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촌 골목 투어 ep6
그저 사진만으로 내가 좋아하는 북촌의 이미지를 어떻게 분류해볼까?
단순히 물리적인 장소 말고 사람들의 목소리가 하나로 직결되는 곳이 어딜까 궁금했다. 그런데 이 장면을 지도로 표현하고 싶었다만 그러한 형태를 나만의 방법으로 남긴다는 게 참 쉽지가 않았다. 조경과 건축학 전공 담당이 아니었던 나는 단순히 관광과라는 이미지에서 조금 탈피하고자 나름 노력을 했는데, 그 과정이 바로 '정면에서 마음에 드는 건축물 사진을 찍어보기'였다.
나에게 스스로 물음을 던져보았다.
"서울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가 있다면 어디로 갈래? 그리고 그 장면을 네 컷으로 정리해 봐!"
스스로에 대한 답변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었다. 만약 그러한 공모전이 있다면 난 손쉽게 나만의 글을 정리하고 올리려고 노력했겠지? 일단 북촌으로 이동했다. 서촌을 생각했지만 (aka 서촌 로컬 에디터라 칭하면서 왜 거기로 가냐고? 그냥 여름에는 북촌의 그 푸릇한 장면이 보고 싶었다.) 당시의 나는 북촌으로 향해야 했다. 나의 사진 아카이브 속에 여러 풍경을 조합하고 분류해 보았다. 100개의 사진이 있다면 32프로는 인물, 그리고 자연 사진이 많았다. 나머지 68는 그 인근 풍경 사진이었다. 생각해 보니 북촌의 풍경 사진만 따로 담기 위해 노력했다. 그 조각과 파편이 하나하나 모일 때 거대한 포트폴리오처럼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자리를 잡게 된 셈이었다.
아무튼 말이 길었지만 천천히 북촌을 올라가 본다. 누구의 형태와 생각, 그리고 사람들이 가장 많이 간다는 곳을 정처 없이 배회하였다. 날씨가 상당히 습했던 7월의 어느 날, 차츰 날씨가 좋아지면서 그 풍경의 이면들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했다. 지금부터 내가 큐레이터가 되어 설명을 해보고자 노력했다.
북촌 마을에 대해 사진으로 설명해 봐.
80년대 감성 돋보이는 전조등이 참 매력적이었어. 그리고 한옥 마을 처마 밑으로 배수구 공간이 있는데 30년 동안 묵혔는지 노후화되어 제 기능을 작동할지 의심이 되더라고. 그마저도 사랑스러웠고, 한옥의 벽지는 매우 얇아서 쉽게 녹슬거나 곰팡이가 피거든? 여름이나 장마철이 되면 종로구에서 가끔 도시 보수 사업을 위해 노후화된 전면적인 한옥을 리모델링하거나 제 기능을 발휘하도록 일부 수리를 하더라고. 그런데 길을 가다가 우연치 않게 발견한 곰팡이의 흔적조차 상당히 매력 있었어. 어쩌다가 마주친 날 것의 흔적은 나에게 꽤 감동을 선사하니까 말이야.
주변에서 가장 매혹적인 한옥 벽지와 대나무야. 사실 7월의 그 더운 계절적 변화를 가장 많이 느낄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해. 일반적인 아파트나 연립주택은 그 변화를 문뜩 받기 힘들잖아? 하지만 한옥은 그 주변과 고유의 감성, 그리고 자연과 한몫하는 분위기 하나만으로 사람의 감성을 자극해 주니까 다행인 거지. 어찌되었든간에 할머니가 이 사진을 찍고 있는 나를 보면서 흐뭇해하시더라고. 이유를 알까? 한옥마을 거주하시는 분들은 관광객을 오히려 반기지 않다고 들었다만 그 또한 나만의 편견이겠지?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그 할머니와 진득하게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 어쩌다가 이 한옥마을에 거주하게 되었고 현재 어떤 생활을 하고 계시는지 말이야.
본인이 좋아하는 공간이나 맛집을 소개해 봐.
일반적인 담벼락이 아니야. 잘 보면 하단부에는 지지대를 받치는 여러 암석이 섞여 있고, 중간에서 상단으로 올라갈수록 어느 한옥마을에서 볼 수 있을법한 담벼락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나한테는 아니라는거지. 왜냐하면 이 공간은 항상 여자친구와 데이트를 했던 곳이야. 참고로 여기 위치가 어디냐면, 율곡로 3길이라는 곳이야. 그리고 드라마 나의 해방 일지에서도 언급되었던 곳이야. 가끔 예술가들이 활동하는 장소이기도 하더라. 어느 날 밤에 여자친구와 이 장소를 지나갔는데 내가 좋아하는 노래가 들렸던거야. the 1975 노래 중에 'Me & You Together Song'라는 약간 브리티시 올드팝 감성 노래가 들리는거야. 그래서 나도 이유 없이 고개를 돌려보았고, 어떤 한 젊은 남성이 이 노래를 달콤하게 부르고 있더라고. 생각해보니 여자친구도 그 노래를 좋아했던 게 분명했어. 영국의 어느 올드팝을 좋아하는 사람이 참 드물잖아? 하지만 어느새 그 노래 하나만으로 공감대가 맞아서 노래 감수성까지 공유하다가 이윽고 서로를 알아가게 된 거였지. 덕분이라고 할까. 이 장소와, 뮤지션, 그리고 버스킹이 없었다면 사람 인연이라는 걸 알게 되었을까?
상호명은 '경춘자의 라면땡기는 날'이야. 춘자 사장님은 1세대 사장님이셔. 지금도 영업을 하시긴 하더라고. 여자친구와 이 북촌마을을 둘러보고 항상 가는 곳이 있어. 바로 이 허름한 라면집이야. 그런데 그거 알아? 일반적인 라면이 아니라 일본의 장인 정신 감도는 고유의 라멘집과 비슷한 느낌이랄까. 말로 형용하기 어렵지만 조그만 1자 식탁이 주방에 있었고, 2인 이상 주문하면 실내로 들어갈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더라. 내부는 굉장히 협소해. 하지만 옛 골동품과 할머니가 그동안 모아두었던 옛 라면 냄비와 접시까지 구경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았겠니. 그리고 그 향수마저도 하나의 기록이 되었네. 이제 그 뒤를 이어받은 후손이 그 자리를 대신하겠지. 내가 조심히 물어보았어.
"할머니 이 골동품은 라면용 장식이었잖아요. 그럼 어디에 기증할 예정인가요?"
"바로 옆 서울공예박물관"
딱 잘라서 바로 확답을 하시던 할머니의 그 무표정은 아직도 각인되었다. 무미건조하게 변변치않고 계속 그 자리를 이어갈 수 있었던 마법의 장소는 멀리 없더라.
너희들이 좋아하는 장소가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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