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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갓혁 Apr 02. 2022

4월 제주도에서 듣는 감성 노래.

바람따라, 해안따라 조곤히 들어보세요.

제가 자주 들어요. 그런데 추천은 안 해요.

그냥 제가 자주 듣는 노래입니다.

그렇다고요.


*싸클이란 사운드클라우드의 노래 플랫폼 줄일말입니다. 독일에서 제작된 우리나라판 '멜론'이라 보시며 되겠습니다. 싸클에는 감성적이고 실험적인 인디노래(써브컬쳐뮤직)가 굉장히 많습니다. 이제 슬슬 봄이니 감성 짙은 노래를 추천드리고자 합니다.


이호테우 어느 민박집 간판에서 발견한 작디작은 문장이었다. 나에게는 충분히 문장 수집을 하기에 안성맞춤이었기에 얼른 재빠르게 메모장에 기록을 해두고 싸클을 켜본다.


내가 자주 듣는 '그냥 그저 편하게 듣는 노래'에는 무엇이 있을지 과거 이력부터 그 당시까지 히스토리를 계속 찾아보았다.




바닷소리와 나에게 밀려오는 고요한 소리, 그리고 사분하게 들려오는 모래가 나의 마음을 흔들리게 할 때 바이바이배드맨의 노래를 자주 들었다. 감미로운 기타 선율과 바이브 있는 베이스의 감촉은 나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고 마치 한 폭의 광활한 유토피아로 이동하는 듯한 느낌을 선사해 주었다. 적어도 웅장하고 묵직한 느낌의 연출은 아니었다. 그저 몸이 이끄는 대로 어디론가 이동하는 무의식의 나.



바이바이배드맨


1. Colin - 사람이 없고 고즈넉한 어느 골목길, 그리고 적절히 섞인 갈매기 소리와 자연의 풍경이 한 눈앞에 펼쳐진 느낌이다. 그리고 마지막 후반부에는 내가 어느 의미를 깨닫고 곧바로 일기장을 작성하러 모래밭을 달려나가 페이드아웃되는 모습까지 완벽하더라. 사실 나만의 제주도 감성 인트로 곡이라 해도 군더더기가 없다. 이미 제주 공항에 내리자마자 비가 온다면 그때부터 시작이다.


2. 너의 파도(wave) - 콜린이라는 노래가 끝나고 모든 상황을 100프로 인지하고 이해할 때, 그리고 앞으로 내가 '무엇을', '어떻게' 펼쳐 나아가야 할지 스스로 인식할 때 비로소 들려오는 작은 남성의 잔잔한 노래가 귓가에 들려온다. 너의 마음을 파도에 대변하였고 해변까지 몰려오고 싶은 파도의 자연스러운 현상이 이내 사라지는 아쉬움을 나의 가슴속에 담아두었기에 완벽하다.


'너의 파도 속을 헤맬 때 숨을 쉴 수가 없어. 서로 닿을 듯한 거리여도 아직 말할 수가 없어.'


3. island island - 섬으로 떠나는 일종의 모험 심리를 자극하다. 그곳에서 자신의 완벽함을 속이고 허술하고 가끔 실수하더라도 용납되던 특별한 장소에서 본질적인 '나'를 발견하였다. 사람이 완벽하면 너무 재미가 없기에 나 또한 공감하며 가사를 읽으며 해안가 능선 따라 앞으로 이동해 보았다. 30분을 거닐고 어느 순간 1시간이 됐을 무렵 나의 몸은 하늘로 날아가는 순간이었지. 덤으로 후반부를 들으면 마치 사람들의 이기심과 욕심이 서서히 페이드아웃되고 저 멀리 애월 지평선 너머 노을이 번지기 시작할 것 같다.



자전거 도로를 맞이하면 항상 듣는 노래. 평소에 한강에서 따릉이를 타는 순간부터 출퇴근용 야간 따릉이까지 모든 상황에 익숙했던 노래고 지금도 충분히 나의 마음을 자극한다. 하물며 제주도에서 다를 것이라는 변수는 없다. 다만 몸이 멀어지고 그 감성에서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나만의 감성이 이 노래에 더욱 감칠맛 나게 짙어져서 하나의 스토리를 이어가는 듯하다.


한요한


1. 따릉이 - 27살 때부터 따릉이를 즐겨 탔던 나는 이 초록색 묵직한 운송수단이 주는 의미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노량진 어느 어학원에서 취준생 시절을 마치고 강서 화곡동까지 대략 1시간의 긴 장정을 사람들이 없는 한 새벽에 달린다는 그 감성을 그 누가 알 것인가. 나는 누구보다 이 노래를 들으며 한요한의 마음을 지극히 이해하였다. 삶에 지친 취준생과 사회 초년생들에게 한줄기 빛을 주고, 그 과정에서 어색해진 삭막한 친구들과의 관계, 그리고 부모님과의 오해와 갈등까지 모든 것을 한요한 자서전에 묶기에 충분했고 나 또한 납득했다. 그리고 제주도에서 전동 자전거를 타며 애월에서 신안 풍차까지 무려 3시간의 기나긴 해안 둘레길을 따스한 햇살과 맞이했던 그날의 2017년을 기억한다면 그렇게 무미건조하고 의미 없는 노래가 아니었구나.


'28살에 아주 오랜만에 내 힘으로 그 페달을 밟았어. 양재고등학생이 다시 된 것 같아. 얘 정신 차려 너는 아재.'


2. 람보르기니 - 따릉이 노래와 함께 나의 인생 1/3을 완성시켜준 불후의 명곡이지. 덕분에 꽤 많은 갈림길에서 갈피를 다시 잡을 수 있었다. 특히 이 노래는 잔잔하고 서늘하고, 사람들의 인적이 없는 곳을 따라 노을이 질 때 이용해야 그 분위기를 물씬 느낄 수 있었다. 적당한 장소로 떠오르기에는 성산에서 3만 원 전동 자전거 렌탈을 한 후 섭지코지 한 바퀴를 돌고, 광치기 해변 따라 유채꽃과 푸른 하늘을 넌지시 바라보며 흐뭇하게 웃을 때, 마지막으로 성산일출봉 인근 스타벅스까지 찍고 그 자리에서 바로 노을을 바라봐야 모든 것이 완벽한 삼위일체이더라.


'네 생각에 모든 게 잠깐 멈춘 듯이 정지해 있다. 갓 땡 하고 바뀐 초록불로 바뀌는 순간.'


3. 반복 - 자전거로 힘든 몸을 이끌고 성산 일출봉으로 올라가는 길에 잠깐 들었지만 계속 각인되었다. 느닷없이 찾아오는 어느 한 사람이 그립고 보고 싶을 때, 하필 장소가 노을 지는 성산일출봉 정상이라면 정말 모든 게 끝난다. 노을 지평선으로 노른자가 터지며 그 사이사이로 그 사람과의 추억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기에 아쉬움은 없었다. 그러나 보고 싶었지.


'똑같은 모습으로 난 너를 반복했어.'



어느 순간 돌담길까지 입성했다. 쓰러져갈듯한 기와집과 마치 가족처럼 묶인 이 소라게 껍데기의 조화로움은 무엇일까. 그럴 때마다 다시 이따금 이 노래를 틀기 시작했다. 더군다나 나의 마음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계속 이어나가길 바라면서 가사가 가지는 은유적인 방법은 선뜻 달콤하게만 느껴졌다.


카더가든(CAR, THE GARDEN)


1. 너의 그늘 - 담담하면서도 솔직하게 표현하고자 했던 카더가든의 묘한 분위기가 돌담길에 직접 녹여낸 듯하다. 걷다 보면 맞이할 수 있는 소소한 풍경의 연속은 큰 선물과 하나의 결실이었다. 배움의 끝은 없단 듯이 감성 또한 일종의 공부였다. 끝없이 스토리로 작성하여 자신의 히스토리를 덧붙이고 나만의 창작을 품게 해왔던 과거 이력은 나에게 굉장히 공감을 줄 수밖에 없었다.


'시간은 조금씩 넘어 우리는 바다를 건너려 해.'


2. Home sweet home - 서울이라는 환상의 곳은 사실 허구였기에 내가 살만한 집이 없었지. 그래서 무작정 제주도 한 달 살이를 하며 그 장소가 마치 나의 포근한 집이었음을 깨달은 지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멀고 험했던 비행부터 뚜벅이 여행까지 사실 집으로 향하고 싶은 본능 욕구가 충실했다만 다시 서울로 가기 싫어했던 나에게 묘한 감성을 주었던 노래. 특히 이 노래는 오후 8~9시쯔음 제주도 시골의 어느 게스트하우스에서 4~5명의 소규모 사람들과 사색 타임을 가지며 서로 이야기를 섞을 때 매우 좋더라. 마치 자신의 호구 조사를 잠깐 잊게 하며 왜 제주도에 왔는지 잘 설명해 주는 노래가 분명하다.


'새로운 사람들, 어느새 나를 반겨주어 낯선 침대로 때로는 몸을 뉘어 가며, 빈 마음을 달래 보려고 아니 어떤 품을 그리워하나'


3. 나무 - 사람 관계를 너무 절실하게 보여주고 하나의 추억으로 포장된 소소한 노래였다. 특히 비자림과 사려니숲길, 동백나무 군락지 등 나무가 무수히 많은 곳에 서슴지 않게 걸어가면서 들으면 마치 사랑하는 예전 사람들을 떠오르는 장면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눈시울이 한 방울 굵어지고 떨어지노라면 나무가 나에게 위로한다. 향이 가득한 피톤치드가 마치 나에게 위안을 주는 그러한 느낌이 투박하고 소소한 나 또한 어느 한 사람의 중요한 사람이었음을 인지하도록 해주었다. 그래서 가끔씩 그 사람들이 보고 싶을 때마다 나무가 많은 숲길을 자주 가고는 했다. 특히 시골의 한적한 오두막에서 들으면서 울창한 침엽수림 나무를 본다면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대 춤을 추는 나무 같아요. 그 안에 투박한 음악은 나예요. 네 곁에만 움츠린 두려움들도 애틋한 그림이 되겠죠. 그럼 돼요.'





개 짖는 소리 안 나게 해라.


마지막은 제주도가 가지는 레트로와 로컬 감성이 겸비된 80년대 뽕짝 커버 노래를 소개하려고 한다. 그냥 이 노래는 내가 자주 듣지는 않지만 가끔 게하 내에서 틀어놓고 청소하거나 혹은 체크인하시는 게스트분들과의 만남 장소에서 미팅 멘트를 칠 때 틀어놓으면 게스트분들이 문화충격의 표정을 짓고서는 의외로 재미있어하신다. 아마 현대 노래에 지친 육지러에게 큰 신선한 충격과 공포를 가져다주지 않았을까 한다.

박문치 (싸클 레트로의 절대 강자)


1. 네 손을 잡고 싶어 - 나어릴 적에 부모님과 광진구에 있는 어린이 대공원에 놀러 가면 인근에서 울려 퍼지는 노래 같다. 지금으로 따지면 에버랜드 인트로 곡 같은 느낌이다. 그리고 뻥튀기를 파시는 할아버지가 경부고속도로 천안 삼거리 부근 한가운데에서 라디오를 크게 틀고 뽕짝 카세트 테이프를 5000원에 판매하던 그 순간까지 그런 감성이 이 노래에 다 담겨있다. 순수하게 너를 알고 싶어서 조그마한 핸디셋 라디오를 들고 모터사이클 자그마한 트렁크에 실어 놓고 제주도 한 바퀴를 돌아도 꽤 여운을 줄 듯하더라.


' 네 손을 잡고 싶어 사실은 네 마음 알고 싶어'


2. Sole (remix) - 가끔씩은 천천히 걷고 싶을 때 있다. 바쁜 현대 생활에 머물다 보니 나의 걸음은 마치 속보를 하는 군대 기동대를 연상케한다. 지금도 그러하다. 그나마 예전보다 많이 줄었던 이유는 이 짧지만 강렬한 가사를 전달해 주는 이 커버 곡이 나의 일상을 조금 여유롭게 만들어주었다. 특히 아침에 밀물이 밀려오는 애월 앞바다에 이 노래를 들으며 조용히 차분하게 이동하면 그러한 감성을 느낄 수 있다. 참고로 살짝 R&B 와 쏘울 노래 장르 같다. 혼자 독창하며 남들이 전혀 모르는 조용한 연출 분위기에 녹아들어 가는 감성이랄까.


'그냥 너무 빠른 것 같아. 나 혼자만 느린 것 같아.

그래 그땐 그랬었지 내가 참 좋아했지. 힘들어도 다'


3. Dance the night away (cover/remix/retro) - 트와이스 노래를 커버로 부족해 리믹스하며 심지어 레트로 버전(80s)으로 디스코화 해버렸다... 박문치는 천재가 분명하다. 매일 게스트하우스에서 20대 vs 30대 설거지 당번 벌칙게임을 하면 이 노래가 무조건 튀어나왔다. 그때 당시에는 내가 20대 중후반이었고 뽕짝이지만 뭔가 현대판 노동요가 적절히 섞인, 그러니까 트와이스 민요판 노래를 듣자 하니 다소 문화충격이었지. 이 노래를 좋아하던 어느 30대 중후반 형님의 얼굴이 계속 각인된다. 아무튼 그 형님이 추천해 준 노래. 매일 게스트하우스에서 이 노래 틀으며 아침을 맞이했다. 덕분에 1박2일 기상노래 트라우마가 강렬히 몰려왔던 그날의 추억들과 기억. 형님 잘 지내시죠? 진짜 그 이후로 트와이스 노래 안 들어요.

  


참고로 사진 장소는 이호테우 해변 어느 한적한 마을입니다.



<다음 화에 이어집니다.>

제주 골목 투어 (brun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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