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등대지기 이야기

by 산속


아주 먼 옛날, 세상의 끝자락에 자리한 작은 섬에는 오직 한 사람만이 살고 있었다. 그의 직업은 등대지기였다. 그의 등대는 다른 등대들처럼 크고 화려한 빛을 뿜어내는 대신, 아주 작고 희미한 불꽃을 내는 등대였다. 마치 촛불처럼 흔들리는 그 불빛은 가끔씩 거센 바람에 꺼질 것 같아, 등대지기의 마음을 늘 불안하게 만들었다.
등대지기는 매일 밤 등대에 불을 붙이며 생각했다. ‘이토록 작고 희미한 빛이 과연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사람들은 거대한 빛을 뿜어내는 등대를 찾아 항해할 텐데, 자신의 등대는 그저 어둠 속에서 흔들리는 작은 불꽃에 불과하다고 여겼다. 그는 자신의 등대가 부끄러워 늘 고개를 숙였다.
어느 날 밤, 거센 폭풍우가 몰아쳤다. 하늘과 바다가 하나가 되어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 으르렁거렸다. 등대지기는 등대의 작은 불꽃이 바람에 꺼지지 않도록 온몸으로 막아섰다. 그의 눈물과 빗방울이 뒤섞이는 순간에도, 등대의 작은 불꽃은 흔들렸지만 끝내 꺼지지 않았다. 그 밤, 그는 자신의 등대 불빛이 얼마나 보잘것없는지 다시 한번 절감했다.
폭풍우가 지나간 다음 날 아침, 등대지기는 등대 아래 해변가에서 낯선 사람들을 만났다. 그들은 낡은 배를 끌어안고 지쳐 쓰러져 있었다. 등대지기가 조심스럽게 다가가자, 그들 중 한 명이 힘겹게 입을 열었다.
“등대지기님, 감사합니다. 모두 당신 덕분입니다.”
등대지기는 의아해하며 물었다. “제 등대는 너무 작고 희미해서 길을 알려주기엔 부족했을 텐데요.”
그 사람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닙니다. 거대한 등대들의 빛은 폭풍우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당신의 등대에서 나온 아주 작은 불꽃이 저희의 희망이었습니다. 그 작은 빛이 흔들리지 않고 계속 빛나고 있다는 것을 보고, 저희는 이 폭풍을 헤쳐나갈 용기를 얻었습니다. 당신의 빛이 없었다면 저희는 이 섬에 닿지 못했을 겁니다.”
그때 등대지기는 깨달았다. 자신의 빛은 비록 작고 희미했지만, 그 빛이 가장 절실한 순간에 누군가에게는 가장 큰 희망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후로 등대지기는 더 이상 자신의 빛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그는 매일 밤, 거센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작은 불꽃을 지키며, 자신이 가진 빛의 소중함을 잊지 않고 살았다.

목,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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