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하고 숨 막히게 뜨거웠던 여름의 계절을 막 지나왔다. 온 마음을 다해 봉사하고 헌신했던 그 모든 순간, 그리고 그 끝에서 마주했던 허탈함까지도 나를 둘러싼 무수한 인연들과 함께 주어진 하나의 운명이었다고 이제는 담담히 받아들인다. 그 운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나는 흔들렸지만, 마침내 나를 이 자리까지 이끌어준 모든 순간에 감사한다.
이제 나는 그 운명이 건넨 가장 따뜻한 초대장 앞에 섰다.
어제 산책길에서 만난 낙엽들은 억지로 밀려 떨어진 것이 아니었다. 그것들은 마침내 무게를 벗어던지고 바람에 몸을 맡긴 채, 기꺼이 길을 잃어버릴 채비를 하고 있었다. 길을 잃는다는 것은 두려움이 아니라, 누구에게도 얽매이지 않는 자유의 시작이었다.
이 낙엽들처럼, 나 또한 지금 세상의 속도에서 잠시 벗어나 **'가을과 겨울의 숨'**을 위한 여행을 떠나려 한다. 이 쉼은 멈춤이나 도피가 아니다. 나를 잊었던 시간들로부터, 그리고 나를 규정했던 수많은 이름들로부터 잠시 떠나는 긴 여정이다.
스스로에게 허락한 이 고요한 쉼의 행위는, 다가올 봄과 여름을 다시 기쁘게 노래하기 위한 나의 작은 선물이다. 이 선물을 충만하게 누릴 때, 나는 비로소 단단해진다. 스스로에게 준 평화로운 시간이 다시 살아갈 가장 맑고 강한 힘이 되어줄 것을 알기에, 이 긴 여정이라는 생각만으로 마음이 따뜻해지고 아름다워진다.
운명이라 믿고 감사하며, 오늘 하루도 나의 마음이 이끄는 가장 자유로운 길 위를 걸어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