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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갓혁 Oct 05. 2022

문정동 살리기 프로젝트

[골목시장/로컬프로젝트] - 송파구 문정동 로데오거리 행사편


오늘도 기록한다.

지난주 진행했던 주말 행사 중 문정동 로데오거리에서 벼뽑기 이벤트와 함께 플리마켓을 진행하였다. 

이 사업의 취지는 다음과 같았다.


"우리가 과연 송파구 남쪽에 있는 문정동 로데오거리를 살릴 수 있을 것인가?"


우리라고 언급하기 전에, 젊은 청년들이 대거 유입하여 스태프로 활동하였다.

이들의 노고는 끝없이 서열된다. 특히 이 문정동을 탐방하면서 다양한 분들과 이야기를 주고받았는데 확실히 요즈음 느낄 수 있는 생각이 그들의 말과 일맥상통했다.


"코로나 때문에 예전 같지가 않네. 사람들이 많이 오질 않으니 어디 장사가 잘 되려나."

"행사도 좋지만 이 장소가 정말 적합할까?"

"보이는 사람만 보이고 아닌 사람들은 그저 그렇던데."

"골프용품이 즐비한 곳이라 경제력이 있는 사람들끼리 온다니까? 누가 일반시민이 오겠니?"


문정동 로데오거리에 위치한 골프용품점 및 의류 판매 상점가들의 하소연이었다.


그러니까 이 사업을 실시한 이유가 여기서 비롯되지 않을까 한다.

어찌 되었든 사업단을 주최로 하여 이벤트 행사를 진행하였다.


첫날에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았다. 그저 지나가는 분들 몇 명이었을까 손가락으로 카운팅만 해도 어느새 하루 행사가 끝났다. 그러니까 결국 50명도 안되어서 끝난 셈이었다. 너무나 무소식이다. 


희소식이 무소식이면 좋겠다만 다음날인 주말에도 과연 이런 꼴이 날까봐 걱정이 되었다. 냉큼 배너와 현수막을 준비하여 홍보를 하여도 그저 아는 사람들만 지나가는 상황뿐이었다.


여기서 느꼈다.


'아, 플리마켓이 통하려나?'


우여곡절 끝에 인스타그램으로 웹포스터를 만들고 셀러를 모집하였다. 첫날에 3명이 모였다. 원래 5팀이었으나 기존에 현장 답사를 하고 가신 분들이 너무나 많았다. 중간중간 보증금 유치를 위해 다시 한 번 더 자릿세를 명분으로 예약 취소를 하면 안 된다고 하였으나 유동인구가 없다는 이야기를 어디서 들었는지 점점 이탈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다른 업체에서 여러 플리마켓 협동조합을 불러 대략 7팀이 이 자리에 오게 되었다.


다만, 음식 조리를 위한 릴선과 콘센트 사용 여부 등 인근 가게와의 지속적인 협조가 정말 필요한 상황이었다. 물론 중간중간 잘 피드백하여 결국 전기 사용은 무료로 하였지만 2시간, 3시간이 지나도 사람들의 발걸음은 그저 가벼울 뿐이었다. 그렇게 플리마켓 셀러분들 표정도 점점 굳어가기 시작했다.


운영국 및 이벤트 진행을 하는 장소는 사람들이 꽤 왔다. 


난 냉큼 생각을 다시 전환하였다. 사람들이 이벤트만 하는게 아니라 동선을 좀 유도하여 플리마켓 장소로 가게끔 하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안녕하세요! 이번에 저희 3만 원 이상 영수증 증빙 시 이벤트도 드리지만 저 옆에 바로 아기자기한 소품과 수공예품을 판매하는 플리마켓도 있답니다. 그냥 지나치지 마시고 한번 둘러보세요. 좋은 상품이 기다리고 있답니다!"


굉장히 호소하듯 보일게 뻔했지만 그래도 이 행사의 70프로를 차지는 플리마켓을 구경하지 않는다면 꽤 손해라는 뉘앙스로 이야기를 하였다. (하지만 사실이었다. 이벤트만 한다고 이 문정동 로데오거리가 활성화될까?)


플리마켓 참여자들의 표정도 서서히 밝아졌다. 내가 주도했던 이유였다. 일부러 동선을 로데오거리 깊숙이 안내하였다. 설득이 되었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나의 밝고 경쾌하고 재빠른 리액션이 이 상황에서 최선을 다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덕분이랄까?

나름 아까 저조했던 분위기보다 20프로, 아니 30프로 이상 참여율이 올라갔다.

허나 이것만으로 안되었다.


결국 아이디어 창출을 다시 고민해보았다.


'나중에 플리마켓 만원 이상 구매 시 이벤트 참여 가능을 한번 넣어볼까?'


이는 우리 측뿐만 아니라 다른 플리마켓 업체와 상생하는 방법이었다.

각자도생이 아닌 점, 난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서로 돕고 살아야 상부상조하는게 아니던가.


이를 바탕으로 기획을 하고 다음날이 되었다.

하지만 비가 거세게 내렸다.


갑작스러운 폭우로 모든 플리마켓이 철수하기 시작했다.

이 와중에 내 마음은 촉박해졌다. 물론 내 잘못은 아니었지만 행사 분위기가 갑자기 하락할까봐 그게 문제였다. 재빠르게 이 부분을 대표님과 사업단 관계측 상무이사에게 연락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정말 호소를 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천재지변이라는 점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그렇다면 무엇을 위해 내가 앞장서야할까?


그래


'분위기 유도를 그나마 잘하자.'

'그리고 아직 남아있는 플리마켓 참여자들을 위해 홍보를 다 하자.'


인근 상가에서 앰프 작동을 하고 마이크를 잡았다.

허나 마이크가 다른 데시벨이라 작동이 될 리가 없다. 한마디로 내장용 마이크와 앰프 내장이 서로 다른 코드라는 점. 이걸 뒤늦게 알았다. 그럼 또 다른 방법을 찾기로 했다.


'목청을 높여 홍보해보자.'


사실 난 나레이터도, 전문적인 아나운서도 아닌 그저 행사 관리자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를 보고 있는 알바생들과 함께 현장에 있는 플리마켓 행사 담당자들이 나를 보고 어떠한 생각을 가질지 기대가 되었다. 그들은 아무런 표정을 짓고 있지는 않지만 내가 가끔 물어보고는 한다.


"무엇이 필요하시죠? 어떤 피드백을 드릴까요?"


이 말 한마디로 그들은 그나마 마음의 위안이 놓인다고 하였다.

내가 다른 업체까지 이런 신경을 쓰는 것은 이벤트 행사 전체에 대한 책임감이었다.


'그래, 책임감.'


명분이 생겼다. 이게 없다면 아무리 잘났고 못났다는 문제점을 떠나기 전에 난 행사 관리자를 행할 이유가 없다. 그러면 차라리 알바를 주고 스태프를 썼지. 슈퍼바이저 10만원 주고 말이다. 하지만 난 돈도 떠나기 전에 내가 이 현장 파악을 빨리 했다는 이유만으로 점점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된 나의 현란한 현장 관리 솜씨가 무의식적으로 등장하였다.


"자자, 여러분들 그냥 지나치지 마시고 이벤트도 하고, 플리마켓도 참여해보세요~ 저기 정말 제가 좋아하는 물건들이 굉장히 많거든요!"


이 말과 동시에 그냥 말로 끝나는게 아니라 직접 사람들이 플리마켓까지 걷는 방향까지 이야기를 지속하며 속보로 걸어간다. 그리고 이윽고 상인들과 마주치며 만족스러운 모습으로 다시 이벤트 운영국으로 돌아간다.


어디까지나 그 행사 관리자의 융통성이랬다.

알잘딱깔센 (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 있게)


이 말을 좋아한다.


책상에서만 탁상공론하는 간부들은 전혀 모른다. 그저 기획서와 결과보고서만 보고 판단할 뿐, 그리고 수치화된 견적서만 볼 뿐이었다. 그들은 공무원과 다름없다. 그렇다면 그걸 전두 지휘하는 장군 같은 사람이 바로 우리였다.


'우리'


나와 같은 여러 젊은 친구분들의 노고가 있었기에 이 행사를 겨우 마무리할 수 있었다.

이미 철수했던 타업체 플리마켓 관계자가 전화를 하더라.


"떠나서 죄송해요. 나름 저희 신경 써준 모습 정말 감사했습니다. 명함 드렸으니 나중에 플리마켓 행사 있을 때 저희 불러주세요. 감사합니다!"


이 간단하지만 요약된 말이 얼마나 내 마음을 후벼 팠던지...

결국 사적이든 공적이든 모든 부분에 있어서 보여주는 리액션과 정성, 그리고 책임감과 융통성이 뒷받침되어야 사람 관계에서 잘 이뤄진다는 의미가 내포되어있다.


책상에서 그냥 글로만 두들기는 사람들보다 훨씬 낫다.

난 진짜. 그렇게 믿는다.


탁상행정.

탁상공론.


이분들은 현장에 있는 사람들을 잘 이해 못 한다.

그래서 현장에 있는 사람들이 최선을 다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장에서 얼마나, 어떻게, 최선을 다하여 잘 관리하는지 사진이나 글로 서류화하는 작업을 하거나 명분을 만들어야 한다. 


나쁜 것이 아니라 이게 현실이다.

그래서 기록을 해야 한다.

그날, 그때, 언제, 시간, 초까지. 모든게 다.


행사란 것이 그렇다.


이벤트 기획에 몸을 담고 있는 난 이 글을 마무리한다.


우리가 이겼다.

하지만 앞으로 문정동을 또 어떻게 살릴 것인지 다시 한번 더 살필 필요가 있다.


젊은 청년 여럿이 모여 현장에서 융통성 있게 이벤트 진행을 한다는 것.

참 쉽지가 않지만 그 분위기가 지속되면 결국 주위 사람들이 편해진다.


마지막 그 무거운 6m x 3m 천막 철거 또한 편했으니 말이다.


사람 사는 관계 다 똑같다.



#갓혁의일기 #일기 #일상 #이벤트기획 #문정동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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