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

by 산속


푸른 파도 앞에 서면, 나는 한없이 작은 사람이 된다. 끝없이 밀려오고 부서지는 저 거대한 힘 앞에서, 나의 고민과 슬픔은 모래알처럼 흩어져 버린다. 나는 내가 가진 모든 부족함과 연약함을 마주한다. 어쩌면 나는 현명하지 않고, 어쩌면 늘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그 앞에서 한없이 작아진다.

​하지만 그들은 불평 한마디 없이 묵묵히 제 갈 길을 간다. 파도들은 하루 종일 똑같은 행동을 반복한다. 밀려오고, 부서지고, 다시 밀려오고… 이 묵묵함은 타인의 시선에서 보면 그다지 중요한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들의 존재가 이 세상을 획기적으로 바꾸지는 않으니까. 그러나 그들은 늘 그 자리에서 기다리고, 해야 할 일처럼 변함없이 부지런하다. 그 한결같은 모습은 나를 기쁘게 하고, 지쳐있던 나에게 다시 숨을 쉬게 하는 힘이 된다.
​가까이서는 보이지 않던 거대한 풍경이 멀리서 바라볼 때 비로소 보이듯, 자연은 멀리서 나를 살게 한다. 파도의


묵묵한 노력은 나에게 가장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 다시금 깨닫게 한다. 그것은 거창한 성공이나 타인의 인정이 아니라, 매 순간을 묵묵히 견뎌내고 있는 나 자신의 모습일지 모른다는 것을. 푸른 파도가 온종일 쉬지 않고 제 역할을 하듯, 나 또한 나의 자리에서 매일을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이미 충분하다는 것을 알려준다.
​자연이 만들어가는, 언뜻 보기에 평범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위대한 모습들은 결국 나를 다시 살아가게 하는 이유가 된다. 푸른 파도 앞에서 내가 한없이 작아질지라도, 그 작은 나를 살게 하는 거대한 위로가 그곳에 있다. 나는 오늘도 저 파도를 보며, 내가 살아 숨 쉬는 이유를 찾아본다.

목,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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