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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갓혁 Mar 15. 2022

문래 철강골목 (예술과 삶의 공존)

젠트리피케이션은 '위기'이자 '기회'였다.

OO카페 A형님이 알려주신 바에 따르면 이곳이 진짜 예술가들의 벽화가 즐비한 곳이라고 한다. 도대체 어떠한 예술가들의 작품을 구경할 수 있을지 바로 달려가 보았다. 바로 앞에 보이는 나 혼자 산다의 '윌슨'을 닮은 곰탱이가 만취한 상태로 주황색 소파 위에 걸터앉아 있다. 참으로 문래스럽다. 소소하지만 무의식의 공간에서 잡힐 듯 말 듯 그 감성 또한 나쁘지 않았기에 얼른 나도 만취 곰탱이에 취해 본다.



Welcome to 문래

Hello 문래

'Art Festa'


갤러리 문래, 문래 창작촌의 입구에 오신 여러분들 환영합니다.


갤러리 문래 골목 숲길, 문화 예술 '공유'프로젝트


2014년 지금과는 많이 달랐던 문래동에 작은 공간

공연을 하는 와인 살롱으로 자리를 잡고 지금의 갤러리 문래가 되기까지 자연스레 찾아오는 변화들.

이곳의 터줏대감 철공소의 늘어가는 빈자리, 그곳을 채우는 상업공간과 예술인들,


오랫동안 함께한 이 문래동의 변화가 서로에게 긍정적이기를 바라며  갤러리 문래로 가는 골목에 우리의 애정을 더해봅니다.


남아있는 분들에게

앞으로도 오랜 시간 우리와 함께 할 활력을 찾는 휴식의 공간이 되어 주기를,


찾아오는 분들에게

그저 그런 상업적 공간이 아닌 지금도 일상인 과거의 자리에 새로이 어우러진 공간과 곳곳에 숨어있는 예술들을 공감하고 향유할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갤러리 문래로 오는 길목 초록빛 자연과 예술가들의 작품을 더해 이곳을 지나는 모든 이들에게 작은 휴식과 예술을 나누고자 합니다.


이곳의 모든 벽화 작품, 수공예 제작 화분, 화단 조성은 (주)플라이스 페이스의 <문화 예술[공유] 프로젝트>에 참가한 <작가들>과 문래동 곳곳의 <철공소 장인들>, <아트 필드 갤러리>, <갤러리 문래>의 협업으로 진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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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래동 철강 골목

1960년대 철강소 집성촌의 흔적을 따라서

예술과 철강의 혼재 장소

신세대 젊은 '예술가'와 구세대 연륜 '철강 장인'이 공존하다.



문래창작촌 신흥상회 방향 맞은편에 있는 큰 횡단보도를 건너면 다양한 그라피티 벽화의 철강 골목이 시작된다. 낮이라 그런지 예술가들의 흔적은 없고, 다만 홀로 공방에서 만들어낸 예술가적 작품들만 조용히 머물 뿐이었다. 그들은 어디로 간 것일까. 아마 잠깐의 쉬는 타임을 바탕으로 공방 어딘가에 쉬고 계시거나, 아니면 새로운 창의적인 작품을 만들기 위해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러 문래동 허름한 카페에 간 것이 아닐까 한다.



호진, 팝 아티스트의 벽화.



호진 예술가분이 만드신 어느 벽화. 계란 노른자가 다양한 창작 재료들을 의미하더라. 과한 의미 해석은 금물, 그저 몸에 맡기는 걸로 대체하기.


문래동은 1960년대와 2020년대가 동시에 혼재된 느낌이었다. 5분마다 길을 가면 분명 허름한 옛 정취의 골목이 나오는 반면, 5분 더 이동하면 또 신세대의 골목이 나온다. 어쩌면 이 골목의 매력은 이 부분이 아닐까 한다. 통일된 골목은 너무 진부하고 재미없고 따분해. 그렇지만 이걸 노린 예술가들의 마케팅 심리일지도 모르겠다.


문래 철강골목 안내도인데 얼마나 노후화되었으면 이렇게 표지 내용이 갈라지거나 퇴색되어 있다. 잠깐 보이는 흔적은 선광보링, 강전기공, 태일정밀 등등 거의 다 철강소안에 있는 상호명이다.




브루스카. 와인바와 재즈가 결합된 공간, 공간 분리를 통한 사장님의 탁월한 선택이 깃든 곳.



우와 서촌 라이브 카페랑 재즈 와인바 느낌이다.. 나중에 꼭 가봐야지. 지금 코로나가 심해져서 영업 규제가 심해졌을 텐데 다시 원상 복구하는 날을 기원하며 사장님께 따봉 남기고 갑니다 ._.


인근 A카페 형님께 이야기를 들었는데 사실 코로나 터지기 전에 이 맥주 공방 옥상에서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리고 재즈 바와 삼겹살, DJ 파티까지 운영했다는 참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지금은 그러지 못해 아쉬울 따름이다.


"형, 나 아까 신흥상회 들렸다가 여기 왔는데 진짜 아까랑 전혀 느낌 다르다. 무슨.. 옛날과 현재의 공존 같다. 형도 여기 많이 와 봤겠네?"


"야 거기 옥상 루프탑 쩔어. 거기서 맥주 마시면서 빔프로젝터로 90년대 영화 보면 진리인데 하.. 어쨌든 잘 다녀왔나보네. 아주머니가 나보고 뭐라 안 하시지?"


"응 그냥 형 덕분에 또 수익 늘었다고 감사하다고 하시던데"


"어. 내 아는 지인분이셔, 그래서 너라면 좀 어느 정도 이해할까 봐 말씀드렸는데 라면도 끓여주시고 커피도 해주시고 이야기 다 들었다 자식아"


"형 그건 그렇고 여기 진짜 문래동 감성 엄청 좋다. 여기 나중에 골목투어 상품 하나 만들면 기가 막힐 듯?"


"아니.. 그건 아직 시기상조이고, 야 나 지금 바쁘니까 또 놀러 와. 그리고 지금 그쪽 갤러리에 예술가들 없을 거야. 다들 회의하러 갔어(라 읽고 술 마시러 놀러 갔다나 뭐라나..)"


"응, 형 고마웠어. 나중에 이 은혜 보답할게 하하하"


마음의 온도


여기도 와인바로 유명하다고 함. 옛날 허름한 집을 이렇게 리모델링해놓고 얼큰한 소주가 아닌 감미로운 와인과의 조합이라니 너무한 거 아니냐 문래동. 이 감성 마치 서계동, 청파동, 서촌 마을 느낌 난다.

고리타분한 현실에서 빗겨나간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자들의 마음이 고스란히 녹아든 곳. 그래서 더 감칠맛 나던 문래동이기에 내 머릿속에서는 각종의 사유가 떠오른다.


퇴근길 호프, 한잔할까? 철강소에서 일하시는 분들의 삶의 생활사가 깃든 노포.



반대편에 있는 호프집은 인근 철강 공인들과 제련사들이 고된 노고를 마치고 오는 주정뱅이 맛집이라고 함. 옛날 90년대 중반 아버지가 매일 퇴근 후 사주셨던 황금 통닭과 내가 마시지도 못할 영롱한 생맥주는 사실 이런 분위기의 노포(지금은 노포라기보다는 옛날 골목 상권)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 인근에 고된 장사를 하면서 젊은 예술가들과 화목한 인사를 나누고 다시 제 할 일을 하는 사장님 또한 잊지 못할 것 같다. 이래서 예술가들이 문래에 빠진 이유가 있었구나. 그러나 코로나가 얼른 풀리어서 부디 다시 상권이 활성화되었으면 좋겠다.


술술 복합 문화단지



문래 철강 골목 내부에 위치한 복합 문화공간이라고 함. 여기서 예술가들끼리 회의하면서 새로운 예술 프로젝트를 제작하고 활성화하겠지. 인근에서 스트레스 가득한 예술가들이 흡연실에 모여 담배를 쭈욱 내뱉는다. 들은 바로는 코로나 타격으로 영등포구에서 지원이 끊겨 골목 상권 활성화가 어렵다는 이야기를 하는 중. 물론 나는 그저 일반인이라 큰 관심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지만, OO 카페의 형님을 생각하고, 신흥상회의 사장님을 떠오르니 그러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5분간 나도 그 인근에서 그들이 이야기하는 내용을 잠시나마 들었지만 해결 방법은 없었다.


그렇게 하소연을 품고 다시 센터로 올라가는 예술가들. 어쩌면 젊은 청년들 또한 많은 부담과 생각이 많을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정녕 정답이 없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우리가 이 작은 골목 상권을 위해 해야 할 일은 적극적으로 문래동에 관심을 가지며 가끔 맛집이나 카페에 방문하여 사장님들과 이야기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가끔 청파동에 있는 우리 사촌누나와 이야기를 하다 보면, 왜 예술가들이 남들이 이해하기 어렵고 접근하기 어려운 언더 문화에 자리를 잡고 그들만의 예술을 펼치는지 어느 정도 이해했다. 단순히 우리가 오타쿠라 치부하는 그러한 문화 또한 어쩌면 예술이 아니겠는가. 어느 한 분야에 집중적으로 파헤치는 열정 또한 예술에서 기반한다. 그래서 나는 오타쿠라는 말이 좋다. 난 내 일이 적성이 맞고 적절하다면 나를 그렇게 불러도 상관없다. 모욕이라고 생각하는 당신들이 이상한 사람들이겠지만 말이다.



Seoul Small Manufacturer Association


서울 소상공인 협회? 뭐 그런 의미일까. 인근 90년대 시멘트 계단을 올라가면 그들만의 여러 회의를 거쳐가며 문래동은 오늘도 발전되고 나아간다.


골목 한편에는 문래동 철강상인들을 위한 영등포구청의 소소한 정책 지원의 흔적을 볼 수 있다. 간판부터 다 통일되어 있다. 즉, 상권을 어느 정도 유지한 채 지원을 해준다는 의미겠지. 하지만 아까 예술가들이 이야기했던 내용과는 전혀 상반된 느낌이다. 예술가들의 거짓말일지, 영등포구의 지원이 부족한 것인지, 아니면 철강상인들은 그저 오늘도 열심히 일을 하는 것인지, 누구의 잘못은 아니지만 적어도 이 장소를 후세에 물려주고 특수 골목으로 인정받으려면 구청에서 큰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생계와 결집된 소상공인들은 죄가 없다. 그들은 오늘도 열심히 살아간다.



요즈음 임대가 비싼 것도 둘째 치고, 한 방을 서로 나누어 사업하는 가게들도 많이 보았다. 식당인데 옆에 들어가면 미용실이고, 아니면 오락실이고. 이런 걸 '공간 분리'라고 한다. 요즈음 젊은 청년 사업가들이 돈이 부족하기에 이러한 방법으로 법적으로 허용하는 경우도 있다. 난 찬성. 그러니까 제발 성공하자 다들.


조용히 금연


어떻게 조용히 금연을 할까 ? 아마 인근 철강상인들이 많고, 동시에 예술가와 관광객들이 많다 보니 이 구역은 거닐 때마다 이 '금연'표시가 여러 개 기재되어 있다.


덤으로 문래동 주민들 중 한 분이랑 이야기를 했는데, 이 많고 많은 문래동 주변 중에 이 철강 골목에 예술가들이 자리를 잡고 나서부터 꽤 경제 활성화가 이어지고 정부의 지원도 많이 받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서로 상부상조하는 의미이다. 허나, 밤만 되면 젊은이들이 담배를 주야장천 피우면서 옆 자는 곳까지 침범을 하게 되니 그 피해는 전반적으로 문래동 마을 주민들이 받고 있는 셈이다.


적어도 우리는 이 부분을 깨달아야 한다. 우리는 단순히 관광객과 소비자일 뿐, 절대 문래동 주민들의 마음을 대변하고 위로할 수는 없다.


말 그대로이다. 조용히 금연하라는 의미는 진짜 금연하지 말라는 의미이다. 제발 부디 사람 사는 곳에서 금연을 하지 않기를 바라는 문래동 어느 주민의 하소연이었다.


케이슨 모타 크라프트


오토바이 관련 업체이다. 제목부터 한국전쟁 끝나고 바로 서울 상경하여 손수 페인트로 그린 느낌이다. 이런 아우라가 물든 문래동은 정말이지. 독특한 그들만의 사상을 어느 정도 확보하고 이해할 수 있어서 나는 기분이 엄청 좋은 거 있지? 다들 이해해? 그럼 셧업 앤 댄스.


추상


전통 민속 주점이라 하고 윌슨이 막걸리 병을 들고 만취해있다. 눈이 자욱하게 내리는 어느 겨울날, 행 아웃(Hang out) 분위기 풍기는 이 맛집에 와서 친구와 얼큰하게 썰을 풀며 인생 한탄하며 세상 발전된 미래 이야기를 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추억에 남길 장소를 더더욱 찾아가 본다.


상진 다방


2021년 9월 15일 18시에 방영되었다던 '놀면 뭐하니'에 촬영된 장소라고 한다. 어르신들의 발자국이 가득한 이 장소로 올라가면 쌍화차 한 잔에 계란 노른자 하나 딱 띄어서 오순도순 이야기할 부모님을 생각하니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나는 아직 그럴 나이가 아니지만 어느새인가 그 분위기에 빠져나가는 건 덤이더라.


중간중간 골목길을 거닐다 보면 허름한 집을 아예 뒤바꾸고 새롭게 건축 공사하는 장소를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인근에는 조용한 포스트잇이 붙어있다.


'조용히 금연 부탁드립니다.'

'예술은 개뿔'

'너희도 나이 먹으면 이렇게 된다.'


웃픈 현수막과 그들만의 표식이었는지, 아니면 예술가들이 고의적으로 아이디어를 활용한 하나의 방법이었는지 참으로 해석할 때마다 가끔 웃긴 벽화들을 보곤 한다.


메종 드 베르 공방



안에는 스테인드글라스로 이루어진 공방이 즐비하며, 이러한 공방 근처에는 원 데이 클래스도 진행 중인 곳도 많았다. 사장님이 없으셔서 무난하게 들어가서 구경하고 오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내가 예측하는 건데 문래동 예술가 사장님들은 그냥 편안하게 자기 작품들을 홍보한다거나 내걸지 않는 듯하다. 소소함의 풍경을 고스란히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이미 지난 시기이지만,  오히려 저 날을 기약하는 사람들이 다시 돌아오길 간절히 기대한다. 아마 영등포구 주최로 이루어진 예술 활동 거점지역 활성화 방안이 아닐까 한다. 그리고 그 결과를 서로 토론하고 토의하며 어떻게 골목 상권을 이어나갈지 진행 중이겠지.


문래 문화살롱


인근 양키 통닭으로 잘 알려진 맛집 다음으로 꽤 유명한 재즈 와인바! :D


그저 해방촌처럼 루프탑 위에 올라가 노을과 석양을 바라보며 화이트 와인과 치즈 한 조각, 이 감미롭지만 소소한 풍경에 한 번 더 빠지고 싶다.


이제부터는 철강 골목의 마을 레트로 감성을 느낄 수 있다. 현저히 마을 주민들이 거주하는 곳곳을 한 번 사진에 담아보았다.



문장 수집하기 좋은 곳.


'엄마는 좋은 것만 보세요. 아쉽고 슬프지만 울지 말아요.'

'언니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엄마가 될 테니까 그 행복한 모습만.. 보고 싶어요..'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말아라.

너는 누구에게도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문래 공작소



문래동의 어느 예술가가 만든 공방 및 공작소. 소소한 작품들과 예술 디피들을 볼 수 있다. 사진 촬영을 좋아하시는 예술 취향이 높디높은 분들은 꼭 오길 강추한다. 나도 내부를 찍고 싶었지만, 이미 기존 3~4명 사람들이 내부에서 사진을 찍고 또는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한 곳만 있는 것이 아니라 주변을 배회하다 보면 이와 비슷한 또 다른 의미 있는 장소를 발견할 수 있게 된다.


갤러리 문래



다시 아까 입구로 나와본다. 입구와 출구가 이 철강 골목에는 7개 이상으로 이어져있지만, 유독 다시 걷고 싶은 곳은 '갤러리 문래' 방향이었다. 곳곳에 다양한 전시회와 갤러리, 회랑도 많으니 직접 와서 구경하면 사진을 찍은 나보다 더 의미 있는 문래동 골목투어가 될 거라 예상한다.


아까 OO 카페 A형님이 이야기해 주신 말 그대로, 이 문래동 골목 곳곳을 누비다 보니 생각보다 구경할 곳이 많았다. 특히 예술가들의 생각과 문학을 그대로 고스란히 보여준 공방실이 나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어쩌면 그 공방의 과정은 꽤 많은 의미를 보여주고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힘들어도 함께 이어갔던 소소함의 풍경에서 철강 소상공인들의 노여움과 애환에 덧붙여 예술가들이 더 시너지 효과를 낸다는 점은 나로 하여금 큰 의미를 선사해 주었지. 간단하지만 결코 쉬운 선택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래서 더 간직하고 싶고 소소하게 짚어줄 골목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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