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연말 저녁, 약속 시간까지 여유가 있어 들린 서점에서 만난 [자몽살구클럽].
비닐에 싸인 채, 앞표지엔 살구 그림과 뒤표지에는 살구를 먹는 개미의 줄지은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이 책을 구매한 이유는 눈에 들어온 뒤표지의 글귀였다.
'죽고 싶지만!(힝ㅜㅜ) 실은 살구(아자~) 싶은 자들의 비밀스러운 모임', '당신은 무엇 때문에 죽고 싶나요?'
내 마음과 비슷하고도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어딘가 어리숙하고 귀여운 말투로 적혀 있는 것이 호기심을 끌었다.
평균 15세 소녀들이 풀어내는 죽음과 삶의 이야기는 결코 가볍지 않다.
어쩌면 우리도 만날 수 있는 불행일지도 모르고, 이전에 만나본 불행이었을지 모른다.
이 아이들은 삶을 사랑했고 주변을 사랑했지만 불행을 사랑할 수 없었다.
태수와 유민이의 사랑과 우정 묘사가 간접적이면서도 직접적인 것이 마치 자몽과 살구 사이의 사랑의 색깔 같이 느껴졌다. 어딘가 말랑하고도 따스한 풋내 나는 과일의 향기의 우정과 사랑 사이의 그들의 이야기는 왠지 모르게 읽는 나로 하여금 마음을 말랑한 젤리로 만들어 주는 듯 느껴졌다
보현, 태수, 유민, 소하 모두 어디선가 살아 숨 쉴 것만 같았다.
보현인 어른이 된 지금 알바를 하며 영화감독의 꿈을 키우고, 유민이는 대학생이 되어 친구들과 어울리고, 소하는 어디선가 웃고 있기만을 바라는 마음이 든다.
태수가 살아 있었다면, 집을 나와 세계를 돌아다니녔을지도 모른다. 아니, 엄마를 좋아했기에 결국 벗어나지 못했을지도 모르지만 내 마음속에서나마 세계를 여행시켜주고 싶다.
태수는 외로운 아이였을지 모른다.
유민이를 사랑했을 거라 생각했지만 그것만으로 이겨낼 수 없다는 것은 사랑하는 존재에게 의지 할 수 없었고, 사랑하는 존재에게 짐을 주고 싶지 않았을 것이라 샐 각한다.
애써 밝은 척 살아가며 자신은 괜찮은 척 모두를 위로 하지만 그 모든 위로는 자신이 받고 싶었던 위로였을지 모른다.
폭력과 억압에서 벗어나기 위해 죽음을 선택한 아이는 마치 자신과의 외로운 싸움을 하다 놓아버린 모습이
나와 다르지만 동일시했다.
우리는 삶을 선택할 수 없다.
하지만 죽음을 선택하는 이들이 있어 우리는 많은 우리의 주변을 잃어가고 있다.
잃는 것은 우리의 잘못은 아니지만, 우리가 지킬 수 있도록 주변을 살피며 살아간다면.
그걸로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