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죄, 내 잘못만을 가진 투명한 죄책감이 아닌 불순물이 섞인 죄책감이다. 불순물은 아주 적고 별거 아닌 척 보이지만 섞이는 순간 그 안의 색감이 변한다.
나의 실수를 넘어선 나의 혐오. 그것이 나를 탁하게 만든다
순수한 삶과 존재로 살 수 없단 걸 알지만 불순물과 섞여 산다는 건 어딘가 석연치 않을 수가 없다.
보이지 않는 끝을 바라보며, 지겹게도 반복되는 하루를 살아가는 나에게 삶이란 벌을 받은 것만 같았다.
삶은 고통의 연속이라고 누군가 말을 하였다.
그 고통의 연속을 끊어내는 것은 죄악이라고 한다.
참 이상하다.
삶은 내 의지로 시작되지 않았는데,
의지대로 끊어내는 것은 죄가 된다니.
모두 그렇게 살아간다니,
모두 이 지옥을 살아간다니요,
지옥을 혼자 걷기 무서워 나를 낳아 기르신 건 아닐 텐데.
분명 이곳이 내가 느끼는 지옥만큼 느꼈다면 그들은 날 낳지 못했을 텐데
아닐 테지요.
당신이 사는 삶은 내가 사는 지옥이 아닐 테지요.
그리 믿고 싶었습니다.
내 죄악감은 무겁고도 탁하여, 오늘의 하루에도 안개 낀 하루를 선사합니다.
그 하루를 오늘도 살아 내기 위해 이슬방울을 이겨내고 물먹은 솜 같은 몸을 일으켜 냅니다.
불투명한 그 하루를 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