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희동 일기, MBTI 1>

갓혁의 에쎄이 8

by 갓혁

2019년 9월은 생각보다 달콤한 일이 많았던 나날의 연속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예술 창작촌에서 장려상을 받은 N형님은 나름 기쁜 마음으로 항상 우리에게 자신의 작품을 선보이고 싶으셔서 언제나 두 팔 벌려 환영하곤 하셨다. 특히 희대의 수혜자는 나였다.


나는 이 형님으로부터 예술과 인문학에 대해 많이 배웠고 특히 사람과의 관계에서 꽤 많은 동기부여를 얻어 가고는 했다. 특히 이 형님이 매번 자신의 작품이 나올 때마다 항상 걱정 어린 시선으로 나에게 이 말을 하셨다.


“예술이란 자고로 있는 그대로 보면서 너만의 추리력과 해석을 통해 심리적으로 배워가야 하거든. 그런데 보통 예술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은 그저 자신의 판단이 맞다면서 편파적으로 자신의 리뷰를 올리시고는 작가의 의도를 안일시하고 자신만의 그릇을 만드시더라. 난 그게 참 마음에 안 들어.”


어쩌면 이 형님 또한 자신이 만든 창작물이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한다는 아픔보다는 그저 다르게 해석되고 제2의 창작물로써 사람들의 편의성과 힐링을 위한 수단으로 변질될까 봐 두려워했던 모양이었다. 나는 이 형님의 말을 주의 깊게 듣고 미리 명심하며 안내에 따라 있는 그대로 의도를 파악하려고 노력하였다.


‘예술은 있는 그대로 봐야 해.’


이 말은 언제나 세상은 다양하고 이해의 차이가 아닌 이해의 다름으로부터 비롯된다고 생각했다. 특히 ‘틀림이 아니라 다름’이라는 문장은 나의 사회생활에도 큰 영향을 발휘하였다.


이와 다르게 K는 언제나 현실주의적인 사람이라 불확실하거나 수치화로 표현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아하고, 특히 추상적인 관념이나 보이지 않는 불가시적인 표현에 대해서는 상당히 껄끄러워했던 모양이다. 이 당시에는 MBTI 검사가 그렇게 유명하던 때가 아니고, 서서히 기업에서도 MBTI를 공채에 넣기 시작했던 때라 그 누구도 심리학적인 요소에 대해 관심이 없을 때였다.


그렇지만 심리학 부전공을 배웠던 K는 그나마 MBTI 이야기를 할 때마다 나에게 또 다른 묘한 매력을 선사해 주었다. 오직 이과 성향과 공대 느낌을 물씬 풍겨왔던 이 친구는 심리학 이야기만 나오면 나에게 조언과 격찬을 아끼지 않았다. 아마 과학을 숭배하는 이 친구이지만 MBTI 또한 사람의 성향을 과학적으로 분석함에 있어서 충분히 인지하고 있던 모양이다. 그리고 꽤 신뢰적이고 전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고는 해 주었다.


“나, 어제 또 여자 친구랑 싸웠어. 아마 그녀랑 나랑 성향이 맞지 않는 거겠지?”


“진혁아, 너 ENFP 아니냐? 사람 좋아하고 항상 대가리 꽃밭 유지한다는 그 머릿속에서 그런 부정적이고 걱정 어린 생각이 가득하다면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만남 속에서도 너 또한 고민이 많다는 의미 아니겠냐. 그리고 여자 친구와의 관계든 친구, 인간관계는 무조건 안 맞을 수밖에 없어. 사람이잖냐. 다 가진 환경과 이상적인 생각, 심지어 심리도 제각각인데 어떻게 그걸 내가 넌지시 답을 제시해 줄 수 있겠냐.”


“하긴.. 맞는 말이다. 너 그래도 이쪽 담당 분야라서 다행이긴 하다. 그나마 위로받고 싶었어. 언제나 고맙다.”


"자식 싱겁긴. 카페 와서 또 이런 이야기하려고 매번 너랑 안 맞는 블랙커피 구매하고 진지한 이야기를 하시겠다? 무슨 실연당한 차가운 도시 남자처럼 이야기하네. 여긴 연희동이야 인마. 즉각적이고 평범하되 재미있게 살았으면 좋겠다. 인마. 오늘 낮술 꼬?”


“싫어 인마."


객관적인 상황 파악과 묘사, 그리고 적절한 대처 능력은 이 K로부터 많이 배워갔다. 특히 이 친구는 성향이 ESFJ였다. 우리 어머님이 이 성향이라 꽤 가정사나 집안 내부 일에서 자주 다툼이 있기 마련이었지만 항상 유치 찬란한 소소한 일로 싸우고는 했다. 어쩌면 이 친구랑 자주 티격태격하는 이유도 여기서 발단된 모양이다. 그렇지만 뒤끝이 서로 없는 우리 관계. 그래서 자주 궁합이 맞다고는 이야기 들었으나 정설인지 아니면 극단적인 주관성이 기재된 커뮤니티 여론인지는 모르겠다.


그렇게 말이 참 길었지만 N형님과 K로부터 술자리 외에는 이렇게 정상적인 삶에서 발휘되는 많은 에너지를 얻어 갔다. 단지 알콜이 체내에 들어와야 하소연을 풀며 서로 해결책을 제시한다는 것, 그 자체에서 비로소 ‘소통의 모순’을 발견하게 되었다. 어쩌면 우리 인간관계 또한 지극히 그런 동물임이 분명하더라. 정말 단순하고 유치하기 짝이 없는 그런 상황마저도 종이 한 장 차이로 기분이 좋아지거나, 기분이 나빠지는 그런 상황 조정력까지 우리는 우매한 동물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가끔 하고는 했다. 그래서 세상 일이 참 모르고 다양하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다음화에 이어집니다.>


외람으로 꾸준하게 연희동 일기를 관람해주시는 익명성의 구독자분들, 그리고 잠재적인 고객님들께 감사의 한마디 전해드립니다. 기억 왜곡과 날조로 분명한 저의 3년 전 기억은 단순히 일상적인 이야기임을 전달해드리고자 합니다. 현재 코로나 상황이 지속적으로 장기화됨에 따라 가끔 옛 추억과 기억을 회상하시는 분들을 위한 작지만 소소한 저의 에세이를 기재하면서 본디 제가 먼저 여러분들께 감사할 따름입니다.


참 시기적으로 어려운 한편, 언젠가는 긍정적인 날이 오길 간곡히 기대하면서 진부한 저의 일기 끝까지 작성하도록 하겠습니다. 무관심 또한 사랑이지만 언제나 환영이지요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