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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갓혁 Jul 27. 2022

내가 사랑하는 북촌 풍경네컷

북촌 골목 투어 ep6

그저 사진만으로 내가 좋아하는 북촌의 이미지를 어떻게 분류해볼까?


단순히 물리적인 장소 말고 사람들의 목소리가 하나로 직결되는 곳이 어딜까 궁금했다. 그런데 이 장면을 지도로 표현하고 싶었다만 그러한 형태를 나만의 방법으로 남긴다는 게 참 쉽지가 않았다. 조경과 건축학 전공 담당이 아니었던 나는 단순히 관광과라는 이미지에서 조금 탈피하고자 나름 노력을 했는데, 그 과정이 바로 '정면에서 마음에 드는 건축물 사진을 찍어보기'였다.


나에게 스스로 물음을 던져보았다.


"서울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가 있다면 어디로 갈래? 그리고 그 장면을 네 컷으로 정리해 봐!"


스스로에 대한 답변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었다. 만약 그러한 공모전이 있다면 난 손쉽게 나만의 글을 정리하고 올리려고 노력했겠지? 일단 북촌으로 이동했다. 서촌을 생각했지만 (aka 서촌 로컬 에디터라 칭하면서 왜 거기로 가냐고? 그냥 여름에는 북촌의 그 푸릇한 장면이 보고 싶었다.) 당시의 나는 북촌으로 향해야 했다. 나의 사진 아카이브 속에 여러 풍경을 조합하고 분류해 보았다. 100개의 사진이 있다면 32프로는 인물, 그리고 자연 사진이 많았다. 나머지 68는 그 인근 풍경 사진이었다. 생각해 보니 북촌의 풍경 사진만 따로 담기 위해 노력했다. 그 조각과 파편이 하나하나 모일 때 거대한 포트폴리오처럼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자리를 잡게 된 셈이었다.


아무튼 말이 길었지만 천천히 북촌을 올라가 본다. 누구의 형태와 생각, 그리고 사람들이 가장 많이 간다는 곳을 정처 없이 배회하였다. 날씨가 상당히 습했던 7월의 어느 날, 차츰 날씨가 좋아지면서 그 풍경의 이면들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했다. 지금부터 내가 큐레이터가 되어 설명을 해보고자 노력했다.


북촌 마을에 대해 사진으로 설명해 봐.



80년대 감성 돋보이는 전조등이 참 매력적이었어. 그리고 한옥 마을 처마 밑으로 배수구 공간이 있는데 30년 동안 묵혔는지 노후화되어 제 기능을 작동할지 의심이 되더라고. 그마저도 사랑스러웠고, 한옥의 벽지는 매우 얇아서 쉽게 녹슬거나 곰팡이가 피거든? 여름이나 장마철이 되면 종로구에서 가끔 도시 보수 사업을 위해 노후화된 전면적인 한옥을 리모델링하거나 제 기능을 발휘하도록 일부 수리를 하더라고. 그런데 길을 가다가 우연치 않게 발견한 곰팡이의 흔적조차 상당히 매력 있었어. 어쩌다가 마주친 날 것의 흔적은 나에게 꽤 감동을 선사하니까 말이야.



주변에서 가장 매혹적인 한옥 벽지와 대나무야. 사실 7월의 그 더운 계절적 변화를 가장 많이 느낄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해. 일반적인 아파트나 연립주택은 그 변화를 문뜩 받기 힘들잖아? 하지만 한옥은 그 주변과 고유의 감성, 그리고 자연과 한몫하는 분위기 하나만으로 사람의 감성을 자극해 주니까 다행인 거지. 어찌되었든간에 할머니가 이 사진을 찍고 있는 나를 보면서 흐뭇해하시더라고. 이유를 알까? 한옥마을 거주하시는 분들은 관광객을 오히려 반기지 않다고 들었다만 그 또한 나만의 편견이겠지?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그 할머니와 진득하게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 어쩌다가 이 한옥마을에 거주하게 되었고 현재 어떤 생활을 하고 계시는지 말이야.


본인이 좋아하는 공간이나 맛집을 소개해 봐.



일반적인 담벼락이 아니야. 잘 보면 하단부에는 지지대를 받치는 여러 암석이 섞여 있고, 중간에서 상단으로 올라갈수록 어느 한옥마을에서 볼 수 있을법한 담벼락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나한테는 아니라는거지. 왜냐하면 이 공간은 항상 여자친구와 데이트를 했던 곳이야. 참고로 여기 위치가 어디냐면, 율곡로 3길이라는 곳이야. 그리고 드라마 나의 해방 일지에서도 언급되었던 곳이야. 가끔 예술가들이 활동하는 장소이기도 하더라. 어느 날 밤에 여자친구와 이 장소를 지나갔는데 내가 좋아하는 노래가 들렸던거야. the 1975 노래 중에 'Me & You Together Song'라는 약간 브리티시 올드팝 감성 노래가 들리는거야. 그래서 나도 이유 없이 고개를 돌려보았고, 어떤 한 젊은 남성이 이 노래를 달콤하게 부르고 있더라고. 생각해보니 여자친구도 그 노래를 좋아했던 게 분명했어. 영국의 어느 올드팝을 좋아하는 사람이 참 드물잖아? 하지만 어느새 그 노래 하나만으로 공감대가 맞아서 노래 감수성까지 공유하다가 이윽고 서로를 알아가게 된 거였지. 덕분이라고 할까. 이 장소와, 뮤지션, 그리고 버스킹이 없었다면 사람 인연이라는 걸 알게 되었을까?



상호명은 '경춘자의 라면땡기는 날'이야. 춘자 사장님은 1세대 사장님이셔. 지금도 영업을 하시긴 하더라고. 여자친구와 이 북촌마을을 둘러보고 항상 가는 곳이 있어. 바로 이 허름한 라면집이야. 그런데 그거 알아? 일반적인 라면이 아니라 일본의 장인 정신 감도는 고유의 라멘집과 비슷한 느낌이랄까. 말로 형용하기 어렵지만 조그만 1자 식탁이 주방에 있었고, 2인 이상 주문하면 실내로 들어갈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더라. 내부는 굉장히 협소해. 하지만 옛 골동품과 할머니가 그동안 모아두었던 옛 라면 냄비와 접시까지 구경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았겠니. 그리고 그 향수마저도 하나의 기록이 되었네. 이제 그 뒤를 이어받은 후손이 그 자리를 대신하겠지. 내가 조심히 물어보았어.


"할머니 이 골동품은 라면용 장식이었잖아요. 그럼 어디에 기증할 예정인가요?"


"바로 옆 서울공예박물관"


딱 잘라서 바로 확답을 하시던 할머니의 그 무표정은 아직도 각인되었다. 무미건조하게 변변치않고 계속 그 자리를 이어갈 수 있었던 마법의 장소는 멀리 없더라.


너희들이 좋아하는 장소가 있니?


#갓혁의일기 #로컬크리에이터 #로컬에디터 #북촌마을 #북촌한옥마을 #북촌풍경 #내가가장좋아하는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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