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 달콤한 휴일

by 산속


우리는 모두 한때 방학을 기다리며 살았다. 그 달콤한 단어는 어린 시절의 모든 노고에 대한 '보상'과도 같았다. 여름날의 뜨거운 햇살 아래 펼쳐진 물놀이, 밤늦도록 이어지는 친구들과의 비밀스러운 이야기, 혹은 그저 이불속에서 뒹굴거리며 만화책을 읽는 나른한 오후까지. 방학은 끝없이 이어질 것만 같은 자유와 행복으로 가득 찬 시간이었고, 우리는 다음 방학을 손꼽아 기다리며 또다시 힘을 낼 수 있었다. 그 시절의 방학은 삶의 명확한 쉼표이자, 다시 달릴 에너지를 충전하는 특권이었다.

그러나 어른의 세상에는 방학이 없다. 달콤한 보상처럼 주어지는 명확한 쉼표는 찾아보기 어렵다. 책임과 의무라는 이름 아래 시간은 쉼 없이 흐르고, 우리는 그 흐름 속에서 끊임없이 무언가를 해내야만 한다. 어린 시절에는 그저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지만, 이제는 흘러간 시간의 소중함을 절감하며, 왜 그때는 몰랐을까 하는 아쉬움이 밀려온다. 그 시간들의 아쉬움이 점점 커질수록, 어른의 세상은 한없이 흘러가는 시간을 붙잡고 싶어진다.
왜 그때는 몰랐을까. 어른이 되어가는 길이 이토록 험하고 외로운 싸움으로 가득한지를. 순수했던 어린 시절에는 보이지 않던 세상의 복잡함, 관계의 어려움, 그리고 홀로 감당해야 할 내면의 싸움들. 이 모든 것이 어른이 되어가는 길에 놓인 피할 수 없는 과정임을, 우리는 뒤늦게야 알게 된다. 방학이라는 이름의 명확한 쉼이 사라진 자리에는,


스스로 쉼을 찾아내고 만들어가야 하는 고독한 과제가 남겨진다.
하지만 어른에게 방학이 없다고 해서 삶에 쉼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이제 어린 시절처럼 정해진 방학을 기다리는 대신, 일상 속에서 자신만의 작은 쉼표를 찾아내는 지혜를 배워간다. 주영님께서 무더운 날씨에 시원한 카페에서 잠시 쉬어가시는 것처럼, 바쁜 일상 속에서도 잠시 숨을 고르고 자신을 돌보는 작은 순간들을 만들어가는 것. 그것이 어쩌면 어른의 '방학'일지도 모른다.
어린 시절의 순수함은 돌아오지 않지만, 그 시절의 아련한 기억과 지금의 지혜를 바탕으로, 현재의 삶 속에서 새로운 행복과 의미를 찾아갈 수 있을 것이다. 어른의 시간은 쉼 없이 흐르지만, 그 속에서 우리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삶의 여백을 만들고, 그 여백 속에서 다시금 살아갈 힘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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