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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갓혁 Jul 19. 2022

자연과 마을

북촌 골목 투어 ep4

<왜 나는 자연친화적인 것일까?>


7월 푸른색으로 우거진 북촌을 거닌다. 이윽고 하염없이 나오는 파릇한 잎사귀와 덩굴의 조합은 여전히 반갑기만 하다.


이 녀석들의 정체는 알다가도 모르겠다. 서서히 내리꽂는 따스한 햇빛은 나날이 강렬해지고 그로 인해 아스팔트 바닥보다 흙길이 더 좋은 이유는 그 누구보다 잘 알겠더라.


오늘도 어김없이 북촌 마을을 기록해본다.


내가 그도안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장소가 속속 드러날 때마다 감사할 따름이었다. 더군다나 이 장소가 나에게 좋은 이유는 하나로 정의되기 어렵지만, 사람의 마음을 애간장 태우는 데에 한몫했다는 점이다. 그게 무슨 말이냐면 녹슬어도 그 자리에 머물러주는 요소가 많다는 의미이다.


예를 들어보면 다음과 같았다.


그저 거주 지역과 상업적인 공간을 경계 짓기 위해 만들었던 돌담길이 또 하나의 장관이 될 때에 더 진득한 법이다. 딱 그 지점이었다. 내가 이 장소에 도착하자마자 노을이 지기 시작했다. 이윽고 옛 90년대 전조등이 깜빡 거리더니 3초 뒤에 그 장소를 한눈에 보기 쉽게 아름답게 비추고 있었다. 불과 2년 전에는 이 장소는 흙길이었는데 어느새 도시정비 사업을 위해(사실 주민들의 편의성을 위해) 새롭게 재단장된 모양이었다.




처음으로 밟았던 그 땅이 예전 기억을 상기시키도록 할 때 비로소 내 마음은 따스해지기 시작했다. 서서히 외국인들이 노을 풍경을 만끽하기 위해 이 북촌마을 상단을 거닐기 시작했다. 나름 핫 포인트라고 자리 잡았던 이 장소가 누군가에게 입소문으로 퍼져 관광지가 될까봐 때로는 마음이 흔들거렸지만, 내가 이 마을의 주인장 노릇을 하는게 주민들에게 눈살을 찌푸리도록 할까 봐 그마저도 걱정되었다.




1930년대 적산가옥과 현대 건축의 묘한 조합은 참으로 이질감이 있으되, 이제는 친숙한 이미지마저 상기시킨다. 옛 전조등을 사이에 두고 주민들이 바깥 구경을 나섰다. 마실이랍시고 주변 노을을 안주 삼아 사랑채와 안채도 아닌 2층으로 올라가 삼겹살 만찬을 즐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어 퍼지는 고기 굽는 냄새가 가회동 전체를 휘감기 시작했다. 내 옷에 냄새가 배어도 그 또한 좋은 풍경을 잠깐 감싸 안고 추억을 만든 셈이다. 근처에 있는 능소화는 여전히 반갑다. 7월 꽃말에 이런 말이 있었지. 사랑에는 여성이 있었다. 그녀를 떠오르기 위한 하나의 명예로운 감성은 이내 사무라치게 무서워지고 시뻘겋게 물든 복숭아 감칠맛 감도는 꽃이 나를 부를 때, 비로소 나는 그녀에게 다가갔다.


능소화는 여성과 명예로움을 일컫는다. 그래서 연인과의 데이트 코스로 유명한 곳에 자질구레하게 많은 이유가 있더라. 그래서 아름다운 그녀의 이름, 능소화.


자연스러움을 확인하는 방법.

첫째, 자연친화적인 동네로 가라.

둘째, 그리고 1분동안 냄새를 맡아라.

셋째, 한줄로 기억하고 기록해라.




밖으로 벗어났다. 반쯤 시들은 장미가 겨우내 목숨을 부지하고 있었다. 나름 골목을 잘 정비했는지 보는 이로 하여금 기분이 좋아졌다. 사실 딱딱한 아스팔트를 걷기 싫어서 이동했다. 그리고 마을 특유의 냄새가 내 코를 간지럽히기 시작했다. 그 한옥 짙은 냄새라는걸 아는 사람들이 많을까? 락스 칠하고 화학재료를 사용하여 코를 간지럽히는 인위적인 냄새가 아니다. 뭐랄까. 자연친화적이고 어디 시골 동네 허름한 가게의 마룻바닥에 앉아 막걸리를 한 사발 할 때 서서히 코를 자극하는 향토 냄새이다. 잠시나마 그 동네를 걷고 있다. 여전히 아름다웠던 내가 좋아하는 마을, 그리고 그 지역의 향토성이 깃들어서 더 향긋한 의미가 깊은 곳.


북촌마을.


#갓혁의일기 #북촌한옥마을 #로컬에디터 #로컬크리에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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