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된다는 것은 무엇일까. 사람들은 시간의 궤적을 따라 몸이 성장하고, 이성으로 감정을 통제하며, 현실의 무게를 감당하는 능력을 갖추면 그것이 완성된 성숙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나는 안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마음의 서랍 속에 갇힌 작은 상처들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언제나 굳게 닫힌 문 뒤에서, 어린 시절의 아픔은 아직도 나를 놓아주지 않는다.
어른의 옷을 입고 세상을 마주하는 순간에도, 나는 여전히 상처받았던 그 아이로 남아있다. 사람의 본질을 의심하고, 관계의 불안정함 앞에서 먼저 뒷걸음치는 이 성향은, 나약함이 아니라 과거의 아픔이 남긴 정직한 방어 기제이다. 스스로를 '자만'이라 꾸짖어보지만, 결국 나는 상처받지 않는 단단한 어른이 아니라, 상처를 고스란히 느끼는 민감한 아이의 감수성을 아직도 버리지 못한 것일 뿐이다.
오랜 시간이 흘러도, 어린 시절의 그림자는 나를 따라다니며 삶의 곳곳에 흔적을 남긴다. 그 그림자를 외면하거나 싸우려 하지 않는다. 이제는 안다. 진정한 성숙이란 그 그림자를 완벽히 지워내는 것이 아니라, 그 아이의 손을 따뜻하게 잡아주는 것이라는 것을.
'어른'이 된 내가, 상처받은 '아이'의 눈빛을 마주하며 속삭인다. 괜찮아. 너의 두려움과 의심은 너를 지켜왔던 힘이었어. 나는 너를 부끄러워하지 않아. 그 모든 아픔과 민감함 덕분에 지금의 나는 인연의 소중함을 누구보다 깊이 이해하는 사람이 되었어.
어린 시절의 상처는 나를 놓아주지 않지만, 나는 이제 그 상처를 놓아줄 수 있는 시기를 스스로에게 선물하려 한다. 그 기억들을 안고, 그 모든 아픔을 이해하며, 나는 상처받은 아이와 함께 비로소 온전한 나로 걸어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