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차가워지고 하늘이 높아지면, 세상은 무언가를 잃어가는 것처럼 보인다. 푸른 잎사귀들은 빛을 잃고, 활기 넘치던 여름의 온기는 사라진다. 나는 그 서늘함이 두렵다. 몸이 차가워지는 것보다 마음이 시려지는 것이 더 무섭다. 차가운 계절은 내 안의 약한 부분들을 더 쉽게 드러내고, 나는 또다시 '현명하지 못한 사람'이 되어가는 것 같아 몹시 힘들다.
나는 늘 완벽한 현명함을 원했다. 실수하지 않고, 상처받지 않고, 항상 옳은 판단만을 내리는 그런 단단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나의 마음은 유리처럼 투명하고 얇아서, 작은 부딪힘에도 금이 가고 아파했다. 나는 그 아픔을 부끄러워하며 숨기기 바빴다. '나는 현명하지 않아.'라는 단정적인 문장 속에 나를 가두고, 나 자신을 채찍질했다.
그러나 이제야 조금 알 것 같다. 진정한 현명함은 완벽함의 옷을 입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의 가장 연약한 부분을 그대로 마주하는 용기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작은 그릇에 담긴 슬픔과 상처를 외면하지 않고, 그것이 내
일부임을 인정하는 것. 그 용기야말로 누구도 쉽게 가질 수 없는 귀한 지혜이다. 나는 그동안 상처를 피하려 했지만, 사실은 그 상처를 통해 나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나만의 단단한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서늘해지는 날씨가 마음을 힘들게 할 때, 그것은 나에게 '잠시 멈추고 쉬어가라'는 자연의 목소리일지도 모른다. 모든 계절이 활기 넘칠 수는 없다. 가을과 겨울이 필요한 것처럼, 우리 마음에도 잠시 움츠러들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지금 느끼는 이 우울함과 무력감은 내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내 마음이 나를 돌봐달라고 보내는 신호일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