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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갓혁 Aug 24. 2022

후암동 예술가와 인터뷰

로컬 사업의 이면과 진실을 기록.Zip



후암동 언덕 사진.Zip_갓혁


사진 정리를 하다가 한 달 전 후암동에 다녀온 풍경이 고스란히 보였다.

내가 언제 다녀왔을지 모르는 그때 그 감성 사진 그대로 풍경을 정리해 보았다.


후암동은 참으로 신기한 동네였다.

남산 자락에 위치한 해방촌을 끼고 있는 후암동.


오후에는 루프탑 카페에 올라가 저 멀리 풍경과 경치를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고 하더라.


최근에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진행하였던 <영뮤지엄>에서 자기소개 시간을 가졌다. 그때 아마추어 서울팀이 자신이 살고 싶은 동네가 있는지 한명 한명 물어보셨다. 그때 나는 서울 성북구를 언급했다만, 추후 조금 더 낭만이 깃든 곳을 원해서 서울 용산구의 후암동으로 정하였다.



<네이버 지도 위성사진 참고>


생긴 건 한대 쥐어맞은 감자처럼 생긴 이 '후암동'이라는 행정구역은 그 옆에 서울역과 마주한다. 일제강점기 이후로 용산구는 군사 중요 거점지역으로 활용되었는데 그중 일부 노동자들이 이 후암동에 거주했다고 한다. 그 아래로는 해방촌이 있다. 한국전쟁 발발 당시 부산까지 치고 밀려온 북한군에게 대응하며 인천상륙작전 이후 다시 서울을 수복했을 때 부산에 거주했던 수많은 피난민들이 이 남산 자락에 판잣집을 많이 세웠다고 한다. 그 사연 동네 중에 한 곳이 대표적인 <후암동>인 것이다.


아무튼 역사적인 소재가 꽤 많은 곳이다. 그래서 곳곳을 둘러보다 보면 일본인들이 만든 '적산가옥'(적국이 만든 가옥)과 허름하고 낮은 70, 80년대 낮은 주택단지가 바둑판처럼 다닥다닥 붙어있다.


그 후 용산구는 전면적으로 개발이 제한되었다. 군사거점지역이니 당연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최근에 윤 정권이 들어서고 용산구를 개발하겠다는 재건축/재개발 열풍이 다시 쏟구치고 있다.


이에 용산구 일부 주민들은 찬성했지만, 그 상황에 반대하는 일부 현주민들과 소수 예술인들이 대거 참여했다.


용산구 개발 찬반론은 지금도 뜨거운 감자이다.


수면 위로 스멀스멀 올라오자마자 서울 재개발 관련 이슈 동네 중 후암동이 5위 안에 들었다. 그 나머지는 우리가 알고 있는 을지로, 영등포구 일대였다.


아무튼 매섭게 몰아치는 재개발 이슈와 관련하여 서울시에서는 용산구에 거한 압박을 몰아붙였고, 이에 현 후암동에 거주하는 일부 소상공인들과 현지민들은 암흑의 현실에 대해서만 한탄할 뿐이었다. 그때 마침 구세주 같은 타지역 예술가들과 공방 작업 프로젝트 시민단체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문래동과 같이 점점 재건축으로 인해 핏물 가득해진 동네로 만들기 싫어 후암동 또한 하나의 예술 관광 단지로 바꾸고 싶다는 취지에서 어벤저스처럼 등장한 셈이었다.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았다.


Q : 왜 후암동이 사라져야 할까요?


A : 후암동이란 지역은 사라지면 안 됩니다. 무조건 다시 도시재생으로 복구해야 합니다.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아닌 그 지역의 정체성을 살릴 수 있는 누군가의 손길이 필요합니다.


Q : 지금 용산구 전면 재개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A : 사실 수치적으로 표현하면 끝도 없습니다. 감성을 제외한 채 객관적이고 이성적인 표현을 해보자면, 예전 박원순 서울시장이 추진했던 그 사업을 이어가되, 용산구를 전면 재건축하자는 취지가 보입니다. 그 일례로 삼각지 주변 상가들이 있습니다. 이미 기획 확정된 사업 공시가 나온지라 더 이상 후암동이 이런 현실에 피해를 받지 않길 기대합니다.


Q : 지금 후암동에는 <신흥시장>이라는 전통 시장이 있던데 예전처럼 전통 문물을 판매하는 장이 아니라, MZ 세대를 위한 새로운 예술 공방이 되었더라고요. 어쩌면 좋은 사례일까요?


A : 서촌에 가면 <통인시장>이 있습니다. 그 전통시장은 100년이 넘은 유일무이한 전통 시장입니다. 후암동의 <신흥시장>은 사실 망했던 전통 시장을 다시 복고/레트로/로컬 사업으로 재개했던 선례가 있습니다. 서울 곳곳에는 다양한 대표적인 전통시장이 있습니다. 하나 예시를 언급하면 <광장시장>이 있습니다. 예전 전통이라는 의미 때문에 젊은 사람들이 꺼려 했던 곳인데, 의외로 로컬 사업으로 확장되면서 젊은 사람들 유입이 많아졌습니다. 그 선례를 배우고 만든 곳이 지금의 <신흥시장>입니다. 한마디로 좋은 로컬 사업의 결과물이라 보면 되겠습니다.


Q : 지금 행정안전부에서 주관하는 로컬 사업의 한계는 무엇일까요?


A : 과도한 관광사업으로 발전될 우려가 높습니다. 북촌한옥마을처럼 오버 투어리즘의 결과가 된다면 상권은 되살아 나겠지만, 후암동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시끄러운 소음과 피해를 받게 될 것입니다. 이에 따른 주민들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Q : 후암동 현주민들과 예술가 조합단체의 갈등은 없었을까요?


A : 없을리가요.. 꽤 많았습니다. 어딜 가나 지역 텃세가 있기 마련입니다. 물론 현주민들에게는 후암동 경제 활성화를 위한 발판이겠지만, 아까 언급했던 것처럼 저희와 같은 외지인들이 인디언들을 내쫓는 방향으로 오해할까 봐 현주민들은 꽤 꺼려했던 상황이었습니다. 지금은 꽤 상생하느라 최소 6개월이란 시간이 걸렸습니다. 이 지역을 발전시키려는 의도가 더할 나위 없이 외지인들의 수입과 수익만의 결과가 되지 않은 방향으로 해결하려고 합니다. 그것 때문에 지금도 후암동 주민센터와 예술회관에서 주 1회 미팅이 이루어지고 결과 보고서를 통해 주민들과 합의를 보고 있답니다.


Q : 문래동이 그 성공 사례더라고요. '상생'이라는 말... 꽤나 어렵네요. 어떤 방향으로 추구해야 후암동 또한 좋은 로컬 사업 지역으로 활성화될까요?


A : 문래동에는 다양한 공장 단지가 있었지요. 일제강점기 이후 버려진 공장 단지를 예술가들이 싸게 구매하여 현재 벽화, 로컬, 엔터테인먼트 사업으로 활성화하고 있는 중입니다. 공익사업으로 생각하면 좀 편할 듯해요. 이게 회사와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단순히 사익을 위한 사업으로 진행하면 그 주민들은 어떻게 생각할까요? 역지사지라는 말을 기억하면 조금 이해하기 쉬울 거예요. 일차적으로 주민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들어주고, 그다음에 저희의 예술 사업을 진행하는 게 좋겠죠.


Q :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을까요?


A : 로컬사업 쉬운 게 아닙니다. 사업계획서는 어딜 가나 작성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후암동은 현재 옛 빈티지 느낌의 카페와 술집에만 한정되어 있어서 정부에서는 다양한 로컬 사업의 확장으로 변화하길 원하더라고요. 쉬운 게 아닙니다. 높은 지가와 임대료에 못 이겨서 공가가 발생하는 경우, 그 예술가는 꿈을 잃고 새로운 터전으로 가야 합니다. 보통 주민들과의 마찰에서도 많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보면 지금 인플레이션으로 모든 게 높게 책정되고 있는 추세이지요? 누구를 위한 수익을 내고 싶으십니까? 단순히 사익을 위한 후암동의 예술사업일까요, 아니면 공익을 통한 후암동의 지역 정체성 활성화일까요. 역시 저희 또한 고민입니다. 후자면 좋겠지만 말입니다.


Q : 후암동이 가지고 있는 로컬 사업의 정체성을 한마디로 이야기해주세요.


A : 노을이 물드는 남산 자락, 어느 한적하고 허름한 옥탑방 루프탑에서 미래 생산적이고 지향적인 이야기를 원하는 분들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


PS.

후암동, 해방촌, 이태원 그 사이로 껴 있는 남산 자락의 분위기는 노을의 풍경을 진득하게 해주었다.


나에게 후암동이란 동네는 추억의 동네가 아니었다. 그저 노을만 보고 싶어서 남산자락 근처에 있는 동네일 뿐이었다.


그 얼마나 슬픈일일까? 해방촌이라고만 알고 있는 나에게 그런 동네로만 기억 되지 않길 기대하며...


이제 9월이 돼가면서 시원한 가을바람을 만끽하고 싶은 나.

후암동은 그런 동네였다. 마을 정체성이 가득한 곳이길 기대하며 마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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