정말 예술에 대해 모르는 게 없을 정도로 많은 자부심이 분명하셨다.



그저 예술을 모르는 분들이 이 미술관이나 전시회를 보면 단순히 홍보에 치중된 글을 작성하겠지만, 적어도 품위 있는 예술에 대해 논하고 서로 소통하는 장까지 기록에 남기신 분들은 거의 없다.


그래서 내가 지금부터 기록해 본다.



사장님은 어쩌다가 이 미술관을 차리게 되셨는지?

: 사장님의 성함은 이석원, 그리고 직급은 이사님이시다. <구구 갤러리 인사동점>을 운영하시며 현재 디렉터, 매니저를 병행하고 있다. 원래는 목동에 본사가 있지만 2호점, 3호점을 차리게 되었다고 한다. 2호점이 즉 현재의 인사동, 그리고 문래동이 3호점이다. 이 두 동네의 공통점은 바로 '청년'들에게 예술 가치성을 확보시키기 위함이라고 한다. 더군다나 '진짜 예술 교육'을 미래 교육생들에게 알려주기 위한 동네를 찾다 보니 인사동과 문래동을 선택하게 되었다고 한다.



현재 느끼는 인사동에 대한 자신의 판단

: 예전 같지가 않다. 내가 느꼈던 인사동은 분명 예술가들의 성지, 그리고 그러한 골목 상권이었는데 어느새 독점적인 '상권'으로 변질되었다고 한다. 5년 전의 인사동은 적어도 이렇지 않았다. 하지만 현재는 전혀 다르다. 하지만 사람들이 잘 모른다. 전시회와 미술관을 찾으려고 굳이 예술의 전당이나 청담동에 갈 필요가 없었고, 그저 북촌 마을 아래 동네인 인사동이야말로 다양한 문화활동의 메카였는데 어느새 급변한 자본주의에 근거하여 상황이 바뀌었다. 각자도생처럼 말이야.



미술관과 전시회는 어떻게 생계를 유지하는가?

: 임대업을 주 업무로 하여 대관을 해주는 전시관이나 미술관은 사실 그 수수료를 위한 상업에 불과하다. 예를 들면 다양한 예술가들의 작품이 들어오면 최소 일주일간 임대를 통해 수익 분배를 나누게 되는데 그러다가 적자를 면하지 못한 독립 대관 전시회들이 참으로 많다. 그래서 인사동 골목 깊숙이 들어가면 공가처럼 보이는 (예술품이 전혀 없고 그저 흰색의 방만 덩그러니 있는) 공간들이 굉장히 많다. 그리고 후회하게 되어 다른 곳으로 이전하는 경우가 많다.


어떤 포부를 가지셨나요?

: 현재 담당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있다. 마블에 <어벤저스>가 있듯이, 나는 한국 미술계의 BTS가 되고 싶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아까 이야기했던 것처럼 현재는 인사동의 특수 환경 때문에 제한이 많다. 하지만 그 틈을 파고들기 위해 다양한 예술가 발굴을 위해 힘쓰고 있다.


특히 주도하고 있는 <예술가 프로젝트>는 예술업에 종사하시는 분들에게 12시간 넘는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여, 최적의 환경에서, 최고의 작품이 나오도록 지원을 해주고 있다. 즉, 그들이 진정한 예술에 집중하도록 혜택을 주고 있다.


다른 곳에서는 흔치 않다. 그저 예술품이 나오는 결과성에만 치중하거든. 그게 진짜 예술작품인지 진위 여부는 전문가들이 알 텐데 말이야. 그래서 대관업에 주 종사하는 미술관이나 전시회에서는 예술가들과 트러블이 많다. 경제적인 원인이 큰 부분을 차지하지만, 무엇보다 꾸준한 예술 작품을 만드는 데에 있어서 지속적인 당근과 채찍이 필요하지만 현실은 그러한 피드백조차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방향성을 지금 본인이 스스로 실현시키려는 중이다.


그리고 추후 미국에 있는 유명한 박물관에 우리 미술관의 다양한 예술 작품을 전시하고 싶다.


현재 예술가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과 당위성

: 너무 상업적이다. 돈에만 치중하다 보니 결국 마감 기간 내에 듣도 보도 못한 예술 작품을 만들기에만 급선무이다. 그리고 미술이라는 특성상, 예술은 프리랜서로 활동을 해야 하는데 생계유지를 위해 본업에만 치중하다 보니 예술을 그저 취미생활에만 한정 짓고 있다. 그게 참 마음이 아프다.


해결책이 있을까요?

: 없다. 그래서 내가 우선적으로 그 해결책 돌파구를 찾으려고 하는 거다. 이렇게 지원을 해주는 예술 공간이 있는지 (지원금이나 환경 조성도 좋지만, 꾸준하게 피드백을 남기는 예술 기관을 의미함.) 주변 곳곳을 둘러봐야 한다. 다들 예술을 돈으로 보는 관점에만 치중되어서 사실 이면성이 너무 많다. 그걸 깨부수어야 한다. 예술은 예술로 봐야 한다. 그리고 결국에 그 예술을 돈으로 가치를 매길 수 있도록 해야 하거든. 지금은 수단과 목적이 뒤바뀌었다. 주객전도라고 하지. 돈을 벌기 위해 예술은 하는게 요즈음이다. (사실 내가 느끼는 예술에 대한 관점이다. 그래서 이렇게 강조해 본다.)


추가적으로, 이러한 예술 관련 지원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기관이나 예술 단체가 많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정부의 관심은 덤이고.



예술은 예술로만 봐야 한다.

그리고 그다음에서야 돈으로 매겨도 좋다.

하지만 뒤바뀌면 위험해진다.

예술이란 게 그렇다.




나의 느낀 점을 기록해본다.

보이지 않은 걸 보이게 하는 게 예술이다.

그래서 추상적인 관념에 놓인 것들이 구체화되고 시각화될 때 비로소 가치를 인정받는다.


그래서 피카소가 생을 유고한 뒤에야 그의 그림이 인정받은 이유가 있지 않을까?

그게 맞지. 예술을 돈으로 먼저 보는 관점은 그냥 꾼이다. 사기꾼. 아니면 장사꾼.


그러려면 사업이나 경영을 해야지. 왜 굳이 예술에도 영향력을 행세하려고 하는지 참.


(사실 문학이나 시, 소설 또한 예술에 포함된다. 그래서 작가의 주도성에 따라 돈을 목적으로 책을 출판하는 작가들이 성공을 못하는 이유가 선례에 다 포함된다. 예술이라고 다를 바 없다.)





그렇게 오후 8시가 되어서야 종각으로 터벅터벅 걷는다. 그리고 인사동 또한 재개발 위기에 놓여있다.


이곳 근처에는 '피맛골'이라는 노포들이 즐비한 골목길이 있는데 그 구간을 싹 다 갈아엎고 새로운 계획단지로 개발하고 있는 중이다. 당연히 그 근처에서 업을 종사했던 분들의 영향력인지 인사동 또한 그 피해를 받고 있는 셈이다. 이제는 이동식 손수레(꽃집, 어묵, 떡볶이 판매) 구경은 한동안 어려울 듯하다. 그리고 문이 닫힌 셔터는 누군가들의 예술적인 공간으로 뒤바뀌겠지.


그렇게 하소연 가득한 글을 적다 보니 인사동 골목 투어라기도 뭐한, 그저 나의 의견이 담긴 매거진이 완성된 듯하다.


이 글을 보는 익명성의 사람들에게 말씀을 드리자면.

그저 우리가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게 맞는 세상이고 인간의 본성이다만, 예술은 곱씹고 다양하게 해석해 보는 게 정답입니다. 자신이 의미 부여를 해도 좋고, 꾸준하게 자신만의 아이디어 창출로 생산적인 후기로 쥐어짜 내도 좋습니다. 그게 예술이니까요.


하지만 그 정답 또한 본인이 알고 있습니다.


그저 둘러보는 것만으로 예술 활동을 했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허울 의식일 뿐입니다. (혹시라도 광고나 홍보를 위해 전시회를 다녀오고 글만 툭 던지는 행태만 자주 봤기에 비판해봅니다.)


그렇게만 예술 관련 행동을 했던 사람들은 적어도 자신의 주관적인 해석에 따라 기록에 남겨놓거나, 작품에 대해 스스로 의미 부여해 본적이 있을까요?


그렇지 않다면

왜 사회는 있는 그대로 보고 비판하면서, 예술에 대해 비판이나 비평을 하지 않으신가요?? (비난이 아닌 비판입니다. 비난 또한 잘못되었습니다.)

정말 궁금합니다...


비판적인 수용 과정과 꾸준한 피드백이 필요한 요즈음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아직도 그렇게 수동적인 사람이 되어간다고 봅니다.


그래서 예술이 필요합니다.


왜냐하면 예술은 사람들의 힐링 수단입니다.

마음을 읽지 못하는 추상적인 것들을 위로해 주는 작은 존재들입니다.

인간을 통제하는 환경에 대해 곱씹고 해결책을 툭 던지는게 예술입니다.

우리는 삶의 수단적인 노예가 아닙니다.


그 어느 누구라면.

밤에 일기를 쓰는 게 얼마나 진득한 도움이 되는지, 자신의 감성을 예술품으로 만드는 게 얼마나 의미가 깊은지 말입니다.


그래서 예술 활동 많이 하셔야 합니다.

적어도 감성이 없는 이성에만 놓인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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