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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갓혁 Mar 26. 2022

서촌마을, 문학과 예술의 공존

윤동주가 머문 그 자리는 아름다웠습니다.

눈이 내리고 고즈넉한 풍경을 담고 싶은 장소란 어디일까. 이 순간 내가 가야 할 곳은 딱히 정해지지 않았다. 요즈음 여행을 하고 싶어서 인제 자작나무 숲을 리써칭해보기도 하고, 이미 다녀온 사람들 블로그나 인스타를 보면서 후기로 대리 만족하고 있다만 실제로 내가 가보지 못했기에 아쉬움만 커진다. 아마도 현실로 복귀할 때 이 삭막한 서울의 경쟁 사회에 찌들어가는 나 자신이 너무 비참하고 스스로 그렇게 느꼈던 연초였기에. 그래서 3월부터는 조금 더 빈티지하고 레트로 감성이 있는, 특히 도시 재개발로 몸살을 겪고 있는 장소로 구석구석 이동할 예정이다.


그래서 이렇게 기록을 한다.


고즈넉함과 소소함이 담긴 장소란 어디일까. 아마 서울에는 북촌 한옥마을과 서촌 마을, 그리고 남산골 한옥마을 이 세 곳의 고즈넉한 장소가 있을 것이다. 그래서 오늘은 이곳으로 정했다. 아직도 내가 구석구석 구경하지 못했던 서촌만의 매력이 있지 않을까 해서 말이다.




서촌 마을의 북쪽

'순수하고 고즈넉한 마을 주민들이 사는 동네'

'관광지가 아니라 더 소중하고 한옥 보존성을 더 보여주는 곳'


서촌 마을 (북쪽 풍경) 관광지인 남쪽과 다르게 상당히 허름한 집과 옛 골목을 간직하고 있다.


서촌의 밤 풍경 지금부터 시작한다.


고즈넉함과 빈티지, 옛 감성, 아기자기하고 한옥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그런 곳으로.



서촌 마을의 북쪽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그곳에는 다양한 소규모 전시관과 미술관이 즐비하지만, 국립, 공립이 아니다. 그저 민간 사설업체에서 운영하고 위탁하는 곳이다. 서촌 마을 배경을 보면 70, 80년대 이후 다양한 외부 예술인들과 문학인들이 독재 정권의 탄압으로부터 피하기 위해 인왕산 자락 연립 주택에서 몰래 거주하며 하숙을 했다고 한다. 그들은 정부의 막강한 권력과 탄압을 회피하고 그 모든 상황을 부정하기 위해 자신들만의 학구열을 이 서촌 마을 끝자락 연립주택에서 불태우기 시작했다. 그 시발점이 점점 불타오르고 점점 서촌 마을만의 예술적인 색깔이 짙어진 이유가 여기서부터 비롯된 거지.


    


인근 수성동 계곡이 보인다. 그러나 조용한 풍경과 겨울이 가지는 색다로운 묘미는 한껏 나를 더욱 사색하게 만들어주었다. 조용하고 겨울밤 소리 흩날리는 이 장소가 나에게 있어서 조금 더 여유를 준다고 할까. 여름에 오면 사람들이 북적일만한 그런 야영지이지만 오늘 눈 내린 서울에서 제일 마음에 들었던 곳. 이곳을 잊지 말아야겠다.


윤동주 하숙집과 근처의 고즈넉한 가옥


'옥인길'이라는 길을 쭈욱 내려가다 보면 허름한 고즈넉한 주택이랑 양옥이 몇몇 보인다. 그중에서 윤동주 하숙집이 있다. 일제강점기 조선의 얼을 담기 위한 문학의 길을 인도하기 위해 얼마나 애썼을까. 그러나 그 과정에서 언론탄압, 일본 문학이 들어서면서 우리만의 예술문학은 점점 사라졌다. 윤동주는 자신과 함께하는 사람들과 이곳에 모여 조용히 조선의 문학을 발전시키고 양성해 나아갔다. 일본의 탄압을 피하기 위해서 말이다. 그리고 그가 서대문 형무소에서 옥사했을 때, 이 집은 그 후손들에게 물려주었고 이제는 하나의 전시회로 자리 잡게 되었다... 만 지금은 코로나라서 입장이 불가능하며, 어떤 외부인이 이 집을 구매하여 주택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2015 영화 '동주'

이 영화 본 사람은 아시겠지만, '강하늘'만의 센티하고 주도면밀하고 예술적 감성이 깃든 영화였다. 상당히 나의 문학과 인문학 감성에 큰 영향을 발휘했던 영화였지만 당시 흥행이 부진했다는 점은 조금 아쉽기만 하다.


요즈음 다시 재평가받고 있다. 윤동주와 이육사, 그리고 김소월, 한용운. 이 4명의 시인들은 정말 한국 문학에 큰 영향을 끼쳤다는 점은 잊지 말아야겠다.


서촌 마을 (북쪽 풍경) 관광지인 남쪽과 다르게 상당히 허름한 집과 옛 골목을 간직하고 있다.


참고로 서촌이 가지는 묘한 감성은 예전 홍제동의 개미마을을 연상케 한다.


서울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인왕산 자락에 위치한 고도 높은 100호의 가구만 덩그러니 있는 곳인데, 할머니, 할아버지들만 거주하는 그러한 서울의 마지막 오지 동네.


단순히 서촌은 내가 관광지로 느끼는 알록달록한 데이트 코스만의 감성만 있던 게 아니었다.


구석 굽이굽이 살펴보면 확실히 이곳 또한 개미마을과 비슷한 느낌이 많다. 인왕산 자락에 살짝 걸쳐진 그런 곳이라 왠지 모르게 쓸쓸히 할머니들이 허물어가는 집에서 분리수거를 비우고 계시던가, 할아버지가 마스크를 벗고 담배 한 모금을 쭈욱 피면서 멀리 남산 풍경을 구경하는 모습까지. 그 과정을 담으려고 노력했지만, 역시나 여기 계신 사람들이 외부인을 반기는 걸 싫어하는 건 당연하더라.



인왕산 자락으로 올라갈수록 여전히 집들이 즐비하지만, 사람들이 사는지 알 도리는 없다. 다만 옛날 1970년대 주소 번지가 붙여진 그 느낌은 아직 어린 나로 하여금 세상만사 참 모르겠다는 생각을 들게 하였다. 종로구 옥인동 47-177 / 9통 4반. 지금 이 문구는 우리가 사용하는 주소가 아니잖아. 적어도 80년대에 활동하셨던 우리 기성세대 분들이 살았지 않을까 한다. 나름 유서가 깊다는 의미가 구색할 정도로 지금은 굉장히 조용한 동네 분위기가 나를 사뭇 깜짝 놀라게 하고, 한편으로는 이러한 서촌의 북쪽 공간이 점점 재개발로 인해 사라질 것이라는 아쉬움이 몰려왔다.


bibimbab guest house


어느 한옥의 게스트하우스로 이동했다. 양주와 소주, 와인이 한 뭉텅이로 쌓인 마루 아래 바닥. 설날에 내린 눈의 흔적과 함께 한옥의 고즈넉함을 더 극상시켰고 서양의 술들이 즐비한 이 광경은 동서양의 조합을 느끼기에는 충분했다.


나팔꽃을 활용한 벽화 그림.


인근에 서촌 마을을 대표하는 천주교 성당이 있는데, 허름하고 두꺼운 옛 나무가 멀뚱히 서있었다. 그 나무는 꽤 나에게 다양한 생각을 가지도록 하였다. 고목이 있다는 것은 그 마을을 대표하는 수호신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인근에서 어떤 할아버지가 촬영하지 말라며 냄새가 맵디매운 담배를 뻑뻑 피우고 계셨다. 아무래도 요즈음 외부인들이 많아지는 서촌 마을이다 보니 관광지로서의 몸살을 겪고 있는 모양이다. 이게 그 말로만 듣던 '오버 투어리즘'인가 보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마음이 꽤 아팠다. 북촌 한옥마을도 이런 느낌이던데.



회색 벽돌은 80년대 이후로 다른 곳은 재개발되었지만, 유독 한옥이 많은 북촌과 서촌 마을만큼은 보수적으로 유지하려고 했다는 점을 증명하였다. 역시나 부촌 아니랄까 봐. 고즈넉하고 거대한 양옥과 주택들이 많았던 곳이라 더 조심히 촬영하게 된다. 인근에 익명의 몰상식한 사람이 작성한 '바보'라는 낙서는 제발 부디 부탁하건만 이곳을 관광지로 만들 명분으로 작용되지 않았으면 한다. 한옥에 낙서가 즐비했던 어떠한 한옥마을과 다르게 서촌 마을만큼은 조용히 묻어갔으면 좋겠다. 재개발로 몸을 피했지만, 관광객들과 외부인들로 인한 피해를 고스란히 받아 가는 이 순수한 마을에 거주하시는 주민들의 한탄과 하소연이 가득하지 않길 바란다.


필운대로 5가길

옛 한옥의 상태를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는 증거. 싸래기와 툇마루, 그리고 아래 마루, 사랑방과 안방 등 그 구조를 내심 지킬 수 있었던 이 현지민들의 마음을 잘 알 수 있어서 좋았다.


참고로 한옥이 많다는 그 이유는 네이버 지도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대부분 이렇게 ㄷ이나 ㄴ, ㄱ으로 되어있는 집 구조가 몰린 집성촌이나 주소지는 한옥마을이라고 볼 수 있다.

아니면 특별한 성씨를 지닌 한옥 집성촌일지도 모른다.


더 북쪽으로 올라가 본다. 인왕산 자락에 위치한 서촌 마을은 어떠한 느낌을 지니고 있을까.


OESTE, 남도분식
80, 90년대 추억의 오락실


꽤 유명하고 빈티지 감성이 있는 서촌 대표 카페와 음식점들이 즐비한 '옥인길'

지금은 사람들이 거의 없다. 아마 9시 기점으로 일찍 닫는 정부의 지침 사항에 따라 많은 영업적 타격을 받고 있을 것이다. 참으로 안타깝지만 언젠가는 좋은 날이 오길 기대해야지.


옥인길


도취


참고로 많은 유명인들과 예술인들이 찾아간다는 도취. 지하로 이어지는 내부 곳곳에서 빈티지함이 묻어있어서 예술과 문학의 감성을 여기서 배워갈 수 있으며, 잠깐 우리의 예술혼을 불태울만한 음식도 있다고 한다. 혼자 간다면 꽤 비싼 돈을 지불해야 하므로, 연인 혹은 친구들과 함께 들어가 보자.


옥인길 17


신기한 점은 예전 90년대 골목과 80년대 낮은 양옥과 주택을 리모델링하여 카페와 음식점으로 탈바꿈했다는 점이다. 그래서 어딜 가나 레트로 감성을 느낄 수 있는 골목이다. 특히 눈 내린 길을 걸으면서 지붕 위로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파이프라인을 보면서 음식 냄새를 맡게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이 지역으로 이동하고 싶을 것이다. 나 갓혁은 그러지 못했다는 점이 좀 아쉬웠다. 이유는 묻지 마.



빨간 벽돌이 있는 서촌 마을의 어느 전시회.


브랜드가 적히지 않는 다양한 DIY 작품과 수공예 작품이 즐비한 전시회들도 가끔 볼 수 있다. 다만 8시 이후에는 대부분 영업 종료이고, 이렇게 밖에서 디피 느낌을 잠깐 맛볼 수 있어서 감미롭더라. 코로나라서 사람들이 자주 들락날락하는 그러한 미술관이나 예술관보다 더 소중한 장소이기에 이렇게 담아본다.




서촌 마을의 남쪽

'우리나라 한옥과 서양의 고딕 건축물이 혼재된 골목'

'문학인과 예술인들이 자주 들리는 곳'



서촌 마을 (남쪽 루트)

이제부터는 사람들이 몰리는 서촌의 관광지이다.

한옥을 배경으로 한 카페와 장소가 즐비하다만 밤에 보는 서촌 풍경은 두 번 보고 세 번 봐도 헤어 나올 수가 없더라.



일본 저명한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떠오르는 소규모 전시회. 이화여대 건축물과 제주도 인스타 핫플레이스로 유명한 D 카페의 건축 기반을 만들었던 유명한 분이다. 이런 느낌도 나쁘지 않다. 그대로 이어가보자.



무심한 화분 디피와 주황색, 선분홍색, 회색 벽돌의 조합 또한 나쁘지 않다. 아무래도 이 카페와 골목을 유지하고 보수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카페 사장님들이 고민했을지 짐작이 간다.


NUHA 191

뒤로 보이는 배화여자대학교와 인근에 위치한 다양한 한옥 카페들. 그중에서 누하 191카페는 예전에 2번 정도 왔던 기억이 난다. 위치가 상당히 희한했다. 골목 굽이굽이 사이에 있지 않고, 큰 도로변(필운 대로)과 소규모 골목, 그리고 이름 모를 골목길 이 마의 삼각지대 사이에 위치하고 있다. 그래서 이 인근 삼거리, 사거리에서 구경하다 보면 한눈에 띄게 된다. 어쩌면 이 적절한 위치를 잘만 고수하고 유지만 한다면 관광객들의 유입 또한 상승하지 않을까 한다. 그리고 인근에 사장님이 직접 관리하시는 소규모 전시회도 있다. 갤러리 회랑 느낌 고스란히 느낄 수 있으며, 무인으로 운영되는지 사장님이 안보이신다. 어쩌면 외부인들을 위한 하나의 편안한 혜택을 주려고 하심이 아닐까 한다.


moha


낮은 커튼 사이로 씨스루처럼 비치는 감성 인테리어가 눈에 띄었다. 음식점일까, 카페일까.



ceramic DoDo


소소한 골목을 후벼 파며 맞이하면 옛날 환풍구 파이프라인과 자가 변압기, 그리고 직사각형 암막을 구경할 수 있다. 대부분 이 지역에 있는 건축 또한 이러한 구조였다. 즉 당시 시대상을 의미하는 거겠지.


중간 상호에 #이 심심하게 붙어있길래 신기해서 찍어보았다. 주변 회색의 오피스텔과 높은 건축물 사이에 위치한 소규모 공예실.



mokka


서촌 마을의 중심가. 여전히 사람이 없다. 주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10분마다 사람들을 보게 된다. 코로나의 여파도 크지만, 날씨가 추웠기에.


여담으로 이런 느낌의 고즈넉한 풍경을 정말 느껴보고 싶다면 평일 오후에 가면 좋다. 어제 인사동에 잠깐 들리었는데 눈 내린 종로의 곳곳을 누비면 나쁘지 않다. 그러나 이제는 봄이기에 2022년 서울은 눈이 내리지 않겠지.





처마 위에 눈이 소복이 내린 흔적, 그리고 인근 이름 모를 소규모 고딕 양식의 건축물까지. 하나하나 버릴 곳이 없다. 서촌 마을은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동서양의 건축물이 혼재된 느낌을 물씬 받을 수 있다.


중간중간 거닐 때마다 마치 성북동 느낌의 양옥 주택이 곳곳이 서있는 부촌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이 또한 이 거리를 지나치면서 내 생각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말았다.


이제부터는 '세종마을'이라는 서촌 마을의 먹자골목을 구경할 수 있게 된다.





세종마을 음식문화거리

'서촌 마을'과 '세종마을' 사이에 있는 조그마한 먹자골목

'허름한 가게와 골목 사이사이를 누비면서 전통 음식 맛보기'

  




왜 세종마을이냐면, 세종대왕의 이름을 본뜬 건 맞지만 당시 왕조와 연관성은 없다. 조선시대 이후로 사대부, 기득권층, 양반들 자제들이 자주 회식으로 왔다 갔다는 점에서 시작되었다.


일제강점기에는 다양한 문학인, 예술인들이 일제의 언론탄압을 피하기 위해 아까 윤동주처럼 인근 서촌 마을과 세종마을 곳곳에 숨어들어 예술혼을 불태운 곳이며, 이곳에서 인생 한탄을 풀면서 그들만의 예술을 꿈꿔왔다고 한다. 박정희 정권 이후로는 이 부분을 되살려 관광지로 특화했다는 점도 신기했다.



위에는 팔관회, 연등회와 연관 있는 모형물이 즐비하다. 단순한 가로등이 아니라 조선 왕조의 옛 느낌을 받을 수 있어서 거닐면서 맛집 찾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더라.




각종 서촌 마을을 대표하는 음식점들이 있다. 특히 파전, 동동주, 서촌 마을 특산품 등 갖가지 전통 시장의 의미를 갖춘 골목 거리라 더 소중했던 시간. 하나하나 사진을 찍으면서 리써칭을 해보았다. 인근 음식점들 중에 한 노포(노상 포장마차) 같은 허름한 음식점을 발견했는데, 여전히 사람들의 인기를 느낄 수 있는지 웨이팅이 길었다. 그리고 이 가게는 나중에 이 사이트에 올라가게 되었다.


서울시 서울스토리 (seoulstory-contest.kr)


부제 : 서울시 서울스토리, 서울 재발견 오래 가게


2017년부터 서울에서는 40,50년 이상 유지된 각종 음식점과 카페, 미용실, 사진관 등을 리스트에 올려 사이트에 기재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대형 프랜차이즈나 대형음식점들이 아니다. 진심으로 예전부터 사람들이 '단골'이라는 말이 구색하지 않을 정도로 이미 유명하고 저명한 곳들을 하나하나 고스란히 모아둔 곳이다. 특히 '서울문화유산'에 기반하여 특정한 가치를 부여하도록 노력하여 만든 숭고한 '서울 아카이빙'이라고 보면 될 듯하다.


요즈음 인스타 핫플레이스만 가는 것에 싫증이 나신 분들은 한번 이곳을 찾아 구석구석 골목 가게를 맛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서촌 마을 동쪽

'다양한 카페와 전시회가 즐비한 곳'

'경복궁 경비대가 주둔하고 있어서 조용한 동네'



서촌 마을은 필운 대로를 중심으로 서쪽과 동쪽으로 나누어진다. 그중에서 각종 음식점과 소소한 골목길이 즐비한 곳은 서쪽인 반면, 동쪽은 조용하고 한적하다. 그 이유는 인근에 경복궁이 있어서 202 경비대가 항시 24시간 근무하고 있으면서 치안 유지를 위함이었다.


주소에는 정확히 기재되어있지 않아서 이렇게 남겨놓는다.


가을 단풍길(효자로)

서울특별시 종로구 창성동 23-1


그리고 이 길을 바탕으로 쭈욱 이동하다 보면 색다로운 골목길을 맞이하게 된다. 참고로 가을 단풍길(효자로)는 봄과 가을에 와야 멋진 정취를 느낄 수 있다. 물론 겨울도 고즈넉함을 느낄 수 있지만 말이다.



5분마다 이동하다 보면 인근 소속 경찰분들이 순찰 중이시다. 그리고 인근 경비대 사이사이로 옛 골목길들이 있으며 사람들의 흔적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건물들도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건물 사이사이에 아주 소규모이지만 나름 고즈넉한 분위기를 풍기는 카페들이 즐비하다. 인근에는 청운동과 효자동을 대표하는 높디높은 '고목'이 있다. 조선 왕조 이후로 500년 넘게 유지한 고목인데 이 나무를 배경으로 바로 앞에 경복궁을 볼 수가 있다.


서촌 마을 동쪽 202 경비대가 주둔하고 있어서 경비가 삼엄하다. 대신 그에 걸맞은 분위기의 카페들이 즐비하다.



사이 골목골목을 후비면 이렇게 토토로와 이름 모를 팝아트 벽화를 구경할 수 있다. 이곳은 서쪽과 다르게 허름한 건물이 많은 이유가 경복궁 서쪽의 문 영추문과 바로 근접하였으며, 50년 전통이 깃든 수호신 고목이 있어서 개발이 제한되었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재개발에 처할 위기가 있었지만, 근처 유명한 예술인 단체가 합동하여 저지하였고 소소한 벽화로 재탄생시켰던 것이다.


참고로 이 장소는 아래 골목길로 들어가면 구경할 수 있다. 인근에 소소한 카페도 있으니 구경하면서 사색해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_.


효자로 13길, 자하문로 24길


인근에 청와대 사랑채는 문재인 정권의 업적을 볼 수 있는 전시회가 있다.


# 카페, Brandon Pictures 전시회


조용하고 한적한 곳에 위치한 서촌 마을 동쪽. 확실히 서쪽과 다름. 카페들이 많지는 않다만 조용하고 고즈넉한 분위기를 즐기기에는 충분하다. 그리고 그 유명한 서촌의 대표적인 사진전인 요시고 전시회가 참고로 이 인근에 위치하고 있다.



인근에 부촌 상징하는 화이트하우스. 떡하니 보여서 조금 놀라웠고, 해공 신익희 선생고택지도 보인다.


신익희 선생님은 일제강점기에 대한민국 부흥을 위해서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상해에 설립하기 위해 주도했던 인물 중에 한 명이라고 한다.


메종 드 그루

복합 문화 단지. 그러니까 갤러리와 회랑, 전시회, 카페를 한꺼번에 묶은 곳이다. 최근 블로그 후기 보니까 여기서 각종 공방과 DIY 작업을 했고, 예술인들이 거창한 회의를 진행했다고 한다.


그리고 허름한 80년대 건축물 아래 위치한 것을 보니 마치 예전 독립투사들이 일본 몰래 잠입하여 회의하는 내용이 떠오른다.


BOAN 1942, 메밀꽃 필 무렵


이효석 작가의 작품. '메밀꽃 필 무렵'


당시 순수했던 농촌 생활을 그려냈던 소설이었고 독립영화로도 나왔다. 떠돌이 허생환이라는 허구의 인물을 만들었고 각종 주변 인물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당시 한국의 문학에도 큰 영향을 주었던 작품. 지금 봐도 아찔하다. 그 이유는 청소년 교과서에 실린 작품보다, 실제 원본 작품 내용은 꽤 음흉하다고 하다. 이효석 작가는 어쩌면 문학에도 B급 감성을 기입하려고 하지 않았을까.


BB MARKET

안에서 각종 다양한 공방과 작품 제작이 이루어질 듯한 장소. 카페와 빠라는 이름에 걸맞게 ㄷ 형식의 테이블을 통해 마치 서촌의 밤에 대해 서로 열띤 예술 토론을 할 듯하다.




마무리는 인근에 있는 경복궁 서쪽 영추문을 찍었다. 그리고 이 인근에 '가을단 풍로(효자로)'를 걷는 것만으로 큰 사색을 느낄 수 있다.


특히 눈 내린 이 효자로 와 고즈넉한 담벼락, 경복궁 외관, 인근 소규모 카페와 전시회 외관을 보면서 거닐면 그만한 예술 감정을 물씬 느낄 수 있더라.


서촌 마을을 다녀오고 느낀 점


1.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다'라는 말이 있다. 사람들은 '듣고 싶은 것만 듣고 싶고,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싶고, 먹고 싶은 것만 먹고 싶어 한다.'


그것은 인생의 불가피한 본능이다. 어쩔 수 없다만 내가 이 글을 적는 취지도 사실 여기에 명분이 있다. 단순히 관광지라는 개념도 좋지만 우리가 모르는 관광지 내부의 구석구석 골목을 거닐다 보면 또 다른 예술 미학과 철학을 발견할 수 있게 된다.


2. 골목투어를 하는 이유는 내가 남들이 모르는 관광지나 맛집을 소개함이 아니다. 현실적으로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특유의 골목이 있을 것이다. '분명히 골목 어디서 봤는데?'라는 시점이 온다면, 분명 그 골목에 생각이 깊어지고 그립다는 의미겠지. 나 또한 그렇다. '소소함'에 무뎌져 '소중함'을 잃는다면 너무 슬프지 않을까 한다. 우리가 어렸을 적 거닐었던 추억의 동네와 골목은 어쩌면 나중에 우리가 다시 되돌아보게 될 하나의 장소와 추억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기록하는 것이다.


3. 재건축과 도시재생에 대해 한 번 더 눈뜨게 되었다. 생각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유서 깊은 장소가 많지 않다. 그런데 우리가 인스타로 보았던 아름다운 카페와 전시회, 그리고 복합 문화단지는 사실 70프로가 재개발 장소이다. 예를 들면 서계동, 만리동, 성북동 일부, 창신동, 이화마을(혜화동), 가회동(북촌 한옥마을), 문래창작촌(문래동)이 그 예시이다.


가끔 생각한다. 인스타에서 유명한 이러한 장소는 알고 보면 사업자 측면에서 이 골목을 다시 재부흥할 기회를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함이 아닐까 하고 말이다. 그래서 입소문과 바이럴 마케팅, 감성 마케팅을 통해 사람들이 그 고유의 지역을 한 번 더 구경하고 사색하도록 만들기 위함이 아닐까 하고 말이다. 난 이 부분을 굉장히 중요하게 본다.


우리는 있잖아요. 가끔 협찬받고 가는 인스타 핫플과 카페, 음식점 모든 건축물 또한 사실 알고 보면 예전부터 유명하고 저명했던 지역을 알리기 위한 방법이 아니었을까요. 그렇지만 좋든 싫든, 조금 더 의미 부여하고 진실된 마음으로 골목투어하는 저 자신을 보면서 여러분들도 동기부여 얻어 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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