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화로 읽는 식생활 지침 - 4화
저는 인간의 몸 안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의 하나입니다. 호르몬들이 대개 이름이 있지요. 저 역시 이름이 있습니다. 다름 아닌 인슐린입니다. 아시는지요, 인슐린? 아마 대부분 아실 겁니다. 워낙 중요한 호르몬이라서요. 너무 중요하다 보니 어떤 전문가는 저를 ‘마스터 호르몬’이라고 부르기도 한답니다.
제가 분비되는 곳은 인체의 췌장입니다. 흔히 이자라고도 하지요. 저는 인체 내에서 여러 업무를 맡고 있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에너지대사입니다. 에너지원을 인체 세포 안에 넣어서 에너지를 만들도록 하는 일이지요. 제가 바삐 일하는 덕분에 수십조 개에 달하는 인체 세포들이 무탈하게 맡은 바 임무를 수행하는 것입니다. 제가 있기에 사람들이 어떤 원하는 활동을 취할 수 있지요.
가끔 제가 탈이 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인체 내에서 제대로 분비되지 않거나 분비된다 해도 원활하게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는 경우입니다. 이런 경우를 전문가들은 ‘인슐린저항’이라고 하죠. 제가 할 일을 잘 못한다는 뜻입니다. 인슐린저항이 자주 발생하게 되면 사람들은 대사질환에 걸리게 되죠. 대표적인 게 당뇨병이에요. 물론 그 이전에 비만이 오거나 대사증후군에 빠질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생활습관병이죠. 현대병이라고도 하고요.
제가 탈이 나는 이유는 뭘까요. 선천적인 결함 때문일 수도 있지만, 거의 대부분 잘못된 식생활이 원인입니다. 현대인이 즐겨먹는 가공식품, 특히 과도하게 가공한 초가공식품이 가장 큰 범인이에요. 초가공식품에는 제가 싫어하는 물질들이 무척 많이 들어 있거든요. 대표적인 것이 정제해서 만든 정제당입니다. 정제당은 저에게 늘 스트레스를 준답니다. 제가 스트레스를 자주 받게 되면 저의 감도가 무뎌지게 돼요. 그래서 호르몬으로서 저의 업무 효율이 떨어지게 되고, 결국 인체가 인슐린저항에 빠지게 되는 것입니다.
정제당 가운데서도 가장 저를 괴롭히는 것은 정제당을 대표하는 설탕입니다. 설탕은 인체 내에서 포도당과 과당이 되는데, 이때 나오는 포도당이 사달의 근원입니다. 포도당은 인체 세포의 에너지원으로서 꼭 필요한 물질이지만, 너무 많으면 저를 비롯한 에너지대사 시스템이 혼선에 빠지거든요. 제가 포도당을 만드는 설탕을 싫어하는 이유죠. 현대인은 초가공식품 등을 통해 그 설탕을 거의 매일 먹잖아요. 그것도 무척 많이.
인체 내에서 포도당이 많을 때 제가 힘든 이유는 이렇습니다. 포도당이 흡수되어 혈액으로 흘러들어가면 혈당치가 올라갑니다. 혈당치란 혈액 내 포도당의 농도를 말하죠. 혈당치가 올라가면 제가 혈당, 즉 혈액 내 포도당을 인체 세포 안으로 넣어줍니다. 에너지원으로 쓰도록 하는 것이죠. 혈당치가 다시 내려갑니다. 이 일이 혈당치가 천천히 올라가면 참 쉬워요. 혈당치가 빠르게 높이 올라갈 때가 문제예요. 제가 헐레벌떡 뛰면서 일해야 하거든요. 이런 일이 자주 발생하면 제가 지쳐버리게 되고 결국 저의 감도가 떨어지게 되는 겁니다.
문제의 근원은 과량의 포도당인데요. 설탕은 왜 포도당을 왈칵 많이 만드는 것일까요. 이유는 단 하나, 정제를 했기 때문입니다. 너무 과도하게 정제를 해서 설탕에 마땅히 들어 있어야 할 각종 식물성영양분들이 모두 제거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식물성영양분들이 제거된 당류는 인체 소화기 내에서 빠른 속도로 분해되지요. 그래서 일시에 과량의 포도당이 녹아나오는 것입니다.
설탕에 이런 문제가 있다면, 그럼 이제 설탕을 이용하지 말아야 하나요? 설탕은 ‘가공식품 산업의 쌀’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설탕 없이는 가공식품이 존립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그런 설탕과 담을 쌓아야 하나요? 이제 설탕의 묵직하고 그윽한 단맛과 연을 끊어야 하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설탕이 나쁜 게 아닙니다. 수크로스, 즉 자당 성분만 있는 순수한 정제설탕이 나쁜 겁니다. 설탕에는 좋은 설탕도 있습니다. 다음 이야기(5화)로 이어집니다.
♤ 과학백과 ♤
정제설탕은 혈당치를 급격하게 높임으로써 에너지대사 호르몬인 인슐린에게 스트레스를 가하고 인슐린저항을 일으킬 수 있다. 인슐린저항이 악화되면 각종 생활습관병에 걸린다.
- G. Scheiner, Think like a pancreas, Marlowe & Company, 2004, p.45
- 二宮陸雄, インスリン物語, 医歯薬出版株式会社, 2002, p.274
- G. Scheiner, Think like a pancreas, Marlowe & Company, 2004, p.33-36
- https://www.hsph.harvard.edu/nutritionsource/carbohydrates/carbohydrates-and-blood-sugar/