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갓혁 May 28. 2022

내가 만든 서촌 맵.

서촌 골목 투어 ep2

내가 경험삼아 그려보았던 서촌 대동여지도 그림. 윤동주 하숙집부터 시작해서 박노수미술관, 통인시장, 독립서점, 전시회 등을 볼 수 있다.


4. 대표적인 서촌 코스를 알려주세요.


사실 대표적인 코스란 본인 스스로가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믿는다. 흔히 코스라기 보다는 서촌은 모든 곳을 다 돌려면 대략 3시간이 걸린다. 사진까지 찍고 어느 독립서점과 카페, 전시회까지 간다면 반나절은 더 넘게 걸린다.


그래도 혹시 몰라 이 글을 읽는 서촌 러블러분들게 추천드리는 코스가 있다.


부질없는 똥손의 현란한 서촌 풍경 그림이었지만 보는 이로 하여금 잠깐의 재미를 드리고 싶었다. 일단 서촌 마을 풍경은 위 사진과 정확히 일치하지는 않다만 내가 느끼는 서촌의 감성과 공간, 그리고 추억에 담긴 골목길을 한번 경험 삼아 그려보았다.


완벽히 일치하지 않은 나만의 서촌 대동여지도 같지만 잘 살펴보면 곳곳에 보이는 풍경을 잠시나마 구경할 수 있다.


맨 위쪽, 빨간색으로 칠한 곳은 ‘윤동주 하숙집’이다. 예전으로 돌아간다. 당시 일제강점기였던 1920년대 윤동주가 머무르면서 언론 탄압을 피하기 위해 잠시 몸을 숨겼던 곳이 바로 저 하숙집이었다. 저 작은 빨간 담벼락 집에서 윤동주와 다른 독립투사, 시인들은 일본 제국 몰래 다양한 문학 작품을 완성시켰으니 그것이 바로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별 헤는 밤, 서시’라는 시작품이었다.


하숙집 방면에서 서촌 마을 내리막길 따라 쭈욱 이동하다보면 ‘박노수 미술관’이 보이며 예술가들이 만든 소소한 작품을 잠시나마 구경할 수 있다. 주 내용이 ‘예술가들을 바라보는 현대인들의 풍경과 사색’이라는 키워드이므로 이를 바탕으로 서촌에 깃든 여러 독립 전시회를 구경해 주면 더욱 감미롭고 재미있더라.


그렇게 30분 정도 소요되었으면 더 내려와보자.


이제부터는 안도 다다오 건축가를 연상케하는 농도 짙은 회식 담벼락에 빨간색과 흰색의 연달은 믹싱 골목이 나오기 시작한다. 재미있는 골목이었다.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다 보면 어느새 서촌 마을 큰 사거리로 나오게 된다. 여기서 갈림길이다.


여기서 더 직진하면 독립서점이 즐비한 소소한 골목이 나오기 시작하며, 그 아래로 내려가면 세종마을 음식문화거리가 나온다. 허나 아직 늦은 저녁시간 때가 아니라면 그저 독립서점 인근을 배회하며 마음에 드는 곳을 선택하여 들어가면 되겠다. 아까 내가 언급했던 ‘역사 책방’ 골목은 서촌 마을 사거리에서 바로 직진하면 나온다. 어느새 만개한 가로수를 사이로 사람들이 북적 많아지기 시작한다면 서촌 마을 핫플레이스에 온 거나 다름없다.


천천히 둘러보자. 저 멀리 경복궁 영추문을 배경으로 돌담길이 보이기 시작한다. 독립서점(역사 책방)으로 들어가 내가 원하던 책을 사장님의 큐레이션에 맞춰 읽어보아도 좋고 아니면 그저 구경해도 좋다. 다만 서촌 마을 독립서점은 대부분 책을 구매하도록 권고하는 사항이지만 의무가 아니기에 이 점은 꼭 유의해야 한다.


자리 한편에 들어서면 책을 구매 후 읽을 수 있는 사서 테이블이 존재하며, 다른 곳은 커피를 마시며 지긋이 풍경을 바라보며 무료로 읽을 수 있는 테이블이 존재한다. 어느 곳이나 비슷하다. 그렇게 마음에 드는 책을 하나 골라서 읽다 보면 어느새 일몰이 서서히 나타난다.


그러면 따스한 봄바람과 함께 서늘한 공기를 들이마시며 밖으로 영추문 방면으로 꺾어보자. 돌담길에 노을이 반사된 모습을 바라보면 요시고 전시회가 보인다. 우리가 흔히 인스타그램으로 보았던 서촌의 유명한 전시회였다. 3월 말 시즌이라 곧 닫힐 예정이겠지만 말이다. 아마 지금 내가 작성하고 있는 이 시점은 요시고 전시가 마감되고 곧 다른 상설 전시회로 바뀔 예정이다. 그 외에도 다른 전시회가 많다. 계속 쭈욱 둘러다 보면 내가 마음에 드는 독립 전시회 또한 마주할 수 있다.


전시회에서 다양한 예술 작가들의 그림과 글귀, 사진 갤러리를 구경하다 보면 드디어 서촌 여행의 70프로를 마친 셈이다. 밤이 느긋하게 다가오면 세종 문화거리로 이동해 보자. 팔관회를 연상하게 하는 불교적 상징의 연등들이 천장 데크에 줄지어 서있다.


이 분위기에 마음에 드는 곳을 찾다 보면 을지로 노포를 연상케하는 곳들을 발견하게 된다. 파전과 막걸리, 그리고 감자전과 노가리 하나를 주문해 아는 지인들과 서촌에서 무엇을 배웠는지 서로 이야기를 공유하면 그걸로 여행이 끝난다.


날씨가 좋다면 경복궁역 1번 출구에 있는 따릉이를 1시간 대여하여 서촌 외곽을 둘러봐도 괜찮다. 벚꽃이 만개할 듯한 4월 중반부터 따릉이를 타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가끔 한복을 입은 남녀 커플과 외국인 커플들이 보인다. 경복궁 광화문 사이를 지나 202 경비대(서촌 지킴이)를 지난다면 그 풍경은 또한 예술이겠다.


5. 서촌에서 무엇을 배웠나요?


일반적인 젊음의 거리인 홍대와 신촌, 이태원, 강남과 다르게 서촌이 가지고 있는 묘한 감성을 배웠다면 그걸로 된 것이다. ‘사유’하라고 누군가 말없이 속으로 외쳤다면 그 또한 성공이다. 감미로운 공기 감도는 4월 어느 봄의 한 장면에서 당신은 무엇을 위해 이곳에 왔을지 생각하고 고심하는 것 또한 성공이다.


배움의 정답은 없다. 하물며 골목 곳곳을 누빌 때 느끼는 감성 또한 글로 기록한다면 더 감미로울 것이다. 때로는 우리가 서촌 가게와 공방, 상가에서 만끽한 그러한 감성이 전부라고 느낄 테지만 ‘보이는 게 다 전부가 아니다’라는 말을 명심해야 한다.


독립서점에서 발견한 책들 중에 ‘서촌 마을에서 문학을 사유하다’라는 키워드와 관련된 글을 본 적이 있다.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고즈넉한 한옥 마을에서 무엇을 배웠는지에 대한 이 서촌 관련 관계자와 현지민, 그리고 시민단체의 고찰이 담긴 도시 철학의 서적이었다.


그 책에서 이런 말을 자주 언급했다.


‘서촌 마을이 가지는 스토리에 열광하고 짜릿하게 해주세요. 그리고 그 배웠던 점을 글로 기록하도록 도와주세요. 우리 마을을 지켜주세요.’


저 멀리 북촌 한옥마을에서 도시재생 관련 프로젝트를 담당하고 있는 어느 관계자의 말을 본뜬 느낌이었다. 비슷한 맥락이라고 생각한다.


삶에서 배움을 서촌 마을이라는 어느 자그마한 동네에서 배웠다는 점은 진짜 멋진 거구나라고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동네에서 삶의 철학과 함께 스토리를 엮어 만들어간다면 그 또한 내가 배운 것 중에 하나였다.


그래서 난 이 말 한마디로 정리하고 끝내려고 한다.


6. 서촌 마을에서 인생을 배웠나요?


네. 배웠습니다. 마을에도 숨결이 있답니다. 그래서 더 소중한 마을입니다.


그래서 재개발이 두려운 저라서 이렇게 소소한 골목과 풍경을 담아 놓고 저의 일지를 작성하려고 합니다. 앞으로 그럴 것 같아요. 이제 우리는 도시가 가지는 묘한 감성에서 외관과 겉보기에 판단하지 말고 이 도시가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순수하게 파악해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는 이 동네를 떠돌아다니면서 삶의 사유를 발견할 수 있겠죠.


<갓혁의 프로젝트 中, 서촌을 담기에 충분했어요>


*현재 서촌 마을 관련 '고즈넉한 마을에 숨결 넣어주기' 프로젝트를 준비하기 위한 포트폴리오 일부 내용입니다. 다소 우리가 알 수 있는 서촌 마을에 대한 풍경과 내용에 대해 객관적 서술이 아닌 주관적인 서술이 기입되어 있으므로 참고 부탁드립니다.


#서촌마을 #도시재생 #골목재생 #건축재생 #마을프로젝트 #도시재생프로젝트 #서촌마을독립서점 #요시고전시회 #서촌마을지도 #박노수미술관 #통인시장






매거진의 이전글 예술인들의 아지트, 서촌 마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