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온전한 마음

by 산속


말은 때로 날카로운 칼날이 되어 마음 깊이 상처를 새긴다. 나는 수없이 많은 말의

파편 속에서 아파했고, 그 무례한 언어들이 드러내는 인간의 본모습에 좌절하기도

했다. 학교에서 배우고 익힌 지식들이 현실의 비정함 앞에서 무력할 때, 세상살이는

참 고단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 모든 순간에도, 나는 굳게 믿는다, 사랑의 표현은 누구에게나 존재하다는

것을. 비록 거친 말들이 난무하는 세상이라 할지라도, 누군가에게는 따뜻한 배려와

진심 어린 존중이 가장 귀한 사랑의 언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형태가 없는 말에 실

린 온도가 상처가 아닌 위로가 되는 순간들을 기억하며, 나는 극히 소수의 사람들에

게도 온전한 마음을 기꺼이 베풀어주고 싶다. 그 작은 진심이 결국 세상의 차가운 틈

을 메우는 따스한 온기가 될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 모든 아픔과 그럼에도 잃지 않은 믿음은, 내 안에 오래도록 정리되지 않은

슬픔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평생을 안고 가야 할 삶의 일부가 되어버린 그

슬픔은 때때로 나를 무겁게 짓누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사람에 대한 태도와 죽음에

대한 인식을 깊게 하고 삶의 매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게 한다. 스쳐 지나가

는 인연들 속에서 지난날의 나를 기록하고, 그들의 모습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 것도

이 때문일 테다. 비록 현실이 녹록지 않고 노력해도 미미한 성과에 그칠지라도, 사람

과 사람 사이에는 마땅히 지켜야 할 질서가 존재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 질서

위에서 우리는 비로소 온전한 마음을 나눌 수 있고, 진정한 의미의 유대감을 가질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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