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기억
-게스트하우스에서에서 외톨이가 될 뻔했지만, 어느 개성 있는 사람들의 도움으로 재미있는 파티 시간을 가지게 됨.
-강릉 여행은 10년 만에 처음 옴.
-방에 들어와서도 일행분들과 1시간 정도 진지한(?) 이야기하면서 삶에 대해 성찰하는 시간이었음.
오늘의 할 일.
-일단 일몰 보러 간다.
-그다음에는 무계획, 심지어 정하지도 않음. 그저 감정 여행이 될 듯함.
2일차의 시작
피곤에 절었는지 몸이 꽤 아팠다, 설마 술 취해서 일행들한테 처맞은 거 아니겠지. 신기하다. 서울에 있으면 아침에 일어나기 싫은데 강릉으로 벗어나니 통제의 족쇄를 벗겨낸 느낌. 그리고 아침에 상쾌하게 눈이 떠지더라. 정말 유서가 깊은 게스트하우스인가보다. 처음으로 오셨던 분들, 그 이상으로 놀러 오신 분들의 예전 감성이 물씬 풍겨지는 사진들. 그들 또한 나중에 추억이 되었겠지. 얼른 코로나가 잠식되어 다시 예전처럼 정상적인 파티도 열고 재미있는 시간이 만들어졌으면 한다.
길가를 거닐면서 소소한 구경을 하는 중. 무덤덤하게 장식된 고무통 식물들이 참 향토적인 느낌이 들게 하였다. 옛 유럽 근대사의 호롱불 같은 분위기의 빨간 벽돌 카페. 너무 좋다. 그리고 인근에 있는 어느 주택의 감나무. 파란 청기와와 허름한 판자, 허름해진 푸른 바다를 연상케 하는 담벼락. 그리고 그 옆에 있는 기사식당 같은 아우라까지 겸비한 이 동네.
아침이라 다들 분주히 움직이신다. 조금 있다가 사람들이 분명 몰릴 거다. 왜냐하면 여기에 숨겨진 맛집들이 무궁무진하다. 나도 이미 네이버에서 찾아봤다. 아마 이때 공복이 너무 심해서 얼른 체크아웃 후 여기로 가고 싶었던 듯. 강릉은 참 향토적이고 은근히 정이 가는 도시 같다. 그 삭막함과 경쟁이 치열한 서울 같은 그런 느낌 말고 온전히 사람들의 삶의 체취를 바다 바람을 통해서 느낄 수 있는 그런 냄새가 난다고 할까. 내음새마저도 향미가 풍겨서 더 간직하고 싶은 기록이 되겠지.
한 30분 기다렸다. 내가 너무 일찍 도착했나 싶어서 미리 네이버를 켜고 인근 벤치에 앉아 일출을 기다렸다. 그리고 감성적인 노른자가 터지기 시작했다. 황홀함은 내 머릿속을 휘어 감아 올랐다. 이제 다시 게스트하우스로 이동한다. 아침부터 할머니들께서 바쁘게 손을 움직이신다. 서울에서 자주 볼 수 없었던 풍경. 그래서 5분간 그 동네를 한 바퀴 돌고 돌았다. 그저 그분들의 미소와 행복을 더 느끼고 싶어서 말이다.
월화 거리를 쭉 걷다 보면 청기와 집들이 즐비하고, 각 호마다 강아지 한 마리씩 키우는 것 같았다.
이 강아지들은 전혀 짖지 않고 물지도 않고 가만히 하늘을 응시한다. 멍 때리는 게 귀여워서 사진 한 방 찍었다. 고도제한이 없는데, 이렇게 낮은 건물들이 많은 이유가 궁금해서 길을 걷다가 어떤 할아버지께 질문을 드렸다. 여기는 원래 철도 골목길이라서 그 근처에 낮은 상갓집들이 세워졌다고 한다. 그렇게 역사 이야기를 들으면서 15분간 할아버지의 연륜 깊은 스토리를 듣노라니 강릉 역사 마스터했다. 다시 복귀하고 어제 미쳐 발견하지 못한 이 게스트하우스의 내부 인테리어를 느껴본다.
아침 8시 30분, 조식이 마련되었다. 피곤하실 텐데 이렇게 준비해 주시는 사장님? 직원분? 아무튼 감사드립니다. 뜨끈뜨끈한 고기 수프와 달짝지근 바삭바삭한 토스트의 조합. 이렇게 시작하니 기분이 좋다. 정말 나쁘지 않은 분위기. 어제 미친 듯이 술 퍼마셨던 우리들은 그래도 아침에 맨 정신을 차리고(아닐 수도) 어제의 썰을 푼다.
-어제 취해서 다들 설거지하겠다고 난리
-초면인데 구면 같은 사람들 지목하면서 웃어보기
-어제 필름 끊겼다는 사람들
등등 참 재미있는 30분의 짧은 시간. 이 맛에 게하를 가는 이유가 있긴 하다. 그리고 설거지 당번 정하기. 원래 하자는 사람이 지는데, 내 앞에 검은색 티 남성분이 졌다.
과감하게 인정하고 설거지하시는데 옆에 남성분도 도와드리는 중이었고, 나도 끼고 싶었는데 자리가 협소한 나머지 그저 그들의 노고를 대신 받아 감미로운 추억으로 남겨버렸다. (나 정말 이기적인가 봐)
그렇게 오전 10시. 다들 인스타 아이디 공유하고 단체사진 찍었는데 사장님이 너무 어색하다고 하셨음.
그리고 여전히 오늘도 그 단체샷은 인스타 스토리에 언급되지 않았다.. 어색했나 보다. 다들 그렇게 헤어지고, 난 이 동네를 한 번 더 돌기로 한다. 아직 구경하지 못한 곳이 있을까 봐.
중앙시장, 강릉 골목을 돌다
그리고 두 번째 게스트하우스를 예약했다. 여기는 참고로 잠만 자는 가성비와 위치가 좋은 곳. 파티 게하는 아니었고, 여러 블로그 후기 보면 더 잘 알듯하다. 더 이상 더이하도 아니었다. 어차피 이곳저곳 무규칙으로 이동할 예정이라서 해안가 근처, 특히 여기 강릉 시내에서 제일 가까운 안목 해변 근처의 숙소를 예약했다. 강릉은 유독 파란색의 물감 감성이 깃든 건물과 담벼락이 많다. 바다의 풍경을 고스란히 녹여낸 거였을까. 금학 칼국수는 정말 먹고 싶었는데 휴무라고 해서 아쉬웠다.
성남 칼국수로 집으로 이동해본다.
마침내 도착한 이곳, 아까 일출 보려고 잠깐 이 시장을 지나갔는데 문득 김구라 씨와 아들이 있는 거다. 그래서 아 여기가 맛집이라고 생각했는데, 진짜 맛집이었음. 다행스럽게 사람들이 별로 없어서 웨이팅 한 10분 하고 겨우 들어갔다. 그 외에도 다양한 음식들이 많았다, 돼지고기 요리로 유명한 족발거리, 수제 어묵 크로켓까지. 이 모든 것을 먹을 배가 없어서 참 아쉬웠음. 진짜 시장 내에 먹을 음식들이 엄청 많았다. 나중에 복귀할 때 한 번 더 들리기로 한다.
인근에 옛 월화 역이라는 역명을 가진 기념품점이 있다. 마침 러시아 커플이 지나가길래 찍어달라고 요청했다. 순간 러시아인인 줄 모르고 영어로 사진찍어 달라고 요청을 구했지만 잘 찍어주셔서 고마웠다. 그 후 그들이 올라간 산책 방향으로 뒤따라가 보았다. 조용한 산책로가 굽이굽이 펼쳐져 있다.
청춘 회관을 발견했다.
다양한 예술작품과 손수 제작한 예술 공품들이 즐비한 인테리어샵. 참고로 강릉 시내에도 소규모 예술 전시회가 많다. 그리고 조선 때 유명한 허난설헌 시인과 율곡 이이(5천 원), 그의 어머니 신사임당(5만 원)의 고향이기도 하다. 그래서 예로부터 그 의미를 이어가고자 하는 강릉만의 색다로운 예술작품들이 많다. 대표적인 예시로 월화 거리를 걷다 보면 보이는 시와 소설 표지판이 있다.
강릉 시내는 대체적으로 건축 높이가 낮다. 한 현지민의 말을 들어보니 그 이유도 외관상 중요한 문화적 관례라고 한다. 그러니까 꽤 고풍스러움을 유지하기 위한 하나의 전통 건축 과정이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옛 철도 인근 마을을 복원하고 그 의미를 전수하려고 했다. 그래서 오늘까지의 강릉은 참으로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대표적인 향토 도시라고 생각한다. 대표적인 강릉의 명동 사거리라 보면 될 듯. 유일하게 근처 한화생명 건축물과 홈플러스 딱 두 건물만 우두커니 서 있다.
안목 해변으로 이동했다. 대략 20분 정도 걸림.
강릉 버스는 시내만 벗어나면 진짜 람보르기니급으로 이동한다.
안목역 선물 상점에서 내렸다. 원래 저기 게스트하우스 근처까지 내리는 버스도 있는데 그냥 이 길거리를 걷고 싶어서 말이다.
그 바로 뒤 해변은 안목 해변이고 그 주위 큰길 따라 카페가 즐비하다.
개조심. 귀여운데 다가가면 으르렁거리고 꼬리는 왜 흔드냐, 그런데 집 주인장님이 이렇게 직접 손글씨로 작성한 거 보면 상당히 강릉 사람들 대부분은 문학이나 예술, 서예에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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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홀로 강릉 여행 3 (brun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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