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 흘러가라 했네

by 산속


강은 멈추는 법이 없다. 삶이 무거워 숨 막히던 날들에도, 세상의 모든 판단과 침묵이 나를 짓누르던 시간에도, 강은 한결같이 눈앞의 것을 씻어내고 새로운 물을 맞으며 앞으로 흘러간다. 강가에 서서 그 긴 흐름을 바라보면, 굳게 닫혔던 내 마음의 문도 고요하게 열리는 듯하다.

나는 지난 세월 동안 나의 강물 위에 너무 많은 짐들을 실었다. 헌신이라는 이름의 돌, 미련과 기대라는 묵직한 자갈들. 그 짐들이 너무 무거워 나의 강물은 흐르지 못하고 괴로움의 늪이 되려 했다.
그러나 강은 나에게 가르친다. 무거운 것을 모두 흘려보내도 괜찮다고.
나는 이제 나의 강물 속으로 지난 20년의 미련과, 나를 아프게 했던 모든 허탈함을 조용히 놓아준다. 짐이 떠나자


강물은 가벼워지고, 맑아진다. 물결이 칠 때마다 햇살이 부서지며, 어제 나를 지탱했던 엄마의 평온했던 눈빛처럼 순수한 빛이 수면에 번진다.

강은 나에게 **정지(停止)**가 곧 침몰임을 가르친다.
강물처럼 유연하게 흐르지 않으면, 관계의 상처나 삶의 고독이라는 돌덩이에 부딪혀 결국 멈춰 서게 된다. 이제


나는 가라앉지 않기 위해, 강물처럼 스스로를 믿고 나아가는 법을 배운다. 세상의 어떤 소란에도 흔들리지 않고, 내가 가진 가장 작은 **'나다움'**만을 믿고 묵묵히 흘러갈 것이다.
강은 멈추지 않고 흘러 마침내 바다를 만난다. 나의 강물도 그 평화로운 만남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나는 이제 강이다. 나에게 짐을 지우려 했던 모든 것을 흘려보내고, 가장 자유로운 모습으로 나 자신을 향해 쉼 없이 나아갈 것이다.
강은 흘러가라 했네. 그리고 나는 마침내 가벼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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