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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갓혁 Jul 24. 2022

북촌에서 맞이하는 노을은 어떤 맛일까?

북촌 골목 투어 ep5


북촌의 밤은 향긋합니다. 아니면 7월이라 그럴까요? 하늘의 변화, 여름의 오묘한 조합은 선뜻 다가가기 힘든데 말입니다.


일과를 마무리하고 광화문 인근을 배회하면 여전히 사람들이 많이 몰리더랍니다. 코로나가 심해졌다는 말은 이제 옛 이야기인듯 합니다. 건강이 우선시되는 상황에서 가끔 코로나 자가 키트를 활용하는 분들이 많아집니다. 그나저나 저는 요즈음 그저 독감 중 하나라고 치부하고 생활하고 있습니다. 불과 일주일 전 상황이었습니다. 업무를 하고 돌아오는데 머리가 띵해서 안국역 근처 약국에서 키트를 구매하여 자가 진단을 해보았습니다. 다행인건 음성이라고 뜨는데 아마 냉방병이 의심되나 싶었죠. 


어찌됬든 저번주부터 꽤 골치아픈 상황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머리를 맑게 정화시켜줄 곳을 찾기 위해, 그리고 갑자기 하늘의 변화가 의심치 못해 궁금하기 그지없어서 저는 무의식적으로 북촌 마을 전망대로 향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름다웠습니다. 오후 7시 49분. 겨울이면 벌써 해가지고 쌀쌀한 바람과 어두컴컴한 하늘이 지배하던 북촌은 여름에는 환상적이랍니다. 서촌도 그러겠죠? 하지만 서촌과 다르게 북촌은 자연과 함께 공생하는데에 있어서 더 특별하답니다. 서촌을 무시하는게 아닙니다. 서촌은 예술가들의 공방이라는 점에서 또 나름의 전통과 역사가 깃든 옛 중인들의 자리라면, 북촌은 양반들이 마룻바닥이나 사랑채에 앉아 신선놀음하는 느낌이랄까요.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에게, 지친 스스로에게,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진정한 박수갈채는 또 하나의 역사적 소명에서 비롯되었지요.


이 북촌 마을 주민들의 노고와 일상생활, 그리고 삶의 터전이 없었다면 한옥마을이라는게 존재했을까 싶습니다. 경주와 전주, 각각 신라와 백제의 유구한 전통이 깊었던 지역입니다. 그래서 서울이라고 다를 바 없다는 것은 큰 착각이죠.


어찌 됐든 클라우드 맥주가 당겨 인근 편의점에서 2캔을 구매했습니다. 흰 셔츠와 검은색 슬렉스, 그리고 필라 운동화를 신고 하염없이 걷습니다. 올라가다보니 외국인들도 보입니다. 저에게 인사를 건네는가 싶더니 인근 게스트하우스로 이동합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수다를 떠시며 손자 배웅을 하러 북촌 어느 계단에서 기다리고 있더랍니다. 그리고 오르막길로 올라오는 분들도 보입니다.


북촌전망대 어느 한적한 계단에 걸터앉아 멍하니 청와대 방면을 바라봅니다.

맥주를 한모금, 두모금 들이킵니다. 갑자기 머리가 멍해지더니 10분간 의미 없을 사색과 사유를 즐기기 시작했습니다. 바빴던 머리 속은 텅 비어지고, 그저 멍하니.



이내 10분 정도 가만히 멈춘 그들, 그리고 저 포함하여 멍하니 하늘을 바라봅니다.


무엇을 느꼈을까요. 한강에서 노을 풍경을 바라보는 느낌과 그리고 한옥마을에서 바라보는 시선은 서로 다르겠죠. 여전히 아름다워서 멍하니 있던 그때 그 느낌, 공기, 밀도 모든 게 생생했습니다.


전 또 하나의 소원을 빌었습니다. 부디 모든 사람들이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그리고 무사하게 일상을 보내달라고 말이죠. 바쁜 현대 사회에서 무엇을 갈구할까요. 우리는 그렇게 살아가지만 정녕 스스로를 알고 살아가고 있나요. 경쟁에 허덕여서 소소한 것마저 잃어버린다면 스스로를 망각하는 것과 다를 바 없어 보입니다.


그래서 북촌 전망대에 올라갔고요. 노을은 여전히 마음을 따스하게 해줍니다. 노을에게 이 말을 전해주고 싶었습니다. 회사에서 바라보는 노을은 오늘 하루 고생했다는 것을 상기시켜주지만, 우연치 않게 구경했던 어느 특별한 장소의 노을은 너무 사랑스럽다고.



어김없이 서울공예박물관을 지나쳤습니다.


이때다 싶었습니다. 사람들이 일체 멈춰 하늘을 향해 사진을 찍기 시작합니다. 강아지 또한 가만히 멈춰서 하늘을 응시합니다. 새로운 경험이었을까 싶네요. 동물에게도 또 하나의 추억과 기록을 만들어주었으니 말입니다. 어느덧 핑크색이 감돌더니 15분 뒤에 사라졌던 북촌의 노을은 이제 못 볼 듯합니다. 아니면 8월을 기대해야겠습니다.


아름다웠던 북촌의 노을.

사랑이 감돌던 하늘.

누군가의 열망, 소망, 희망이 깃든 곳이길.

영원히.


#갓혁의일기 #북촌노을 #북촌마을 #로컬에디터 #로컬크리에이터 #북촌마을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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